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들어 시대상까지 드러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라고 띠에 쓰여진 글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말한 의도와 굳이 작의로서 말하는 작가로서의 자세와 심경이 어느정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 두께에 있어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고, 또 생각보다 촘촘한 글씨가 읽어가는데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서서히 빠져드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자극적인 맛을 내는 패스트푸드가 줄 수 없는, 슬로우푸드 만의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깊은 맛을 한번 보면 보다 더 큰 감동이 온다고나 할까?

담백하다는 생각 다음으로 드는 느낌은 신기함이다. 작가는 타이완 고속철도 프로젝트라는 금속성 느낌이 강한 찬 성질의 것에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 올렸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내용은 타이완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과 배경 묘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는 묘하게 감정을 자아내며 고요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묘사 덕분에 영상이 머릿 속으로 그려지며, 그 톤앤매너까지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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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샤이닝 걸스 가이드북
로런 뷰커스 지음 / 단숨 / 2015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시간여행자라는 컨셉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반복될 만큼 매력이 있다. 과거로 미래로 왔다갔다하면서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운명과 상황이 유기체처럼 변하고, 이에 따라 인물이 반응하고 원하든 혹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클리셰로 남았다. 이에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이 이와 뒤섞이면서 다양한 작품이 나오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이 작품에서는 시간여행과 그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살인을 서로 맞물려 놓고 등장인물들을 배치해 두었다. 이른바 살인여행인 것이다.

 

주인공(하퍼)은 약 70여년간 살인여행을 떠나 살고 있다. 오직 그에게만 빛나는 소녀로 보이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해 왔다. 하지만 유일하게 죽지 않은 소녀(커비)로부터 반격 당하고 그녀의 역공과 소녀(커비)의 생존 소식을 알게된 주인공(하퍼)의 진검승부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스릴러로서의 몰입과 매력을 논하기 이전에, 새악보다 이 책의 가독성이 좋지 않다. 이는 70여년간의 시간 여행으로 시간이 뒤죽박죽으로 섞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중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중간중간 앞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다양한 인물 때문에 메모도 가끔씩 해주면서 봐야 하는 경우가 있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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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순위 매기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무형의 가치인 음악, 스타일, 감동을 두고서, 누가 더 나은가하는 심사를 주관적 혹은 객관적으로 한다. 하지만 하면서도 우리는 안다. 그 심사의 시선이 감동의 시선으로 바뀌는 순간 얼마나 부질 없는 일인지... , 그 감동의 물아일체로 접어들 때 얼마나 행복한지...

 

충격적이고 훌륭한 책이다.”(슈테른)

 

이 책이 딱 그랬다.

책을 덮고, 이 평이 적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적이었다. 놀라웠다. 광폭했다. 섬뜩했다. 강력했다. 독특했다. 서늘하다. 이런 표현이 동시에 드는 책이다. 마치 하나의 수식어인듯이.

 

내용은 가혹하다. 리뷰를 읽어주는 또 한 명의 독자를 위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불운한 운명을 덧씌운 양부모를 죽인 여자가, 그 살인의 무게를 덜게 해준 남편을 위해 다시 복수의 이름으로 살인을 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과 문장에서 느껴지는 호흡은 단순하지 않다. 특징적인 단문의 리듬과 호흡, 표현력이 자연스럽게 정서를 만들어 내고 빨려들게 만든다.

 

 

네가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도 네 안을 들여다 본다.”(프리드리히 니체)

 

어린 아이가 입양이 되고, 그 입양은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업이라는 장의사 일을 강요하여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속에서 괴로운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그 과정은 유일한 가업 상속자라는 명의로서 단순히 싫은 일을 계속 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 고통이 무덤덤하게 되는데까지 진행된다. 시체를 손질하다가 식사를 해야 했고, 식사가 끝나자 다시 시체를 손질하러 가야 하는 게 바로 10살 짜리 소녀에게 닥친 현실이었다고 한다면.. 심지어 주요리가 고기류였기 때문에 마치 인육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강요되다 못해, 멘탈을 붕괴시켜버리게 한다면, 그건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비극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무의식을 가장하여 자신의 양부모를 바다에서 건져내지 않고, 애써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남편 덕분에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맛보게 된다. 그 행복을 빼앗기고 힘들어 하던 그녀에게.. 그 행복을 빼앗은 게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 그녀는 폭발하게 되는 그 에너지는 정말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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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진짜 여행 - 당일치기부터 바캉스까지 테마별 국내여행 44
권다현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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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나홀로 진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요즘이다. 날씨는 덥고, 컨디션도 좋지 않고, 더위 때문에 밤잠까지 설치며 아침 출근길은 이대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원래 내려야할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 근교 한적한 곳이라도......


이 책은 여행기로서 7가지 섹션을 나누어 테마별, 코스별로 가이드를 해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사진과 그림 등을 통해 친절히 코스를 알려줌으로서 날짜별로 이를 정리해주어, 일정까지 쉽게 여유 있는 날을 고려하여 여행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물론 선택의 폭을 좁혀 놓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처럼 일정 짜는데 귀차니즘이 많은 이라면, 또 정작 여행 가서는 그 계획을 변경하여 내 맘대로 즐기곤 하는 나로서는 기준점이 되는 듯 하여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신경쓴 흔적이 역력한 것은 바로 홀로떠나는 여행자에 대한 배려이다. 나이가 조금씩 먹어가면서 더 이상 예전의 재미가 재미로서 느껴지지 않고, 마음 맞는 친구라도 스케줄 맞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기 보다 술한잔 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점점 자의적, 타의적 홀로즐기게 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생각을 바꿔 홀로할 수 있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다소 아쉽다면 소개글이나 문예창작과 출신 다운 여행 명소에서의 성찰이었다. 책의 기획상 친절하고, 기름기를 쫙 뺀 여행 가이드북을 쓰고자 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홀로 여행을 떠남에 있어서 뭔가 모드를 잡아준다거나 저자가 느꼈을 많은 찰나의 순간들을 정리해주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의 선배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과연 여행을 떠남에 있어 홀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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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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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맥큐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영화 <어톤먼트>였다. 그리고 그의 명성과 필력은 팟캐스트에서의 영화 <어톤먼트>와 원작소설 <속죄> 리뷰를 듣게된 이후 빠져들게 되었다. 그 이후 소설 <속죄>를 읽어내려가면서 그의 통찰력과 이야기를 켜켜이 쌓아놓고 파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치 초대형 건물을 짓는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작은 요소까지 철저히 고려된 명작 랜드마크 말이다.

그리고 다음 읽게 된 작품은 <체실 비치에서>였다. 뭐랄까 그의 톤과 시선의 섬세함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아무리 명 작가라고 해도, 사실 자신의 작품에 있어 유사한 경향과 시선을 갖게 되기 마련이고, 평론가들은 이를 일컬어 작가론이라 부른다. 그런데 <체실 비치에서>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같은 작가가 맞는가 싶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나야게 경외감을 갖게 되었던 이언 맥큐언의 신작 <칠드런 액트>는 말이 필요 없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내려가게 되었고, 순간순간 단발마의 ~’하는 순간을 맞딱뜨리게 되었다.

 

첫 페이지를 열면 마치 소타이틀인 듯 아동법 제1a이 인용되어 있다. 바로 아동의 복지가 최선이며, 이는 아동을 생명체로서 다른 어떠한 조항보다도 우선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페이지 부터 작가는 이 법조항과의 사투 속에 등장인물과 사건을 설정해 놓는다. 그리고 정답 없는 삶속에서 정답찾기를 시작한다. 그 정답은 이라는 정직한 기준에 기대어 찾게 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숙제로 남겨짐으로서 삶이란 얼마나 알다가도 모를 일인지, 그리고 순간순간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들이 힘겨운지를 담담한 문장 속에서 묵직한 울림을 독자들에게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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