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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예금통장 - 고백 그리고 고발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7년 1월
평점 :
“무전유죄 유전무죄”
어떻게 보면 참 옛날 이야기 속 사회를 흔들었던 말이고, 개그 소재감으로 쓰이기도 하는 대사라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의 일련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이 말은 서민 혹은 중산층에게 국한된 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중에 하나는 삼권분립이라고 배웠다. 삼권이 분리되어 서로 견제하면서 올바른 정치를 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가 19억원 상당의 땅 1,000평을 판 자와 산 대기업 건설사 간의 10여년간의 소송은 결코 서민과 중산층에만 국한된 게 아닐 수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에서의 아이러니한 결과들은 상상을 초월하게끔 한다.
“수많은 사법 피해자들이 그렇게 쓰러져가고 기본권을 유린당하였을 것이다. 독립성과 신분을 보장 받은 그들은, 아무리 그 권한을 남용하더라도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으며 범접할 수 없는 신성 패밀리였던 것이다.
눈물이 쏟아졌다. 무슨 서러움이 그렇게 복받쳤는지, 줄줄 흘러 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변호사가 법정 현실에서 서러웠고, 얼마나 서러웠으면 이렇게 책을 내고 직접 1인 출판사까지 냈을까 싶다. 그 마음이 나한테 와 닿았기 때문일까? 문득 장 자크 루소가 <에밀>이라는 책을 쓰게된 계기가 생각이 났다. 자신의 아이까지 고아원에 버렸던 사람이 교육에 대한 책을 썼다는 사실로 이중인격자라고 손가락질 받기도 했고, 실생활 역시 그리 순탄치 않았으나 그 순간의 서러움과 죄의식이 삶 자체를 흔들었기 때문에 <에밀>을 쓰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서러움..
평생을 걸어온 법조인이 되고자 준비한 기간, 법조인이 되어 활동한 기간의 노력을 뛰어 넘었기에 이 책이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저자이자 바른 길로 가고자 하는 변호사의 노고에 대해 세상의 일부는 반드시 그 노고를 알아줄 것임을 확신하며, 변호사님의 앞 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