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 - AI를 도입해도 당신의 조직이 바뀌지 않는 진짜 이유 ㅣ CEO의 서재 49
박준 지음 / 센시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살아온 시간은 한마디로 ‘기준과의 사투’였다. 소수점 아래 세 자릿수의 정밀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프로토콜 속에서 수십 년간 루틴을 반복해 왔다. 빈틈없는 완벽주의가 우리 조직을 지키는 가장 단단한 방패라고 믿었다. 하지만 박준 저자의 <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을 읽은 후 내 안의 해묵은 확신은 거대한 질문에 봉착했다. 철저한 규칙과 통제에 기반한 우리 회사의 QC 시스템은 다가오는 AI 시대에 스스로 진화하는 ‘복리 엔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속도에 밀려 서서히 마모되다 ‘사라지는 무덤’이 될 것인가.

저자는 단순히 고가의 AI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생성형 챗봇 창을 띄워놓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런 방식은 낡은 프로세스에 디지털 분칠을 한 것에 불과하며, 막대한 적자 끝에 폐기되는 실패 경로를 밟을 뿐이다. 진정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단순히 유행하는 기술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AI가 내린 판단과 실행 결과를 다시 시스템에 피드백하여 다음 판단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학습 구조'를 갖춘다. 책을 읽으며 가장 뼈아프게 다가온 개념은 ‘판단과 실행 사이의 마찰’이었다. 우리 스타트업이 보유한 수많은 실험 데이터와 공정 기록들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취합하고, 원인을 분석해 현장에 피드백하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결재선과 검증 절차, 즉 조직 내 부서 간의 마찰이 속도를 저해하는 주범이었다.

이 마찰을 없애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어도 무용지물이다. 기술 도입 자체는 모방 가능한 도구일 뿐 해자가 되지 못하기에, 경쟁우위를 증폭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유기적 축적과 자율적 피드백 루프가 최우선이다. 저자의 메시지처럼 AI를 '가르쳐서 성장시킬 신입 사원'이자 백그라운드 자율형 에이전트(Agentic AI)로 취급하여 업무 흐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현장의 비정형 기록들을 AI가 실시간으로 구조화하고, 공정 오차를 자율적으로 예측하여 제안하는 시스템이 매립되어야 한다. 그동안 부하 직원들을 내 기준에 맞추어 통제하고 관리하려 했던 나의 완벽주의적 관성 역시 내려놓아야 함을 깨닫는다. 팀장인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태도 자체가 어쩌면 가장 큰 마찰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진 해자를 AI로 어떻게 더 강하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는 책의 핵심 문장처럼, 이제는 사람이 규정집을 뒤지는 수고로움을 AI가 대체하고, 우리는 그 공백에 더 인간다운 통찰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채워 넣어야 한다. 수십 년간 회사라는 보호막 안에서 직장인으로 살며 이제는 퇴직과 독립을 바라보는 나이다. 하지만 내가 몸담은 이 바이오 스타트업이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가파르게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일회성 소모가 아닌 복리의 자산으로 쌓이길 바란다. 엄격한 품질관리가 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AI 엔진을 안전하게 구동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가 되도록 나부터 변화의 마찰을 줄이는 촉매가 되고 싶다.

이 책은 기술과 현장의 괴리로 고민하는 리더와 조직원 모두가 읽기를 권한다. AI를 우리만의 '독점적 해자'이자 스스로 진화하는 '복리 엔진'으로 전환하는 혜안을 전해준다. 우리는 통제적 관성을 내려놓고 비정형 데이터를 자율 피드백 루프로 정비해야 하며, 당장 현장의 판단과 실행 사이의 마찰을 줄이는 작은 프로세스 혁신부터 실행해 나갈 수 있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속도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기에, 우리 조직이 자율적 피드백 구조를 갖춘 ‘성장하는 기업’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서기를 확신하며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