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견이 죽으며 자신의 나이 어린 동생 손권이 오나라를 이끄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자 이렇게 말한다.
"나라 안의 일은 정보에게 묻고, 나라 밖의 일은 주유에게 물어라."
오나라를 이끄는 손권의 근처도 가 보지 못 했으나, 다행히 나에게는 정보와 주유 같은 분들이 계시다.
"나라 안의 일은 강준만을 읽고, 나라 밖의 일은 박홍규를 읽어라."
저 두 분이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은 어떻게 설명을 해도 부족하다.
지금 이렇게 노무사 공부를 위해서 고시원에 온 이유도 박홍규 교수님이 노동법 전공이기도 하시고, 그 영향으로 나 역시 노동법을 한번 제대로 배워 보자는 이유에서 였다.
박홍규 교수님의 책은 20대 초반 H신문사에서 알바를 하며 접했고, 그 후부터는 정말 책을 열심히 사서 읽었다.
그러다가 박홍규 교수님을 실제로 처음 뵌 것은 백수로서 집에서 놀다가 트럭 알바를 해서 번 돈으로 바로 저 책 '유토피아 이야기'를 산 때였다. 그 때 당시 출판사에서는 교수님과 로쟈님을 모시고 저 책을 주제로 한 대담을 진행했다.
행사 신청한 게 덜컥 되는 바람에, 곱게 널어 놓은 정장을 오랜만에 입고 명동으로 향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가을비였나?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행사가 실시되는 건물로 찾아서 두근 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가던 중, 지도는 그 건물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 건물 지하였는 데 1층이 밖에 테라스가 있는 커피숍이었다. 그 커피숍에 톨스토이처럼 멋지게 수염을 기르신 박홍규 교수님과 어떤 분이 즐겁게 웃으며 대화 중이셨다. 아! 너무 놀라서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대체 내가 얼굴을 왜 가리지?) 갑자기 아무 골목길로 급하게 걸어 들어갔다.
어찌됐든 행사 시작 후 들어가서 교수님과 로쟈님의 대담을 보며 '아! 개 멋있어'라고 혼자서 좋아하다가 마치고 교수님께 인사도 못 드리고 돌아섰다.
여러 사람에게 둘러 싸여 있는 교수님을 보며, 아직 어딘가에 자신의 자리도 찾지 못한 사람이 와서 너무 책을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하면 왠지 쓸쓸해 하실 것 같아서 말이다.
다시 일어서서 어딘가에 내 자리를 만든다면 그 때는 한번 꼭 뵙자고 결의를 하였다.
이 책은 정말 내가 읽고 싶었던 톨스토이의 책 중의 책이다. 이 책이 나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는 지 모른다.
결국 박홍규 교수님이 번역해 주셨고, 들뜬 마음에 100점 평을 남겼다. 그 후 이 책엔 누가 평을 남기다 하고 봤는 데 요정님이란 분이 평을 남기셨다.
같은 책을 좋다고 한 사람에게는 동지애가 생긴다고 할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댓글로 나누며 난 느꼈다.
그래! 난 아직 진정한 덕후가 되지 못 했다고 말이다. 박홍규 교수님의 책은 70%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글을 올린 것을 보아도 너무나 부족하다.
난 책을 많이 읽는 스타일도 아니고, 천천히 읽는 스타일이다. 반복 또 반복을 해야 비로소 조금 길이 보이는 스타일이다.
예전엔 루쉰 선생의 말처럼 한 팔을 휘두르면 사람들이 모이는 영웅과 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는 데 20대를 지나며 난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고, 전기모기채를 휘두르며 고시원에서 모기를 잡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겁쟁이의 분노는 들판의 잡초에나 불을 지필 것이라던 루쉰 선생의 말처럼, 그런 쓰잘데기 없는 사람만은 되지 말자고 생각했다.
독서 역시 그러하다. 정말 덕후가 되어보자! 공부도 덕후고, 독서도 덕후다.
난 박홍규 교수님의 덕후가 되어야 겠다. 하나의 길을 깊이 파보자. 근데 왜 '모비딕'을 사서 읽고 있는거지...
암튼 난 아무래도 덕후가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