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리스타트 - 생각이 열리고 입이 트이는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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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시대를 맞아 우리의 정보습득은 예전보다 더 빠르고 쉬워지고 있다. 정보 범람의 시대에 발맞춰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의 양은 시시각각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으나 인간의 학습 속도는 형편없이 느리다. 정보화 사회라지만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학습 능력이나 부모 세대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으로 개별 학습자 사이의 정보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이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동시에 학습 능력의 차이가 있고 없음에 큰 의미가 부여되고 경제적 능력과 동의어인 시대가 되었다. 저자의 표현처럼 지식이 곧 삶의 무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노력을 애써 외면한다거나, 의도치 않은 정보격차로 세상의 흐름에서 소외당하는 일도 생긴다.

이 책의 제목이 인문학 ‘리스타트’인 이유가 여기 있다. 사실 저자가 말하는 경제-정치-역사-종교-철학으로 이어지는 인문학의 기초는 30년도 더 전 고등학교에서 이미 다 배웠음 직한 ‘흐린 기억 속의 지식’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배울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일 뿐,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몸에 배어있는 지식이라 할 수 없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과 실제 생활에 묻어나오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련한 옛 추억의 인문학을 오늘에 되살려 개인의 발전과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삶의 무기로 만들자고 한다. 코로나19 전염을 계기로 모든 것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진 지금,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힘을 얻어 흔들리지 않는 통찰의 바탕으로 삼자고 말한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경제가 인류생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학문의 뿌리이고 정치는 이를 조정하는 모든 행위이며 인류 역사는 이들의 총합이라는 속성을 밝히고(1장), 인간의 삶 자체이자 그 삶에 대한 기록인 역사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본 세계사를 훑어보며(2장), 인류생존의 행동지침인 종교와 철학이 추구하는 것은 방법과 설명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함을 설명하고(3장), 오랜 연인처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절대성을 제공하는 종교와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는 철학 사이의 끈적한 사랑 이야기가 사실은 대제국의 정치적 소산이었음을 말한다.(4장)



역사 속에는 국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저지른 만행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개인이 돈 때문에 사람을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것 못지않게 국가도 재정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나 집단을 희생시켜왔다. 국가재정은 그만큼 잔혹한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59쪽)

당파가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왕은 균형자 역할을 하며, 그들의 대립을 발전의 수단으로 삼았을 때, 백성의 삶은 더 좋아진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는 정치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당파 간의 팽팽한 세력 균형이 이뤄질 때, 국가는 오히려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6쪽)

보수란 어떻게 해서든 힘센 놈들이 자유롭게 힘을 더 키울 수 있게 만들자는 세력이고, 진보란 그 강자들의 틈을 파고들어 약자들이 설 자리를 조금이라도 넓혀 보겠다는 세력이다. 여기서 힘이란 곧 밥그릇을 선점할 수 있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69쪽)



1장에서는 인문학의 뿌리와 다양한 학문적 갈래를 주로 설명에 의존하고 있는데, 저자의 전작인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처럼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계통도를 제공하였다면 이해하기 훨씬 편했을 것 같다. 2장은 아무래도 세계사를 다루다 보니 영토의 확장과 변천을 보여주기에 가장 무난한 지도와 도표 같은 시각 자료가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바람에 나머지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한편 작고 얇지만 알찬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은 간결한 설명과 산뜻한 파란 색상의 도식화된 요약문장으로 저자의 논지와 본문의 핵심을 잘 짚어주어 가독성을 높여준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이 돋보이는 이 책에 제시된 인문 지식은 난해하고 복잡한 최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지식의 종합 선물세트인 관계로 다양한 종류별로 맛보기는 가능하나, 3대째 대를 이어 내려오는 맛집의 조리 비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비록 먹고사니즘에 파묻혀 책 한 권 읽기는 고사하고 하루 벌이에 급급한 소시민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 메뉴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예컨대 우리에게 늘 부담스러운 세금과 국가재정의 역사적 관계, 하루도 멈추지 않아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정쟁의 당위성, 화석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간의 발자취를 따라가 어제의 실수로부터 미래의 교훈을 얻는 세계사,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만들어졌으나 도리어 인간성 억압에 이용된 종교의 반사회적 부작용,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인 삶을 온건히 지켜내기 위한 행동지침으로 발전한 철학 등이 그것이다.



결국,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세상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내 삶을 더욱더 윤택하고 아름답게 가꿔 갈 수는 있다. 인류의 발전이란 스스로를 깨트려 생각을 깨우치고 입이 트이고 행동이 달라져 한 단계 성숙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정의처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발전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맛보았으면 한다.

#인문교양 #인문학리스타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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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선택 - 세계 경제사 주요 사건으로 읽는 부의 지도
한진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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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매일 돈을 쓰고 살면서도 금융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고사하고 경제라는 돈의 흐름도 어설프게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을 대부분(?) 독자들에게 일말의 반성과 재교육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단번에 돈을 보는 눈이 뜨이고 머리가 트여서 단시간에 부가 축적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경제학의 역사적 배경과 기본 개념만큼은 옛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다듬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알려면 최소한 조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가족사 정도는 알아야 하듯, 자본주의 시대에 소위 먹고사니즘을 영위하려면 최소한의 경제 지식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300쪽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이라 두 시간 정도만 할애하면 2500년에 걸친 장대한 경제사를 34가지 핵심어로 추려낸 알짜배기로 요점이 정리됩니다. 게다가 단순한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유명한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통찰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움직인 원천은 무엇일까요? 전체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장은 이러한 질문에 답변을 제시하면서 시작됩니다. 화폐가 생성되어 쓰이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문명을 이룩하였고 이를 추동한 근본적인 힘은 돈으로 대변되는 부의 축적이며(1), 중세 봉건제 시대를 대표하는 십자군 원정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상인 계층이었고(2), 근대화 이후 부의 축적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중농주의와 중상주의가 번성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며(3)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급격히 확산한 새로워진 시장의 개념을 설명하며(4) 현재 유일하게 남은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5).



  아울러 저자는 경제사에 꼭 등장하는 중요 인물들의 일화와 그들의 저서, 경제학 용어와 개념, 역사적 사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돈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쉽고 간결한 설명과 다양한 시각 자료로 경제학은 복잡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덜어줍니다. 실제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해서 수업 중 설명하는 것처럼 굉장히 편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인류 역사가 돈을 위해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돈에 의해 움직인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는 저자의 시각에 공감하신다면, 이 책을 계기로 먹고사니즘 속에서 돈의 속성과 흐름, 부의 기회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얻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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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이루어진다
오인환 지음 / 생각의빛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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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어떻게든 쓰면 결국은 이루어진다는 제목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글쓰기로 나를 찾는 습관을 키우고 나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는 부제 역시 특히 글쓰기에 관심 많은 이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책의 중후반에서도 언급하듯, 좋은 책의 완성은 제목이 큰 몫을 차지하므로 저자는 책의 제목을 정하는데 대단히 신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제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목은 독자들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한 재료가 된다. 제목과 목차를 살펴볼 때까지만 해도 이 책은 매우 알찬 내용으로 가득하리라 기대되었고, 사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어떤 내용일는지 누구나 짐작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오랜만에 확인하게 된다.



잘 써진 글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읽힌다고 한다. 저자와는 대략 20년 정도 연식(?)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언어 주파수가 똑같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하더라도, 바닥이 고르지 않은 자갈길을 계속 걷다 보면 피로감만 증폭되듯 모처럼 좋은 길을 걸었다는 만족감은 느끼기 어렵다. 왜 피로감을 언급하는지 그 이유는 뒤에서 밝힌다.

저자는 이미 기행문 형식의 전작 ’앞으로 더 잘 될 거야‘를 출간한 경험이 있으며 나름 괜찮은 내용으로 호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는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는 어록을 남긴 유명인이자 국정 농단의 피해자(?)임을 주장했던 전직 대통령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번역기가 등장했던 웃지 못할 일을 기억한다. 저서를 읽고 서평을 하고 싶었는데 번역을 하게 되니 이런 난감한 일이 있나 싶었다.



자갈 고르기 작업이 일상생활의 피로감 증폭에 미치는 영향은 논외로 하고, 지금부터 평범한 서평자의 눈에 띄는 오류를 열거해본다. 예컨대 자신을 ’드러내다‘를 ’들어내다‘로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모습을 보이는 대신 적출 수술로 자신을 망친다는 뜻인지 그 의미가 혼란스러운 철자법은 물론, 길지도 않은 글에 쉼표를 자주 사용하여 글의 호흡을 망치는 한편 제대로 된 교정이 아님을 확신시키는 띄어쓰기 오류 등이 그것이다.

이는 마치 편집 과정 가운데 교정 절차를 생략한 듯 보이는데, 출판사와 저자가 시간에 쫓겨 서로 등 떠밀며 출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그 가운데 화룡점정은 66~67쪽으로, 치매 예방에 독서가 좋다는 점을 응용하였는지 독자 스스로 밑줄 치고 문맥을 맞춰가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심지어 일부 문장은 구글링으로 작성된 한글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써놓고 독자들에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지 좀 걱정스럽다.



아래에 약간의 수고로움으로 발견된 오류 문장의 일부(!?)와 편의상 쪽수를 괄호 표기하였다. 어떻게 고쳐 읽을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말하는 때로 감정적이다 / 그로 인해서 정서적 소모 감이 덜하기도 하다 (32)

이는 “나는 날마다, 모른 면에서 점점 더.. (35)

그다음의 모든 일은 무의식으로 하여진다는 것을 말한다.(36)

손끝이 두피를 마사지할 때 느낌이라던 지(42)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 일 수였지만 (44)

나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 그는 채식주의자였는가.(53)

나의 숨음 고른지... (55)

부유물이  있는 물을

해마라고 하는 귀 안쪽 부분에 있는 영역 (56)

* 해마는 대뇌 변연계의 양쪽 측두엽에 존재(출처: 위키백과). 귀 안쪽은 혹시 달팽이관?

‘미래’라는 허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지나 간의 ‘사실’이라고 착각하는(58)

그 오물을 들고 다니며 꺼내 보는 것은 정작 본인의 잘못이다.(60)

‘론다 번’의 자서 ‘비밀’에 따르면 (65)

이는 상당한 설득력 있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라던 지 ‘연애를 / 막연한 바람이 저절로 이루이기를 바라지 스스로 움직이려고 / ’종이 위에 글을 쓰면 이루어진다.‘라던 지의 ’알라딘‘의 요술 램프와 같은 마법이 항상 주변에 있을 것 같다는 기대하고 살았다. (66~67)

도서관에서 책  넘어가는 소리 (70)

나는 얼마 전 최근 전기 자동차를 샀다.(71)

보기만 해도 기겁하게 되고 겁을 난다.(77)

새로운 단계로가 넘어갔어야 (82)

상대가 어떻게 받아드릴지를 잊고 (92)

생생한 간접 경험을 얻게 된다.….

최대한 부사를 빼고 수동태 표현을 빼고 명료하게 쓰기. (94)

어느 날, 초콜릿을 한 개 갖고 가더니, 수 이간 초콜릿을 (133)

전역이 후 반드시, 그 글들이 (137)

나의 첫 번째, 책이 이름은 (141)

이 책의 독자들도 만찬 가지겠구나 (142)

사실 많은 제주도민이 감귤을 작농하고 있지만, 사실 감귤 생산이 많은 해에는 감귤 값이 좋게 받지 못할 때도 많다. (144)

어떻게 쓰지라는 않는 그것은 없다. (147)

내가 군대를 입학하고, (148)

계약에 따라서 선 인세를 받기도 하고, 인세를 받기도 한다. (149)

글을 쓰는 행위를 ’업‘으로 단정하지 마라, 자신을 알려주고, (152)

자신도 들어내지 못하고 살아야 하나? (153)

나는 그 핵심을 벗어나며, 마음껏 노 다니다가 다시 핵심으로 돌아오며

다른 원고지 하나와 딱 풀을 샀다.

원고지 하나 혹은 둘 일대는 그런 감정이 없다가 (157)

나보다 낫은 사람들의 / 그는 전 세계 최고의 부자에 있지만, 내가 그의 (158)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 지란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다.

마음 챙김 즉, 심리 풀 니스(mindfulness)를 하다 보면 (169)

감각을 시각화함으로 우리는 바라보기를 여러 측면으로 가능하게 된다.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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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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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경제학자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적인 자본주의의 승리와 영원한 성공을 "역사의 종언"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내부로부터 점점 커지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중국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에 기초한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항상 결함이 있었고 특히 오늘날에는 부정확해 보인다. 따라서 이 책은 새로운 세계 질서, 즉 홀로 남은 자본주의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주제로 삼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에 두 가지 주요한 변종, 즉 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자본주의와 정치적 자본주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모두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와 성과를 가져왔음은 분명하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인 성과주의 자본주의의 혜택으로 자유, 성장, 그리고 인권 의식을 말하게 되었고 중국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자본주의는 극적인 경제 성장률과 빈곤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저자가 잘 설명하듯 자본주의의 각 유형에는 미래의 성공을 제한할 수 있는 고유한 내부적 모순이 있다. 자유주의적인 성과주의 자본주의는 높은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 권력을 이용해 특권이 보장되는 상류층 엘리트들을 생산한다. 이 때문에 성과주의 자본주의는 성과에도 미흡하고 민주주의도 덜 성숙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처럼 국가가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정치 자본주의는 시스템이 의존하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숙련된 행정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자본주의는 반드시 부패를 조장하는데, 이는 효과적인 행정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따라서 체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각 유형의 도전과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함의를 논할 때도 상당히 흥미롭다. 어떤 시스템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예측을 하지 않지만, 몇 가지 잠재적인 결과를 제공한다.

 

저자는 엘리트 포획의 잠재력을 지닌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아마도 성취욕에 불타는 소수 엘리트 계층을 제외하고는 바랄 사람이 거의 없는 미래형 정치 자본주의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중산층을 우대하는 세금 정책, 견실한 공교육, 더 큰 자본 소유,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시민권 빛"을 통해 궁극적으로 미래는 국민 자본주의 또는 평등주의 자본주의, 즉 능력주의적 자본주의의 산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는 두 가지 획기적인 변화를 직설적으로 정의한다. 첫째, 처음으로 세계는 하나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인 자본주의에 따라 지배되며 둘째, 서양의 산업화 국가들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가 재조정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시기의 대표주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와는 달리, 저자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를 목적론적인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과 위기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저자는 자본주의의 보편적 이념인 서구식 '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자본주의'와 주로 중국에서 볼 수 있는 국가 주도의 권위주의적인 '정치적 자본주의' 사이에 큰 분열이 있음을 전제로 이 두 자본주의 체제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자유민주주의에 자본주의를 덧입힌 서구식 자본주의에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 그 가운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로서 사회적 이동성과 역동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민주주의 정부를 침탈하고 세계화 시대를 빌미로 축적된 막대한 재산으로 법치를 타락시키는 과두정치의 출현으로 위협받고 있다.

 

19세기 고전 자본주의와 20세기 사회 민주적 자본주의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요인들이 자본의 집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자본주의'하에서 공교육 제도의 훼손은 물론 특히 상속세 같은 세금의 재분배 작동 기제가 급격히 축소되었다. 부와 양질의 교육은 점차 선택적 소수를 위한 유일한 영역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계층 간의 고립은 결혼 방식에도 반영된다. 마땅한 결혼 상대를 귀족 계층에서 찾던 대신 이제는 부와 소득을 기준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회 양극화를 완전히 수용하여 일말의 책임감조차 느끼지 않는 이 엘리트 계층은 잘 식별되지도 않을뿐더러, 각 정치계급이 이익을 추구하도록 자금을 대어줌으로써 민주주의를 공허한 의식절차로 위축시키고 있다.

 

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자본주의는 새로운 자본주의 총아인 정치 자본주의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에서 현실로 나타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로, 정치 엘리트들에게 시민이나 부자들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한다. 이는 경제와 사회를 지휘할 최고의 인재들을 매우 효율적 기술적으로 능숙한 관료로 만들어 준다. 여기에 당이 정책을 펼칠 때 자신과 지지자들에 관한 법을 임의로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당이 제도를 더 발전시키고 선택된 수혜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법치가 실종된다. 이로써 중국은 경이적인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다.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으며, 세계적 불평등의 증가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95% 이상을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중국 내부의 불평등은 서구의 그것보다 훨씬 더 극악하다. 공공부문보다 훨씬 규모가 큰 민간부문의 부유한 엘리트들은 직접적으로 정치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그들의 이익은 국가에 의해 잘 보장되고 있다. 당과 관료제 등 체제 전체가 부패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약점인데, 중국 곳곳이 부패로 만연해 있다. 이는 1989년 천안문 광장 봉기 진압 이후 중국이 사회 평화적 토대가 되어온 고성장을 이룩함으로써 당과 관료주의가 체제를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올바른 정책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치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위험은 정치 엘리트에 의한 법치주의의 선택적 적용이다. 이것이 얼마나 잠재적으로 폭발적일 수 있는지는 지난 몇 달 동안 홍콩에서 목격되었다. 그것은 끔찍하게 잘못된 결정이며 중국 정부는 인민군 파견 부족으로 여전히 홍콩에서 정치적 평형 회복 수단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언급하는 두 가지 요점은, 중국의 경제적 번영이 세계화에 의해 가능하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세계화가 아직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이미 중국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게다가 자본가들은 생산물 시장이 얼마나 쉽게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국외 자본은 중국 내수시장으로부터 쉽게 발을 뺄 수 있는 데다 중국 이외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수입국이 다변화되고 있는데, 이를 진행하는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려를 받고 있다. 둘째, 자본주의는 위기를 낳는다. 중국은 경제적 상승 이후 국내 경제 위기를 겪은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닥쳐올 일이다.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중국의 정치 자본주의가 얼마나 건실한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은 지난 2세기 동안의 경제와 사회사에 대한 큰 그림을 제공함으로써 의심의 여지 없이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경제와 사회를 조직하는 체계로서 자본주의가 승리한 후 경쟁자가 없으며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더 많은 번영을 제공한다. 그러나 저자는 몇 가지 경쟁적인 자본주의를 구분한다. 그는 미국이 구현한 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자본주의와 중국이 구현한 정치적(권위주의) 자본주의라는 두 가지 변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훌륭한 관료들을 자랑하지만, 법치가 없는 후자는 부패라는 치명적인 내부결함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자본주의처럼 공산주의가 산업화한 중산층을 개발하지 않고 봉건주의에서 벗어나 근대세계로 발전시켰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의 산업 근로자들의 높은 생활 수준, 즉 노동조합, 대중교육, 그리고 누진적 세금과 이윤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 요인들은 최근 몇십 년 동안 대폭 줄어들었다. 저자는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자본을 소유하는 사람들의 이익에 그리 치우치지 않는 이른바 '대중 자본주의'로 정의되는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더 평등한 자본주의가 출현할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본가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경제체제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봉건주의 시대 이후, 그리고 공산주의 시대 이후 이러한 결정적인 역사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고 자본주의의 다양성을 고찰하면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자본주의만이 유일한 기준인 지금 더 공정한 세계에 대한 전망은 어떠한가?’ 그의 결론은 냉정하지만 숙명론적이지는 않다. 자본주의는 틀려먹은 것도 많지만 좋은 점도 많다. 게다가 곧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우리의 과제는 개선점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나름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승자의 편이었다고 주장한다. 물질적 번영을 이룩하고 자율성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물질적인 성공을 궁극적인 목표로 인정하도록 우리를 몰아붙이는 도덕적 희생을 동반하는 데다 안정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서구에서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불평등과 자본주의적 과잉이라는 변종 아래 삐걱거린다. 그 모델은 이제 정치적 자본주의로 비중을 다투는데, 중국은 효율적이지만 부패에 더 취약하고 성장이 더디면 사회불안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미래를 내다보며, 저자는 전 지구적 번영이든 로봇에 의한 대량 실업이든, 어떤 단 하나의 결과가 불가피하다고 선언하는 예언자들을 무시한다.

 

결국, 자본주의는 위험한 체제인 동시에 인간의 체제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로부터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는 우리가 어떤 체제를 선택하고 얼마나 명확하게 살펴보는가에 따라 판가름 될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흥미롭고 중요한 읽을거리다. 이미 소멸해버린 공산주의의 망령으로 우리 사회를 빨간 색깔 입히기에 열심인 분들을 비롯하여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일독해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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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태 시제 개념을 잡습니다
오석태 지음 / 사람in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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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필자와 비슷한 시대에 태어난 학력고사 세대로 일찍이 학원가에 진출하였으며 지금까지 출간한 영어 관련 서적만 해도 130여 권에 이르는 유명 강사입니다. 문법과 영어 학습의 상관관계를 두고 멸시와 존중의 부침을 거듭했던 학계의 사조를 언급하면서 시작되는 서문에서 저자는 문법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밝히고 있습니다. 책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 그는 철저한 문법 학습 지지론자이며 필자 역시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문법이 존재한다는 그의 시각에 공감합니다.




이 책을 정독함으로써 수, 태, 시제에 관해 기존에 난립하던 개념을 새로 정립하는 것에 더하여, 저자는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회화와 작문 등 출력용 실전에 사용될 문법의 핵심은 수, 태, 시제로 압축되며 이 셋 가운데 문장 이해와 의사소통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시제임을 강조합니다. 각 요소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간략히 적어봅니다.

수 (number)

외국어 학습에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모국어에는 없는데 목표 언어에는 있는 문법요소입니다. 주어와 수의 일치 원칙은 손에 꼽히게 어렵지만,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수는 명사와 동사의 형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가산/불가산, 단수/복수를 구별해야 하는 데다가 단수일 경우 a/an/the의 적용 여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들조차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데, 저자의 명쾌한 설명을 읽으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태 (voice)어떤 언어든 문법은 언어 사용자의 모국어로 생각하는 방식을 반영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자신과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는 생각과 감정이 곧 문법인 셈이고, 이렇게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시각 차이는 곧 언어 사용에 관한 약속 체계인 문법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영어권 사용자들에게 세상은 자신과 동등한 객체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행위는 곧 폭넓은 동사의 쓰임새를 의미합니다. 행위의 주체인 자신이 세상에 영향을 주면 능동태가 되고 반대로 자신이 객체가 되면, 즉 어떤 행위가 자신에게 가해진 상태인 수동태가 되는 겁니다. 결국, 능동태는 행위의 주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며 수동태의 경우 동작이 가해진 주어의 상태가 더 중요하게 되어 굳이 주어를 드러낼 필요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문장에는 수동태로 표현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시제 (tense)

대개의 영어 문법서 목차의 가장 앞 순서로 동사를 소개할 만큼 동사는 영어에서 가장 비중 있는 품사입니다. 시제는 이런 동사의 포괄적인 활용법의 다른 이름이며, 동사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를 현재/과거/미래/완료/조동사 등을 조합하여 동사를 보다 섬세하게 사용하도록 해줍니다.




이 책의 본문은 다음 정해진 순서대로 전개되어 가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1. 기본형 예문 제시

동사와 전치사를 비롯한 각 문장 성분을 주로 언급하면서 특히 동사가 자동사와 타동사로 어떻게 나뉘는지, 또 어떤 뉘앙스로 쓰이는지를 언급합니다.

​2. 수 일치

수 일치는 영어에는 있지만, 한국어에는 거의 없다시피 한 규칙이라 영어 시험의 어법 문항에 단골 소재로 애용되기도 하지요. 명사와 동사는 주어의 수에 따라 변환되며 특히 be 동사는 전통적으로 암기만이 살길이었습니다. 저자는 예문에 등장하는 주어, 동사의 목적어, be 동사를 적절히 활용하여 단수와 복수 규칙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회화나 작문 시 늘 혼동하는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의 차이점도 수의 변화를 적용한 예문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3. 태의 변환

한 문장을 능동태와 수동태로 변환해가며 뉘앙스를 설명합니다. 주어가 분명하거나 밝혀두어야 할 경우라면 능동태가, 그렇지 않다면 수동태가 문장에 자연스러운 뉘앙스를 주게 되는 원리를 설명해 줍니다.

4. 시제 변화

현재/과거/미래/완료 형태로 확장되는 동사의 시제별 예문을 제시하고 해석을 통해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5. 전치사구 및 접속사절로 확장

주로 문장의 끝부분에 전치사구와 접속사절을 확장하면 전체 의미에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문장의 내용과 표현이 더욱 풍부해지고 문장 길게 늘여 쓰기도 가능해집니다.

이 책의 본문은 군더더기 없이 매우 단순하고 내용을 직관적으로 배열하였으며, 예문의 활자 크기가 큼직하여 노안이 온 필자가 보기에도 매우 편안합니다. 더할 나위 없이 친절 자상하고 한 번에 이해되는 문법 설명으로 이 책을 읽으면 최소한 문법 배우기 어렵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문법 초심자를 배려한 매우 친절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한 가지 옥에 티라면, 고맙게도 진한 빨간 색으로 달아놓아 눈에 확 뜨이는 예문의 출처는 어디일까 궁금한 점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출간물 등 어디가 되었든 출처를 밝히거나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알려 주었더라면 현장감을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교습자 위주의 설명과 이해 부족으로 문법 학습에 곤란을 겪어왔던 학습자라면,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추린 이 문법 설명서부터 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



#영어 #수태시제개념을잡습니다 #영문법 #문법개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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