빨간 그물코 스타킹 모아드림 기획시선 122
김미연 지음 / 모아드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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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항상 어렵다는 생각을 먼저한다. 시에서 표현하는 언어들. 많고 많은 언어들을 그대로 함축해서 적어놓은 것이 시가 아닌가. 그래서 짧은 시이지만 그곳에선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나는 항상 시가 어렵고 힘들기만 했다.
예전 그런 나에게도 시집을 사는 행위를 했던 적이 있었다. 사랑굿이라는 그냥 대학로 주변의 낙서들을 모아서 만들어낸 시집. 그래서 시어들이 어렵지 않았고 정감이 갔으며 보고 있어도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빨간 그물코 스타킹이 그때의 기분을 일깨워준다. 시인이 구수해서 그런지 시어들도 구수하다. 우리 주변에 흔히 늘려있을 정도로 편한 시어들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시집을 넘기면서, 또 시를 읽으면서 웃을 수 있는 시집.. 간만에 느껴보는 듯 하다. 게다가 사소한 일상에서 어찌 그런 표현들을 하는지 놀랍기만 하다. 수염이 억새꽃이되고 수염을 씻어내는 과정이 호수에 세밀화가 된다. 어렵지 않은 듯 하면서도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는 듯 하다. 일상의 하나에서 억새꽃도 되었다가 호수도 되었다가 바다도 되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풀이하는 일상에 존재한다. 하나의 단어에서 두가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직장은 단순 일하는 직장인줄 알았다. 하지만 우유가 흘러가는 그런 직장일줄은 어찌 알았으랴.

김미연님은 이렇게 일상의 말들을 시라는 틀에 옮겨놓았다. 그냥 일상에서 쓰면 아무런 힘도 없는 말들이 시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시를 읽다보면 이것도 한번 데려다 써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읽는 이들로 하여금 시어의 꾸밈을 과감히 버려두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이 좋다. 꾸미지 않고 단순한 글. 그러면서도 그들은 김미연님의 손에서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것이다.

그 시들은 때론 호통치듯 엄하기도 하고 혹은 지가 무슨 위로자가 되는지 위로도 해준다. 그러다가 그냥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두손 모아 기도하는 부도탑이 되었다가 하늘에 기원하는 아멘이 되기도 한다. 세상을 그리고 일상을 탄식하기도 한다.  또 그 시어는 힘도 가진다. 펄펄 살아 팔짝팔짝 뛰는 생선같은 그런 살아있는 힘이다. 그럼 시도 함께 살아서 우리곁에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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