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오케 가자!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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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에 문학동네 만화 편집부 공식 SNS에 와야마 작가님의 <가라오케 가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리뷰 대회 글이 올라왔다! 6월 23일 일요일까지 두 작품을 읽고 문학동네에서 제시한 문구를 포함한 리뷰글을 올리면 된다는데, 상품이 어마어마하다! 무려 와야마 작가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과 사인회 굿즈, 그리고 포스터 등등을 선물한다고!


지번에 와야마 작가님의 내한 사인회에서 광탈한 이후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나였기에 이번에야말로 인터넷으로나마 작품에 대한 진심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2년 동안 와야마 작가님을 덕질해 온 사람으로서 누가 두 작품이 어떠냐고 말한다면 다른 걸 다 떠나서 하루 종일 얘기할 자신도 있고, 암튼 너무 좋았다. 

거두절미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다. 





- <가라오케 가자!>와 첫 만남.

내가 <가라오케 가자!>를 처음 읽은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22년 어느 겨울날이었다. 이때는 <가라오케 가자!>가 정발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직접 원서를 사서 읽었었다. 왜 이 만화를 읽게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갈증'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정발 된 와야마 야마 작가님의 작품은 <빠졌어, 너에게>와 <여학교의 별(출간 예정)>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빠졌어, 너에게>를 통해 와야마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아마 2021년 즈음이었을 거다). 인터넷 서점에서 무료 배송 이벤트 상품이었기에 읽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너무 재밌었다. 보통 다른 만화책들은 한 번 읽으면 쉽게 잊혀지는 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와야마 작가님의 만화는 그렇지 않았다. <빠졌어, 너에게>를 다 읽고 난 뒤에 그 매력에 헤어 나올 수 없었고, 결국 <여학교의 별>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 어디 없나 미친 듯이 찾아 읽기 시작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는 것처럼, 나는 와야마 작가님의 만화에 갈증이 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작품이 바로 <가라오케 가자!>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서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가라오케 가자!>를 정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명 질렀다. 심지어 초판 특전으로 쿄지의 명함이라니!!! 내가 알기론 일본에서 쿄지 명함은 작가님 팬사인회 때만 배부했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선 초판본을 구매한 모든 사람에게 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판매가 시작되었을 땐 일하는 도중임에도 화장실에 가서(!) 몰래몰래 구매했다(물론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채 걸리지 않았기에 곧장 돌아와서 일했다 ㅎㅎ).


며칠 뒤, <가라오케 가자!> 정발본이 도착했고, 바로 읽기에 돌입했다.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공항에서 쿄지가 '가라오케 가자!'를 끝으로 책을 덮었을 땐 '역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좔좔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일본어로만 읽다가 이렇게 한국어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고, 이 만화에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찐이다! 이건 끝까지 간다!'라고 말이다.





- 비주얼과 독특한 조합이 특징이 만화.


<가라오케 가자!>를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첫 번째로 쿄지와 사토미의 '비주얼'과 '케미(조합)'였다. 예전에 작가님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와야마 작가님은 취향이 확고하신 편이라 '안경 인텔리 문과생'과 '체육계 느낌의 인싸'의 조합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빠졌어, 너에게>에서의 '니카이도'와 '메다카'랄까. 하지만 <빠졌어, 너에게>는 그런 정반대 성향이 극단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조합된 느낌이었기에, 당시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라오케 가자!>를 보니까 확 와닿았다. '그래.. 이거였구나.. 이 맛에 그리셨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ㅋㅋㅋㅋㅋ


이쯤 돼서 <가라오케 가자!>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다. '모리오카 중학교'의 3학년 학생인 '오카 사토미(岡 聡実)'는 합창부 부장이다. 아름다운 미성에 꽤나 귀엽고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토미는 어느 비 오던 여름 날, 자신 앞에 나타난 '어떤 남자'에 의해 반강제로 노래 교습을 하게 될 위기에 처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나리타 쿄지(成田 狂児)'. 자신을 '모 블랙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야쿠자였다! 누가 봐도 야쿠자!!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던 사토미에게 쿄지는 뜬금없이 노래 교습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이유가 가라오케 대회에서 꼴등하기 싫어서란다. 만약 꼴등을 하게 되면 회장님으로부터 똥 같은 문신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사정사정하는 쿄지. 형님 이름까지 팔면서 야쿠자 얘기가 맞나 의심될 정도 우스꽝스럽게 말하는 모습, 결정적으로 볼품없는 쿄지의 '쿠레나이(紅)' 노래로 인해 사토미는 점차 경계심을 풀고 원래의 사토미로 돌아온다. 독설까지 날리며 '워이워이~저리가라 저리가~'하는 사토미였으나 계속된 쿄지의 부탁에 결국 라인까지 교환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좌충우돌 노래 교습이 시작된다.


<가라오케 가자!>의 스토리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때문에 스토리 전개만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에겐 다소 평범할 수도 있다. 혹은 중간중간에 있는 개그 요소로 인해 단순히 '웃긴 만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감상은 자유라 그렇게 생각해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좀 더 다르게 느껴졌다. 다소 소심하고 차분한, 안경 쓴 인텔리 사토미와 쳬육계의 잘생기고 활달한 인상의 쿄지의 조합은 백 점 만점의 백 점이었으나 이게 다라고 하기엔 뭔가 1퍼센트가 부족했다.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조합을 가능케하는 비결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라오케 가자!>를 읽으신 분들은 알 것이다. 한 쪽은 14살 중학생이고, 다른 한쪽은 39살 야쿠자다. 외모를 떠나 사회적 위치는 물론이고 성격도 완전 정반대이다. 흔히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끼리 사랑에 빠진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만큼 쉽게 싸우게 된다. 그런데 와야마 작가님의 <가라오케 가자!>에서는 그런 다툼 따윈 전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조화롭게 느껴진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에 <가라오케 가자!>의 환장할 만한 요소가 있다.





- '알 수 없는 끌림'이라는 이름의 소나기.



나는 제목에 <가라오케 가자!>가 '소나기'라고 했었다. 표지도 그렇고 사토미와 쿄지가 처음 만났을 때도 비가 오는 날이었다. 먹구름이 끼고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는 특성상 언제 올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종종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소나기로 인해 쫄딱 젖어버리기도 한다. <가라오케 가자!> 속 사토미와 쿄지도 본의 아니게 이런 소나기에 쫄딱 젖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알 수 없는 끌림(애정)'이라는 소나기에 말이다. 마치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고, 마지막엔 진심 어린 마음을 교환하며 그들만의 '특별한 애정'을 쌓는다. 나는 이거야 말로 두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조합을 가능하게 만든 요소이자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알 수 없는 끌림'에는 따로 정해진 명칭이 없다. 작중에서는 사토미와 쿄지의 관계는 물론이고 이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다. 대충 암시만 할 뿐, 정확히 '이것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우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어떤 감정이었을 수도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주인공들의 감정과 관계가 무엇인지 저마다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이것이 일종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해진 카테고리나 감정에 맞춰 전개되면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럴 경우에 독자들은 그저 작가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호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와야마 작가님의 세계관에서는 따로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명확하게 정의 내려져 있지 않으며,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해석의 폭이 굉장히 넓다. 제약도 없고, 어느 시선에서 보든 간에 읽는 이의 시선을 인정해 주니, 어떤 조합이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독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품에 몰입하게 되고, 저마다 자신만의 세계관(해석)을 만들어나가게 된다. 한 마디로, <가라오케 가자!>를 포함해 와야마 작가님의 작품 세계는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종의 공동 작업인 셈이다. 이것 또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요소이지 않나 싶다.




- 한데 어우러지는 관계성



그 밖에도 <가라오케 가자!> 는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느끼는 끌림과 조화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는 지금까지 나온 와야마 작가님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메리트 있는 커플(?)이라고 본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할 때가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내향적인 사람은 활발하고 쉽게 친구를 사귀는 외향적인 사람을 부러워할 때가 있고,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은 섬세함으로 주위 사람을 챙기며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내향적인 사람을 부러워할 때가 있다. 마치 물과 기름 같은 조합의 이들이지만 동시에 '도대체 저 애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을까? 분명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겠지?' 하는, 서로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을 가질 때도 있다. 즉,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가라오케 가자!> 속 사토미와 쿄지의 끌림 속에는 이런 부분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두 사람 서로 어우러지는 장면을 통해 <가라오케 가자!>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향, 즉 서로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소망을 보여주는 만화이지 않을까 싶었다.


작중 사토미는 쿄지에게 항상 틱틱 대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회장님께 문신 받기 싫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에도 사토미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금방 긴장해버리고, '얼마나 힘들면 중학생한테까지 도움을 요청하다니..'이라며 내심 쿄지를 불쌍히 여긴다. 그래서 쿄지를 위해 따로 노래 리스트도 만들어주고, 가족들로부터 '건강 오마모리 부적'을 받았을 때는 쿄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사토미에게 있어 쿄지는 '시끄러운 야쿠자'에 불과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강한 끌림을 느끼는 상대였다. 더욱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토미에게 있어 쿄지란 일종의 '일탈'의 상징이었다. 일탈이란 말 그대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지금까지 생활 방식을 버리고 그와 정반대의 다른 생활을 꿈꾸는 행위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토미는 변성기와 함께 찾아온 사춘기적 일탈로서 자신과 반대 성향을 가지고 있는 쿄지를 찾았던 건지도 모른다.


쿄지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겠지만 쿄지는 사토미와 만나면서 점차 자신과 다른, 착하고 섬세한 사토미의 매력에 빠져든다. 비록 독설을 날려도 쿄지는 그 안에 숨겨진 애정을 파악하고 기뻐한다. 특히 마지막에 자기를 위해 쿠레나이를 열창하는 사토미의 모습에 무척 감동했을 것이다.


이렇듯 완전히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진심을 나누는 모습은 현실 속 내향인과 외향인들이 바라는 조화로운 관계의 이상향을 보여준다. 아마 사토미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독자라면 쿄지의 배려에, 쿄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독자라면 사토미의 섬세한 마음씨에 반했으리라 본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특정한 감정인 걸 떠나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바탕으로 함께하는 사토미와 쿄지의 관계는 보는 사람도 흐뭇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가라오케 가자!>는 단권으로 끝났음에도 그 영향력이 엄청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쿄지와 사토미의 끌림은 물론이고, 성별, 나이, 그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을 초월한 두 사람의 케미는 읽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라오케 가자!>가 한 권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 소나기처럼 한 번 짧고 세차게 내린 비가, 사람들을 흠뻑 적셔버리듯이 <가라오케 가자!>를 읽어 본 사람은 분명 자기도 모르게 두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다음 편은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리뷰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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