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는 어때? ㅣ 초등학생의 진로와 직업 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62
곽현주 지음 / 토크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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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옷장은 얼마 전까지 암흑이었다. 고1 인 형과 초5 남동생, 중2인 나까지 삼형제는 무조건 ‘올블랙’만 고집했다. 알파남인 나에게 옷이란 그저 몸을 가리는 천 조각일 뿐, ‘편하면 그만’이 철칙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 옷장에 화사한 빛이 들어왔다. 좋아하는 여학생과 마음을 확인하고 여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첫 데이트를 앞두고 옷장을 열었을 때 식은땀이 흘렀다. 늘 멋지다고 입었던 올블랙 옷들이 그 날따라 너무 칙칙해 보였다. 여자친구 앞에 저승사자처럼 나타날 수는 없었다. 잘 보이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후 <패션디자이너는 어때?>를 통해 패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단순히 스타일링 팁이나 얻을까 했지만 책 속 세계는 훨씬 치열했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작업지시서'를 작성하며 원단을 구하러 동대문 시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일상이 생생했다. 그러면서 패션이 단순히 겉모습을 치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솔직한 '시각적 언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과 위로를 전하는 창조자라는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패션은 단순한 옷 입기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라는 저자의 말은 내 머리를 세게 때렸다. 나는 그동안 형, 동생과 함께 검은색 방패 뒤에 숨어, 나를 표현하는 언어를 스스로 지워버린 채 살았던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옷이 실제 제품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볼 때 얻는 성취감은 엄청나다'라는 고백을 읽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책을 덮으며 나는 단순히 옷을 사 입는 사람을 넘어 옷이라는 언어로 행복을 선물하는 ‘패션디자이너’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나는 검은색 뒤에 숨던 패션에 무관심한 중학생이 아니다. 거울 앞에서 나에게 어떤 색과 핏이 어울릴지 고민하는 시간은 나만의 언어로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여자친구에게 아름다운 옷을 직접 디자인해 선물하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전히 검은색만 고집하는 고1 형과 초5 동생에게도 언젠가 내가 만든 옷을 입혀주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진심을 담아 옷으로 세상과 소통하라'는 핵심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감각과 꿈을 키워나갈 것이다.
이 책은 패션에 무관심하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현실을 배우고 패션이 소통의 도구임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옷장을 뒤적이며 고민하던 중2 아들이 이 처럼 ‘패션디자이너’에 관심이 생겼다고 꿈을 꺼내 놓았을 때, 아빠인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늘 올블랙 옷 속에 자신을 감추던 아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자신만의 색깔로 화사하게 채워지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직업의 진짜 가치를 생생하게 짚어주는 출판사 토크쇼의 '진로 시리즈'는 아이의 잠재력을 깨워주는 길잡이이기에,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학부모 지인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 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자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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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전문 북지킬 서점 ㅣ 봄소풍 보물찾기 13
송아주 지음, 해랑 그림 / 봄소풍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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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쇼츠 영상을 보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솔직히 말해서 아빠가 "이 책 읽어볼래" 하는 말은 잔소리로 밖에 안 들리고 그 소리에 억지로 책상에 앉아 책장을 대충 넘기는 척만 하던 전형적인 5학년 남학생이다. 나에게 줄 글로 된 두꺼운 책은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숙제일 뿐이었다. 이번에  아빠가 권해줘서 우연히 읽게 된 <금서 전문 북지킬 서점>은 달랐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마치 내가 좋아하는 롤플레잉 게임 속에서 비밀 퀘스트를 발견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이라면 질색하던 내가 스마트폰도 잊어버리고 끝까지 읽어 내려간 진짜 신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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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도서관 지하 서고에 숨어 살던 신비한 존재인 ‘북지킬’과 ‘깃맨’이 나온다. 이 둘은 인간 세상에 나와 아주 수상한 서점을 차리는데, 이곳에서는 특이하게도 세상이 읽지 못하게 법으로 막았던 ‘금서’만 골라서 판다. 마법을 쓴다는 이유로 옛날에 금지되었던 <해리 포터>, 백인과 흑인의 차별을 다루었다고 막혔던 <앵무새 죽이기>,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안네의 일기> 같은 책들이 과거에는 마음대로 읽을 수 없는 금서였다는 사실이 엄청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어른들이 "이건 절대 보면 안 돼!"라고 하니까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더 읽고 싶어지는 내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 잡았다. 과거에 왜 이 책들이 숨겨져야 했는지 그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은 웬만한 모험 영화보다 훨씬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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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찾아오는 아이들의 사연도 꼭 내 이야기 같아서 깊이 공감됐다. 억울하게 거짓말쟁이로 몰려 가슴이 답답한 아이나, 학교와 세상의 차별과 불평등에 화가 난 아이들이 나오는데 딱 내 또래 친구들이었다. 북지킬은 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줄 마법 같은 금서 한 권을 처방해 준다. 책 속에는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멋진 문장이 나온다. 이 말처럼 주인공들은 금서를 온몸으로 느끼며 위로를 받고,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며 멋지게 성장해 나간다. 억울함에 눈물 흘리던 친구들이 책을 통해 당당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책을 읽던 나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통쾌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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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는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옛날의 힘센 권력자들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똑똑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책을 불태우고 못 읽게 막았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어른들이 정해준 틀이나 정답에 무조건 갇혀 지내기보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내 생각대로 바르게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가 왜 중요한지 깨달았다. 또 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상처 받은 친구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연대’, 그리고 불평등한 세상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지루한 도덕 수업이 아니라, 친구들의 모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진짜 멋진 이야기였다.

맨날 유튜브만 보던 내가 이 두꺼운 책을 한 권 다 읽고 나니, 엄청난 게임 스테이지를 깨뜨린 것처럼 뿌듯한 성취감이 몰려왔다. <금서 전문 북지킬 서점>은 나처럼 책을 멀리하던 아이들에게 독서가 얼마나 짜릿하고 감동적인 모험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고의 책이다. 친구들도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북지킬 서점의 비밀을 함께 알아봤으면 좋겠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진짜 용기와 세상을 보는 눈을 갖고 싶은 모든 친구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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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게임 같은 설정 속에 역사적 사실과 표현의 자유라는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훌륭한 인문학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금서를 읽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책과 가까이 하기로 결심하고, 독서를 통래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와 진짜 용기를 스스로 얻을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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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복권, 그 사이의 균형 -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들려주는 경제 밸런스 ㅣ 나를 위한 교양 2
우석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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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복권그사이의균형#우석훈#북멘토#리뷰의숲#리뷰의숲서평단

실험실의 하얀 조명 아래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표준작업절차서의 문구 하나와 데이터의 오차 범위를 마이크로 단위까지 검증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수의사로 동물의 생명을 다루고,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책임지는 품질관리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나이 50을 넘어. 대박을 꿈꾸기엔 너무 많은 리스크를 목격해 왔고, 현실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빵과 복권, 그 사이의 균형>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묵직한 화두를 마주했다. '여러분은 존중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목차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이 질문은 직업병 때문인지 몰라도, 마치 생명체가 건강한 생체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묻는 정밀 진단처럼 느껴졌다.
'빵은 월세와 식비, 취업과 소득처럼 당장 무너지면 안 되는 현실의 경제이고, 복권은 미래에 대한 욕망과 우연, 조금은 무모한 기대의 경제다.'라고 말한다.  어느 한쪽을 고르라고 다그치지 않고, 이 두 가지 경제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잡을지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세대는 오직 당장 무너지면 안 되는 ‘빵’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자랐다.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면 마땅한 보상이 따를 것이라 믿었고, 나 역시 바이오라인에서 무균 상태를 유지하듯 삶의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을 지워나가는 데만 집중해 왔다. 반면, 지금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이삼십대 젊은 청년들의 눈빛에선 간절한 ‘복권’의 열망이 읽힌다. 주식과 코인, 무모해 보이는 기대에 흔들리는 그들을 보며 처음에는 품질 규격을 벗어날 위험을 보듯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나의 시선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생명체가 혹독한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때로 유전적 변이와 모험이 필요하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복권은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빵만으로는 도저히 집 한 채 사기 힘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그들 나름의 격렬한 면역 반응이자 내일을 꿈꾸게 하는 최소한의 희망이었던 셈이다.
중요한 것은 빵을 포기하는 것도, 복권에 올인하는 것도 아닌 두 가치 사이의 정교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최적의 비율로 균형을 이뤄야 하듯, 인간의 삶도 현실이라는 든든한 빵의 발판 위에 미래를 꿈꾸는 복권의 희망이 균형을 잡아야만 비로소 '존중받는 삶'으로 기능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는  품질관리자로서, 그리고 생명의 원리를 고민해 온 수의사로서 이 책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비록 나는 현실에 매몰되어 대박을 꿈꾸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적어도 우리 팀의 팀원들에겐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일탈의 유혹에 흔들릴 때, 무조건적인 통제 대신 그들이 삶의 건강한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련한 완충제 역할을 해주고 싶어졌다.
차가운 현실의 발판을 단단히 다지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는 건강한 경제적 밸런스 감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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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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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악마 같은 파괴자의 등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길 멈춘 인간들의 나약함에서 잉태된다. 책의 첫머리가 던지는 이 날카로운 일침은 매일 아침 출근길, 바이오 벤처의 품질관리 팀장으로서 수많은 데이터를 마주하는 내 심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세포의 생장 곡선, 무균 시험 결과, 공정 검증 보고서의 수치들은 단 0.1%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지 어느덧 수십 년, 그리고 수의사로서 생명의 가녀린 숨결을 직접 다뤄온 50대 중반의 나이. 세상만사에 나름의 기준이 섰다고 자부하지만, 퇴근길 스마트폰 화면을 켤 때마다 밀려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은 무엇일까. 알고리즘이 쉼 없이 추천해 주는 유튜브 영상들과 기존 언론 매체들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것이 진실이다’, ‘이것만 믿으면 된다.’ 그 달콤한 확증 편향의 늪 앞에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를 읽었다.

이 책은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이 어떻게 눈먼 맹신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역사의 반복성을 이야기한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낡은 상식만을 신봉하는 자들이 가장 먼저 잡아먹힌다고 경고하며, 세상의 기준에 맞춰 자격을 증명하려 목매는 노예짓을 멈추라고 꾸짖는다. 인간 밑바닥에 도사린 구원받고 싶은 치명적 결핍을 파고들어 부끄러움을 버린 뻔뻔함으로 지배하려는 가짜 구원자들에게 영혼을 탁송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지독한 노예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종착지로, 누구도 감히 당신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고 심판하지 못하게 하라는 강력한 주체성의 회복을 선언한다. 제정 러시아의 몰락 과정에서 지배층은 타인의 시선과 외부의 평가에 전전긍긍하며 스스로를 심판대에 올렸고, 그 틈새를 타 라스푸틴이라는 타자가 그들의 가치를 좌지우지하게 만들었다.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한 가치를 불신하고 타인의 평가 잣대에 나를 맞추는 순간, 인간은 생각하는 힘을 잃은 꼭두각시이자 껍데기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향한 날카로운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는 화면 너머로 부끄러움을 잊은 채 확신을 파는 현대판 라스푸틴들을 매일 목격한다. 나의 취향과 결핍을 분석해 내가 보고 싶은 세상만 보여주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확증만을 배달하는 미디어들은,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우리가 정해 놓은 정답과 기준으로 너를 증명해’라며 달콤한 덫을 놓는다. 대전환의 시대에 스스로 사유하기를 멈춘 채, 외부의 재단과 심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사유 능력을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생물학적 재해와 같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려 노력한다. 텍스트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행간을 의심하고 나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내 사유의 깊이와 순도를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다. 거짓된 확신과 타인의 잣대로 내 가치를 심판하게 두지 않고 내면의 단단한 주체성을 세우는 일. 그것이 매일 쏟아지는 미디어의 소음 속에서 주체적인 나로 살아남기 위해 알고리즘의 친절한 인도를 거부하는 이유다.

책을 덮으며 실험실의 현미경을 떠올린다. 렌즈의 초점을 스스로 맞추지 않으면 세포는 흐릿한 덩어리에 불과하듯, 내 눈으로 보고 고뇌하여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타인이 만든 허상 속에 갇히고 말 것이다. 맹신과 확증의 시대, 타인의 심판대에서 내려와 내 생각의 진짜 주인이 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의 소음 속에서 거짓된 확신에 속지 않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고, 삶의 주권을 회복하여 온전한 나 자신으로 서는 단단한 사유의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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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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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팀장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수년, 내 일과 평생의 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위험과의 싸움’이었다. 소수점 아래의 미생물 검출 여부, 배양액의 미세한 온도 변화, 완벽하게 정제된 데이터만이 신뢰를 담보한다. 우리 세계에서 진실은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발견’되는 것이었다.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를 읽고 난 순간, 내 오랜 신념은 기분 좋게 무너졌다. 책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남이 짠 프레임 속에서 조종당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내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그 물음은 실험실 안에 갇혀 있던 내 시야를 조직 전체로 확장시켜주었다.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행적을 쫓는 이 책은 권력이란 철저하게 계산되고 조작된 인위적 창조물임을 밝힌다. ‘진실은 대중의 프레임 속에서 치밀하게 설계되는 것’이며, ‘군중은 이성적인 진리가 아니라 자신들이 맹신할 선명한 우상을 갈망한다’는 인간 심리의 본질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괴벨스는 가상의 적을 악마화하여 내부를 결속했고,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탈취하는 것’이라 믿으며 주도권을 쥐었다. 그리고 위기 앞에서 ‘핑계를 찾는 시간에 거리를 좁히고 상대의 숨통을 조여라’라며 변명 없는 즉각적인 실행력을 강조했다. 50대 중반, 스타트업이라는 역동적인 전장에 발을 딛고 있는 내게 이런 말들은 단순한 역사적 비극을 넘어 묘수로 다가왔다.

스타트업은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품질관리 팀장으로서 내가 마주하는 현실은 늘 회색지대의 연속이다. 과학은 명확하지만 인간의 소통과 조직의 방향성은 언제나 모호하다. 나는 조직이 우리 부서에 정당한 권한을 주기만을 기다리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표준작업지침서 뒤에 숨어 타 부서로 책임을 전가할 핑계를 찾기에 급급했을지도 모른다. 영향력은 결코 구걸하거나 기다린다고 주어지지 않으며, 위기 상황에서 변명을 늘어놓는 리더는 도태될 뿐이다. 리더인 내가 먼저 움직여 프레임을 장악하고 리스크를 제거해야 했다.

품질관리를 단순히 ‘하자를 잡아내고 발목을 잡는 부서’가 아니라, ‘우리 기술의 가치를 훼손하고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오염과 리스크라는 공공의 적’에 맞서 싸우는 최전선 이라는 프레임이라는 것을 조직 내에 확고히 각인시켜야 한다. 공정에서 오차가 발생했을 때 핑계를 찾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즉각적으로 문제의 핵심과의 거리를 좁히고 데이터라는 무기로 리스크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것이 조직 내에서 주도권을 탈취해 내는 방식이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고 경고한다. 50대 중반의 노련함이란 과거의 경험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다. 혼란스러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가치를 알아채는 비판적 안목, 그리고 핑계 대신 압도적인 실행력으로 프레임의 주도권을 탈취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팀이 발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사적인 신뢰의 프레임을 스스로 설계하고 과감하게 리스크를 통제해 나가는 진짜 리더가 될 것이다. 권력도, 신뢰도 결국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만들어가고 뺏어오는 것이기에.

이 책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강력한 조직 장악력과 확고한 방향 설정이 필요한 모든 비즈니스 리더와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권한다. 인간 심리를 꿰뚫는 선동의 역학을 반면교사 삼아,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진짜 가치를 식별하는 비판적 안목과 위기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키는 압도적인 실행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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