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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나에겐,
이름 만으로도 50%는 먹고 들어가는 작가가 있으니
'폴 오스터'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브루클린 풍자극(이하 부르클린)>은
좁은 자간,
언제 끝날지 알 길 없는 문단에도 불구하고 - 사실, 이 한 장을 가득 채운 빡빡한 문장들이 날 들뜨게 했지만
기본(★★★☆☆)을 받고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브루클린>에게 다섯 개 모두 쐈다. ★★★★★
기본을 받았기에 거기에 두 개를 더 얹는 건 쉬운일 아니냐고???
천만에.
<브루클린>은 다섯 개를 모두 쏘고도 더 쏘고 싶은 책이다.
왜???
아직도 나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고 있으니까.
그 '희망'이라는 게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말이다.
<브루클린>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모든 것을 잃고 죽을 자리를 찾아 나선 사람의 재활쯤 될까
뻔한 스토리, 뻔한 결말이지만 그 뻔함이 뻔뻔스럽지 않은 책.
우리는 책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개인적으로 스포일러 만빵을 싫어하기에 살짝만 소개한다면,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라는 명료한 문장으로 뻔함의 막을 연다.
요 한 문장으로도 우린 모든 걸 알 수 있으니,
직장에선 쫓겨나고, 가족에게는 버림받고, 거기다 건강도 잃고 돈도 없고 나이까지 꽉 찬 아저씨.
결말?
안 봐도 비디오지.
바로 해피앤딩
나는 서늘한 아침 대기 속으로 나섰고 살아 있다는 데 너무나 큰 기쁨을 느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머리 위로는 하늘이 짙푸른 빛 중에서도 가장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뭐 그리 독특하지도 그렇다고 스펙터클하지도 않은, 그저 우리네 이야기에 약간의 조미료만 더했지만, 그 조미료가 그저 그런 조미료가 아니잖은가.
카프카는 첫 번째 단편소설을 하룻밤 만에 썼어요. 스탕달은 <파르마의 수도원>을 47일 동안에 썼고요. 또 멜빌은 <백경>을 16개월 동안에 썼고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을 쓰는 데는 5년이 걸렸지요. 무질은 18년 동안 <특성없는 남자>를 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고요.
더 맛보고 싶다고??
뭐든 과 하면 탈난다.
그런데,
이것 좀 봐라
내 책장에 그의 책이 한 권도 없다.
어찌 이런 일이...
한 권의 책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는 지라 대부분 사서 읽는 내가, 더더군다나 폴 오스터를 그렇게도 칭송했던 내가 단 한 권의 책도 갖고 있지 않다니.
그렇다면 그 동안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단 말인가?
이런 넌센스가.
아니 잠깐만.
<환상의 책>은 분명 신청했던거 같은데, 저 표지가 너무 익숙한걸.
그런데 저게 어디 갔을까???
이렇게 해서,
모두가 잠든 시간 책장 정리가 시작됐다.
오늘따라 아기가 참 잘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