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 칼럼니스트 심연섭의 글로벌 문화 탐험기
심연섭 지음 / 중앙M&B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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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된 명사의 글을 만나는 것은 참 행복한 일 중 하나다. 만약 글과 책이 없다면 옛 사람들의 깊은 생각과 경험을 어찌 접할 수 있으랴. 그런 의미에서 출판 문화의 발전은 큰 의미가 있다.

 

<건배>는 30년 전 이미 작고한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심연섭의 글을 엮은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던 해인 1977년에 <술, 멋, 맛 주유만방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던 것인데 절판되어 없어진 것을 중앙 M&B에서 발굴하여 새로운 제목으로 편찬했다.

 

이제 삼십 대인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인 글들이라 케케묵었을 것이라 생각됐지만 예상을 깨고 너무 뜻밖의 좋은 문장을 만나 가슴이 벅차오는 책. <건배>는 나에게 바로 그런 책이 되었다. 그 까닭은 너무나 뛰어난 문장력을 자랑하면서 술과 멋, 맛을 즐기는 한 사람의 인생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는 자리에는 항상 술이 껴있기 마련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 연예인들, 운동 선수들. 이들의 스캔들만큼이나 많은 것이 바로 질펀한 술자리가 아닌가 싶다. 술은 사람들이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물론 술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왠지 술이 있으면 보다 허심탄회한 자리처럼 보이고 멋과 낭만이 넘쳐 흐를 것만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접한 여러 인물들은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글로 표현된 대화와 상황에 푹 빠지게 된다. 술 좋아하는 것이 워낙 소문이 나서 국세청 주류심의의원이 되질 않나 지금은 고인이지만 저자의 인생내력에 미소가 절로 난다.

 

테킬라는 멕시코 토주다. 병째로 나팔을 분 그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소금 한 줌을 입 속에 털어 넣는 것은 그 술이 그만큼 역겨운 탓이리라. 멕시코 수도의 뒷골목 바에서 목격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소금을 입에 털어 넣는 데에도 묘한 습관이 있다. 우리 같으면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 목구멍으로 털어 넣을 텐데, 그들은 소금을 일단 오른손 손등에 얹었다가 그것을 혀끝으로 핥는다.

 

책의 첫 번 째 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술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나 원산지의 문화, 술 마시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술에 대해 꽤 알고 있다는 사람도 , 이런 술은 이런 내력이 있구나. 할 정도의 재미있는 사연도 많다.

 

제대로 된 드라이 마티니는 단 맛을 내는 향료인 베르무트를 매우 적게 섞는 것이 비법이다. 사람마다 가장 드라이한 마티니를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이 스포이트로 베르무트 한 방울 떨어뜨리니 제대로 된 마티니가 나왔다고 말하자, 다른 애주가는 주사기 바늘 중 가장 가는 걸로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한다. 그러자 어떤 이는 아내가 쓰는 향수 분무기로 살짝 분사하면 그 향만 들어간다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술에 대한 얘기를 읽고 있자니 정말 누군가와 술을 한 잔 즐겁게 마시고 싶어진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글 솜씨가 너무 아까워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더불어 술이 지닌 멋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술이 과하거나 나쁜 방향으로 가면 좋지 못하지만 적당한 술은 인생의 멋이고 즐거움이 아닐까?

 

애주가인 저자가 우리나라 상황 중에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바로 전통주의 소멸이다. 한때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바람에 전통주의 맥과 흐름은 끊기고 말았다. 이제야 몇몇 양조업자들이 전통주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고유의 맛과 향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성과 안동의 소주, 해주 방문주, 서울과 철원의 낙주, 동래의 동동주 등 기록상으로 우리에게도 유명하다고 꼽을 만한 좋은 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처럼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한 현실이 애주가 입장에서는 개탄스럽기만 하다. 특히 이런 풍토가 형성된 데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혹정과 양조는 관이 맡아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가 자리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

 

책의 뒷부분은 술 이야기가 아닌,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의 모음이다. 밤낮없이 바쁜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대면할 시간이 부족해서 어느 날은 딸아이가 오빠에게 나 어제 새벽에 오줌 누러 갔다가 아빠 만났다.라고 자랑하는 얘기는 마음이 찡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이 묻어나는 글들도 꽤 있어서 고인에 대한 존경을 표하게 된다.

 

본업이 칼럼니스트든 아니든, 칼럼을 쓰는 이상 독자를 생각한다. 신문에 일류, 이류는 있을망정 쓰는 사람으로서는 독자의 일류, 이류를 다질 처지가 못 된다. 독자는 모두 소중하다. 칼럼니스트라고 자칭하고 나선 이상 독자 쪽에서도 나에게서는 칼럼 이상의 것이 나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오묘한 (學)을 기대하지도 않고, 나라를 움직이고 백성을 구할 절묘한 지혜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민생고의 해결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읽어봄직한 칼럼이면 족한 것이 칼럼니스트의 독자들이 아닐까.

 
이렇게 독자와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고 타고난 필력을 통해 세상과 술, 문화와 멋에 대해 논하는 칼럼니스트. 우리 시대에도 이런 멋쟁이들이 많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지만 심현섭 가지의 글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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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안아 줄게 캐런 카츠 그림책 3
카렌 캐츠 지음, 엄혜숙 옮김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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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들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캐런 카츠와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외국 그림책 작가의 이름을 한 번 쯤 접해 봤을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데 캐런 카츠는 번역된 책들이 별로 없어 생소하다는 한국 독자들도 있다.




캐런 카츠의 그림책은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모습을 귀엽고 화사한 그림으로 표현하여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와이즈아이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내놓아 쉽게 서점에서 접할 수 있다.




<우리 아기 뽀뽀해 줄까?>, <혼자 쉬해요!> 등 아이의 일상을 예쁜 그림으로 표현한 캐런 카츠의 그림책들 중 세 살짜리 딸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바로 <아빠가 안아줄게>다. 이제 만 두 돌을 앞두고 있는 아이 수준에는 조금 쉬워 보이나 그림이랑 글의 어감이 좋아서인지 자꾸만 읽어달라고 한다.




“까꿍! 우리 아기. 아빠야, 아빠!” 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아이가 자고 있는 방에 아빠가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부터 아주 귀엽다. 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침대에 누워 있던 아이는 팔을 벌리고 활짝 웃으며 좋아한다.




이 책은 숫자를 하나씩 세어가며 아이와 아빠가 함께 노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이와 아빠 간의 따뜻한 사랑이 물씬 풍겨나는 그림에 우리 아이도 포옥 빠져들어 행복해 한다.




“하나, 우리 아기 정말 예뻐! 아기를 둥개둥개.

둘, 옳지 잘 잡았어. 아빠 손가락을 꼬옥.

셋, 꺼억 트림해야지, 아기 등을 토닥토닥.

넷, 그래 그래, 잘한다! 손뼉을 짝짝짝.”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구절이 돌 전후의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적합하다. 특히 자기를 닮은 동그란 얼굴의 아가를 보면서 많은 아이들이 웃음을 지을 수 있다. 조그만 아기와는 대조적인 커다란 얼굴의 아빠. 우리 딸도 이런 아빠와 아이의 모습을 보며 자기도 책 속 주인공처럼 마냥 즐거워한다.




많은 아빠들의 퇴근 시간이 늦은데 비록 늦게 집에 오더라도 잠자리에서 이런 책 몇 권을 읽어주면 서로의 사랑을 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도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 아빠가 들어오면 읽어달라고 가져오는 책이 바로 이 <아빠가 안아줄게>다. 책의 마지막에 아빠 품에 안겨 잠든 아가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아빠 팔을 베고 누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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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최고야 킨더랜드 픽처북스 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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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한다. 영국에서 나고 자라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과 재치 있는 글 전개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세계의 많은 그림책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앤서니 브라운. 그의 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하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는 만 1세 - 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전집 킨더랜드 토들북스 중 한 권인데 이 출판사에서 전집 중 인기 있는 몇 권을 따로 출판하여 서점에서 단행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엄마들 입장에서는 굳이 전집을 사지 않더라도 좋은 책을 구할 수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잠옷을 입은 못생긴 아빠가 커피 한잔을 들고 식탁에 앉아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아빠는 최고야.” 라는 구절을 반복하면서 왜 최고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게 정말 엉뚱하기 짝이 없다.




“우리 아빠는 무서워하는 게 하나도 없다.

커다랗고 험상궂은 늑대도 안 무서워한다.

우리 아빠는 달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고

빨랫줄 위로 걸어 다닐 수도 있다. 물론 떨어지지 않고.“




이런 식으로 기발한 상상력의 전개가 펼쳐진다. 거인이랑 레슬링 하는 아빠, 운동회 날 달리기에서 1등 하는 아빠. 아이들의 마음 안에서 아빠란 이런 존재일 것이다. 무서운 것도 없고 최고이며 세상에서 가장 힘세고 가장 멋진 사람.




우리 아이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꼭 자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아빠, 최고야!” 라는 말을 아빠에게 선사한다. 희한하게 외국의 정서로 그려진 그림임에도 아이 눈에는 그림책의 아빠와 자기 아빠가 닮아 보이는 모양이다. 책의 아빠 그림을 가리키며 “아빠” 그러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귀엽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엄마 눈에 가장 멋져 보이는 것은 맨 마지막 장면이다.




“나는 우리 아빠가 정말 좋다.

왜 그런지 알아?

아빠가 나를 사랑하니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말과 함께 커다란 아빠의 품에 안긴 아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마치 우리 아이가 등치 큰 아빠의 품에 포옥 안겨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의 상황과 비슷해서일까? 아이는 이 책을 질리지도 않고 매일 같이 본다. 이제는 내용을 다 외워서 말할 정도다.




아이에게 아빠란 어떤 존재일까? 어떤 아빠들은 아이가 자랄수록 집에서 자신은 ‘돈이나 벌어오는 존재, 소외되는 존재’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아빠들이 물론 바빠서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할 테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고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 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이런 책들을 읽어주면서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어 보는 것도 아이에게 아빠의 사랑을 인식시켜 줄 좋은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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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이 자라는 그림 4
세바스티아노 란체티 지음 / 한길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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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군가로부터 선물로 받은 이 그림책 시리즈. 초록은 어디에 있을까, 노랑은..., 등등인데 네권짜리 세트다. 무슨 시각 검사하는 것 마냥 추상화 같은 단순한 그림이 선명한 색채로 그려져 있는데 의외로 아이가 좋아한다.

지금 21개월짜리 우리 딸이 한창 요새 색깔 이름을 하나씩 익혀가며 좋아하는데 이 책을 가져 오면서 '빨강 찾자' 그런다. 아빠가 읽어주면서 색깔을 찾아보라고 했나 보다. 책장을 빨리 넘기면서 유심히 본다.

그리고는 각각의 색을 하나씩 짚으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빨강, 노랑, 초록 등등. 작가의 상상력과 아이들의 상상력이 교감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감흥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보기에는 참으로 기묘하다. 시리즈 전권 다 있을 필요는 없고 이런 독특한 스타일을 책을 접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한 권정도는 아이에게 사줄만한 책이다. 넘 똑같은 톤의 그림만 접하는 아이라면 특히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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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 - 미루의 좌충우돌 1년 나기
강상구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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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은 일 년이라는 기간 동안 육아 휴직을 한 아빠의 육아 경험기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남성 육아 휴직도 사회에서는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일 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집에서 남자가 아이를 키웠으니 할 말도 참 많다.




애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엄마 혼자 낑낑거리며 아이를 돌보는 걸 본 저자 강성구 씨는 육아 휴직을 결심한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장을 볼 수도 있고 이래저래 편리한 육아 관련 시설과 도구도 많지만, 예전처럼 대가족이 아닌지라 아이를 봐 줄만한 손이 부족하다. 이런 점은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저자는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이 육아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을 마음에 몸에 가지고 있는 걸 발견한다. 아기 마사지에서 만난 한 엄마는 둘째 임신해서 만삭일 때 시어머니 생신이라고 큰 애 데리고 내려가서 장 다 보고 하루 종일 음식 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한다. 어떤 엄마는 애 낳고 처음에 손목이 너무 아파 바닥에서 일어날 때 손목 말고 팔꿈치로 짚고 일어났더니만 팔꿈치도 상했다고 말한다.




이런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루 아빠는 남자의 육아 휴직을 법으로 의무화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의무화는 아니더라도 어떤 회사에서건 남성의 육아 휴직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면 좀 낫지 않을까? 제도가 있더라도 ‘회사일 제대로 안하는 사람’이라고 찍히기 싫어 휴직을 기피하는 남자들도 많으니 말이다.




책은 좌충우돌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온갖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일 년의 기간이 긴 것 같지만 아이의 발달 과정을 보면 정말 경이롭기 짝이 없는 순간의 연속이다. 어느 날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미루 아빠는 잠 한 번 제대로 잘 수 없게 된다. 자다가 아내가 깜짝 놀라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아이는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다. 애가 숨이라도 막힐까봐 전전긍긍하는 초보 엄마 아빠.




다른 아이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미루 아빠도 아이를 업고 일한다. 징징거리는 아이를 안아주다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아기 띠에 아이를 매단 채 청소를 하기도 한다. 아이를 업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빠는 힘들어서 어쩔 줄 모른다. 이런 일들을 평범한 아이 엄마라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하니 육아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




“한참 동안 애 업고 일하고 나면 누가 절 좀 업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보다 힘이 세다는 남자도 이렇게 고통을 호소하는데 다른 아빠들은 아기 엄마들의 이런 마음을 알까 모르겠다. 미루 아빠처럼 육아 휴직은 못하더라도 저녁이나 주말에 엄마 대신 아이를 봐주고 가사를 도와준다면 많은 엄마들이 행복할 것이다.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것도 힘이 들겠지만 소중한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조금은 노력해 볼만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미루네 가족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 아빠가 엄마의 노고를 이해해 주고 육아에 동참하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몇 배로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짧은 육아 휴직 기간이었지만 나도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산후조리와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다른 아빠들도 기회가 된다면 육아 휴직을 해 보길 권하고 싶다. 아이 키우는 소중한 경험을 그때 아니면 언제 맛볼 수 있으랴. 직장은 평생 다니는 것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딱 그때뿐이 아닌가. 게다가 요새는 남성의 육아 휴직이 법제화되어 그나마 법적으로 보장 받는 좋은 시대다.




일 년의 휴직을 끝내고 미루 아빠는 일터로 돌아갔다. 엄마 아빠의 충분한 사랑을 받았던 미루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여 부모님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착한 아이로 자랐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영아기 때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을 가장 먼저 본다고 한다. 18개월 이전에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는 어디에서든 잘 적응하고 사람들과 친화력 있는 아이로 자란다. 그렇지 못한 아이는 어린이집이든 학교든 가기 싫다고 하거나 어른들에 대해 반항을 하는 등 엉뚱한 행동을 많이 보인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충분한 애정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육아 휴직을 결심하는 많은 엄마와 아빠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 년의 기간이 끝나고 나면 아이도 부모도 한층 더 성숙하여 사회의 큰 일꾼이 될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부모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소중한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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