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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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습관처럼 시계를 본다. 50대 중반, 남들은 은퇴를 고민하거나 삶의 속도를 서서히 줄여갈 나이라지만 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본업이 끝나면 숨 돌릴 틈 없이 두 번째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과 휴일은 사치였다. 내 몸과 영혼을 통째로 갈아 넣으며 쉼 없이 달려온 삶. 스스로 '성실한 가장'이자 '책임감 있는 인간'이라 위안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쫓기는 듯한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왜 나는 이토록 일에 집착하는가? <일이 사라진 세상>에서 이 질문의 답을 발견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노동의 종말'과 그 이후에 올 인간 실존의 위기를 깊이 있게 다룬다. 처음에는 그저 먼 미래의 과학 기술 이야기나 젊은 세대의 취업난 문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저자가 던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쓸모가 증발하는 시대가 온다라는 경고는 내 심장을 찔렀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투잡을 뛰며 잠 한 숨 제대로 자지 못하고 스스로를 혹사했던 진짜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생존 때문만이 아니었다. 나는 오직 일을 통해서만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지독한 '일 중독자'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세대는 늘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나를 증명할 유일한 수단이 오직 '노동'이었기에, 일이 멈추면 내 삶 전체가 붕괴하고 도태될 것 같은 공포에 시달렸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월급이라는 수입을 넘어 성취감, 자존감, 그리고 사회적 관계까지 모두 일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돈을 주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인간에게 일은 생계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자아실현의 통로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왜 내가 투잡의 고단함 속에서도 일을 놓지 못했는지 정확히 짚어주었다.

만약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나의 이 고단한 일자리마저 대체한다면, 나는 과연 정체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방어적으로 두려워하거나 좌절하기보다, 질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라고 권한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일이 사라진 세상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고 무엇으로 내 가치를 증명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생계의 문제를 넘어선 실존적 질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노동은 노예의 영역이었고 자유 시민의 삶은 노동 이후의 여가와 정치적 사유에 있었다. AI가 노동을 대신해 주어 우리에게 찾아올 엄청난 시간은 재앙이 아니라, 나를 뛰어넘는 '자기 극복과 성장'을 위한 최고의 기회라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노동이 아니라 노동이 제거된 자유의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은 강한 자극을 주었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경험한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의 공백을 '무기력이나 도태'로 받아들이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내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자유'가 채워졌다. 평생 타인의 기준과 경제적인 생존을 책임지기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었던 '타율적인 삶'에서 벗어나, 비로소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진짜 나를 가꾸어 나갈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일이 사라진다는 것은 내 존재가 쓸모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나 자신을 위해 온전히 사유할 수 있는 진짜 자유의 시작이었다. ‘노동의 종말은 인간 종말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다.

5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인간의 쓸모'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일의 양과 고단함으로 내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으려 한다. 투잡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잠시 일손을 멈춘다. 그리고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즐거움과 삶의 본질을 사유하기 시작했다. 쉼 없이 달려온 내 지친 영혼에게, 이제는 '일하는 인간'을 넘어 '사유하고 성장하는 인간'으로서 변화된 삶을 살 것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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