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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 설계된 세상을 읽어내는 7가지 수학 도구
노아 지안시라쿠사 지음, 김성훈 옮김 / 청림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M/QC)
팀장이라는 자리는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임상 데이터의 수치 하나, 실험 장비의 로그 기록 한 줄에 수백억 원의 투자금과 환자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 시스템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50대 중반인 내가 젊은 연구원들이
거칠게 쏟아내는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 무덤을 관리하기란 고단한 일이다. 완벽주의 성향 탓에 뜻대로 되지
않는 팀원들을 통제하려다 갈등을 빚을 때면 깊은 피로감이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수학자 노아 지안시라쿠사 교수의 통찰을 접하고 나니 품질관리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숫자는 객관적인 팩트처럼 보이지만 수집 방식이나 가공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할 수 있으며, 그 맥락과 이면을 꿰뚫어 볼 때 비로소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이 완성된다"는 메시지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눈앞의 결과만을 강요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던 완벽주의의 틀을 깨고, 수치 이면의 진짜 메커니즘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세상을 읽어내는 미적분, 확률, 집합, 함수, 행렬, 통계, 위상수학이라는 7가지
수학 도구의 개념은 거친 데이터를 다루는 내게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이 도구들은 단순한 계산 공식이
아니라 복잡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의 장막을 걷어내고 팩트를 직시하게 만드는 강력한 렌즈였다.
이 깨달음은 고스란히 품질관리 현업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규정(SOP)이라는 채찍을 들이밀며 직원들을 다그치고, 흩어진 원시 데이터를 내 기준에 맞춰 억지로 쥐어짜 맞추던 ‘데이터
카우보이(Wrangler)’의 삶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숫자가
수집되고 가공된 가혹한 스타트업의 환경과 맥락을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지안시라쿠사 교수의 비유처럼
수치들이 어떤 파라미터와 세팅을 거쳐 나왔는지 송곳처럼 질문하며 이면을 파고들자 숫자의 장막 뒤에 숨은 진짜 흐름이 보였다. 팀원들을 다그치는 대신, 왜곡 없는 데이터의 흐름과 팀원들의 마음을
함께 조율하는 ‘지휘자’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나아가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지키는 힘 또한 이 ‘이면을 꿰뚫어 보는 안목’에서 나옴을 깨달았다.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데이터 왜곡이다. 생성형 AI와 자동화 툴의 발전으로 데이터를 미화하는 것은 더 쉬워졌고, 완벽함에 대한 압박은 때로 연구원들을 유혹에 빠뜨린다. 하지만 숫자가
오염될 수 있는 맥락을 이해하고 부족함을 인정하는 투명한 환경을 만들자, 팀원들도 실수를 숨기지 않게
되었다. 통계학적으로 너무 완벽해서 의심스러운 가짜 숫자보다, 조금은
흔들리더라도 솔직하고 투명한 진짜 데이터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50대 중반에 스타트업의
품질을 책임진다는 것은 여전히 외롭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진흙탕 같은 데이터 속에서 허우적대던 ‘랭글러’를 지나, 숫자의
이면과 데이터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춘 지금, 다가올 실사나 임상 통계는 더 이상 두려운
벽이 아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든 나의 연륜은, 이제 스타트업의 가장 강력한 품질 자산이자 미래의 혁신 신약을 가장 안전하게 세상에 내놓는 단단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숫자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꿰뚫어 보고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는 모든 직장인과 리더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데이터의 왜곡과 현실의 맥락을 읽어내는 비판적
안목을 기르고,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은 채 삶과 조직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개척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 리뷰는 리앤프리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