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다면, 이재명처럼 - 이재명에게 배우는 일 잘하는 법의 모든 것
이남훈 지음 / 스피어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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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팀장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싸우며 소수점 아래의 데이터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엄격한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속도감을 요구하는 경영진의 압박과 효율을 따지는 MZ세대 팀원들의 시선이 교차하는 현실에서, 문득 내 일 방식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일한다면, 이재명처럼>을 읽고 나도 일 잘하고 싶다는 바람에 방향을 알려 준 책이다.

처음에는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이야기라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철저하게 실용을 다루는 ‘지독한 일머리에 대한 보고서’임을 깨달았다. 책에 담긴 일하는 방식은 코앞으로 다가온 PIC/S 실사라는 거대한 장벽을 돌파할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본질을 꿰뚫는 ‘핵심 고리 타격’과 성과 중심의 ‘업무 쪼개기’였다. 수천 페이지의 규정집 앞에서 책은 변두리를 헤매지 말고 핵심을 포착해야 하며, 거대한 일도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콩알만 한 크기’로 쪼개어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음 날 출근해 실사 항목을 하나의 일 단위로 작게 쪼갰다. 실험실 밸리데이션 검토부터 문서화까지 목표가 충분히 해결할만한 작은 수준으로 느껴지자 팀에 활력이 돌았다. 완벽을 기다리기보다 빠르게 실행하고 보완하는 ‘속도주의’의 가치와 성과를 만드는 실행 알고리즘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Plan-Do-Check-Action)

50대 팀장의 숙제인 소통의 실마리도 찾았다. 밤샘 작업을 앞두고 명분만 앞세우는 대신, 관계를 주도하는 ‘이익의 언어’를 사용했다. 실사를 완수했을 때 이 경력이 개인의 커리어에 어떤 포트폴리오가 되는지 ‘그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말하자 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때 '부드러운 단호함'이 큰 힘이 되었다. 태도는 따뜻하고 유연하게 대하되, 품질 관리의 원칙이라는 실리와 일의 기준만큼은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소통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자주 대립하던 타 부서와의 관계에 '적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비법'은 대안을 제시했다. 그들의 날 선 비판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오히려 GMP 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할 결정적 힌트로 삼아 판을 결속시켰다. 갈등을 직시하며 상대를 내 영역으로 품어 안을 때, 완강하던 반대자가 든든한 아군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위기 속에서 판을 뒤집는 3가지 조건인 아젠다 선점 능력, 현실적 설득력, 돌파의 결단력은 실사 현장에서 흐름을 유리하게 바꾸는 열쇠가 되었다.

책을 읽는 시간을 치열한 자기반성으로 채웠다. 복잡한 문제의 핵심을 찌르고 업무를 잘게 쪼개어 빠르게 해치우는 실행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나아가 당위성만 앞세우던 낡은 소통 방식을 버리고 상대의 실질적 이익을 자극해 팀원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강력한 설득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내 일터에 ‘이재명식 일머리’라는 강력한 촉매제를 투여해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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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하는 뇌 -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법
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류두진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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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이 남의 일 같지 않은 50대 중반,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 팀장으로 매일 단백질과 세포의 기준치를 검증하며 살아왔다.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표준작업지침서 속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본업이었고, 그것이 모범적인 삶이라 믿었다. 하지만 문득 들여다본 통장 잔고와 다가올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깜깜했다. 가미오카 마사아키의 <투자하는 뇌>를 읽고 바로 그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를 알게되었다.

저자는 뇌의 인지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돈을 굴리는 금융 리터러시를 넘어, 인생의 자원 전체를 확장하는 ‘투자가 리터러시’를 연마해야 부유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짜 최적해는 아직 모른다’는 통찰. 고정된 정답은 없으며,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최적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동안 내 뇌는 저자가 알려준 '소비 뇌와 투자 뇌의 9가지 차이' 중 전자에 갇혀 있었다. 단순히 돈을 쓰기 위해 일했고, 자산의 흐름보다는 눈앞의 지출과 소비에 급급했다. 단일 소득에만 의존한 채 수입 다각화는 꿈도 꾸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쇼츠를 보며 시간을 낭비했고, 즉각 실천하는 투자 뇌의 역동성을 잃은 채 안주하고 있었다. 돈과 시간, 행동을 당장의 소비가 아닌 미래 가치로 전환하도록 뇌의 보상 회로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마주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자는 지금이라도 뇌를 재배선할 수 있다고 위로한다. 부유층이 되려면 시간, 노동력, 돈, 지식·경험이라는 ‘인생의 4가지 투자 요소’를 결합해야 한다. 특히 내가 오늘 쌓은 작은 지식과 경험이 내일의 기회와 결합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리 증식’의 개념은 나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부자는 돈을 자산 증식의 씨앗으로 보며, 금융 자산에 앞서 두뇌 자산과 경험 자산이라는 무형 자산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나의 지침으로 선언한다. 수십 년간 쌓아온 규제 과학 지식과 시행착오라는 무형의 지렛대를 복리 증식하는 것이 투자가 리터러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내 의식의 회로를 전면 수정한다. ‘소비하는 노동자로 머물지 말고, 인생의 모든 선택을 자산으로 치환하는 투자가로 사고를 전환하라’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긴다. 머리로만 아는 소비적 공부를 끝내고, 배운 지식을 세상에 쏟아내고 행동으로 증명하려 한다. 노하우를 바탕으로 은퇴 후 바이오 컨설턴트로서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도전에 나설 것이다. 고정된 정답을 깨부수고 매일의 선택을 복리로 증식하는 뇌의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다. 세포의 기준을 세우듯, 이제는 내 인생의 진짜 최적해를 찾아 새로 고쳐 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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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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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팀장으로서 출근길에 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 아주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기준(GMP)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수의사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생명을 다루고 데이터를 검증하는 일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퇴근 후 문을 열면 또 다른 거대한 책임이 기다린다. 폭풍처럼 커가는 삼형제의 아빠라는 자리다. 쉰넷의 나이, 돌이켜보면 내 삶은 늘 무언가를 '관리'하고 '책임'지며, 남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완벽해야 하는 궤도 위에 있었다.

그러다 문득 거울 속 희끗해진 머리칼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질문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지금 '나'로 살고 있는가?’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의 저자는 37년 동안 남편과 시댁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과거를 고백하며 고개를 떨군다. 특히 ’착한 사람 노릇 하다가 홧병으로 죽을 뻔했습니다’라는 그녀의 한마디는 송곳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늘 남의 비위를 맞추고, 거절하지 못하고, 착한 아내와 며느리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니 정작 속은 새까맣게 타버려 홧병이 났다는 고백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칠고 차가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야 할까? '시월드(세상)와 원수 떼기 사이에서 영리하게 나를 지키는 법'을 조언한다. 나에게 끊임없이 역할을 강요하는 거대한 세상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들과 매번 피 흘리며 싸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의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영리한 거리두기'다.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도 과감한 가지치기가 필수’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나를 갉아먹는 소모적인 인맥을 붙잡고 있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가 수많은 ’우리 랜선 딸들에게, 후회 없이 맵고 시원하게 살아라’라고 던진 뜨거운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다. 비록 나는 딸이 아닌 삼형제를 둔 오십 대의 아빠이지만, 이 문장은 내게도 고스란히 와닿았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밍밍하고 싱겁게 살지 말고, 자신의 욕망과 행복에 솔직하게, 때로는 매콤하고 시원하게 인생을 질러보라는 인생 선배의 아낌없는 응원이고 조언이라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처럼 가족과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중장년층 가장들, 그리고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숨이 가쁜 이 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다. 쉰넷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 일흔에도 길거리에서 색소폰을 잡는데, 쉰넷의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다시 고쳐 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삼형제에게도 희생만 하는 '착한 아빠'의 뒷모습 대신, 세상과 원수들 사이에서 영리하게 자신을 지키고, 관계를 정리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즐기는 '행복한 인간'의 모델이 되어주고 싶다. ‘내 나이 쉰넷, 이제야 비로소 후회 없이, 맵고 시원하게 나로 살아가는 도전을 시작한다.’

책을 읽은 후 우리가 가슴에 남는 것은? 첫째, 타인의 시선과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둘째, 한정된 인생의 에너지를 소모적인 관계에 낭비하지 않고 과감한 가지치기를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셋째, 나이라는 숫자에 갇히지 않고 언제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뜨거운 자극을 선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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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신현종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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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팀장이라는 명함을 달고, 동물병원 진료실 대신 정밀한 세포와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가득한 실험실을 지킨 지 수년째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내게는 기분 좋은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책을 읽는 습관이다. 매달 수십 권의 책을 탐독하며 내면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꼈고, 젊은 날 청중 앞에서 느끼던 정체 모를 ‘말하기의 공포’도 신기할 정도로 사라졌다. 아는 것이 많아지니 입을 열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부른 부작용은 생각보다 뼈아팠다. 부담감이 사라진 자리에 ‘횡설수설’과 ‘중언부언’이라는 고약한 불청객이 찾아왔다. 머릿속에 가득 찬 지식과 데이터, 책에서 읽은 유려한 문장들이 정제되지 않은 채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팀원들에게 품질 이슈를 공유하거나 경영진 브리핑을 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얘기 저 얘기를 끌어다 쓰며 본질을 흐리고 있었다.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를 읽고, 이 책은 다독(多讀)의 함정에 빠져 길을 잃은 내 말하기의 오류를 정확히 짚어내는 진단서이자 처방전 같았다.

저자는 ’말하는 방식이 능력을 결정한다’고 단언하며,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더라도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무거운 결말을 이야기한다. 내 가슴을 찌른 핵심 메시지는 소모적인 논쟁을 버리고 상대가 스스로 납득해 움직이도록 ‘설계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의사로서 동물의 증상을 진단할 때나 품질관리팀장으로서 배치의 적합 여부를 판정할 때는 그토록 엄격하던 내가, 왜 말할 때만큼은 목적지 없이 방황했을까. 그것은 묵묵히 일만 하느라 내 진짜 쓸모와 ‘가치의 증명’을 소통으로 완성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내면이 꽉 차 있어도 정제되지 않은 횡설수설은 나의 전문성을 흐릴 뿐이었다.

책 속의 ’듣는 사람의 뇌는 방향을 모르면 본능적으로 불안과 피로를 느낀다’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내 장황한 설명에 흔들리던 팀원들의 눈동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 횡설수설의 늪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미팅과 세일즈, 협상 등 모든 장에서 나를 지키는 강력한 ‘실전 커뮤니케이션’ 무기로 제안과 질문, 그리고 흐릿한 표현을 걷어낸 똑 부러지는 소통을 제시한다. ‘아마도’, ‘대략’ 같은 모호한 수식어로 책임의 무게를 회피하지 말고, 단문 위주의 명확한 서술어와 선명한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메시지의 밀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질문으로 상대의 패를 파악한 뒤, 거절당하지 않는 정교한 제안을 던지고, 단호하고 똑 부러지는 문장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비로소 상대의 심리적 빗장을 풀 수 있다. 결국 진정으로 이기는 대화는 청산유수 같은 언변이 아니라, ’질문으로 상대를 파악하고 흐릿함 없는 똑 부러진 제안을 건네며, 핵심을 먼저 말하는 두괄식 형태로 상대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대화를 주도하는 것’에 있었다.

바이오 분야의 품질관리는 사소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 내 지식과 말하기에도 엄격한 관리를 시작한다. ’사소한 말 습관이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는 경고를 유념하며, 질문과 제안으로 대화의 판을 짜고 똑 부러지는 문장으로 정밀하게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열심히 쌓은 지식과 경험에 비해 정작 말주변이 부족해 조직 안에서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장인과 리더들에게 권하고 싶다. 상대의 심리를 간파하는 질문법과 거절 없는 제안법, 그리고 흐릿함을 걷어낸 똑 부러지는 두괄식 소통법을 체득한다면, 장황한 횡설수설을 멈추고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의 판을 주도하며 자신의 성과를 명확히 증명해내는 무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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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싫모 대 호싫모 ㅣ 동화 쫌 읽는 어린이
윤정 지음, 김현영 그림 / 풀빛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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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냉장고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기 식품이 하나 있다. 바로 초록색의 길쭉하고 아삭한 ‘오이’다. 오이무침이나 김밥 속 오이만 봐도 질색하며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바로 우리 형이다. 형은 오이에서 퐁퐁 비누 냄새가 난다며 기겁을 한다. 내가 보기엔 형의 오이 혐오증은 < 오싫모 대 호싫모>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완전 우리 형 이야기잖아!’ 싶어 킥킥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주인공 연두는 오이를 싫어하는 마음만큼은 우리 형 못지않다. 연두는 학교 게시판에서 ‘오싫모’ 모집 글을 보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한다. 드디어 자신의 취향을 알아줄 동지를 만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모임은 오이가 아니라 호박을 싫어하는 모임인 ‘호싫모’였다. 게다가 그 모임의 회장인 초록은 연두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호박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오이를 싫어하는 아이와 호박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만나 동아리를 채워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각자 확고한 취향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격렬하게 부딪치고, 서운해하고, 질투하는 모습들이 꼭 우리 학교 교실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 황당하고 귀여운 대결을 읽으면서 이 책이 나에게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는 걸 알았다. 바로 ‘취향이 다르면 정말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라는 질문이다. 사실 연두와 초록이는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평행선을 달리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며 투닥거리는 사이에 아이들은 아주 소중한 진리를 알게된다. ‘내가 소중하게 여겨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상대방의 취향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책 속 아이들은 나와 다른 상대방의 취향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정하면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마음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간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책은 다정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우리 형과 나의 관계가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우리 형제도 연두와 초록이처럼 취향이 완전히 딴판이다. 형은 오이를 싫어하지만 나는 오이소박이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반대로 나는 가지가 싫은데 형은 호박볶음을 잘만 먹는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형은 주말마다 방에서 음악을 득고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지만, 나는 친구들과 밖에서 축구를 하는 걸 좋아한다. 가끔은 날 귀찮아하는 형에게 서운해서 토라지기도 했다.

내가 식탁에서 형과 투덜대던 모습을 보시던 아빠는, 이번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쓴 독서노트를 보시더니 웃으셨다. 그러고는 내 어깨를 치며 말씀하셨다. ‘우리 막내가 책 한 권을 읽더니 형의 마음을 헤아릴 줄도 알고, 정신적으로 아주 한 뼘 더 성장했구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걸 보니 이제 다 컸어!’라며 엄청 대견해하셨다. 아빠의 칭찬을 들으니 부끄러우면서도 가슴이 뿌듯해졌다. 아빠 말씀대로, 생각해보면 형과 나는 좋아하는 음식도 취미도 다르지만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형제다. 내가 수학 숙제가 안 풀려 끙끙댈 때 슬쩍 다가와 알려주는 사람도 형이고, 내가 시무룩해 있을 때 초콜릿을 놓아주고 가는 사람도 츤데레 같은 우리 형이다.

중2가 되면서 부쩍 말수가 줄어들고 자기 방 문을 꽁꽁 닫아두는 형이지만, 실은 형만의 취향과 사춘기라는 통과 의례를 지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형이 내 취향을 존중해주길 바랐던 것처럼, 나도 형의 '오이 혐오'와 '방구석 음악'을 틀린 눈빛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어야겠다. 오늘 저녁 식탁에 오이가 올라오면 슬쩍 형의 접시에서 오이를 건져내 내 입으로 쏙 집어넣을 생각이다. 아빠가 칭찬해주신 것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진짜 든든한 내 편이 된다는 이 책의 가르침을 나부터 실천해보고 싶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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