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고백록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제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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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작가일기‘와 중편 소설인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엮어 놓은 책이다.

처음엔 ‘고백록‘이라고 하니까 마치 일기처럼 쓰인 글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고백록이 아닌 그저 도스토옙스키의 비평들이었다.
그렇다고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는데 이유는 역시나 도스토옙스키의 훌륭한 글쏨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로서 도스토옙스키를 접한 내게 있어서 그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가 비평한 글에서는 당시 혼돈의 도가니였던 러시아의 모습과 이를 극복하는 작가만의 이론이 적혀있어 흥미롭다.
특유의 러시아 민족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과 지식인이 아닌, 일반 농민등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정의와 빛이 있다는 그의 사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소설같은 역설이 도스토옙스키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 같았다. (동시에 그가 펼치는 신랄한 비난과 조롱은 언제나 재미있다)

또한 뒤에 따라오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지금까지 읽었던 ‘죄와 벌‘, ‘백치‘ 등등 일반적인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뿜어냈다. 바로 굉장히 ‘고백적‘이라는 것이다(이때 왜 책 제목이 ‘고백록‘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후에 도스토옙스키를 연구하는 미하이로프스키라는 자도 이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작가 자신을 제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했을정도로 주인공와 작가의 매치가 아주 잘 맞는다.

그 때문인지 주인공인 ‘나‘의 모습은 저자인 도스토옙스키의 모습처럼 비춰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동정심이 느껴졌다.
‘나‘는 가슴속엔 엄청나고 고귀한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 잘 적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오히려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자신의 우월성을 더욱 뽐낸다. 이런 고집스러운 면이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감정이 다른사람들에 비해 감정이 섬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뱉는 말들은 언뜻보면 너무 예민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잘 들어보면 보통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세셈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설명해 예기치 못하게 경청하게 된다(‘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주인공이 한 창녀를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도스토옙스키도 사실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극도로 예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훌륭한 이상과 마음씨를 가지고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앞에서 말했듯이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더 까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더 알고 싶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책의 절반이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미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각오하고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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