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손님과 어머니 - 주요섭 중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1
주요섭 지음, 장영우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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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잘 알려진 주요섭 작가의 작품집이다. 처음엔 사랑손님만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다른 작품들이 더 인상 깊었다. 특히 <개밥>과 <추운 밤>, <인력거꾼>이 그랬다. 주로 사랑과 애증, 분노를 다루고 있기에 순수한 사랑만 그렸다는 오해를 깨부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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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바트 비룡소 걸작선 16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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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크라바트>이다. 2년 전에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리뷰를 보니까 내가 한참 잘못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일단 아름다운 환상 동화는 아니다. 꽤 다크하고 진지하다. 그래도 재밌는 건 변함 없었다. 설정이라든지 흡입력이 굉장하다. 어른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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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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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리뷰글

https://blog.aladin.co.kr/730272122/15635832




-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와의 첫 만남.


<가라오케 가자!>는 마지막에 공항에서 재회한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원서를 읽었을 당시에는 쿄지네 회장님처럼 눈물 글썽글썽하며 박수 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뒤이어 일본 현지에서 <가라오케 가자!>의 후속작인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가 연재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우 마이 갓!!! 바로 연재 중인 잡지를 결제해서 읽어봤다. 번역기와 학교 다닐 때 잠깐 배웠던 제2외국어의 힘을 빌려 띄엄띄엄 읽어봤으나 언어의 장벽은 엄청났다😭 대충 줄거리는 알겠는데, 정확한 스토리 흐름을 이해하는 것에 어려움이 컸다. 때문에 <가라오케 가자!>와 마찬가지로 정발 되기를 정화수 떠놓고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역시 존버가 답이라고 마침내! 드디어!!! 올해 2024년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상권이 정발 되었다. 초판 부록인 포토카드는 물론이고 예전과 달리 알라딘, 예스 24, 교보문고 등등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각기 다른 특전품을 준다길래 에잇 모르겠다! 하고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그리고 남은 책들은 주변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도하면서 나눠줬다. 이거 보라고.. <가라오케 가자!>의 후속작이라면서 말이다. 사실 <가라오케 가자!> 때에도 전도했었는데, 그때 친구들은 지금까지 가벼운 순정 만화나 역사 만화 같은 걸 보던 애가 갑자기 이런 장르(나와 달리 만화 경력이 어마어마했던 친구들임)를 볼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덕질을 한다는 사실에도 신기해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이미 푹 빠져버렸으니 말이다.


여하튼, 기쁜 마음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쭉 읽었다. 그리고 (이미 봤던 장면이긴 해도) 마지막의 '그 장면'을 봤을 때는 비명을 질렀다. 단, 기쁨의 비명이라기보다는 충격의 비명이었다. 확실히 한국어로 연이어서 읽으니 잡지 연재분으로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이전의 <가라오케 가자!>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것은 사토미와 쿄지의 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가라오케 가자!>에서의 경쾌하고 능글맞던 쿄지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피곤함과 진지한 모습의 40대 아저씨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사토미도 더 이상 <가라오케 가자!>에서처럼 쿄지 때문에 쩔쩔매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심지어 <가라오케 가자!>에서 완벽해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처음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를 읽었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를 좋아하지 않고 이대로 헤어지는 거 아니냐는 걱정까지 들었다. 그리고 혹시 내가 놓친 게 있었나 하고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를 읽은 뒤에 <가라오케 가자!>를 다시 읽어봤다. 재독해 본 결과,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비록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작품 곳곳에 <가라오케 가자!> 못지않은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 여우에게 홀리듯이 젖어드는 마음.

앞서 나는 <가라오케 가자!>가 소나기 같다고 했었다. 반면에 나는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를 '여우비'라고 생각한다. 여우비는 환한 대낮에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를 뜻한다. 먹구름 하나 없는데 비가 내렸다는 점에서 '여우에게 홀렸다'라는 의미로 '여우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소나기는 먹구름이 낀 하늘에 내린다. <가라오케 가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쿄지와 검은색 센추리 자동차, 그리고 어두운 뒷세계 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현실의 밝은 대낮과 분리된 또 다른 세계, 그리고 쿄지와 사토미가 노래 교습을 하는 곳 역시 밀폐된 가라오케 방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하나의 '먹구름'이었다고 본다. 그런 환경에서 내린 소나기가 쿄지와 사토미의 마음을 적신 것이다.


하지만<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지금까지 밀폐된 공간 내지 어두컴컴한 것들이 대부분인 <가라오케 가자!>와 반대로 주로 해가 뜨고 있는 대낮을 배경으로 한다. 새벽 시간에 알바를 하는 사토미지만 일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새벽에도 환한 빛을 비춘다. 또한 쿄지와 사토미가 만나는 시간은 주로 아침 시간이고, 가라오케의 밀폐된 공간이 아닌 식당과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만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뜨거운 대낮에 사람의 마음을 적실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내내 건조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때문에 몇몇 독자들은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가 파국에 치달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기엔 건조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는 마치 문학처럼 쿄지와 사토미의 진심이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가령 사토미의 책장에 꽂혀 있는 <크라바트>라는 동화책은 마법사에게 저주를 받아 그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성가대 소녀의 도움으로 인해 구원받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동화책이 사토미의 방에 있다는 건 이야기 속 성가대 소녀처럼 야쿠자로서 괴로워하는 쿄지를 구원해 주고 싶다는 심정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사토미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물론이고, 사토미가 쿄지에게 문자를 보낼 때 흐르는 '무라시타 코조(村下孝蔵, 1953년 2월 28일 ~ 1999년 6월 24일)'의 <바람개비(風車, かざぐるま)>라는 노래(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모리타 선배가 부르는 노래(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가사), 그리고 와야마 작가님의 세계관에서 어쩌면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을 '카레(<여학교의 별>에서 호시 선생님의 아내가 아픈 호시 선생님을 위해 카레를 만듦)>' 등등 하나하나 얘기하기엔 너무 많다.


비단 배경뿐만이 아니다. 사토미와 쿄지, 이 두 사람의 세세한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에도 진심이 담겨 있다. 0화에서 쿄지의 잔소리를 자기도 모르게 의식하는 사토미라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쿄지를 위한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먹는 밥도 줄여가며 저금을 한다든지, 쿄지에게 문자 하나 보낼 때도 끙끙대는 모습, 그리고 막상 연락이 없으면 죽었나 하고 걱정하는 모습까지. 쿄지와 이별하겠다는 다짐과 다르게 사토미의 태도는 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황상 제3자인 내가 보기에도 사토미는 쿄지를 좋아하고 있다. 다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사토미가 쿄지에게 했던 '그 행동'은 사토미의 모순적인 마음을 잘 나타낸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며 쿄지에게 이별을 얘기한 사토미지만, 정작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행동'을 한다.


쿄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걸로 보인다. <가라오케 가자!>와 달리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서는 노래 교습 장면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만 나온다. 애초에 노래 교습을 위해 만난 사이인데 말이다. 이는 뭘 의미하는 걸까? 게다가 쿄지는 사토미와 만날 수 있으면 만나려고 한다.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일을 마치고 꼬박 밤을 새워서라도 만난다. 게다가 9화에서는 일부러 시간까지 내면서 사토미와 같이 밥을 먹는다. 이별을 생각 중인 사토미가 내내 정색을 하고 있는데도 쿄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듯이. 자기 때문에 사토미가 기자한테 파파라치를 당하자 일부로 4개월 동안 거리를 두기도 하는 등 예전과 달리 사토미에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2화에서 가볍게 발끝 인사를 하는 장면도 그렇고, 9화에서 이별을 통보 이후에 엘리베이터 벽에 기댄 쿄지의 뒷모습 다음으로 CCTV가 비치는 장면은 개방적인 장소인 만큼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가라오케 가자!> 때처럼 적극적이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를 여우비라 한 것도, 전혀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은 상황임에도 예전과 같은 '알 수 없는 끌림'이라는 비가 내려 이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지나가길 바라는 소나기와 다르게 여우비는 사람들로 하여금 왜 내리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알 수 없는 끌림 정도로만 끝났던 <가라오케 가자!>와 달리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처음으로 본인들의 감정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 '과거'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두 사람.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의 또 다른 특징은 이야기가 앞으로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가라오케 가자!>가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면,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현재 시점에서 쿄지와 사토미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현재진행형' 스토리이다. 마치 제3자가 보는 듯한 시선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일정한 시간에 따라 흐르고, 변화한다.


작중에 종종 등장하는 달력이라든지, 두 사람이 만나 식사하는 날이라든지, 마사노리가 '시간'에 쫓기며 만화 작업을 한다든지,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는 바람에 시간을 알 수 없었던 사토미에게 자신의 시계를 주는 쿄지, 그리고 곧 다가올 마지막 날 등등.... 전체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서는 강조되고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토미는 점차 쿄지를 향한 마음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쿄지도 쿄지 나름대로 분위기라든지 사토미를 생각하는 태도 역시 달라진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가라오케 가자!>에서 말했던 것처럼 와야마 작가님의 세계에서는 독자들 스스로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미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사토미와 쿄지의 미래를 독자들 나름대로 추측해 보며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하루 종일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 대해 생각하고,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 만화를 현실 속 일상의 영역에까지 끌어올리다.


작가님은 책의 후기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를 연재하기로 결심했던 이유로 '사토미의 행복'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과연 사토미가 야쿠자인 쿄지와 만나면서 행복할 수 있을지', '두 사람의 관계가 이대로 계속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이건 '야쿠자'와 '대학생'이라는 사회적 위치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앞서 <가라오케 가자!>의 결말이 현재(현실)나 미래로 향하는 게 아니라 노래방 교습을 위한 관계, 그러니까 중학교 때와 똑같은 관계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가라오케 가자!>로 작품이 끝났더라면 독자들에게도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해프닝이라 여겼을 수도 있다. 가볍게 읽을만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을뻔한 두 사람의 관계를 일상 속 현실의 영역에까지 끌어올려 이야기를 계속해간다.


비록 이 때문에 <가라오케 가자!> 자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이들에게 '미래'는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이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지, 아니면 헤어질지에 대한 문제 말이다. 낙관적인 말을 하자면 낮에 내리는 여우비는 그만큼 무지개가 뜨기 쉽다는데, 언젠가 쿄지와 사토미의 미래도 무지개 깃들 날이 오지 않을까.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언젠가 밝은 빛 아래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는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띠고 있어서 이전의 끌림이나 애틋함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분명 읽다 보면 마치 여우에 홀린 것처럼 곳곳에 뜨거운 마음으로 적셔진 부분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이어도 어느새 두 사람의 감정에 젖어든 독자들에겐 다르게 보일 것이다. 특히 <가라오케 가자!>와 와야마 작가님의 팬이라면 100퍼센트 여우에 홀린 것처럼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에 빠져들 것이다. 이건 내가 장담한다.



여담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의 배경은 도쿄 '가마타(蒲田)' 지역이라고 한다. 사토미가 일하는 '사이제리야'라든지 쿄지와 만났던 장소, 같이 밥을 먹었던 식당 등등을 찾아보니 실제로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비록 시간이 없어서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장소를 찾아보니 두 사람이 현실 세상에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반드시 순례(?)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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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오케 가자!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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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에 문학동네 만화 편집부 공식 SNS에 와야마 작가님의 <가라오케 가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리뷰 대회 글이 올라왔다! 6월 23일 일요일까지 두 작품을 읽고 문학동네에서 제시한 문구를 포함한 리뷰글을 올리면 된다는데, 상품이 어마어마하다! 무려 와야마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과 사인회 굿즈, 그리고 포스터 등등을 선물한다고!


지번에 와야마 작가님의 내한 사인회에서 광탈한 이후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나였기에 이번에야말로 인터넷으로나마 작품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2년 동안 와야마 작가님을 덕질해 온 사람으로서 누가 두 작품이 어떠냐고 말한다면 다른 걸 다 떠나서 하루 종일 얘기할 자신도 있고, 암튼 너무 좋았다. 

거두절미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다. 





- <가라오케 가자!>와 첫 만남.

내가 <가라오케 가자!>를 처음 읽은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22년 어느 겨울날이었다. 이때는 <가라오케 가자!>가 정발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직접 원서를 사서 읽었었다. 왜 이 만화를 읽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갈증'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정발 된 와야마 야마 작가님의 작품은 <빠졌어, 너에게>와 <여학교의 별(출간 예정)>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빠졌어, 너에게>를 통해 와야마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아마 2021년 즈음이었을 거다). 인터넷 서점에서 무료 배송 이벤트 상품이었기에 읽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너무 재밌었다. 보통 다른 만화책들은 한 번 읽으면 쉽게 잊혀지는 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와야마 작가님의 만화는 그렇지 않았다. <빠졌어, 너에게>를 다 읽고 난 뒤에 그 매력에 헤어 나올 수 없었고, 결국 <여학교의 별>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 어디 없나 미친 듯이 찾아 읽기 시작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는 것처럼, 나는 와야마 작가님의 만화에 갈증이 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작품이 바로 <가라오케 가자!>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서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가라오케 가자!>를 정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명 질렀다. 심지어 초판 특전으로 쿄지의 명함이라니!!! 내가 알기론 일본에서 쿄지 명함은 작가님 팬사인회 때만 배부했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선 초판본을 구매한 모든 사람에게 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판매가 시작되었을 땐 일하는 도중임에도 화장실에 가서(!) 몰래몰래 구매했다(물론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채 걸리지 않았기에 곧장 돌아와서 일했다 ㅎㅎ).


며칠 뒤, <가라오케 가자!> 정발본이 도착했고, 바로 읽기에 돌입했다.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공항에서 쿄지가 '가라오케 가자!'를 끝으로 책을 덮었을 땐 '역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좔좔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일본어로만 읽다가 이렇게 한국어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이 만화에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찐이다! 이건 끝까지 간다!'라고 말이다.





- 비주얼과 독특한 조합이 특징이 만화.


<가라오케 가자!>를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첫 번째로 쿄지와 사토미의 '비주얼'과 '케미(조합)'였다. 예전에 작가님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와야마 작가님은 취향이 확고하신 편이라 '안경 인텔리 문과생'과 '체육계 느낌의 인싸'의 조합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빠졌어, 너에게>에서의 '니카이도'와 '메다카'랄까. 하지만 <빠졌어, 너에게>는 그런 정반대 성향이 극단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조합된 느낌이었기에, 당시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라오케 가자!>를 보니까 확 와닿았다. '그래.. 이거였구나.. 이 맛에 그리셨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ㅋㅋㅋㅋㅋ


이쯤 돼서 <가라오케 가자!>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다. '모리오카 중학교'의 3학년 학생인 '오카 사토미(岡 聡実)'는 합창부 부장이다. 아름다운 미성에 꽤나 귀엽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토미는 어느 비 오던 여름 날, 자신 앞에 나타난 '어떤 남자'에 의해 반강제로 노래 교습을 하게 될 위기에 처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나리타 쿄지(成田 狂児)'. 자신을 '모 블랙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야쿠자였다! 누가 봐도 야쿠자!!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던 사토미에게 쿄지는 뜬금없이 노래 교습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이유가 가라오케 대회에서 꼴등하기 싫어서란다. 만약 꼴등을 하게 되면 회장님으로부터 똥 같은 문신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사정사정하는 쿄지. 형님 이름까지 팔면서 야쿠자 얘기가 맞나 의심될 정도 우스꽝스럽게 말하는 모습, 결정적으로 볼품없는 쿄지의 '쿠레나이(紅)' 노래로 인해 사토미는 점차 경계심을 풀고 원래의 사토미로 돌아온다. 독설까지 날리며 '워이워이~저리가라 저리가~'하는 사토미였으나 계속된 쿄지의 부탁에 결국 라인까지 교환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좌충우돌 노래 교습이 시작된다.


<가라오케 가자!>의 스토리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때문에 스토리 전개만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에겐 다소 평범할 수도 있다. 혹은 중간중간에 있는 개그 요소로 인해 단순히 '웃긴 만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감상은 자유라 그렇게 생각해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좀 더 다르게 느껴졌다. 다소 소심하고 차분한, 안경 쓴 인텔리 사토미와 쳬육계의 잘생기고 활달한 인상의 쿄지의 조합은 백 점 만점의 백 점이었으나 이게 다라고 하기엔 뭔가 1퍼센트가 부족했다.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합을 가능케하는 비결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라오케 가자!>를 읽으신 분들은 알 것이다. 한 쪽은 14살 중학생이고, 다른 한쪽은 39살 야쿠자다. 외모를 떠나 사회적 위치는 물론이고 성격도 완전 정반대이다. 흔히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끼리 사랑에 빠진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만큼 쉽게 싸우게 된다. 그런데 와야마 작가님의 <가라오케 가자!>에서는 그런 다툼 따윈 전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조화롭게 느껴진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에 <가라오케 가자!>의 환장할 만한 요소가 있다.





- '알 수 없는 끌림'이라는 이름의 소나기.



나는 제목에 <가라오케 가자!>가 '소나기'라고 했었다. 표지도 그렇고 사토미와 쿄지가 처음 만났을 때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먹구름이 끼고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는 특성상 언제 올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종종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소나기로 인해 쫄딱 젖어버리기도 한다. <가라오케 가자!> 속 사토미와 쿄지도 본의 아니게 이런 소나기에 쫄딱 젖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알 수 없는 끌림(애정)'이라는 소나기에 말이다. 마치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고, 마지막엔 진심 어린 마음을 교환하며 그들만의 '특별한 애정'을 쌓는다. 나는 이거야 말로 두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조합을 가능하게 만든 요소이자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알 수 없는 끌림'에는 따로 정해진 명칭이 없다. 작중에서는 사토미와 쿄지의 관계는 물론이고 이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다. 대충 암시만 할 뿐, 정확히 '이것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우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어떤 감정이었을 수도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주인공들의 감정과 관계가 무엇인지 저마다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해진 카테고리나 감정에 맞춰 전개되면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럴 경우에 독자들은 그저 작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호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와야마 작가님의 세계관에서는 따로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명확하게 정의 내려져 있지 않으며,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해석의 폭이 굉장히 넓다. 제약도 없고, 어느 시선에서 보든 간에 읽는 이의 시선을 인정해 주니, 어떤 조합이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독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품에 몰입하게 되고, 저마다 자신만의 세계관(해석)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한 마디로, <가라오케 가자!>를 포함해 와야마 작가님의 작품 세계는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종의 공동 작업인 셈이다. 이것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요소이지 않나 싶다.




- 한데 어우러지는 관계성



그 밖에도 <가라오케 가자!> 는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느끼는 끌림과 조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는 지금까지 나온 와야마 작가님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메리트 있는 커플(?)이라고 본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할 때가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내향적인 사람은 활발하고 쉽게 친구를 사귀는 외향적인 사람을 부러워할 때가 있고,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은 섬세함으로 주위 사람을 챙기며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내향적인 사람을 부러워할 때가 있다. 마치 물과 기름 같은 조합의 이들이지만 동시에 '도대체 저 애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을까? 분명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겠지?' 하는, 서로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을 가질 때도 있다. 즉,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가라오케 가자!> 속 사토미와 쿄지의 끌림 속에는 이런 부분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두 사람 서로 어우러지는 장면을 통해 <가라오케 가자!>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향, 즉 서로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소망을 보여주는 만화이지 않을까 싶었다.


작중 사토미는 쿄지에게 항상 틱틱 대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회장님께 문신 받기 싫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에도 사토미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금방 긴장해버리고, '얼마나 힘들면 중학생한테까지 도움을 요청하다니..'이라며 내심 쿄지를 불쌍히 여긴다. 그래서 쿄지를 위해 따로 노래 리스트도 만들어주고, 가족들로부터 '건강 오마모리 부적'을 받았을 때는 쿄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사토미에게 있어 쿄지는 '시끄러운 야쿠자'에 불과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강한 끌림을 느끼는 상대였다. 더욱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토미에게 있어 쿄지란 일종의 '일탈'의 상징이었다. 일탈이란 말 그대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지금까지 생활 방식을 버리고 그와 정반대의 다른 생활을 꿈꾸는 행위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토미는 변성기와 함께 찾아온 사춘기적 일탈로서 자신과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는 쿄지를 찾았던 건지도 모른다.


쿄지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겠지만 쿄지는 사토미와 만나면서 점차 자신과 다른, 착하고 섬세한 사토미의 매력에 빠져든다. 비록 독설을 날려도 쿄지는 그 안에 숨겨진 애정을 파악하고 기뻐한다. 특히 마지막에 자기를 위해 쿠레나이를 열창하는 사토미의 모습에 무척 감동했을 것이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진심을 나누는 모습은 현실 속 내향인과 외향인들이 바라는 조화로운 관계의 이상향을 보여준다. 아마 사토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독자라면 쿄지의 배려에, 쿄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독자라면 사토미의 섬세한 마음씨에 반했으리라 본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특정한 감정인 걸 떠나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바탕으로 함께하는 사토미와 쿄지의 관계는 보는 사람도 흐뭇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가라오케 가자!>는 단권으로 끝났음에도 그 영향력이 엄청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쿄지와 사토미의 끌림은 물론이고, 성별, 나이, 그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을 초월한 두 사람의 케미는 읽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라오케 가자!>가 한 권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 소나기처럼 한 번 짧고 세차게 내린 비가, 사람들을 흠뻑 적셔버리듯이 <가라오케 가자!>를 읽어 본 사람은 분명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다음 편은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리뷰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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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신기관 - 근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의 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손철성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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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기관>을 알기 쉽게 쓴 책이다. 귀납법과 인식의 우상에 대한 내용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비록 시대적 한계와 자연을 도구로 본다는 단점이 있는 베이컨의 사상이지만 그만큼 유익한 주장도 많았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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