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의 주인님 - 총천연색 이야기의 아릿한 맛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아리 작가하면 왠지 모르게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천재 소녀 작가' 가 먼저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그녀의 수상과 어린시절 일찍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라 바로 그녀의 스타일과 필체이다. 좀 지나치게 은유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글에도 지문이 있다고 믿는 나에게 있어 전아리 작가에게 기대주 유망주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글 속의 지문에 대해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전아리 작가의 글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떠오른 것은 천운영 작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한 필체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그게 어린 나이에 이루어낸 성과였기에 그 이후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어린 나이에 이루어낸 그녀만의 세계가 그 안에 갇히게 하는 굴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전히 작품을 통해 발전해 나가고 있었고, 자신의 무기를 잘 갈고 닦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인간 내면에 감춰진 가학적인 폭력성, 그리고 모호한 삶의 이면을 잘 다루고 있었을 뿐더러, 더욱더 보기 좋았던 것은 이제는 기대주가 아닌 어엿한 작가로서 매 단편을 문예지와 수상작으로 내놓으며 우뚝 섰다는 점도 보기 좋았다. 혜성 같이 등장했다가, 물방울처럼 툭 떨어지는 작가들에 비해 작가로서의 길을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해 해박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아리 작가가 또 한번의 도약을 하길 바란다. 음침하고 어두우며 누아르 냄새가 나는 것까지는 좋으나 콘트라스트는 그 반대의 밝음이 있을 때 극대화 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플라스틱 라이프 - 도시생활자의 낮과 밤
김석원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사진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건 사실 사진으로부터가 아니라 소설로부터였다. 대학시절 교양수업에서 이청준의 소설 <시간의 문>을 접하게 되었고, 찰나를 포착한다는 태생적 운명과 인간의 시간 속에서의 화학작용이 인상깊었다.

플라스틱 라이프..

도시에 대한 사진 에세이다. 도시에 살면서 도시를 사랑하지만 때로는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도시가 키운 사람들과 도시라는 공간 자체에 대하여 작가가 삶 속의 순간순간의 단상을 글로 적어 놓았다. 재미난 것은 저자의 글이 발화하는 지점이 글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것은 영화, 소설, 글귀 등에서 사진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일상 사람들의 부대끼는 일화 중에서 사진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사진에서 일상으로 혹은 또 다른 지점으로 들어가면서 저자의 생각이 자유롭게 유영한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가르치려는 고자세를 보이지도 않고, 사진에 대하여 마치 지인의 대화처럼 느껴진다. 편안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깨달음들은 때로는 소박하고, 때로는 깊숙하기도 하여서 진한 여운과 동감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머리 속을 훅훅 스치고 지나간다고 느낀다면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까? 그 점에 대해 지적하기 보다는 그렇기 때문에 보다 거리감 없이 손에 잡혔고, 지하철에서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작은 짬짬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페이지를 넘겼을 무렵, 비로소 사진을 말하며 이 책에 담고 싶어던 게 무엇인지 조금은 느껴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한다. 그리고 이를 기억하고 기록할 때 자연스럽게 편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하게 되기 마련이다. 작가에게는 사진이 그랬던 것 같다. 어떠한 지점에서 생각이 발화하였든지 간에 결국 돌아돌아 정리되는 것은 결국 사진이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논리로 맞추려 하기 보다도, 그냥 자연스럽게 연상작용을 통해 흘러가다가 딱 생각의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사진이였던 것이다.

생각의 발걸음이 멈추는 자신의 지점이 사진이었다는 책을 읽고 난 깨달음이 어쩌면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사랑에서 너를 만나다 - 영혼을 흔드는 서른세 가지 사랑 이야기
한경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내일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사랑하라는 사랑옹호론이 담겨 있는 이 책은 33가지 작품을 통해 사랑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정작 책을 처음 읽어 내려갈 때에는 요란스러운 편집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는다.

 

먼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책의 디자인이다. 요란스럽고 챕터별로 '착' 감기지 않는 폼잡는(?) 이미지들은 솔직히 어지럽다. 만약 좀 더 공을 들여 칼라 인쇄였다면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몇 개로 통일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많은 글자 디자인들은 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만약에 굉장히 심플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읽는 이에게 조금의 여백을 주는 디자이너의 센스가 좀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디자이너가 너무 많은 것을 눌러 담았구나, 그 만큼 욕심이 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이해가 되기도 했다.(책 디자인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놈이 지적질만 해서 죄송합니다. 그냥 전 그렇게 느꼈다는 솔직함이었으니 부디 오해하지 마시길)

 

또 사랑에 대해 너무나 교과서적인 바른 말들이 왠지 감상주의처럼 들렸고, 그래서 애상적으로 아름답게 포장한 것만 같아서 쉽게 읽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를 풀어나가는 문장에 힘과 재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였을까? 이 책에 좀 오롯이 집중하게 된 것은 뒤로 넘어 가게 되면서였다. 흔히 알고 있는 사랑에 대한 레파토리라 여겨지는 작품들 외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었고, 거기서 작가는 이런 것들을 알았구나 하는 그 지점 부터였다. 그리고 사랑의 범위도 남녀를 넘어서 동성애, 부모와 자식, 그리고 노년의 사랑 등 그 스펙트럼이 넓어질 때 비로소 중독성이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랑이 아팠던 날 -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전하는 연애카운셀링
심이준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연애 카운슬링에 대한 책들은 크게 연애 스킬을 다루는 분류와 독자의 심리상태를 점검하는 분류로 나뉘어 지는 것 같다. 물론 그 구분이 모호한 것은 자신의 심리상태와 상대방의 심리상태가 고려된 상황에서 연애 스킬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때문에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비중을 두고 봤을 때에는 나눌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인지 태그라인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전하는 연애카운셀링'이다.

 

사랑..

이 때까지 참 어렵기만 했던 것 같다. 이게 어떤 목표 같은 거면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함께 해야 하는 기나긴 마라톤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페이스를 맞춘다고 했는데, 상대가 아니라고 할 때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30대의 지금..

이 전까지의 사랑과는 다르다. 설레고 그리웠던 게 사랑인 줄 알았던 20대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나이에서 오는 간극일까? 아니면 조금은 성숙해져서 비로소 진실을 제대로 보게된 것일까? 얼마전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바람둥이 이미지만을 갖고 있던 가수 싸이가 그런 말을 했다. 지금의 아내는 이상하게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주어도 편했다고. 그리고 힘들 때 마다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그 말에 동감을 해서일까?

 

"뜨거운 떨림이 사라진 자리에 편안함과 안정감이 자리하는 순간, 연애는 비로소 '사랑'으로 진화한다."

 

라는 구절을 읽던 중 찰나의 순간이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졌다.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설레인다는 건 사실 자신의 변화가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 말이 무척이나 위로가 되는 건 이미 순수하게 사랑하는 시기가 지나 철이 조금 든 때의 사랑하던 시기에서의 혼란스러움이 정상이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이다. 이 책도 거기에 한 번 더 무게를 실어 주며 사랑을 통해 불완전한 나를 채울 수 있는 용기와 상처를 보듬어 주는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푸른 개 장발 ㅣ 웅진책마을 44
황선미 글, 김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장발을 보면서 많이 떠올랐던 건 바로 <하치 이야기>라는 작품 속의 하치였다. 영화에서 그려진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유추하게 한다. '하치'라는 강아지는 저 때 저런 마음이었겠구나, 그래서 그렇게 했구나 하는 것들. 그리고 그 속에는 그리움과 충성심이라는 진한 향기가 베어있다.

하지만 글로 풀어내는 장발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보다 생동감 있고 현실감 있다고나 할까?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적절하게 좋아했다가 미워했다가 하는 등 보다 현실적이다. 사실 강아지라고 해서 어떻게 충성심만 있겠는가? 자신의 새끼들을 팔아버릴 때에 그 서운함.. 그리고 개를 훔쳐간 놈이라고 알려주는데도 주인은 그 말을 못 알아들을 때의 답답함.. 등등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켜켜히 엮어 마음 짠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미소와 고개 끄덕임을 이루어지게 하면서..

그렇게 사랑과 미움이 뒤범벅되어 가면서, 서서히 시간은 흘러만 가고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는 그런 날선 감정들의 표현보다는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이가 된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서로를 향한 연민과 감정 교류가 감동적으로 그려질 때 비로소 '인생이라는 게 다 이렇지~ 뜨겁다가 따뜻해지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힐링의 마법을 가진 어른들의 동화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