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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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삽화에 일몰을 배경으로 나뭇가지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 "언더랜드"라는 제목이나 "심원의 시간 여행" 부제로는 무엇에 관한 책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책의 두께로 봐서는 장거리 기차나 비행기 여행에 어울리는 판타지 소설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북반구의 여러 지역에서 지구 깊숙한 곳으로 내려간 저자가 우리가 밟고 선 땅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는 왜 땅 밑으로 들어가는가? 우리의 목적은 무엇인가?’ 저자가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심원의 시간 여행인 까닭은 역사 기록을 훨씬 뛰어넘어 데스몬드 모리스가 <나체 유인원>이라고 불렀던 인류의 첫 등장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씨와 포식자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동굴에 들어갔고 죽은 사람을 파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은 신화, 문학, 기억, 사실에 존재하는 지구의 지하세계를 탐구하는 과제를 스스로 설정한다.



 

언더랜드는 세 부분으로 펼쳐지는데, 각각 저자가 탐험하는 새로운 지하실을 대표한다. ,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감정적 탐험의 영역이다. 저자는 때로 인간의 온전한 정신은 무엇일까 묻는다. 왜 사람들은 파리의 지하무덤에 들어가 파티를 했을까? 왜 사람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지하 강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빙하의 갈라진 틈 속으로 내려갈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의 위대한 자연 작가"(월 스트리트 저널)로 칭송받는 저자는 인간과 자연계의 교차점에 관해 글을 쓰는 작가로, 그는 이 책에서 신화, 문학, 기억, 그리고 땅 그 자체로 존재하는 지하세계의 서사시적 탐험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우리를 이끌고 어두움, 매장, 그리고 우리의 발밑과 마음속 모두의 표면 아래 세상과의 관계 속으로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심원의 시간 여행" 즉 현재에서 멀리 뻗어나가는 아찔한 지질학적 시간의 확장을 통해 그는 우주의 탄생에서 인간 이후의 미래로, 노르웨이의 바다 동굴의 선사시대 예술에서 그린란드 만년설의 푸른 세계로, 청동기 시대의 장례식장에서 파리 지하의 공동묘지로, 그리고 운명의 미로에서 더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자연물이고 일부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지리학적으로 전 지구적이며 위대한 서정성으로 쓰인 이 책에서 우리 행성을 깊이 들여다본 저자는 "우리는 미래의 지구에 좋은 조상이 되고 있는가?"라는 중요하고도 불안정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지구 역사상 기후와 대기의 변화에 인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인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다. 서평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마존 열대우림은 인간의 탐욕일 뿐인 개발을 핑계로 잿더미로 변하고 있으며 그 연기는 인공위성에서 우주인의 육안으로도 확인된다고 한다. 이러한 파괴 행위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역시 땅과 한 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도 광물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이빨은 암초이고, 우리의 뼈는 돌이다. 육지뿐만 아니라 육체의 지질학도 있다. 칼슘을 뼈로 바꾸는 능력인 광물화(mineralization)는 우리가 똑바로 걷거나 척추동물이 되어 뇌를 보호해 주는 두개골의 모양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적어도 외견상 우리가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저자는 이런 내용을 즐거우면서도 경건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앞으로만 내딛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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