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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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다.

‘전기 3부작‘ 중에 마지막 권에 해당하는 ‘문‘.
사실 전기 작품 중에서 ‘그 후‘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에 읽은 ‘문‘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산시로‘는 잊혀지고... ㅋㅋㅋㅋ)

처음에는 소스케와 요오네 부부의 답답한 모습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밝혀지는 그들의 불행한 과거와 이로 인해 세상에 동 떨어져 오직 서로만을 바라 본 채 살아가는 이 ‘작은 사람들‘을, 나는 도저히 탓할 수 없었다.
연민도 아니요, 동정도 아닌 묘한 기분은 책 마지막 부분에 소스케가 나지막하게 ‘그래도 곧 다시 겨울이 오겠지‘라는 대사에 이르기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운명과 인생이라는 문 앞에서 계속 서성이는 부부의 모습. ‘두드리지만 말고, 스스로 문을 열라‘는 말이 독자인 내게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문‘인 것 같다.

자신은 문을 열어달라고 하기 위해 왔다. 하지만 문지기는 문 너머에 있으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다만,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열고 들어오너라" 하는 목소리가 들렸을뿐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이 문의 빗장을 열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수단과 방법을 머릿속에서 분명히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열 힘은 조금도 키울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서 있는 장소는 이 문제를 생각하기 이전과 손톱만큼도 달라지지 않았다.그는여전히 닫힌 문 앞에 무능하고 무력하게 남겨졌다. - P252

그는뒤를 돌아보았다. 도저히 원래의 길로 다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견고한 문이 언제까지고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문을 지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문을 지나지않아도 되는 사람도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아래에 옴짝달싹 못하고 서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 P253

(요오네는) "정말 다행이에요, 드디어 봄이 돼서"하며 눈썹을 환하게 폈다. 소스케는 툇마루로 나가 길게 자란 손톱을 자르면서,
"응, 하지만 또 금방 겨울이 오겠지"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숙인 채 가위를 움직였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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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1-01-09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을 2-3권 남겨두고 다 읽었는데..이 책과 <그 후>를 못 읽었는 것 같아요..
오네긴님은 산시로를 잊어가지만..전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도 잊혀져가네요..ㅠ 전 <마음>이 제일 기억에 오래 남네요~.
평점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