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장은 얼마 전까지 암흑이었다. 고1 인 형과 초5 남동생, 중2인 나까지 삼형제는 무조건 ‘올블랙’만 고집했다. 알파남인 나에게 옷이란 그저 몸을 가리는 천 조각일 뿐, ‘편하면 그만’이 철칙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 옷장에 화사한 빛이 들어왔다. 좋아하는 여학생과 마음을 확인하고 여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첫 데이트를 앞두고 옷장을 열었을 때 식은땀이 흘렀다. 늘 멋지다고 입었던 올블랙 옷들이 그 날따라 너무 칙칙해 보였다. 여자친구 앞에 저승사자처럼 나타날 수는 없었다. 잘 보이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후 <패션디자이너는 어때?>를 통해 패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단순히 스타일링 팁이나 얻을까 했지만 책 속 세계는 훨씬 치열했다. 트렌드를 예측하고 '작업지시서'를 작성하며 원단을 구하러 동대문 시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일상이 생생했다. 그러면서 패션이 단순히 겉모습을 치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솔직한 '시각적 언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과 위로를 전하는 창조자라는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패션은 단순한 옷 입기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라는 저자의 말은 내 머리를 세게 때렸다. 나는 그동안 형, 동생과 함께 검은색 방패 뒤에 숨어, 나를 표현하는 언어를 스스로 지워버린 채 살았던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옷이 실제 제품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볼 때 얻는 성취감은 엄청나다'라는 고백을 읽을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책을 덮으며 나는 단순히 옷을 사 입는 사람을 넘어 옷이라는 언어로 행복을 선물하는 ‘패션디자이너’라는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 나는 검은색 뒤에 숨던 패션에 무관심한 중학생이 아니다. 거울 앞에서 나에게 어떤 색과 핏이 어울릴지 고민하는 시간은 나만의 언어로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여자친구에게 아름다운 옷을 직접 디자인해 선물하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전히 검은색만 고집하는 고1 형과 초5 동생에게도 언젠가 내가 만든 옷을 입혀주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진심을 담아 옷으로 세상과 소통하라'는 핵심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감각과 꿈을 키워나갈 것이다.
이 책은 패션에 무관심하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현실을 배우고 패션이 소통의 도구임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옷장을 뒤적이며 고민하던 중2 아들이 이 처럼 ‘패션디자이너’에 관심이 생겼다고 꿈을 꺼내 놓았을 때, 아빠인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늘 올블랙 옷 속에 자신을 감추던 아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자신만의 색깔로 화사하게 채워지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직업의 진짜 가치를 생생하게 짚어주는 출판사 토크쇼의 '진로 시리즈'는 아이의 잠재력을 깨워주는 길잡이이기에,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학부모 지인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 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자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