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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주성철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4월
평점 :
잘 생각해보면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 것 같다.
제주 4?3 사건과 체르노빌 사건, 세월호 사건까지, 각종 사건·사고가 난무했던 4월. 첫날인 1일부터가 ‘만우절‘이니 거짓말같아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2003년 4월 1일 날 거짓말처럼 사라진 배우 겸 가수 장국영의 사망도 그렇다.
사실 나는 장국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바로 최근에 다시 재개봉한 영화 ‘패왕별희‘를 보고 나서부터인데, 작중 경극 배우인 ‘데이‘ 역으로 출현한 장국영의 신들린(?) 연기가 대단해 영화가 끝나서도 한동안 그 후유증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도대체 데이 역을 맡은 사람이 누구냐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홍콩의 유명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장국영‘이라 했고, 그의 팬인 친구는 장국영의 약력과 활동 경력을 내게 열정적으로 설명해줬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일찍 가버렸다는 것이 아쉽다는 말을 했다. 친구가 내게 ‘패왕별희‘ 영화를 보여 준 것도 장국영이 떠난 4월달에 그를 기리기 위함이었음을, 나는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개인적으로 장국영이라는 사람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 결과 나는 그가 과거 홍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8,90년대를 뒤흔들었던 대스타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즉, 장국영은 현재 4,50대 정도의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았던 사람인 것이다.
나 또한 장국영이 출현한 다른 영화와 그가 부른 노래들을 감상하면서 마치 8,90년대 사람들처럼 점차 그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 매체로만 장국영을 보기에는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고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이자 장국영의 팬인 ‘주성철‘ 씨가 쓴 이 책을 발견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장국영의 팬이 썼기 때문에 팬심이 책의 어느 정도를 차지한다. 저자가 직접 홍콩을 찾아가 장국영의 발자취를 좇는다는지, 과거 그와 함께 영화를 찍었던 사람들의 인터뷰 등등을 통해 장국영이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기억되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또한 본 직업이 영화 평론가인 만큼 장국영이 출현한 영화에 대한 저자만의 평론 역시 들어있다. 아마 장국영의 팬이라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장국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책일 수 있다. 독자인 나도 본 책을 읽으면서 장국영이 누구보다 예술에 헌신했으며 자살하기 직전에 우울증 같은 마음고생이 심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덧붙여 책을 읽던 도중에 갑자기 분한 감정이 들었다.
2003년 4월 1일에 머무르고 있던 호텔 24층에서 투신자살한 그에 대해 인터넷에선 수많은 찌라시와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생전에 장국영은 헛소문을 퍼트리는 사람과 이를 믿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는데, 몇몇 팬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그가 했던 훌륭한 활동보다 그의 죽음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 분했다.
물론 그의 죽음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그의 생애 전체를 대변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러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왠지 모르게 속상하다.
아무튼, 결론을 내리자면, 앞에 리뷰하신 분들의 말처럼 저자의 개인적인 팬심이 들어 있지만 같은 팬으로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며 소수에 불과하니 장국영의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