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
비명소리 가득한 방 엮음 / 북오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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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속의 공포는 현실속의 공포보다 더 크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어둠이 무섭다. 남들은 나이가 들면 무뎌진다고 하지만, 불 꺼진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걸어가는 짧은 순간만큼은 매번 발걸음이 빨라진다. 특히 어둠 속에서 문득 사람의 형체 같은 실루엣을 마주칠 때의 심장 박동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길들여지지 않는다. 평소 잔인한 영화는 포스터만 봐도 고개를 돌리던 내가 홀린 듯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읽게 된 이유는 매일 마주하는 공간을 무대로 삼았다는 데서 오는 기묘한 호기심 때문이다.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 가장 낯설고 무서운 공포의 무대로 변할 때의 두려움.’ 책이 주는 공포는 피가 낭자한 자극이 아니었다. 안방의 장롱 속이나 굳게 닫힌 현관문 밖처럼 너무나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비틀어버리는 심리적 공포였다. 특히 <장롱 안>을 읽을 때는 숨이 턱 막혔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완벽한 나의 방이었다. 하지만 장롱 틈새로 시선이 느껴진 순간, 이곳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집이 아니었다.’ 라는 말, 가장 신뢰했던 공간이 한순간에 배신감과 공포를 안겼다. 익숙한 목소리가 정말 내가 아는 사람일까 의심하게 만드는 이질감, 그리고 둘만 있는 방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세 번째 시선'은 쉰이 되도록 불 꺼진 밤마다 은연중에 느껴왔던 원초적인 두려움의 실체와 닮아 있었다. ’분명 우리 둘뿐인 방이었는데, 거울 속 그림자는 세 개였다.’던 책 속 구절이 자꾸만 떠올라 공포를 자아낸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 공간은 정말 안전합니까? 책장은 닫혔지만 당신의 일상 속 괴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작가는 명확한 정답을 주지 않는 열린 결말을 통해 공포의 완성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가장 안전해야 할 나만의 일상 공간이 눈을 돌리는 순간, 결말 없는 잔혹한 괴담의 무대로 뒤바뀐다.’는 말 그대로 불이 꺼지자 책 속의 메시지가 어둠을 타고 내 방 안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평소 무심히 지나치던 옷걸이의 실루엣이 순간 어둠 속에 서 있는 낯선 사람의 형체처럼 보여 황급히 눈을 감아야 했다.

겁 많은 50대인 나에게 이 책은 밤잠을 설칠 만큼 열대야에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서늘한 자극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매일 반복되는 덤덤하고 지루한 일상에 이토록 강렬한 긴장감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었던가. 비록 오늘 밤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거실 불을 켤 때 조금 더 머뭇거리겠지만, 내 안의 상상력이 아직 살아있음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침대 밑과 장롱 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만드는, 제목 그대로 내 방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무서운 이야기는 되살아나 생명력을 갖는다.

열린 결말을 통해 스스로 공포를 완성해 나가는 극대화된 심리적 스릴을 경험하게 해주고, 일상적인 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미스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묘한 몰입감에 빠지며, 짧고 강렬한 전개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신선한 긴장과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이 리뷰는 몽실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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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바로 터지는 기적의 말하기 영어 구동사 420 (스프링) - 이미 아는 동사 x 전치사 15개 = 폭발하는 영어 표현력! ㅣ 영어가 바로 터지는 기적의 말하기
최근영(에린) 지음, 이시원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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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로 산다는 것은 늘 배움의 연속이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질풍노도의 삼형제를 키우는 50대 중반의 가장에게 영어는 늘 풀고 싶은 숙제였다. 아빠로서 당당하게 한마디 건네고 싶어도 입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나이가 들어 단어가 안 외워진다’며 포기하려던 순간, 원어민들은 어려운 단어 대신 우리가 이미 아는 쉬운 기초 동사(get, take, go 등)에 전치사를 조합해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비밀인 ‘구동사로 말문 터트리기’를 핵심 주제로 삼은 이 책을 만난 것은 우리 가족에게 큰 행운이다.

가장 큰 특장점은 무작정 외우는 암기식을 탈피해 전치사의 ‘느낌’을 이미지로 이해시킨다는 점이다. 단 15개의 핵심 전치사가 가진 고유의 공간적/추상적 이미지를 연상법으로 먼저 뇌에 각인시킨다. 예를 들어 up이 '위로'라는 뜻 외에 '완전함과 마무리'의 느낌이 있다는 원리를 가르쳐준다. 덕분에 wrap(싸다)에 up이 붙어 왜 '마무리 짓다'가 되는지 50대인 저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막내까지 억지로 외우지 않고도 단번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재는 하루 14개씩 총 420개의 필수 생활 밀착형 표현을 한 달 만에 체득하도록 30일 루틴으로 내용을 배분해 놓았다. 이 완벽한 스케줄에 맞춰 삼형제와 ‘구동사 동맹’을 맺고 거실 탁자에 둘러앉았다. 책이 180도 완전히 펼쳐지는 편리한 스프링북 제본 형태 덕분에 넷이 함께 책을 보기에 아주 좋았다. 우리는 책에 담긴 ‘느끼고 → 이해하고 → 말하고 → 응용하는’ 과학적인 4단계 누적 학습 훈련을 그대로 따라 했다.

특히 교재 전반에 걸쳐 제공되는 QR코드 기반의 친절한 저자 직강 무료 동영상 강의와 원어민 음원은 우리 집 거실을 최고의 어학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강의를 보며 take off를 배울 때는 옷을 몸에서 분리(off)해 벗는 시늉을 하고, figure out을 배울 때는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결과를 밖으로 꺼내는 포즈를 취하며 온 가족이 입으로 소리 내어 문장을 외쳤다. 수준이 제각각 인 삼형제였지만, 그림처럼 이해하는 이미지 학습법 앞에서는 모두가 즐거웠다.

공부를 하며 책에 수록된 수많은 주요문장과 중요문장들이 이해되었다. 특히 ‘나 드디어 그 일 끝마쳤어’라는 뜻의 ‘I finally wrapped up the work’나, ‘우리 해결책을 찾아내야 해’라는 뜻의 ‘We need to figure out a solution’ 같은 문장들은 실생활에 당장 쓰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이 외에도 실망시키다(let down), 지어내다(make up), 입 밖에 내다(let out), 잘 풀리다(work out), 집중을 방해하다(put off) 등 원어민이 매일 쓰는 알짜배기 표현들이 가득해 공부하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30일의 여정이 순항 중인 지금, 우리 집 거실에서는 ‘숙제 끝냈니?’ 대신 ‘Did you wrap up your homework?’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고1 첫째는 모의고사 지문 속 구동사가 한눈에 들어온다며 만족스러워하고, 학교 수업이 어려웠던 중2, 초5 아이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 책은 구동사가 두렵던 50대 가장에게는 아이들과 소통하고 리드하는 당당한 아빠의 모습을 만들어 주었고, 삼형제에게는 공부가 즐거운 놀이를 통해서도 가능하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입이 바로 터지는 기적'을 맛보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자신 있게 권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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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시대, 나는 배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
황희상 지음, 황민지 그림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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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나는 여전히 치열한 육지의 삶을 살고 있다. 토끼 같은 자식도 아닌, 곰 같은 아들만 셋을 키우는 삼형제의 아빠다. 이 녀석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의 유일한 목표는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고 안전하게, 팍팍한 육지 위에서 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숨만 쉬어도 통장이 텅 비어가는 팍팍한 육지 위에서 우리는 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처럼 육지의 삶도 힘든데, 거칠고 위험하며 외로운 선원의 길은 아이들에게 허락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책 <고환율 시대, 나는 배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다>를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지금, 내 안의 완고했던 편견의 벽은 조금 허물어진 상태다.

이 책은 고환율 경제 불황 속에서 ‘달러 소득’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소비 유혹이 차단된 배 위라는 고립된 공간을 강력한 ‘강제 저축’ 시스템으로 역이용해 자산을 축적한 현직 ‘항해사’의 실전 재테크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의지력에만 기대어 절약하려 애쓰지 말고, 배라는 공간을 ‘나를 제어하는 강력한 환경의 힘’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평생을 육지라는 전쟁터에서 지출을 통제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나보다, 이 젊은 저자는 “나는 나를 통제하는 대신, 나를 통제해 줄 '환경의 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나약한 의지에 기댈 것이 아니라, 강제로 저축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으로 자신을 던져야 빠르게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육지의 삶에 익숙한 나에게 깊은 반성의 시간을 주었다.

특히 외화 기반 급여가 자산의 가장 단단한 방패가 되었다는 지점은 무척 영리했다. 저자는 고물가 시대에 가치가 상승하는 글로벌 자산을 쥐고 이를 자산 증식의 레버리지로 삼았다. 또한 타인과 단절된 바다 위에서 마주하는 외로움을 방황으로 낭비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하여 재테크를 공부하는 ‘고독과 성장’의 시간으로 바꿨다. “나의 청춘을 바다에 가두고, 나는 완벽한 자유를 샀다!”는 고백처럼, 배에 타는 것은 청춘을 저당 잡히는 감옥이 아니라 남들보다 빠르게 ‘경제적 자유’와 인생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주체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고환율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글로벌 달러 자산에 대한 안목과 함께, 나약한 의지력을 극복하는 실천적인 환경 통제 시스템 설계법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세상의 소음과 단절된 고독을 밀도 높은 성장의 시간으로 바꾸고,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인드셋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 자식의 앞길을 무조건 반대만 하던 아비의 잣대를 내려놓고,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가 설계해 나갈 주체적인 삶의 항해를 묵묵히 응원할 것이다. (Let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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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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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거울 속의 나를 본다. 흰머리와 주름이 자글자글한, 나이를 속일 수 없는 50대 중반의 내 모습이 서 있다. 거울을 본 뒤에는 창문을 열고 출근길 세상 풍경을 내다본다. 평생 예술 문외한으로 가족 부양을 위해 달려온 나에게 거울과 창문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거장의 사생아들>을 읽고 난 후, 이 공간은 예술이 아닌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사색의 통로가 되었다.

톨스토이와 르누아르의 명성 뒤에 숨겨진 '사생아'들의 비극을 다룬다. 삶을 대하는 방식을 거울과 창문으로 비유한 대목은 충격이었다. 톨스토이에게 거울은 위선을 파헤치고 자책하는 고백의 도구였다. 그렇게 엄격한 양심을 고뇌했던 문호가 정작 친아들 '티모페이'를 마부로 살게 방치했다는 사실은 모순이었다. 반면 르누아르에게 창문은 고통을 차단하고 아름다운 환상만을 비추는 필터였다. 그는 시골에 숨겨둔 친딸 '잔'이라는 어두운 현실을 창문 밖에 외면한 채, 따스한 햇살과 미소만 화폭에 담았다.

‘도덕을 울부짖던 문호와 아름다움을 그리던 화가 역시 완벽할 수 없었던 '결핍 있는 인간'이었다’라는 말은 거울을 보며 내면을 번뇌하던 순간들과 겹쳐졌다. 제 핏줄은 외면한 톨스토이의 위선과, 창문 뒤로 슬픈 비밀을 은폐한 르누아르의 비겁함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거장들의 완벽하지 못한 삶과 작품을 연결하여,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취약함과 모순을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자고 말한다.

중년의 눈으로 보니, ‘우리는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하지만, 정작 스스로의 비겁함 앞에서는 얼마나 관대해지는가’라는 질문은 스스로를 흔들리게 한다. 나 역시 좋은 사람인 척하면서, 정작 가족의 아픔은 외면하거나 이기적이었던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울 속 내 부끄러운 민 낯이 비치는 것 같았다.

‘예술가의 위대함은 결함투성이인 삶 속에서 피워낸 고통의 결과물이다’라는 말처럼, 이제 거장들의 작품은 나에게 우상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슬픔을 숨기기 위해 창문 안에서 아름다움을 쫓았던 외로운 몸부림이고, 톨스토이의 글은 거울 앞에서 괴로워했던 위선자의 눈물로 읽힌다. 이 책은 남은 생을 어떻게 정직하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거장들의 모순으로 인간 보편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넓은 시야를 갖추게 된다. 지루한 예술 이론을 넘어 작품 속 인간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는 안목을 기를 수 있으며, 완벽해 보이려 애쓰던 위선을 내려놓고 마침내 자기 내면의 결핍과 부끄러움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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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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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습관처럼 시계를 본다. 50대 중반, 남들은 은퇴를 고민하거나 삶의 속도를 서서히 줄여갈 나이라지만 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본업이 끝나면 숨 돌릴 틈 없이 두 번째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과 휴일은 사치였다. 내 몸과 영혼을 통째로 갈아 넣으며 쉼 없이 달려온 삶. 스스로 '성실한 가장'이자 '책임감 있는 인간'이라 위안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쫓기는 듯한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왜 나는 이토록 일에 집착하는가? <일이 사라진 세상>에서 이 질문의 답을 발견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노동의 종말'과 그 이후에 올 인간 실존의 위기를 깊이 있게 다룬다. 처음에는 그저 먼 미래의 과학 기술 이야기나 젊은 세대의 취업난 문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저자가 던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쓸모가 증발하는 시대가 온다’라는 경고는 내 심장을 찔렀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투잡을 뛰며 잠 한 숨 제대로 자지 못하고 스스로를 혹사했던 진짜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생존 때문만이 아니었다. 나는 오직 일을 통해서만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지독한 '일 중독자'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세대는 늘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나를 증명할 유일한 수단이 오직 '노동'이었기에, 일이 멈추면 내 삶 전체가 붕괴하고 도태될 것 같은 공포에 시달렸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월급이라는 수입을 넘어 성취감, 자존감, 그리고 사회적 관계까지 모두 일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돈을 주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인간에게 일은 생계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자아실현의 통로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왜 내가 투잡의 고단함 속에서도 일을 놓지 못했는지 정확히 짚어주었다.

만약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나의 이 고단한 일자리마저 대체한다면, 나는 과연 정체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방어적으로 두려워하거나 좌절하기보다, 질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라고 권한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일이 사라진 세상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고 무엇으로 내 가치를 증명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생계의 문제를 넘어선 실존적 질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노동은 노예의 영역이었고 자유 시민의 삶은 노동 이후의 여가와 정치적 사유에 있었다. AI가 노동을 대신해 주어 우리에게 찾아올 엄청난 시간은 재앙이 아니라, 나를 뛰어넘는 '자기 극복과 성장'을 위한 최고의 기회라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노동이 아니라 노동이 제거된 자유의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은 강한 자극을 주었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의 공백을 '무기력이나 도태'로 받아들이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내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자유'가 채워졌다. 평생 타인의 기준과 경제적인 생존을 책임지기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었던 '타율적인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짜 나를 가꾸어 나갈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일이 사라진다는 것은 내 존재가 쓸모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나 자신을 위해 온전히 사유할 수 있는 진짜 자유의 시작이었다. ‘노동의 종말은 인간 종말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다.

5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인간의 쓸모'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일의 양과 고단함으로 내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으려 한다. 투잡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잠시 일손을 멈춘다. 그리고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즐거움과 삶의 본질을 사유하기 시작했다. 쉼 없이 달려온 내 지친 영혼에게, 이제는 '일하는 인간'을 넘어 '사유하고 성장하는 인간'으로서 변화된 삶을 살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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