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기간은 3일, 아르바이트비로 들어오는 돈은 한 90만원 정도.

인천이기에 왔다 갔다 최소 4시간.

하루를 온통 쏟아 부어야 하고, 그렇기에 그 동안 자기 일을 못한다.

이런,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신랑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처음,

아르바이트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게 웬 떡이냐 무조건 Ok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고,

"잘 생각해서 결정해. 일하는데 방해가 된다면 하지말고"라고 말했다.

신랑은 늘 말한다.

자길 믿어주고, 밀어줘서 고맙다고.

사실,  안 믿으면서 믿는 척 하는건 아니지만,

밀어주기 싫으면서 밀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벼랑에서 밀고 싶은 맘이 없는것도 아니다.

가끔은,

 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벼랑에서 한 번 떨어져 봐야 알라나 싶기도 하다.

우리 신랑,

직장 잃고 백수 된지 벌써 7개월.

몇 달은 입덧 때문에, 몇 달은 아기 걱정에, 또 몇 달은 신랑 품위 유지를 위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더니

며칠 전,

간만에 친구와 한 잔 하고 들어온 신랑이 신나서 말하길,

"친구들이 결혼 잘 했다는데"

그치, 몇 달을 백수로 지내는 남편, 얼른 직장 구하라고 타박하길 하나, 눈치를 주길 하나, 오히려 조급해 하지 말고, 느긋하게 자기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곳을 고르라고 하는데... 이런 마누라 없지 암... -_-;;

하긴,

나도 똑같지.

참 그말에 힘입어 생활비 거의 바닥 났음에도 암말 못하고 혼자 끙끙거렸으면서도

일에 방해된다면 하지 말라니.... -_-;;

이러니, 남자들이 여자 속을 모르겠다고 하는 건가?

암튼, 이래나 저래나

아르바이트는 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들어오는 90만원.

다음 달 생활비로 써야 겠지만,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닭털같은 나날,

20만원 뚝 떼어 몇 달 전부터 사고 싶어 안달했던 에릭 칼 도서세트나 사야겠다. ^^;

이벤트가 내일까진데...

맘 바뀌기 전에 얼른 질러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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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레져 > 마더

며칠 전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베개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듯 이마만 대고 있는 것이며 한 쪽 다리는 개구리 처럼 잡아당겨 엎드려 있는 폼이 영락없는 열 여섯살 때의 나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결에 나는, 사람은 가죽만 늙지 마음과 이상은 결코 늙지 않으리라고 확대해버렸다. 그날 부터 요새 내 마음을 사로잡는 화두는 늙음과 삶에 관한 이야기다.

나이가 든다는 건 무인도가 되는건 아닐까. 누구도 쉽게 접근하려 하지 않고 풍요와 찬란이 거두어져 홀로 그저 떠 있는 무인도. 사라질 기미는 없는, 고집센 숨통을 거머쥐고 살아가는 무인도. 풀 포기 하나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섬을 연상시키기도 하나 누구나 찾아드는 건강한 섬은 될 수 없는 그런 무인도. 그러나 무인도는 얼마나 건강한가.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불모라는 신비와 개척의 욕구를 일으키는 환상의 시선이 교차한다. 과거의 한 때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여 이렇게 쇠락해질 거라는 걸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무인도 같은 늙은 여자가 딸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늙은 여자, 메이와 남편이 자식의 집을 찾아가는 행보에서 메이란 여자, 참 이기적이고 나쁜 아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남편은 숨을 고르느라 메이의 뒤를 잘 쫓아오지 못하지만 메이가 돌아보는 일이란 결코 없으니. 외려 다른 사람이 도와드릴까요, 라고 말해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니 메이가 나중에 자식에게 받는 냉대를 고소해할 지도.

 

그러나, 메이, 늙은 여자는 며칠 전 내가 생각했던 가죽만 늙는 사람의 표본 답게 주름과 노쇠한 관절만 있을 뿐 메이의 보이지 않는 욕망은 하나도 늙지 않았다. 주름살이 많다는 손자에게 그런 말 하면 못쓴다고 말하는 어조가 할머니로서가 아닌 한 사람, 한 여자의 자존심을 드러낸다. 정신없이 바쁜 자식들을 바라보는 메이의 눈길은 광채가 날 만큼 또렷하다. 온가족이 둘러 앉아 벌일 수 있는 것이 음식 잔치와 옛추억 더듬기라는 건 더이상 슬픈 일이 아니라 다행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메이의 남편은 아직도 자신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는 딸 폴라의 음식 솜씨를 탓하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다. 그의 전조는 이미 공항에서 부터, 메이의 뒤를 따라올 때 부터 있었던 일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다.

혼자가 된 메이, 자식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메이는 서서히 과거 엄마로서의 메이가 별로였다는 듯 자식들에게 지탄을 받는다. 한번도 자신감을 심어주지 않았다는 폴라의 말과 엄마를 싫어하지 않냐는 며느리의 음성 처럼 자신을 향하고 있는 발언에 더 민감해지는 완곡한 나이였다. 그러나 메이는 남편이 늘 집에 있기만 바랐으므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거추장스런 날개를 떼어버린 듯 홀가분해진 메이가 딸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침실로 가줘요" 라고 말할 때 이 영화의 제목이 엄마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레이디나 우먼이었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엄마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흔한 유행어를 깨우쳐주니 말이다.  

메이, 무인도 같은 메이는 사랑을 사랑으로 맞교환할 수 없는 나이를 살고 있다.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건 그녀처럼 늙은 가죽을 치장한 늙은 남자. 그녀가 정말 사랑하는 젊은 남자는 그녀의 돈에 탐을 내고 결국 그녀가 거론한 돈이라는 것이 함께 떠날 비행기 티켓 정도였다는 걸 알자 실망한다.

메이는 결혼하여 자식을 낳았고 아내였고 엄마였다. 그러한 호칭들은 한 사람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몰수한다. 자식의 준비물을 챙기는 밤을 보내야 하고, 자식의 하루를 지키는 호위병이 되어야 한다. 엄마, 가 되버린 여자들이 끝까지 엄마로 살 수만 있다면 불행은 없다. 자식들이 둥지를 떠나 나름의 삶을 꾸리게 되면 엄마로 불리워진다 해도 그것이 호칭 이상은 아니라는 것, 늙은 가죽을 지닌 무인도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너희들, 늙은 무인도라고 해도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하고 싶은 욕망까지 늙지 않는 다는 걸 모른다. 자식들은 폭력의 기구처럼 엄마가 그대로 늙어 죽기를 바라지만 엄마인 메이는 아직 늙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대낮에 스포츠 센터에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여자들이 많다. 그들이 셔틀 버스에 오르면 요란한 소음도 소음이지만 향긋한 화장품 냄새와 샴푸 냄새가 진동한다. 거울을 보며 입술에 연지를 바르고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보며 다양한 각도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들을 늙게 한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고정관념의 눈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따뜻한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노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노인이 우리가 생각했던 방식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날라리 소녀를 쳐다보듯 이물스러워 한다. 죽을 때 까지 제자신이 누구인가를 밝히고자 애쓴다는 철학적 사고방식이 한 때를 관통하는 게 아니라 세월이 흐를 수록 더 강렬해 진다는 걸 미리 마음에 넣어둔다. 메이가 가방에 챙겨 넣는 붉은 티셔츠처럼 결코 시들지 않을 그 마음을.

* 메이가 런던 아이를 타는 장면 덕분에 런던 아이를 이제사 구경했다. 진짜 타보면 더 좋을텐데... 얼른 돈 벌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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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정기 검진일(아들이란다 ^^)

화요일은 공부방에(7개월 만에 가보니 녀석들이 부쩍 자랐다. ^^)

수요일은 용산(신랑 컴퓨터가 고장났다. 쌩돈 들어갔다. -_-;;)

3일을 내리 움직였더니 배가 뭉치고, 다리가 통통~

용산도 꾸역꾸역 우겨서 따라 갔던 거라 힘들단 말도 못했다. (연신 눈치를 주는데, 힘들단 말이 쏙~ 들어가지-_-;;)

요번주엔 애기 가디건을 완성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젠, 후두둑~ 도둑비가 내린 후, 뜨개방에 갔다가 도서관엘 들렸다.

 <무지개 아이>랑 <처음 온 손님>

<무지개 아이>는 70쪽 분량의 얇은 책이라 벌써 다 읽었다.

읽고 난 후,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다운증후군, 정신지체아 이런 단어들 조차도 차마 그대로 볼 수 없었던 때,

그때 난, 야콥의 부모처럼 강인함을 보여줄 수 없었다.

단지, '내 탓'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려 고통스러워 했을 뿐....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떨린다.

아직도, '말아톤'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무지개 아이>가 내 손에 들어왔다.

여기엔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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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7-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사흘간 바쁘셨네요.
알라딘 설명을 보니 두 권 다 읽고 싶어요.
특히 무지개 아이.
땡스투 곧 누를게요.^^


그로밋 2005-07-0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래서 그런지 오늘까지 좀 힘드네요. ^^ <무지개 아이>는 정말 괜찮구요, <처음 온 손님>도 몇 페이지 읽었는데 읽을만 하네요.^^
 

 <몽당연필 모으는 남자>, <바람아, 사람아 그냥 갈 수 없잖아>

 1년 전쯤, 도서관 앞에 호프집이 생기더니, 얼마전엔 고깃집이 들어왔다. 뭐, 도서관 앞이라고 해서 꼭 서점이나 음악사 같은 것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호프집은 좀 심하다 싶다. 고깃집도 쌩뚱맞은건 마찬가지다.

 그 쌩뚱맞은 고깃집엘 한 번 가 봤다.

역시나(?), 별로다 -_-;;

그나마 에어컨 빵빵하고, 김치가 맛있어서 별3개 준다.

차라리 분식집이었으면 별4개는 기본이었을텐데....

옆구리에 책 끼고 고기 먹는것 보다, 떡볶이 먹는게 더 운치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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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낙 <소설처럼>, <마법의 숙제>

마르탱 파즈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갑자기 비가 내렸다. 다행히 도서관 근처에 있었기에 도서관으로 피신을 했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진 도서관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느긋하게 책을 읽었다.

비 올땐 도서관이 최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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