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그거 별거 아냐
이만기 지음 / 경향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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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는 생활이지만 강사에게는 생존이다."

 

교수자 세계에서는 학습자를 가르치는 입장은 비슷한 것 같지만 의외로 닮지 않은 구석이 많다그 일원인 필자에게 가장 와 닿는 문구를 고르라면 단연코 이 문장을 꼽고 싶다생활이든 생존이든요즘 세상의 모습을 소리 없이 그러나 가장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정면충돌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학교와 학원가를 비롯한 교육 분야 아닌가 싶다기존의 대면 수업을 고수해오던 공교육 학교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으로 활성화되어 있던 사교육 업체들을 벤치마킹 해야할 처지였고학습보다 방역이 더 중요해지면서 교실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바빴다이렇게 되면 학습자의 관점에서는 누가 더 편의를 제공하는 교수자일지 답은 명확해진다.



 

표지의 작은 제목처럼 이 책은 스타 강사가 되는 법을 공개하고 있다유명 강사 이만기의 40년 강사생활 비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자신감의 표현이자 녹록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다간결하고 짧은 문장으로 쉽게 읽히지만가벼이 넘어가기에는 자꾸만 뭔가 목에 걸린다최고를 지향하는 강사에게 필요한 요점을 군더더기 없이 콕콕 짚어주기 때문에 작고 가볍고 밝은 색채임에도 그 내용은 묵직하게 다가온다교수자로서의 행동강령을 이토록 간결하고 힘있게 서술한 책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교수자라면 누구나 출중한 강의 실력을 갖추고 싶겠지만현실 세계에서는 누구나 다 스타 강사가 될 수도 없고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이 책은 기본 그 이상을 갖추어 스타 강사의 반열에 오른 저자 본인의 경험으로 쓰였기 때문에이쪽 세계에서는 표준을 제시하는 것과 동등한 역할을 한다그 가운데서도 교수자의 금기사항으로 제시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60가지’(210)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학습자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하는 프로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동시에평소 수업 중 무심코 행동하던 안 좋은 습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때로 우리는 공교육 당국이 사교육을 경쟁자 또는 적대적 협력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는다교육과 자본이 결합한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의 끝판왕인 사교육을 거대 공룡처럼 조직화한 공교육이 능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오랜 시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공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당장 눈으로 확인되는 성과가 제시되는 사교육을 마다할 학부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을 서비스업이라 말하는 젊고 활기찬 스타 강사들과평균 연령만큼이나 높아지는 세대 격차와 형식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교사들은 비교당하기 좋은 소재이다물론 어느 쪽이든 달의 뒷면처럼 어두운 부분은 있겠지만적어도 공교육이 사교육에 뒤처지거나 사교육 이상의 것을 제공하여 자연스레 격차를 극복하고픈 것이라면교원 숫자를 줄이거나 형식적인 공문 내려보내기로 일관할 게 아니라 이 책처럼 훌륭한 교수자를 위한 현실적 지침과 장비를 보급하고 기대할만한 원격강의가 실현되도록 일선 교원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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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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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대 세계를 맨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더 많은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38%가 매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이는 정신 질환 경험자로 보고된 전 세계 대학생의 35%와 유사하다. 믿을 만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7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거의 5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88,000명과 알코올 중독 사망자 약 50,000명의 수치는 별개다. 모든 진화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꼭 일만 하다가 죽도록 진화된 느낌이다.

 

만약 삶의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목표가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 목표에 가장 부적합하게 적응한 존재일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정신의학은 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의외로 가장 느린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다른 의료진들과 달리 자신의 진단을 확인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생물학적 검사 절차를 밟지 않는다. 사실, 정신과 진단의 전반적 개념은 골치 아픈 사안이기도 해서 수십 년 동안 정신과 치료에 큰 진전이 없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조차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안 그래도 충분치 못한 관리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분명히 정신의학은 실적이 저조하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신과 의사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겸 연구 과학자 랜돌프 M 네스는 이 책에서 진화적인 틀을 기반으로 정신 질환을 찾아내는 설득력 있는 사례를 들고 있다. 현명하게도 이 책은 '진화 정신의학 변방에서의 시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정신의학의 실천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다윈주의의 명백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낙관할 수 있다.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도전하라. 그래도 안 되면 다시 해보라.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둬라. 바보처럼 그 일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 천재 코미디언 W. C. 필스

 

그는 감정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자의 생존과 전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선택'됐다고 주장한다. 유리한 상황에서의 기분 상승은 개인들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상황이 불리할 때 가라앉은 기분은 위험의 감수와 노력의 낭비를 줄이고, 목표와 전략을 수정하도록 해준다. 불행히도 기분은 조절이 잘 안 되는 특성이 있고 우리는 매일 기분의 널뛰기를 경험한다. 이는 좋은 기분뿐만 아니라 나쁜 기분에도 적용된다. 지나치게 좋은 기분(조증)은 지나치게 나쁜 기분(우울증)만큼이나 우리를 금방 지치게 한다.

 

불안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궁극의 진리를 배운 것과 같다.

-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어떤 감정은 특히나 조절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불안은 우리의 조상들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장치였으나 저자가 말하는 "연기 탐지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연기 감지기는 보통 대단히 민감하며 불에 탄 토스트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이 실제로 불이 일어났을 때 뒤늦은 화재경보에 피해를 보는 것보다 더 낫다. 지나친 반응으로 얻는 이점이 무시했을 때의 기회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 , 허위 경보를 자주 경험하는 것이 포식자에게 당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뜻이다. 왜 우리에게 좋은 이유로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고 불안장애는 왜 그렇게 흔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슬픔과 우울증의 관계는 정상적인 성장과 암의 관계와 같다.

- 루이스 월퍼트, <독이 되는 슬픔>

 

특정한 감정이 어떻게 선택되고 어떤 목적을 위해 유용했는가를 묻는 저자의 질문은 매우 획기적이다.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그들은 보통 계속 버텨 보라고 권고받는다. 사실 끈기 자체는 가치 있는 속성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울증은 때로 우리의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렵 채집 시대의 우리 조상이 열매 대부분이 이미 소비되어 더는 수확이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열매를 찾아다녔더라면 별다른 재미를 못 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동기부여가 감소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 때도 있다. 수 세기 동안 정신질환자의 오명을 초래했던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 덕분에 이런 접근법은 철학적인 매력을 지닌다.

 

"만약 남자들이 오르가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생식 성공 가능성은 감소했을 것이다." -데이비드 젝스턴

 

진화 정신의학은 성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예를 들어 남성은 조루증이 생기는 반면 여성은 오르가슴이 지연되거나 오르가슴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이 차이는 분명히 진화 압력에 의해 형성되었다. 여성이 빠르게 절정에 이르고 오르가슴에 따라 '감성'의 순간이 이어진다면 지속적인 성교를 불편하게 만들어 임신이 어려워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남성이 오르가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것 또한 생식 성공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성별 간의 오르가슴적 불균형은 진화가 유전자의 전달에 관한 것이지 개인의 만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행위를 빼면 부자연스러운 성행위란 없다.

- 앨프리드 킨제이

 

여러 해 동안 프로이트 심리학은 주류 학자들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러나 진화 정신의학은 억압과 같은 정신분석적 방어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제공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인 동기를 감추기 위해 우리 자신을 속일 필요가 있다. 언짢은 생각이 우리의 인식과 거리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충족되는 우리 욕망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욕망 일부를 무의식으로 쫓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에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별것 아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책은 진화 정신의학의 역사, 발전, 시사점을 다룬 훌륭하고 시의적절한 설명서이다. 비록 정신의학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약간의 다윈주의적 도움만 얻을 수 있다면 그 미래는 매우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진화 정신의학이 지금까지의 연구 의제를 다듬고, 논란을 해결하고,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영감을 제시하여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이 정신 질환을 더욱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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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지키는 생존지식 45 - 무작정 믿는 순진한 소비자를 낚아채는 꼼수에 날리는 날카로운 카운터펀치
조규봉 지음 / 황금부엉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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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고 제 손으로 돈을 벌게 되면서부터 깨달은 것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사는 자체가 크나큰 모험이요 3D 직업인 동시에 까딱하면 봉 아니면 호구 취급당하기에 십상이라는 점이다. 안 그래도 세상 물정에 별 관심이 없어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데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뭘 알아보는 자체가 불가능했던 예전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요즘 이런 눈먼 소비자들은 호갱님으로 불리운다. 슬기로운 소비생활은 곧 호갱님 안되는 비결에 다름아니다.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정보의 양도 폭발하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몰라서 당했다면 지금은 알고도 당하는 헛똑똑이가 안 되면 다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의 저자에게서 우매한 소비자들을 다만 악에서 구해줄 정보로 무장한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그저 속기만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 뒤를 잇는 정신적 금전적 피해와 시간의 허비로 인해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업들은 이윤 창출과 그 극대화가 본위이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생활은 거의 오롯이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비의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기 쉬운 굵직한 소재를 위주로 구성되었다. 식품, 질병과 의약품, 의류와 신발, 자동차와 전자제품, 광고, 무료와 할인정책 그리고 전화 통신으로 모두 7부로 이루어졌다. 개별 소재마다 본문의 끝에 요약본을 달아놓아, 사실 요약본만 제대로 읽어도 무리없이 핵심적인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 게다가 다양한 형태의 그림과 도표, 사진 자료가 풍부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저자가 기업 취재 전문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내용 전달력 솜씨가 매우 좋고 내용 또한 매우 공들여 조사한 모습이 역력하다.



 

한 마리 1,500원짜리 브라질산 생닭이 2만 원짜리 닭튀김으로 변신하고, 우유 한 방울 안 들어간 탈지분유 음료수가 유제품인 양 팔리고, 3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치아 충전재 아말감을 굳이 금으로 씌우라 권하고, 말린 잎담배는 해롭지만 전자 담배는 해가 없다며 버젓이 판매하고, 피부가 좋아지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유해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을 내놓고, 질소 한 봉지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주더라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기업들의 행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런 기현상에는 물론 소비자들의 과잉 욕구나 욕심이 원인으로 작용한 예도 많겠지만, 일단 소비자로서는 기본적으로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항상 기억해야 하겠다. 피와 땀과 노력의 대가인 돈을 적재적소에 쓰는 45가지 슬기로운 소비생활, 이 책과 함께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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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 - 온라인 ‘관종’은 어떻게 TV를 뒤흔들고 새로운 스타 계급이 되었나
크리스 스토클-워커 지음, 엄창호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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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기억들 하시리라. 모 TV 개그 프로에서 어느 깡마른 체격의 개그맨이 자동차 대시보드 위의 못난이 인형처럼 활짝 웃는 표정에 고개를 좌우로 건들거리며 등장해서는 마치 표창을 던지듯 관중들 머리 위로 명함을 내리꽂으며 이런 말을 던지는 장면. “스타~가 되고 싶어?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요즘 스타가 되고픈 사람들은 연예 기획사를 찾거나 방송국으로 가는 대신 스스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 각자의 개성과 장기를 살린 유투버, 크리에이터, 스트리머, 인플루언서 등등 그 명칭과 분야도 사람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해졌다. 바야흐로 각자가 걸어 다니는 1인 매체의 시대다. 현재 전 세계 20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유튜브를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Jake Paul, KSI, PewDiePie, Zoella 등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젊은 층에는 메가스타요, 노인층에는 미스터리다. 유튜버로서 그들은 수백만 팬들의 시각, 생활방식, 구매양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들의 힘은 날로 커져만 간다.

"유튜브는 인간처럼 풍부하고 창의적인 데다가 개별적이고

종잡을 수도 없는 최초의 글로벌 미디어.“

이 방송 ‘크리에이터’ 들의 영향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어쩌다 서커스 판 같은 미디어 세계의 동심원으로 뛰어들었을까. 기껏해야 대학생이거나 군대 생활을 하고 있을 만한 스물한 살 젊은이가 어쩌다 LA의 대저택에 살게 되었을까. 이들을 성공하게 해 준 배후 세력(?)은 누구인가. 유튜브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심층적이고 독립적인 이 책을 위해 100여 명의 내부자가 그들 삶의 현실을 털어놓는다.​



열혈 기자인 저자는 시대의 대세인 유투브를 소재로 한 사상 처음 독립적이고 심층적인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공개한다. 3년 동안 그는 인플루언서, 에이전트 및 매니저를 포함하여 사이트와 연결된 1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유튜브가 단일 홈 비디오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자산 가치의 거대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말하는 동시에 이 세계의 상표 가치, 스타들의 소멸 현상, 콘텐츠의 진정성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왜 유튜버들이 시내 중심가의 교통 체증을 유발해가며 끊임없이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는지, 유튜브가 결국 '정상적인' TV를 먹어 치우고 마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그 해답은 이 책에 있다.

"유튜브는 언제나 너무 소극적으로, 그것도 너무 늦게 행동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튜브는 '인간의 풍요로움, 기발함, 아름다움, 광기를 모방한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의 만화경'이다. 세상에 나온 지 겨우 15년쯤 되지만, 이 사이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방문객들만의 공동체, 문화, 유명인사, 그리고 고용 창출을 이루었는데, 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오늘날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바람직한 꿈의 직장 1순위다. 그는 유튜브의 성공 비결을 '알고리즘'이라고 말한다. 심층 신경망이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동영상을 추천함으로써 유튜브의 시청 시간이 도입 이후 20배나 증가했다. 이 '알고리즘'은 비밀에 싸인 코카콜라 제조법이나 KFC 스파이스 믹스에 비유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을

은둔형 외톨이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이 알고리즘은 코카콜라나 KFC의 먹고 싶은 유혹만큼이나 저항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편 위험할 정도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유튜브 키즈 앱에서 인기 영상물을 모방한 엽기적이고 불안정한 영상을 홍보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고, 음모론자와 극단주의자들의 편파적 영상이 수시로 올라오면서 무심코 시청자들의 광클릭질을 유도한다. 이 문제는 유튜브가 극우 음모론처럼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명확한 정책을 채택하는 ‘경계’ 작업을 소홀히 함으로써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유튜브는 유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광고주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크게는 사회 전체에)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저자는 또한 반드시 위험하진 않지만 예측되지 않는 방식의 행동으로 진행하는 유튜브의 이면을 문화와 사업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는 '하울' 동영상과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묘기, 비열한 장난, 유튜브 연예인들 사이에서 주로 제작되는 드라마로 초절정 소비주의로 승화된 시골 장돌뱅이 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는 또한 기생 관계에 놓여있는 '진정성'의 상품화를 논하고, 제니퍼 로렌스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상대적인 모습을 연출하려고 유튜브 스타일의 기법을 이용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이 진정성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그들의 팬들 사이의 전통적인 관계보다 유튜버와 팬들을 더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접착제로서, 유튜버라면 누구에게나 유튜브 필수 상품이다.


유튜브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 상당 부분이 진정성과 직접 해보기 (Do It Yourself) 태도지만, 이 플랫폼은 한때 대안을 제시했던 또 다른 하향식 하청업체들로 변화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광고 수익만으로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어쩔 수 없이 상품을 채찍질하고 페이트리온을 통해 직접 기부를 요청한다. 한편 유튜브는 자체 콘텐츠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 등 경쟁업체들을 공략해 왔다. 예컨대 PewDiePie와 같은 크리에이터를 제치고 윌 스미스 같은 스타들에게 두각을 나타낸 유튜브의 '리윈드 2018'은 유튜브가 변화한 방식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였다. 자생적으로 자란 스타들을 좋아하는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윌 스미스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후 유튜브로 진출한, 다른 동네에서 놀다 굴러 들어온 스타로 여겨진다. 이 모든 것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관계 그리고 그 이면의 유사 사회적 요소로 귀결된다.

"핸들에서 손을 떼는 순간, 위험천만하게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방향을 바꿔 사실이 아닌 극단적인 음모론의 구역으로 돌진한다. 유튜브는 뻔뻔하고 환경 파괴적이며 소비 지상주의를 따르는 엔진이다.“

이 책은 플랫폼 산업계에 날아든 구애 편지인 동시에, 작심하고 쓴 비판 성명이기도 하다. 유튜브 세계의 언어, 커뮤니티, 문화, 유명인사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적당한 분량에 적절히 학술적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미친 듯 뒤죽박죽 섞여 소용돌이치는 유튜브 세계에 관해 일관성 있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도전이겠지만 저자는 매끄러운 글 솜씨로 잘 다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까? 유튜브를 매일 들여다보며 낄낄대는 십 대 자녀가 아직도 한심스러워 보이는 부모님들, 개인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며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소식을 무차별 살포하는 극우 성향 채널의 열혈 구독자들 그리고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받아 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연령대의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고 유튜브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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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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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삽화에 일몰을 배경으로 나뭇가지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 "언더랜드"라는 제목이나 "심원의 시간 여행" 부제로는 무엇에 관한 책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책의 두께로 봐서는 장거리 기차나 비행기 여행에 어울리는 판타지 소설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북반구의 여러 지역에서 지구 깊숙한 곳으로 내려간 저자가 우리가 밟고 선 땅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는 왜 땅 밑으로 들어가는가? 우리의 목적은 무엇인가?’ 저자가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심원의 시간 여행인 까닭은 역사 기록을 훨씬 뛰어넘어 데스몬드 모리스가 <나체 유인원>이라고 불렀던 인류의 첫 등장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씨와 포식자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동굴에 들어갔고 죽은 사람을 파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은 신화, 문학, 기억, 사실에 존재하는 지구의 지하세계를 탐구하는 과제를 스스로 설정한다.



 

언더랜드는 세 부분으로 펼쳐지는데, 각각 저자가 탐험하는 새로운 지하실을 대표한다. ,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감정적 탐험의 영역이다. 저자는 때로 인간의 온전한 정신은 무엇일까 묻는다. 왜 사람들은 파리의 지하무덤에 들어가 파티를 했을까? 왜 사람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지하 강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빙하의 갈라진 틈 속으로 내려갈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의 위대한 자연 작가"(월 스트리트 저널)로 칭송받는 저자는 인간과 자연계의 교차점에 관해 글을 쓰는 작가로, 그는 이 책에서 신화, 문학, 기억, 그리고 땅 그 자체로 존재하는 지하세계의 서사시적 탐험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우리를 이끌고 어두움, 매장, 그리고 우리의 발밑과 마음속 모두의 표면 아래 세상과의 관계 속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심원의 시간 여행" 즉 현재에서 멀리 뻗어나가는 아찔한 지질학적 시간의 확장을 통해 그는 우주의 탄생에서 인간 이후의 미래로, 노르웨이의 바다 동굴의 선사시대 예술에서 그린란드 만년설의 푸른 세계로, 청동기 시대의 장례식장에서 파리 지하의 공동묘지로, 그리고 운명의 미로에서 더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자연물이고 일부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지리학적으로 전 지구적이며 위대한 서정성으로 쓰인 이 책에서 우리 행성을 깊이 들여다본 저자는 "우리는 미래의 지구에 좋은 조상이 되고 있는가?"라는 중요하고도 불안정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지구 역사상 기후와 대기의 변화에 인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인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다. 서평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마존 열대우림은 인간의 탐욕일 뿐인 개발을 핑계로 잿더미로 변하고 있으며 그 연기는 인공위성에서 우주인의 육안으로도 확인된다고 한다. 이러한 파괴 행위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역시 땅과 한 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도 광물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이빨은 암초이고, 우리의 뼈는 돌이다. 육지뿐만 아니라 육체의 지질학도 있다. 칼슘을 뼈로 바꾸는 능력인 광물화(mineralization)는 우리가 똑바로 걷거나 척추동물이 되어 뇌를 보호해 주는 두개골의 모양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적어도 외견상 우리가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런 내용을 즐거우면서도 경건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앞으로만 내딛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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