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나’로 살기 시작했다
장미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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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팀장으로서 출근길에 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 아주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기준(GMP)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수의사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생명을 다루고 데이터를 검증하는 일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퇴근 후 문을 열면 또 다른 거대한 책임이 기다린다. 폭풍처럼 커가는 삼형제의 아빠라는 자리다. 쉰넷의 나이, 돌이켜보면 내 삶은 늘 무언가를 '관리'하고 '책임'지며, 남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완벽해야 하는 궤도 위에 있었다.

그러다 문득 거울 속 희끗해진 머리칼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질문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지금 ''로 살고 있는가?’

<내 나이 일흔, 처음으로 ''로 살기 시작했다>의 저자는 37년 동안 남편과 시댁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과거를 고백하며 고개를 떨군다. 특히 ’착한 사람 노릇 하다가 홧병으로 죽을 뻔했습니다라는 그녀의 한마디는 송곳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늘 남의 비위를 맞추고, 거절하지 못하고, 착한 아내와 며느리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니 정작 속은 새까맣게 타버려 홧병이 났다는 고백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칠고 차가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야 할까? '시월드(세상)와 원수 떼기 사이에서 영리하게 나를 지키는 법'을 조언한다. 나에게 끊임없이 역할을 강요하는 거대한 세상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들과 매번 피 흘리며 싸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관계의 소음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영리한 거리두기'.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도 과감한 가지치기가 필수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나를 갉아먹는 소모적인 인맥을 붙잡고 있느라 정작 내 마음을 돌볼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가 수많은 ’우리 랜선 딸들에게, 후회 없이 맵고 시원하게 살아라라고 던진 뜨거운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다. 비록 나는 딸이 아닌 삼형제를 둔 오십 대의 아빠이지만, 이 문장은 내게도 고스란히 와닿았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밍밍하고 싱겁게 살지 말고, 자신의 욕망과 행복에 솔직하게, 때로는 매콤하고 시원하게 인생을 질러보라는 인생 선배의 아낌없는 응원이고 조언이라는 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처럼 가족과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중장년층 가장들, 그리고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숨이 가쁜 이 시대의 모든 청춘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다. 쉰넷은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 일흔에도 길거리에서 색소폰을 잡는데, 쉰넷의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다시 고쳐 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삼형제에게도 희생만 하는 '착한 아빠'의 뒷모습 대신, 세상과 원수들 사이에서 영리하게 자신을 지키고, 관계를 정리하며, 주체적으로 삶을 즐기는 '행복한 인간'의 모델이 되어주고 싶다. ‘내 나이 쉰넷, 이제야 비로소 후회 없이, 맵고 시원하게 나로 살아가는 도전을 시작한다.’

책을 읽은 후 우리가 가슴에 남는 것은? 첫째, 타인의 시선과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둘째, 한정된 인생의 에너지를 소모적인 관계에 낭비하지 않고 과감한 가지치기를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셋째, 나이라는 숫자에 갇히지 않고 언제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뜨거운 자극을 선물 받는다.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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