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마음 2011-04-07
루쉰님의 방명록 글을 읽고 얼른 옮겨 왔습니다. 아침엔 시를 써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붕붕 떠다니네요. 루쉰님의 삶이 눈에 그려지는 리뷰가 좋더군요.
'따라서 내가 복수하게 된다면 그것은 필시 악의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물론 악의는 언제나 나의 모든 의심들을 물리칠 수 있고 최초의 원인을 대신해서 매우 성공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최초의 원인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게 악의가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의 악의는 의식의 저주스런 법칙으로 인해 화학적 분해의 위기를 맞는다. 보라. 대상은 날아가 버리고, 원인들도 사라지며, 비난받을 사람을 찾지 못하고, 모욕은 모욕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치통과 같은 운명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결론은 또다시 하나, 벽을 더 아프게 때리는 것이다. .... 잠시동안이라도 의식을 멀리하고 최초의 원인도 없이 어떠한 판단도 없이 맹목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몰입하도록 시도해 보라. 할 일 없이 있지 말고 증오하거나 사랑해 보라. ' [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옙스키. 팽귄 클래식 코리아 30-31p
저는 도스토옙스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어려워서 오래전에 포기한 작가입니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마음 내킬 때 아무 곳이나 펼쳐들고 그를 마주하고 앉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을 곱씹어보죠. 당신은 왜 그렇게 생겨먹었습니까? 내 아버지를 마주한 듯 그의 말들을 곱씹어봅니다. 오래전 친구에게 사기당한 동생녀석을 대하듯 그를 마주하고 앉습니다. 대체 왜 벌기는 그렇게도 힘든 돈을 도박하는 데 그렇게 써버린 것입니까? 세상을 그렇게 무책임하게 되는 대로 살아도 되는 것입니까? 그리고 저는 듣습니다.
'아빠, 담 번엔 잘할께요."
와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다던 작가의 말을 듣습니다. 그 말을 할 때만큼 열정적으로 될 수 없는 자기 자신을 알기에 그 말에 담긴 역설을 본인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작가는 자기 내면에 입었던 옷을 하나하나 벗어가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솔직해지려 했다가 말았다가 또 솔직해 지려 했다가 ,,, 간혹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멋진 문장을 써보려고 노력했다가 그 모든 현학적 노력이 우스워서 폐기처분 했다가 다시 들었다가 다른 작가의 현학을 질투했다가 다시 그렇게 흉내를 내보았다가 말았다가.... 결국 망설이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이 어정쩡함이 저를 글의 세계로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세상을 가를 수 있는 만큼 갈라서 아주 실용적으로 아주 현학적인 이득의 세계로 이끌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덤볐다가 실패하기를 여러번 그러다 다시 저는 일어섭니다. 그리고 다시 써내려갈 것입니다. 소설도 아닌 비평문도 아닌 세태 풍자문도 아닌 사회과학 서적도 아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 인간이 가장 똑똑해질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하기 위해 내 칼을 또 갈고 갈아서 다듬고 또 다듬어서 냉정하고 무섭지만 가장 인간다운 지점을 찾아내기 위해, 결국 폭력이 인간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 결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저 나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저 나름으로 토익강좌를 하나쯤 해드리겠습니다. 토익 문법에서 중요한 것은 시제의 일치와 수의 일치 입니다. 3인칭 단수에서 현재형일 때 동사에 s를 붙이는 걸 아시죠. 근데 숨겨진 주어를 찾아서 수를 맞추는 것이 일입니다.
예) Eating many hamburgers is not good for your health.
와 같은 문장에서 is 바로 앞에 복수 명사가 왔더라도 저 문장에서 주어는 Eating 곧 '먹는 것은'이 주어입니다. hamburgers란 복수명사가 아니구요. 주어를 수식해주는 첨가어들을 제거하고 문장을 최대한 줄이는 연습을 하게 되면 독해도 쉬워질 것입니다. 영어공부 하시다가 정말 되지 않을 때, 알려주셔요. 아는 데까지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영어공부를 재밌게 하셔요. 그냥 무턱대고 한다고 점수가 오르는게 아니거든요. 본인이 재미를 느끼면 다음 부터는 즐겁게 할 것입니다.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지하실의 공기가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으니 자주 위로 올라오셔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길 바랍니다. 자신감을 많이 가지시고, 본인의 성실함에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남들도 루쉰님을 알아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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