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
김프로(김동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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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해지려 애써도 숫자가 주는 무게는 늘 무겁다. 수십 년간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며 규격과 기준, 그리고 철저한 통제 속에 살아왔다.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매일의 삶 속에서 나는 완벽주의라는 단단한 성벽을 쌓아 올렸고, 내 기준에 맞춰 주변과 부하 직원들을 통제하려다 크고 작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을 다 키워내고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50대 중반의 길목,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블로그를 시작했다. 남들처럼 애드포스트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나름대로 열심히 서평을 올렸지만, 화면 속 방문자 수는 야속하리만치 요지경이었다. 내 글이 어디가 부족한 건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채널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몰라 막막하던 차에 김동준의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를 만나 그 답을 찾았다.

처음에는 그저 1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대단한 크리에이터의 유행 타는 기술이나 알고리즘 비법이 적혀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마주한 문장들은 내 오만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저자는 조회수는 단순한 수치적 결과일 뿐이며, 그 통계적 숫자 이면에 존재하는 시청자의 '진짜 마음'과 '감정'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다. 그동안 나는 블로그를 채우는 글을 쓰면서 오직 방문자 수라는 숫자와 애드포스트 승인이라는 조건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품질관리 성적서를 검수하듯 완벽한 문장 구조와 규격에만 신경 쓰느라, 정작 내 글을 읽어줄 독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소홀했음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조회수는 결과이고 시청자의 반응이 원인이다’라거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콘텐츠의 차별성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힘에서 나온다’라는 핵심 문장들은 비단 영상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상대방의 시선을 붙잡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업무에서도 완벽주의적 잣대로 상대를 통제하려 들 때보다, 상대의 처지와 감정을 먼저 헤아렸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정형화된 틀에 담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글은 화면 너머의 사람에게 닿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글을 써내는 시대에 단순 채널을 넘어 하나의 독창적인 IP와 브랜드로 확장하는 원동력은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라는 저자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무엇을 보여줄지 선택하는 감각과 사람을 이해하는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라는 핵심 메시지는 길을 잃고 헤매던 50대 직장인인 나에게 단순한 기술서 이상의 위로와 방향타가 되어주었다. 오래 기억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핵심은 결국 화면 너머의 사람이 무엇을 보고 왜 다시 찾아오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는 가르침이 가슴에 깊이 남았다. 이제는 매일 아침 대시보드의 숫자를 보며 일희일비하기보다, 오늘 내 글을 읽어줄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상상해보려 한다. 화면 너머에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다. 그 당연한 진리를 품고, 나는 다시 기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다음 글의 내용을 구상하고 첫 문장을 타이핑해 나간다.

디지털 세상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초보 블로거와 뉴미디어의 본질을 꿰뚫고 싶은 예비 크리에이터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명확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알고리즘이라는 차가운 수치에 매몰되지 않고 시청자의 진심을 사로잡는 법과, 기술의 홍수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인간 중심의 콘텐츠 기획 철학을 값지게 배울 수 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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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패턴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AI 시대를 지배하는 빅테크 10명의 질문법
김영록.최혜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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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매일 아침 진료실 문을 열고 말 못 하는 동물들의 눈빛을 읽으며 나는 나름 베테랑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했다. 임상 경험은 데이터가 되었고, 질병의 패턴을 파악해 치료법을 찾아내는 일은 몸에 익은 관성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설명하기 힘든 위기감이 피어올랐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엑스레이를 판독하고 최적의 처방을 제안하는 시대를 목도하면서부터다. 평생을 바쳐 쌓아온 ‘패턴의 지식’이 과연 유효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탈패턴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통해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

저자는 모두가 비슷한 정답을 내놓는 세상에서 남들과 똑같은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가장 먼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남들이 다 맞히는 무수한 정답 속에서 나만의 질문을 던져 깊이 있는 차이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책에서 강조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을 벤치마킹하는 방법은 나에게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주었다. 그는 모두가 스마트폰과 그래픽 칩에 집중할 때 가속 컴퓨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았다. 이처럼 젠슨 황의 사고를 내 것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훈련은 시선을 비트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미 굳어진 현상 앞에서 '왜 그래야만 할까?', '정반대의 관점에서는 무엇이 보일까?'라며 끊임없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각도를 뒤흔드는 의도적인 연습이 바로 생각의 격차(Think Gap)를 벌리는 핵심 방법론이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었고, 멈추기엔 너무 이른 모호한 시기이다. 나 역시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행동을 위해 완벽한 때가 오기만을 마냥 기다리지 말라는 책의 조언은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젠슨 황이 위기 속에서도 타이밍을 재기보다 묵묵히 기술의 본질에 투자하며 실행해 나갔듯이, 수의사로서 내가 가진 오랜 임상 경험을 단지 과거의 유산으로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완벽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사슬을 끊어내고, 단순히 기술을 진료에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한 새로운 메디컬 생태계를 스스로 설계해 보겠다는 대담한 목표가 비로소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 나는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패턴형 수의사'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완벽을 기하느라 주저하던 버릇을 과감히 버리고, 젠슨 황처럼 미래를 선점하는 질문을 던지며 나만의 새로운 길을 설계하는 '탈패턴 인재'로 거듭나고 싶다. 이 책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모든 시니어 전문가들에게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유연한 사고방식과 행동력을 배우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갈 강력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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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사용설명서 - 나는 워런 버핏 근본 투자법으로 3년 만에 20배 벌었다
머니마스터 신 지음, 이정환 옮김 / 여의도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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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아오며 맡은 바 임무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일에는 완벽을 기해왔지만, 정작 내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일에는 서툴기만 한 ‘주린이’이다. 은퇴가 눈앞으로 다가온 50대 중반, 조급한 마음에 시장의 온갖 소음에 흔들리던 중 만난 머니마스터 신의 <가치투자 사용설명서>는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헤매던 나에게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저자가 평범한 직장인 출신으로 오직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원칙을 독학해 3년 만에 20배의 자산을 일궈냈다는 사실은, 늦었다고 생각했던 내 가슴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늘 규정과 통제 속에서 살아온 나에게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은 두려움이었으나 이 책은 이성적인 확신을 주었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주식 투자는 단순히 숫자의 변동에 베팅하는 게임이 아니라, 기업의 소유권을 사는 근본 투자여야 한다’는 문장이다. 단기 매매의 유혹을 뿌리치고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의 정통 가치투자 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철저하게 기업의 내재 가치를 분석하고 가치와 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겼을 때 매수하는 것, 그리고 ‘시장이 제 가치를 인정해 줄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인내의 미학’이야말로 투자의 본질이라는 이야기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달러, 국채, 금과 같은 자산보다 장기적으로 우량 주식이 왜 압도적인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지를 풍부한 데이터로 증명하는 대목에서, 흔들리지 않는 가치투자의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은퇴 후의 삶이 걱정되어 마음만 앞섰던 나에게 이 책은 무리한 고위험 투자를 지양하고 ‘소음을 차단하고 나만의 확고한 투자 인프라를 구축하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전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초보자용 실전 포트폴리오를 접하며, 50대라는 나이가 결코 포기할 나이가 아님을 확신했다. 젊은이들처럼 공격적인 변동성에 몸을 맡길 수는 없지만,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쌓아온 안목과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연륜이 가치투자의 지향점들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분석과 일관된 원칙으로 소음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재테크 지침서를 넘어, 나이 오십을 넘긴 주린이에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투자 철학을 세우라’는 궁극적인 조언을 선물했다. 이제는 장 마감 후의 주가 창을 보며 일희일비하기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가진 본질적 가치를 신뢰하며 시장의 평가를 의연하게 기다리는 투자자로 거듭나려고 한다. 버핏식 가치투자의 든든한 원칙을 무기 삼아, 차근차근 단단한 자산의 탑을 쌓아 올릴 나의 내일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자산 관리의 길을 찾는 장년층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며, 현명한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구체적인 해법을 친절히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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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뇌과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 줄 메타인지 사고법 ㅣ 프린키피아 13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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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말 못 하는 동물의 생로병사를 마주해온 임상 수의사의 삶은 매일 생명의 거대한 신비를 목격하는 과정과 같다. 진료대 위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동물들을 볼 때, 나는 단순히 수치만을 보지 않는다. 보호자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지, 낯선 공간이 주는 공포에 몸을 떠는지, 날씨와 통증이 어떻게 얽혀 생명 현상을 이루는지 통합적으로 살핀다. 생명은 결코 실험실의 단일 변수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베르 무케베르의 <위험한 뇌과학>이 전하는 공감의 깊이는 남달랐다. 저자는 인간의 복잡한 정신 현상을 오직 뇌세포의 발화나 호르몬으로 단순화하려는 '뉴로마니아' 현상을 단호하게 배제한다. ‘뇌과학은 세상을 설명해 주지만,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는 선언은 뼈아프다. ‘행복은 세로토닌 때문이고, 중독은 도파민 때문’이라는 식의 인과관계는 삶의 복잡한 사정을 빼놓고 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복잡한 고통을 알약이나 명쾌한 공식 하나로 해결하려는 현대인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착각이라는 경고는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진료실의 동물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같은 질병이라도 사랑받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유기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의 치유 속도는 완전히 다르다. 신경전달물질 메커니즘만이 전부라면 똑같은 약물에 똑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생명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감정은 뇌의 분비물이 아니라, 신체와 환경이 주고받는 대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선택과 감정은 뇌가 홀로 결정하는 닫힌 시스템이 아니라 신체, 주변 환경,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얽혀 빚어내는 역동적인 오픈 시스템이다. 내가 아픈 것은 뇌의 오작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생태계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확신과 정보가 과잉된 시대를 산다.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오직 '내 뇌의 호르몬 부족'으로만 돌릴 때, 우리는 환경을 개선하거나 관계를 회복하려는 진짜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그것은 치료가 아니라 과학의 탈을 쓴 회피다. ‘확신은 지식의 증거가 아니라, 단지 의심하기를 멈춘 상태일 뿐이다’라는 문장은 큰 울림을 준다. 저자는 무비판적 확신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지적 유연성과 메타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명 앞에서 내가 아는 지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하는 유연함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다.

50대 중반, 이제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생명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나이다. 이 책은 나에게 거대한 경종을 울렸다. 뇌는 훌륭한 기관 중 하나일 뿐 나라는 존재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준엄한 경고다. ‘뇌는 우리 존재의 시작점일지는 몰라도, 종착지는 아니다.’ 좁은 두개골의 벽을 깨고 나와 나의 몸, 나의 이웃, 그리고 발을 딛고 있는 이 대지를 통전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진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본질적인 역동성과 관계성의 회복이라는 위대한 가치를 일깨워준 이 책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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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
릴리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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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선택지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50대 중반, 직장 생활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내 삶은 너무나 단조롭고 안전한 궤도 위만 달리고 있었다. 늘 ‘안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현실 안주를 외치던 나에게 8년 차 워홀러 릴리의 에세이 <미래가 불투명해도 괜찮아, 내가 선명하니까>는 뽀얗게 먼지가 쌓인 해묵은 후회의 서랍을 열어보게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아릿했던 것은 나에게도 인생의 궤도를 이탈해 보려 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나는 뉴질랜드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매일 반복되는 톱니바퀴 같은 삶에서 벗어나 대자연 속에서 온전히 나와 가족의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천의 문턱 앞에서 나를 주저앉힌 것은 결국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결국 용기를 내는 대신 익숙한 현실을 택했고, 뉴질랜드라는 꿈은 서랍 깊숙한 곳에 묻혔다.

저자 릴리는 나와 정반대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었다. '외국에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한국을 떠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부딪치며 보낸 8년의 시간. 책 속에 기록된 시행착오를 보며 그녀라고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싶었다. 특히 그녀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해 마주한 불확실성의 덩어리들을 매 순간 치열하게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단단한 '안전지대(Safe zone)'로 바꾸는 성장의 과정은 경이로웠다. ‘꼭 남들 사는 대로 살아야만 정답일까?’라는 질문 앞에서,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남들의 기준만 찾아 헤매던 내 젊은 날이 뒤늦게 후회되기도 했다.

동시에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보여주었다. 바쁘게 달려온 육아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이들을 품에서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지금, 서글픔보다 잊고 지냈던 오랜 갈증이 고개를 든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아닌가. 50대 중반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 겨우 절반을 지나온 반환점일 뿐이다. 이제는 다시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저자는 ‘미래가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씩 선명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다정한 손길을 건넨다. 이 책의 주제처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선명함을 찾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육아라는 거대한 산을 넘었으니, 이제는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돛을 올려보려 한다.

불확실함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낸 저자 릴리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이 책은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망설이는 청춘들과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중장년층 모두에게 읽기를 권한다. 저자의 생생한 여정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다정하게 껴안는 법을 배우고,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단단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녀의 앞날이 선명하게 빛나기를 바라며, 나 또한 내 남은 삶의 여정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용감하게 나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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