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이 AI로 마케팅하라 - AI가 바꾼 전사적 마케팅 체제
김영조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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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수년, 내 일터는 언제나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데이터와 규격의 세계였다. ‘품질’이란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을 지키는 일이었고, 내 나이 50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내가 가진 경험과 전문성이 곧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면, ‘마케팅’이나 최근 트렌드라는 ‘AI(인공지능)’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오직 젊고 트렌디한 천재들이나 다루는 ‘그들만의 리그’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김영조 저자의 <전 직원이 AI로 마케팅하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내심 ‘우리 회사 젊은 마케터들에게나 어울리는 내용이겠지’ 하는 방관자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그동안 내가 가졌던 편견이 산산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한 문장은 바로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마케팅의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마케팅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아니라 고객과 ‘관계의 서사’를 짓는 일이다’라는 대목이다. 저자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과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단언한다. 기술은 인간의 공감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일 뿐, 진정성을 불어넣는 주체는 현장의 인간이라는 메시지다.

문득 내가 몸담고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현실이 겹쳐 보였다. 우리 회사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을 만들어내도, 그것이 시장에 알려지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연구실 안의 전유물로 끝난다는 냉혹한 현실 말이다. 기술의 가치를 증명하는 QC 팀장으로서, 나는 어쩌면 제품의 완성도에만 집착한 채 세상과의 소통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매일 정밀하게 분석하는 품질 데이터와 공정 기록들이 AI라는 도구를 거치면 가장 신뢰감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최고의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저자의 말처럼 마케팅이 특정 부서의 경계를 넘어 조직 전체의 활동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전사적 마케팅 체제’가 완성된다. 품질관리와 운영 부서 등 각자가 업무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 AI를 통해 고객의 언어로 전환되는 순간, 마케팅팀은 콘텐츠를 독점 생산하는 조직이 아니라 조직의 메시지를 조율하는 ‘내러티브 설계자’가 된다. 기계의 생산성에 인간의 서사를 입히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제시하는 AI 시대의 마케팅이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AI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내가 지난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륜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의 나이란 최신 기술을 배우기 늦은 나이가 아니라, 도리어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가장 노련하게 부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AI 마케팅을 멀리 있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내 자리에 안주하기보다,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우리 품질관리 팀의 정밀한 데이터와 노력이 회사의 브랜드 내러티브에 강력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연습하고 실천할 것이다. 이 책은 AI 시대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존과 혁신을 고민하는 모든 직장인과 기업의 리더들에게 권하며, 전사적 마케팅 체제 속에서 현장의 경험을 브랜드의 무기로 전환하는 통찰을 배울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술의 장벽 앞에 주저하기보다 오랜 실무 연륜을 바탕으로 AI를 다루는 내러티브 설계자가 되어야 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고객의 언어로 바꾸어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될 수 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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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 - AI를 도입해도 당신의 조직이 바뀌지 않는 진짜 이유 ㅣ CEO의 서재 49
박준 지음 / 센시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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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살아온 시간은 한마디로 ‘기준과의 사투’였다. 소수점 아래 세 자릿수의 정밀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프로토콜 속에서 수십 년간 루틴을 반복해 왔다. 빈틈없는 완벽주의가 우리 조직을 지키는 가장 단단한 방패라고 믿었다. 하지만 박준 저자의 <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을 읽은 후 내 안의 해묵은 확신은 거대한 질문에 봉착했다. 철저한 규칙과 통제에 기반한 우리 회사의 QC 시스템은 다가오는 AI 시대에 스스로 진화하는 ‘복리 엔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속도에 밀려 서서히 마모되다 ‘사라지는 무덤’이 될 것인가.

저자는 단순히 고가의 AI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생성형 챗봇 창을 띄워놓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런 방식은 낡은 프로세스에 디지털 분칠을 한 것에 불과하며, 막대한 적자 끝에 폐기되는 실패 경로를 밟을 뿐이다. 진정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단순히 유행하는 기술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AI가 내린 판단과 실행 결과를 다시 시스템에 피드백하여 다음 판단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학습 구조'를 갖춘다. 책을 읽으며 가장 뼈아프게 다가온 개념은 ‘판단과 실행 사이의 마찰’이었다. 우리 스타트업이 보유한 수많은 실험 데이터와 공정 기록들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취합하고, 원인을 분석해 현장에 피드백하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결재선과 검증 절차, 즉 조직 내 부서 간의 마찰이 속도를 저해하는 주범이었다.

이 마찰을 없애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어도 무용지물이다. 기술 도입 자체는 모방 가능한 도구일 뿐 해자가 되지 못하기에, 경쟁우위를 증폭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유기적 축적과 자율적 피드백 루프가 최우선이다. 저자의 메시지처럼 AI를 '가르쳐서 성장시킬 신입 사원'이자 백그라운드 자율형 에이전트(Agentic AI)로 취급하여 업무 흐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현장의 비정형 기록들을 AI가 실시간으로 구조화하고, 공정 오차를 자율적으로 예측하여 제안하는 시스템이 매립되어야 한다. 그동안 부하 직원들을 내 기준에 맞추어 통제하고 관리하려 했던 나의 완벽주의적 관성 역시 내려놓아야 함을 깨닫는다. 팀장인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태도 자체가 어쩌면 가장 큰 마찰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진 해자를 AI로 어떻게 더 강하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는 책의 핵심 문장처럼, 이제는 사람이 규정집을 뒤지는 수고로움을 AI가 대체하고, 우리는 그 공백에 더 인간다운 통찰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채워 넣어야 한다. 수십 년간 회사라는 보호막 안에서 직장인으로 살며 이제는 퇴직과 독립을 바라보는 나이다. 하지만 내가 몸담은 이 바이오 스타트업이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가파르게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일회성 소모가 아닌 복리의 자산으로 쌓이길 바란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AI 엔진을 안전하게 구동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되도록 나부터 변화의 마찰을 줄이는 촉매가 되고 싶다.

이 책은 기술과 현장의 괴리로 고민하는 리더와 조직원 모두가 읽기를 권한다. AI를 우리만의 '독점적 해자'이자 스스로 진화하는 '복리 엔진'으로 전환하는 혜안을 전해준다. 우리는 통제적 관성을 내려놓고 비정형 데이터를 자율 피드백 루프로 정비해야 하며, 당장 현장의 판단과 실행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 작은 프로세스 혁신부터 실행해 나갈 수 있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속도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기에, 우리 조직이 자율적 피드백 구조를 갖춘 ‘성장하는 기업’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서기를 확신하며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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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 - 너는 느리게 걷는 아이, 나는 발맞춰 걷는 엄마
구하라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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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로 살아온 지난 수십 년 동안, 내가 마주한 생명들은 단 한 번도 인간이 정한 시계에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강아지는 첫날부터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지만, 어떤 녀석은 구석에서 몇 달을 보낸 뒤에야 겨우 손길을 허락한다. 자연의 섭리 속에서 '틀린 속도'란 없다. 오직 '저마다의 속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세 아이의 아빠이자 50대 중반의 가장으로서 고개를 돌려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면, 나는 서글픔을 넘어 밀려오는 분노를 감추기 어렵다. 구하라 작가의 에세이 <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는 이 굳어버린 세상의 잣대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돌멩이를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또래보다 말도 걸음마도 조금 느린 둘째 아이를 키우며, 병원과 발달센터의 차가운 복도에서 불안을 견뎌낸 한 어머니의 기록이다. ‘느린 아이’라는 말을 마주했을 부모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짐작해 본다. 그것은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이었을 것이며, 죄책감의 터널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그 조급함과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유모차도 장난감도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낯선 코타키나발루로 떠난다. 세상의 기준이 숨 막히게 조여올 때, 아예 그 기준의 밖으로 걸어 나가 아이만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단단한 용기에 세 아이를 키워낸 아비로서 깊은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밀려오는 감정은 비단 감동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과연 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느리다'는 말을 낙인처럼 찍어버리는 이 사회의 효율 만능주의에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난다. 학교는 여전히 똑같은 출발선에 아이들을 세워두고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운다. 남들보다 한 걸음만 뒤처져도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시스템 속에서, 느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치료실을 찾아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고립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제도가 메워주지 못하는 공백을 오롯이 부모의 눈물과 경제적 부담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공동체의 민낯이다. 사회적 안전망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제도가 성숙하지 못하다면, 아이들이 자라나 마주할 미래의 삶은 얼마나 더 외로울 것인가.

아픈 동물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촉이 아니라 기다림과 적절한 환경 조성이다. 인간 사회 역시 발달이 조금 늦은 아이들을 교정 대상이 아닌, 그들이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되어주어야 한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이들의 치료와 교육을 제도적으로 책임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할 수 있는 일터와 문화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진짜 이유여야 한다.

‘너는 느리게 걷는 아이, 나는 발맞춰 걷는 엄마’라는 부제처럼, 이제는 엄마 혼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그 걸음에 발을 맞춰야 한다. 이 책은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눈물겨운 위로를 건네고,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부끄러운 성찰을 촉구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저마다 피어나는 계절이 다르다. 조급증에 걸린 대한민국이 이 따뜻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이제라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책임을 고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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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과일이 익어갑니다 : 과일편 ㅣ 시니어를 위한 컬러링북
건강 100세 연구원 지음 / 비타민북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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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북스 편집부의 과일 컬러링북 <내 마음에 과일이 익어갑니다>는 수의사로서 동물의 생명을 돌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50대 중반의 아빠와 퇴근 후 마주하는 ADHD 삼형제에게 완벽한 처방전이 되어주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의 산만한 에너지를 붙잡아줄 도구가 절실했던 가족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24종의 친숙한 과일을 색칠하는 과정 속에서 확실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비록 손끝은 서툴러도, 당신이 채워 넣은 탐스러운 빛깔은 온전히 당신만의 아름다운 과수원이 됩니다’라는 말은 매일이 혼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네가 채워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진한 울림을 주었다.

앞서 출간된 채소 편을 통해 책의 독특한 구성과 방법을 이미 충분히 경험한 상태였기에, <내 마음에 과일이 익어갑니다>는 우리 가족에게 훨씬 더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었다. 열매 고유의 빛깔을 닮은 컬러 밑그림선과 측면의 색 견본(샘플)을 활용하는 예술 치료 방식을 이미 온전히 체득한 아이들은 어떤 색을 골라야 할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 없이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깊이 집중해서 빈칸을 칠해나갔다.

몰입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삼형제가 완성해 낸 결과물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는데, 첫째는 견본의 미세한 음영을 동물 수술실의 조명을 다루듯 세밀하게 관찰하며 정교하게 메워갔고, 둘째는 과감하고 묵직한 필압으로 딸기와 포도의 싱그러운 에너지를 거침없이 표현해냈다. 무엇보다 집중력이 가장 약해 언제나 끝을 맺지 못하던 막내마저 끈기 있게 제 자리를 지켜내며 마침내 자신만의 노란 귤 도안을 당당하게 완성해 냈다. 사방으로 분산되던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색칠이라는 고유한 행위 속에 묶이면서 아이들의 서로 다른 기질이 과일 도안 위로 투명하게 투영된 것이다.

이처럼 견본을 보며 싱싱한 과일의 빈칸을 한 칸씩 채워 나가는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참으로 즐거운 몰입의 순간이었으며, 사방으로 흩어지던 ADHD의 증상들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많이 개선되는 듯한 실질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50대 중반의 수의사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늘 마음 한구석 품고 있었던 미안함도, 손끝으로 탐스럽게 완성해 낸 과일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파도 언제든 다시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로 바뀌어 갔다.

이 책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우리 삼형제처럼 흐트러진 마음에 다정한 쉼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일상의 몰입이 주는 두뇌 활성화와 평온한 정서적 안정을 온전히 얻을 수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벽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색연필을 쥐는 것이며, 그렇게 매일 한 칸씩 과일을 익혀갈 때 우리는 산만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주의력을 통제하고 내면의 단단한 풍요를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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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싱싱한 초록이 자랍니다 : 채소편 ㅣ 시니어를 위한 컬러링북
건강 100세 연구원 지음 / 비타민북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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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로서 동물의 생명을 돌보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수십 년간 매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살아왔지만, 퇴근 후 마주하는 나의 집은 또 다른 치열한 전장이었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마주한 나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내가 고스란히 물려준 유전의 흔적, ‘ADHD’를 앓고 있는 세 아들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방으로 튀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붙잡아주고,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우리 부자에게는 넘치는 충동을 잠재우고 내면의 집중력을 깨울 수 있는 도구가 절실했다. 컬러링북 <내 마음에 싱싱한 초록이 자랍니다>가 그 역할을 충분히 했다.

이 책의 가장 눈부신 핵심 문장은 ‘비록 손끝은 서툴러도, 당신이 채워 넣은 초록은 온전히 당신만의 아름다운 숲이 됩니다’라는 구절이다. 처음에는 시니어를 위한 책이라는 소개에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 문장이 품고 있는 포용력은 ADHD를 가진 우리 가족에게 뜻밖의 처방전이 되어주었다. 봄의 완두콩부터 겨울의 배추까지 사계절 일상에서 접하는 24종의 친숙한 채소를 색칠하는 과정은, 매일이 혼란스러운 우리 아이들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네가 채워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이 책의 가장 독보적인 가치는 ADHD 환자의 시각적 인지와 두뇌 흐름을 섬세하게 배려한 구성의 장점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인 컬러링북처럼 차가운 검은색 윤곽선이 아니라, 줄기와 잎의 고유한 색상에 맞춰 설계된 컬러 밑그림선은 어떤 색을 골라야 할지 길을 잃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지 않는다. 여기에 책 측면에 친절하게 수록된 색 견본(샘플) 구성은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봐 시작조차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직관적이고 친절한 구성 덕분에 아이들은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오롯이 색칠하는 행위 자체에 부드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책의 측면에 있는 견본을 보며 싱싱한 채소의 빈칸을 한 칸씩 채워 나가는 시간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참으로 즐거운 몰입의 순간이었다. 동물들의 미세한 혈관을 다루며 소근육 감각의 중요성을 잘 아는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 고요한 집중의 시간은 마법 같았다. 완두콩의 연두색, 배추의 짙은 초록색으로 하얀 빈칸이 메워질 때마다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는 이내 잦아들고, 사방으로 분산되던 시선은 책장 위로 모여들었다. 늘 충동적이고 산만했던 아이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눈앞의 색에 온전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사방으로 흩어지던 ADHD의 증상들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많이 개선되는 듯한 실질적인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인지적 효과를 넘어, 이 책이 준 선물은 '스스로를 긍정하는 마음의 회복'이다. 손끝으로 완성해낸 채소들은 마치 우리 마음속에 돋아나는 자존감 같았다. 50대 중반의 수의사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던 내 마음에도 "마음이 아파도 언제든 다시 싱싱한 초록을 키워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잔잔한 위로로 다가왔다.

이 책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처럼 흐트러진 마음에 쉼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우리는 이를 통해 일상의 몰입이 주는 두뇌 활성화와 평온한 정서적 안정을 온전히 얻을 수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벽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색연필을 쥐는 것이며, 그렇게 매일 한 칸씩 초록을 채워갈 때 우리는 산만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 주의력을 통제하고 내면의 단단한 숲을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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