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들 - 온라인 ‘관종’은 어떻게 TV를 뒤흔들고 새로운 스타 계급이 되었나
크리스 스토클-워커 지음, 엄창호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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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기억들 하시리라. 모 TV 개그 프로에서 어느 깡마른 체격의 개그맨이 자동차 대시보드 위의 못난이 인형처럼 활짝 웃는 표정에 고개를 좌우로 건들거리며 등장해서는 마치 표창을 던지듯 관중들 머리 위로 명함을 내리꽂으며 이런 말을 던지는 장면. “스타~가 되고 싶어?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요즘 스타가 되고픈 사람들은 연예 기획사를 찾거나 방송국으로 가는 대신 스스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 각자의 개성과 장기를 살린 유투버, 크리에이터, 스트리머, 인플루언서 등등 그 명칭과 분야도 사람의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해졌다. 바야흐로 각자가 걸어 다니는 1인 매체의 시대다. 현재 전 세계 20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유튜브를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Jake Paul, KSI, PewDiePie, Zoella 등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젊은 층에는 메가스타요, 노인층에는 미스터리다. 유튜버로서 그들은 수백만 팬들의 시각, 생활방식, 구매양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들의 힘은 날로 커져만 간다.

"유튜브는 인간처럼 풍부하고 창의적인 데다가 개별적이고

종잡을 수도 없는 최초의 글로벌 미디어.“

이 방송 ‘크리에이터’ 들의 영향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어쩌다 서커스 판 같은 미디어 세계의 동심원으로 뛰어들었을까. 기껏해야 대학생이거나 군대 생활을 하고 있을 만한 스물한 살 젊은이가 어쩌다 LA의 대저택에 살게 되었을까. 이들을 성공하게 해 준 배후 세력(?)은 누구인가. 유튜브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심층적이고 독립적인 이 책을 위해 100여 명의 내부자가 그들 삶의 현실을 털어놓는다.​



열혈 기자인 저자는 시대의 대세인 유투브를 소재로 한 사상 처음 독립적이고 심층적인 이 책을 통해 그 해답을 공개한다. 3년 동안 그는 인플루언서, 에이전트 및 매니저를 포함하여 사이트와 연결된 1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유튜브가 단일 홈 비디오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자산 가치의 거대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말하는 동시에 이 세계의 상표 가치, 스타들의 소멸 현상, 콘텐츠의 진정성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왜 유튜버들이 시내 중심가의 교통 체증을 유발해가며 끊임없이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는지, 유튜브가 결국 '정상적인' TV를 먹어 치우고 마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그 해답은 이 책에 있다.

"유튜브는 언제나 너무 소극적으로, 그것도 너무 늦게 행동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튜브는 '인간의 풍요로움, 기발함, 아름다움, 광기를 모방한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의 만화경'이다. 세상에 나온 지 겨우 15년쯤 되지만, 이 사이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다. 그 과정에서 방문객들만의 공동체, 문화, 유명인사, 그리고 고용 창출을 이루었는데, 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오늘날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바람직한 꿈의 직장 1순위다. 그는 유튜브의 성공 비결을 '알고리즘'이라고 말한다. 심층 신경망이 모든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동영상을 추천함으로써 유튜브의 시청 시간이 도입 이후 20배나 증가했다. 이 '알고리즘'은 비밀에 싸인 코카콜라 제조법이나 KFC 스파이스 믹스에 비유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을

은둔형 외톨이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이 알고리즘은 코카콜라나 KFC의 먹고 싶은 유혹만큼이나 저항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편 위험할 정도로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알고리즘'은 유튜브 키즈 앱에서 인기 영상물을 모방한 엽기적이고 불안정한 영상을 홍보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고, 음모론자와 극단주의자들의 편파적 영상이 수시로 올라오면서 무심코 시청자들의 광클릭질을 유도한다. 이 문제는 유튜브가 극우 음모론처럼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명확한 정책을 채택하는 ‘경계’ 작업을 소홀히 함으로써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유튜브는 유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광고주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크게는 사회 전체에)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저자는 또한 반드시 위험하진 않지만 예측되지 않는 방식의 행동으로 진행하는 유튜브의 이면을 문화와 사업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는 '하울' 동영상과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묘기, 비열한 장난, 유튜브 연예인들 사이에서 주로 제작되는 드라마로 초절정 소비주의로 승화된 시골 장돌뱅이 여행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는 또한 기생 관계에 놓여있는 '진정성'의 상품화를 논하고, 제니퍼 로렌스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처럼 개방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상대적인 모습을 연출하려고 유튜브 스타일의 기법을 이용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이 진정성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그들의 팬들 사이의 전통적인 관계보다 유튜버와 팬들을 더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접착제로서, 유튜버라면 누구에게나 유튜브 필수 상품이다.


유튜브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 상당 부분이 진정성과 직접 해보기 (Do It Yourself) 태도지만, 이 플랫폼은 한때 대안을 제시했던 또 다른 하향식 하청업체들로 변화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광고 수익만으로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어쩔 수 없이 상품을 채찍질하고 페이트리온을 통해 직접 기부를 요청한다. 한편 유튜브는 자체 콘텐츠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 등 경쟁업체들을 공략해 왔다. 예컨대 PewDiePie와 같은 크리에이터를 제치고 윌 스미스 같은 스타들에게 두각을 나타낸 유튜브의 '리윈드 2018'은 유튜브가 변화한 방식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였다. 자생적으로 자란 스타들을 좋아하는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윌 스미스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후 유튜브로 진출한, 다른 동네에서 놀다 굴러 들어온 스타로 여겨진다. 이 모든 것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관계 그리고 그 이면의 유사 사회적 요소로 귀결된다.

"핸들에서 손을 떼는 순간, 위험천만하게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방향을 바꿔 사실이 아닌 극단적인 음모론의 구역으로 돌진한다. 유튜브는 뻔뻔하고 환경 파괴적이며 소비 지상주의를 따르는 엔진이다.“

이 책은 플랫폼 산업계에 날아든 구애 편지인 동시에, 작심하고 쓴 비판 성명이기도 하다. 유튜브 세계의 언어, 커뮤니티, 문화, 유명인사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적당한 분량에 적절히 학술적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미친 듯 뒤죽박죽 섞여 소용돌이치는 유튜브 세계에 관해 일관성 있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도전이겠지만 저자는 매끄러운 글 솜씨로 잘 다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까? 유튜브를 매일 들여다보며 낄낄대는 십 대 자녀가 아직도 한심스러워 보이는 부모님들, 개인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며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소식을 무차별 살포하는 극우 성향 채널의 열혈 구독자들 그리고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받아 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연령대의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고 유튜브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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