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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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법정 소송에서 피고인이 공룡이라면, 십중팔구 언론에서는 난리를 피울 것이다. 2013년 미국 정부 대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두개골로 알려진 사건에서 언론은 저마다 밀수된 공룡 뼈를 다루려 앞을 다투었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Tarbosaurus baatar)는 공룡의 시대가 끝날 무렵 백악기 말기에 몽골의 습한 범람원을 누비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고생물학자 팀에 의해 발굴된 타르보사우루스 두개골 일부는 운 좋게도 박물관으로 옮겨져 연구와 공개 전시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중앙아시아에서 불법으로 수출되어 공공연한 화석 암거래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일부는 이베이에서 열리는 보석 광물 전시회에서 개인 딜러를 통해 직거래 되거나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뉴요커기고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페이지 윌리엄스는 문제의 타르보사우루스를 구입, 준비, 판매를 시도한 에릭 프로코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 유골이 어떻게 몽골에서 빠져나왔으며 궁극적으로 어떻게 몽골로 되돌아갔는지를 밝힌다. 한편 고생물학, 민족주의, 그리고 자본주의가 충돌할 때 생겨날 수 있는 복잡한 양상을 상세하면서도 도드라지게 그려내면서, 자연물인 화석이 어떻게 국가적 문화유산 또는 탐욕스러운 수집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세상에 공룡 화석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작가의 논픽션 데뷔작 '공룡 사냥꾼'은 화석을 사냥하거나 수집하는 사람들 모두 흥미를 느낄만한 폭발물 상자나 다름없다. 철저한 조사와 풍부한 주석을 갖춘 이 매혹적인 책에서 화석 애호가들은 지금까지의 자연사 애호가들과 마찬가지로 유난히 한 가지 영역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마크 노렐의 말처럼 구석구석 온통 화석으로 뒤덮여 있는 집에 가보니 식기세척기에도 삼엽충이 들어 있다고 할 정도로 이들의 관심과 집착은 상상 이상이다.

 

화석을 사냥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단지 오래되었기 때문인가. 대개 공룡 화석은 2억 년 이상 된 것인데, 너무 희귀하고 찾기 어려워서일까. 희귀성으로 말하자면 지구 행성에 존재했던 모든 동물 종의 1% 미만의 유해가 화석화되었다고 추정된다. 인간이 기록한 역사보다 먼저 존재했던 생명체들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과학자들이 발견하였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확인된 모든 새로운 종은 자연사 지식을 종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니면 화석이 매우 수익성 높은 사업이기 때문일까? 1997라는 별명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화석은 무려 836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저자가 지적하듯 화석 광()들은 일반적으로 고생물학자, 수집가, 상업적 사냥꾼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의 개인적 성향은 셋 가운데 어느 집단을 향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에게 팔려나간 화석은 사실상 과학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박탈감을 선사한다. 박물관 같은 공공 기관에 맡겨진 표본들은 고생물학자들이 두고두고 반복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연사 사료가 되지만, 개인이 소장하는 화석에는 영구히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와 동등한 의무를 지울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몽골 등 많은 나라에서는 허가 없이 과학적으로 중요한 화석을 발굴하거나 수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38세의 에릭 프로코피는 지구 저편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불운한 주인공 같다. 독자의 눈에 비친 그는 재정적 위기에 처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며 화석 사냥꾼이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경제 개념이 적고 검소함을 모르던 주인공 부부는 늘 위태롭던 재정 상황을 겨우 수습하며 살던 중 유명 경매장에서 사냥꾼 인생 최고의 화석을 처분하여 수백만 달러의 이득이 예상되자 마치 화석을 가득 실은 선사시대 보물선의 선주라도 되는 듯 기뻐했다. 하지만 그는 화석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세 집단의 욕망이 충돌하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으며, 충돌의 결과로 감옥에 갇힌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그는 지정학, 자본주의, 민족주의의 열정을 구실로 한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가 되었고 그의 독특한 개인적 이력과 고지식한 인간성은 비극적 영웅에 어울리는 소재가 되었다.

 

프로코피는 1990년대 소년 시절 고향 플로리다의 강에서 상어 이빨 따위의 원시 시대 기념품을 줍기 위해 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는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의 카탈로그 제작자로 일하다가 고가의 화석 경매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2006년 몽골에서 발굴된 공룡 두개골의 일부를 사들인 후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상당한 이윤을 남기고 되팔았다. 그러나 이후 발굴작업과 더 많은 화석 수입을 목표로 몽골에 도착하였을 때 자신이 밀수 혐의를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계적으로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대부분 국가는 화석 수집과 밀거래를 규제하는 법률이 전혀 없고 있더라도 매우 느슨했다. 화석연료나 귀금속 보석류에 비하면 공룡의 유골은 이렇다 할 돈벌이는 되지 못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심지어 미국의 관련 법률조차도 완전하지 못하여 사유재산권을 우선하여 인정하고 마는 데 그쳤으므로, 프로코피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법적 문제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주장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모르고 한 일이니 선처의 여지가 있지 않겠냐는 반론에 힘을 얻었고, 실제 미국 법정에서도 사상 초유의 재판이라 선례가 없었으므로 그는 가혹한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저자는 고생물학과 화석 사냥에 관한 역사적 맥락을 좀 더 조명하기 위해 프로코피의 이야기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이 작품이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이라기보다는 공룡 밀수 사건을 추적한 보고서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특히 화석 사업에 뛰어든 주요 참가자들의 신상을 작성했는데, 많은 등장인물의 배경 설명으로 시작하는 모든 일화의 결말은 공룡 밀수 사건의 재판 으로 수렴된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풍부한 고증에 비해 그 흔한 공룡 표본의 사진이나 신문 기사, 도표나 그림 같은 시각 보조 자료가 전혀 없는 점은 옥에 티다.

 

20세기 중반 고생물학적 발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화석 산업은 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화석 산업과 관련한 중국, 몽골, 러시아, 미국 등의 정부 당국과 기관뿐만 아니라 국내외 정치인들의 관심 사항, 동향, 참여 동기 등이 드러난다. 전대미문의 공룡 밀수 사건, 그칠 줄 모르는 자본의 탐욕, 이익을 위해 번복되는 믿음 등을 다룬 세부적인 묘사는 강렬한 흥미를 자아낸다. 저자는 인류가 존재하기도 수백만 년 전에 죽은 유골을 개인 또는 정부 기관이 합법이라는 명목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진지한 질문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밀반입된 타르보사우루스는 결국 몽골로 반환된다. 줄거리의 핵심은 프로코피라는 인물의 일대기이지만, 몽골 고생물학자 볼로르 민진이 타르보사우루스를 자국으로 데려와 고생물학 연구와 교육을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는 우리에게 신선한 영감을 준다. 그녀는 타르보사우루스의 판매에 대해 경종을 울렸고, 그녀가 설립한 비영리 몽골 공룡 연구소와 함께 밀반출된 수많은 공룡 유골이 송환되도록 힘을 보탰다. 매년 여름, 그녀는 40피트 높이의 이동 박물관에서 몽골의 시골을 여행하는 팀을 이끌고 공룡들을 그녀의 동료 몽골인들에게 직접 데려가 보여준다. 그러나 밀수입된 공룡 판매에 들어간 액수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지원금으로 기초교육과 연구를 진행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몽골의 화석이 공룡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화석 대부분이 몽골이 아닌 외국의 고생물학자 팀과 상업적 화석 사냥꾼에 의해 발굴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 이렇게 밀반입된 타르보사우루스의 이야기는 외국의 고생물학자들에게 몇 가지 불편한 의문을 제기한다. 외견상 상업적 이득을 목표로 하지 않았던 그들의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를 빙자한 또 다른 형태의 서구 열강 식민주의의 발현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또한, 화석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몽골 학계의 연구능력과 공공 활동을 위한 역량을 키우도록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미국과 관계가 소원해지고 경제 기반도 부실한 중앙아시아의 일개 국가를 위해 과연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룡은 과학으로 가는 관문이고, 과학은 기술로, 기술은 미래로 가는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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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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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절제가 있어야 합니다. ’더 더하는 욕심이 발동하면 행복도 멀리 달아납니다. 이게 행복의 역설입니다. (p.78)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인생의 멘토인 이시형 박사님과 교정 시설에서 제2의 인생 상담 전문의로 활약하는 박상미 박사가 만나 삶의 의미를 논합니다. 이들은 의미치료, 즉 로고테라피로 일컫는 새로운 정신치료 요법을 이끌고 있습니다. 의미치료의 요체인 로고스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다채로운 용어로 정의됩니다.


 

로고스는 모든 생명체에 비장된 마지막 본성의 발로입니다. 역경, 가혹한 상황에서 추악한 행동을 하는 자와 거룩한 성자처럼 행동하는 자가 있는데 이것이 인간 본래의 모습입니다. 인간 정신의 기원, 영혼, 논리, 정신, 우주 법칙, 신의 의미, 위대한 힘입니다. 모든 걸 지배하는 우주의 힘, 신의 이념. 어떤 일도 로고스가 나타나야 가능하고 우리 개인은 로고스가 피우는 작은 불꽃일 뿐입니다. 우리 본래의 모습이 바로 로고스이며, 자기 속에 잠들고 있는 그 힘을 자각하고 이를 믿고, 거기에 자기를 맡기고 살면 로고스가 작용하여 위대한 일이 이루어집니다. 어떤 비참한 상황에도 인간은 사랑하는 자의 정신적 상을 그려 스스로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그와의 정신적 교류에 의해 로고스에 도달, 불러 깨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었으며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처음 만나게 된 과정과 이시형 박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준 로고스의 발견을 통해 인생을 재해석해보고(1), 박상미 박사가 말하는 새로운 형식의 정신치료 요법인 로고테라피(의미치료)의 실전적 정의와 상담 실례를 제시하며(2) 두 공저자가 묻고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풀어주는 의미치료의 실생활 적용사례를 보여줍니다(3).


의미치료는 기본적으로 로고스의 생명 에너지를 깨우는 데 있는데, 우리가 행복을 일부러 찾아가겠다며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저절로 찾아드는 행복을 맞이하지 못하며, 자신을 긍정하는 기본적인 인생 철학의 부재로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정신과 질환이 있는 환자라고 해서 적극적인 대증요법으로 치료하기보다는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특히 의미치료 대화록으로 명명된 3부는 두 공저자의 내담자와 의사가 나누는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마치 상담 현장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은 수동적으로 삶에 기대지 말고 삶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적극적으로 답을 찾아 나서다 보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재미난 인생을 살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는 아흔을 넘긴 어느 노 의사가 일흔에 써 놓은 책을 보며 그때는 너무 철이 없었다고 말하는 역설과 어안렌즈처럼 인생을 관통하는 통찰과 지혜를 통해, 자신이 주체인 삶과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 자리를 유지할 힘을 얻어 성숙하고 농익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내 삶의 의미를 찾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든 독자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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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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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라고 하면왠지 한때는 고왔을 터인데 생계를 위한 고된 농사일로 주름지고 투박해진 손으로 어린 손주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허리춤 주머니에서 사탕을 내미는 모습이 그려질 것 같다그러나 할머니에 관한 우리들의 기억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사실 그럴 수도 없다여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여자 어른의 이야기를 주제로 여섯 작가가 저마다 다른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분명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보냈을 할머니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혈육들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고 세월의 무게에 반비례하여 흩어지는 존재감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의 존재를 소재로 한 이 소설집을 읽는 내내 필자는 늘 황동 비녀로 쪽 찐 머리에 옥색 치마와 흰 저고리를 즐겨 입으시던 외할머니를 떠올렸다경북 왜관에 사시다 열여덟 꽃 같은 나이에 연애도 아닌 중매로 김천으로 시집을 오셨고 당시 교정 공무원이셨던 외할아버지와의 사이에 일곱 남매를 두셨다할머니는 당시 평균적인 여성 신장의 기준보다 키가 매우 크셨고 인근 마을에서 일부러 키 큰 새댁을 구경하러(?) 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취학연령에 아직 닿지 않았을 무렵 필자의 아버지는 청주에서 과수원과 농장을 하셨다당시는 수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우물을 긷고 호롱불을 사용하며 제대로 된 가옥도 없어 황토 흙벽 집에서 생활했다이런 열악한 환경에도 외할머니는 둘째 사위네 식구들을 보살피느라 함께 지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도심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는 농사일이라면 머리부터 내저으셨기 때문이었다.


아련한 기억 속의 외할머니는 필자의 생명의 은인이시기도 하다당시 농장의 부엌은 전통 한옥식으로 지어져 어른 키의 1/3 정도 되는 층계참을 내려서야 했다층계 바로 옆에는 저녁참으로 잡아놓은 닭과 오리의 털을 뽑기 위해 끓여 둔 물이 커다란 가마솥에 가득했다새끼 원숭이처럼 빙글거리던 부엌 문짝에 올라타 장난을 치던 필자는 그만 손이 미끄러지면서 가마솥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순간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던 외할머니는 놀랄 새도 없이 필자를 바로 건져 올려 우물가로 달려가셨고 온몸에 뜨거운 김을 내뿜던 외손자에게 찬물을 들이부으셨다단 몇 초만 늦었어도 전신 화상을 입었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그날 저녁 내내 부모님의 눈에서 뿜어나오는 레이저 광선을 피해 할머니의 옥색 치마 뒤에 숨어다녀야 했다말썽꾸러기 손자에게 피난처가 되어 준 그 옥색 치마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큰 키에 비해 일찍 허리가 굽으셔서 유난히 구부정한 모습의 할머니는 심한 사투리로 말씀하셔서 서울 토박이인 손주들과 가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셨다치약이 귀해 굵은 소금으로 양치를 하던 시절에도 그 흔한 충치 하나 없이 건강한 치아로 사셨고 일가친척이 다 모인 자리에서 여든다섯 천수를 누리다 가실 때 임종했던 순간이 늘 기억난다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세상의 모든 손주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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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빈센트 필의 긍정적 사고방식 - 어떻게 자신의 행복을 창조할 것인가, 개정판
노먼 빈센트 필 지음, 이갑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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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초 간단 압축하자면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신과 대화하고, 성경 구절을 암기하라로 말할 수 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고, 제목이 긍정적 사고방식의 힘이라 하여 자기계발 분야일 것으로 이해하고 책장을 열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저자의 경험과 풍부한 목회 활동 사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영향을 입증하는 과학적 고찰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방식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이고 확고한 신념을 기대했건만, 신을 경배하고 기도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성가시도록 권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더 나은 삶을 위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안내서라고 소개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인생에서 큰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종교적이지 않은 독자들에게 혹시라도 이 승리라는 어휘는 세속적 성공의 다른 표현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저자는 모르는 것일까? 종교적인 독자라면 뭐라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접하겠지만, 필자와 같은 범신론자 혹은 무신론자에게는 일상생활 속에 그다지 녹아들 만하지도 않은 종교적 조언이 범람하는 강을 간신히 헤엄쳐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의 머리를 성경 구절로 가득 채우면 부정적 사고가 자랄 틈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발적 세뇌에 가깝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믿음으로 자신을 기만하지 말라면서, 대신 이번에는 신이 자신을 통제 조절한다는 긍정적 믿음으로 자신을 기만하라고 한다. 이 책이 쓰인 1950년대에는 이 같은 전략이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70년간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한 분야로 넓고 깊게 성장하였으며 눈부시게 발전한 심리학은 투자에 의한 자산 증식이나 도서관 방문을 더 권장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로 치장한 이 책은 도입부에 일부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기도와 성경 구절, 신앙의 언급으로 필자의 지속적인 탐구의식을 흐리고 독서 의욕을 지치게 한다. 자기계발 내용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자신과의 대화 방법을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바꾸게 되는 자기암시와 기교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만일 독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이 책은 성경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생활 윤리이자 실용서로 만들어 줄 유용한 도구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종종 자신의 일화적 경험담을 회상하며 자신의 가르침을 과학적이라 칭하지만, 접근법이나 참고한 이야기들에는 과학적 방법론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명씨에 이야기의 주제도 명확지 않아 연관성이 거의 없어 신뢰할만한 근거를 얻지 못한다. 자기계발 부류의 책을 종교적 설교의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놀랍게도 전 세계 42개국에서 2,500만 부가 팔려나갔음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위험스러운 지점은 믿음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11장이다. 최근 전 지구적 재앙이라 할만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 치유는커녕 무기력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자제 권유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하여 전염의 확대 재생산에 공헌하는 반사회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왜 교회는 점점 더 이웃 없는 그들만의 종교가 되고 있는지 통렬히 반성할 부분이다


저자의 훌륭한 인생 조언은 겸허히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굳이 이 책의 저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믿음으로써 인생의 변화가 온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성공적인 인생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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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drl32 2021-10-0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교회랑 가져다 이야기하는건 맞지 않음 그런행동을했던 사람이 문제있는사람이었고 성경에서 말하는 것들을 정말 지켰다면 그런일을 벌였을까요 ?? 이 책을 비판하는근거로는맞지않네요
 
[전자책]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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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2세의 나이로 이 책의 전작 진행중인 일’(A Work in Progress)를 출간했을 당시 뉴욕 타임스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저자는 중서부 시골 마을의 소년이 환상적인 인터넷 세상을 접하게 된 여정을 공유한 바 있다. 유머와 놀라운 통찰로 그의 과거를 탐험하면서, 저자는 유투브와 사랑에 빠진 이유와 함께 그를 처음 알게 된 이들에게 수백만의 헌신적인 팔로워들을 거느리게 된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후 2년이 지나 저자는 그동안 카메라에 비치지 않던 자신의 가려진 모습을 드러낼 준비가 되었고, 사진과 시를 기반으로 우울증, 사회 공포증, 이별, 자기애를 자기 내면의 목소리로 들려주려 한다. 여기에는 나눔을 소중히 여기고 진정한 연대를 사랑하는 세상에서 진실한 자아를 지켜가고픈 욕구, 사랑과 이별의 몸부림, 자신은 물론 타인들과 함께 현재에 머무르고 싶은 반복적인 노력 등이 담겨있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은 짧은 수필, 과거와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 , 무보정 사진을 종이 위에 쏟아놓은 공개 일기장이라 말한다. 앞날을 향해 달려가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의 환상적 내면세계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특정 시기의 자기 생각과 느낌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은 물론 독자들과 닮은 점을 공유하여 모두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를 원한다.



 

그는 이미 10대 초반에 자신의 성 정체성은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후 삶이 더 나아졌음을 솔직히 말한다. 약간의 키스가 언급되기는 했으나 성적인 내용은 비교적 적으며, 방송가의 부정적인 중계 문화와 자살에 관한 생각 역시 잠깐 언급한다. 정신질환 치료에 관한 오해가 없기를 바라며 독자들로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옹호 받고 싶어 한다. 질풍노도 시기의 10대 문제와 술집 출입에 관하여는 의외로 무덤덤한 편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감성적 연대 그리고 보편적 감정과 경험을 통한 타인과의 연결이다.

 

인생 초반이라 가진 것 없으니 후회할 것도 없다지만, 스물 언저리의 청춘들은 자신에게 진실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면서도 앞으로 인생의 기복과 결정적 시기와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고 견뎌야 할지 늘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공개 일기장을 통해 막 성인이 되는 젊은이들은 이제 곧 맞닥뜨릴 삶의 기쁨과 도전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며, 삶의 원숙기에 접어든 독자들은 자신의 지나온 젊은 날들을 예전보다 성숙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볼 기회로 삼을 것이니, 특정 연령대의 구별 없이 모두에게 좋은 읽을거리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괜찮은 작가다. 슬프고, 즐겁고, 신나고, 우울한 그 모든 감정 사이에서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솔직 담백하다. 각각의 짧은 글에 곁들인 사진과 시는 저자가 겪었던 순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재미를 주며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독자들 역시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을 연결할 수 있고 마침내 타인과 연대하는 힘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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