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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복권, 그 사이의 균형 -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들려주는 경제 밸런스 ㅣ 나를 위한 교양 2
우석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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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하얀 조명 아래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표준작업절차서의 문구 하나와 데이터의 오차 범위를 마이크로 단위까지 검증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수의사로 동물의 생명을 다루고,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책임지는 품질관리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나이 50을 넘어. 대박을 꿈꾸기엔 너무 많은 리스크를 목격해 왔고, 현실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빵과 복권, 그 사이의 균형>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묵직한 화두를 마주했다. '여러분은 존중받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목차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이 질문은 직업병 때문인지 몰라도, 마치 생명체가 건강한 생체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묻는 정밀 진단처럼 느껴졌다.
'빵은 월세와 식비, 취업과 소득처럼 당장 무너지면 안 되는 현실의 경제이고, 복권은 미래에 대한 욕망과 우연, 조금은 무모한 기대의 경제다.'라고 말한다. 어느 한쪽을 고르라고 다그치지 않고, 이 두 가지 경제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잡을지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세대는 오직 당장 무너지면 안 되는 ‘빵’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자랐다.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면 마땅한 보상이 따를 것이라 믿었고, 나 역시 바이오라인에서 무균 상태를 유지하듯 삶의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을 지워나가는 데만 집중해 왔다. 반면, 지금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이삼십대 젊은 청년들의 눈빛에선 간절한 ‘복권’의 열망이 읽힌다. 주식과 코인, 무모해 보이는 기대에 흔들리는 그들을 보며 처음에는 품질 규격을 벗어날 위험을 보듯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나의 시선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생명체가 혹독한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때로 유전적 변이와 모험이 필요하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복권은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빵만으로는 도저히 집 한 채 사기 힘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그들 나름의 격렬한 면역 반응이자 내일을 꿈꾸게 하는 최소한의 희망이었던 셈이다.
중요한 것은 빵을 포기하는 것도, 복권에 올인하는 것도 아닌 두 가치 사이의 정교하게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오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최적의 비율로 균형을 이뤄야 하듯, 인간의 삶도 현실이라는 든든한 빵의 발판 위에 미래를 꿈꾸는 복권의 희망이 균형을 잡아야만 비로소 '존중받는 삶'으로 기능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는 품질관리자로서, 그리고 생명의 원리를 고민해 온 수의사로서 이 책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비록 나는 현실에 매몰되어 대박을 꿈꾸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적어도 우리 팀의 팀원들에겐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일탈의 유혹에 흔들릴 때, 무조건적인 통제 대신 그들이 삶의 건강한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련한 완충제 역할을 해주고 싶어졌다.
차가운 현실의 발판을 단단히 다지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는 건강한 경제적 밸런스 감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