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의 주인님 - 총천연색 이야기의 아릿한 맛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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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리 작가하면 왠지 모르게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천재 소녀 작가' 가 먼저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그녀의 수상과 어린시절 일찍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라 바로 그녀의 스타일과 필체이다. 좀 지나치게 은유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글에도 지문이 있다고 믿는 나에게 있어 전아리 작가에게 기대주 유망주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글 속의 지문에 대해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전아리 작가의 글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떠오른 것은 천운영 작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한 필체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그게 어린 나이에 이루어낸 성과였기에 그 이후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어린 나이에 이루어낸 그녀만의 세계가 그 안에 갇히게 하는 굴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전히 작품을 통해 발전해 나가고 있었고, 자신의 무기를 잘 갈고 닦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인간 내면에 감춰진 가학적인 폭력성, 그리고 모호한 삶의 이면을 잘 다루고 있었을 뿐더러, 더욱더 보기 좋았던 것은 이제는 기대주가 아닌 어엿한 작가로서 매 단편을 문예지와 수상작으로 내놓으며 우뚝 섰다는 점도 보기 좋았다. 혜성 같이 등장했다가, 물방울처럼 툭 떨어지는 작가들에 비해 작가로서의 길을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학에 대해 해박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아리 작가가 또 한번의 도약을 하길 바란다. 음침하고 어두우며 누아르 냄새가 나는 것까지는 좋으나 콘트라스트는 그 반대의 밝음이 있을 때 극대화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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