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서는 인문학의 뿌리와 다양한 학문적 갈래를 주로 설명에 의존하고 있는데, 저자의 전작인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처럼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계통도를 제공하였다면 이해하기 훨씬 편했을 것 같다. 2장은 아무래도 세계사를 다루다 보니 영토의 확장과 변천을 보여주기에 가장 무난한 지도와 도표 같은 시각 자료가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바람에 나머지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한편 작고 얇지만 알찬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은 간결한 설명과 산뜻한 파란 색상의 도식화된 요약문장으로 저자의 논지와 본문의 핵심을 잘 짚어주어 가독성을 높여준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이 돋보이는 이 책에 제시된 인문 지식은 난해하고 복잡한 최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지식의 종합 선물세트인 관계로 다양한 종류별로 맛보기는 가능하나, 3대째 대를 이어 내려오는 맛집의 조리 비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비록 먹고사니즘에 파묻혀 책 한 권 읽기는 고사하고 하루 벌이에 급급한 소시민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 메뉴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예컨대 우리에게 늘 부담스러운 세금과 국가재정의 역사적 관계, 하루도 멈추지 않아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정쟁의 당위성, 화석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간의 발자취를 따라가 어제의 실수로부터 미래의 교훈을 얻는 세계사,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만들어졌으나 도리어 인간성 억압에 이용된 종교의 반사회적 부작용,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인 삶을 온건히 지켜내기 위한 행동지침으로 발전한 철학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