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라종일 외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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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여느 때처럼 동사무소 확성기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오후 6시 태극기 하강식이 시작되면 가던 길을 멈추고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국기에 대한 맹세를 되뇌었다. 그달 26일, 궁정동에서 울린 총소리와 함께 17년간 독재를 이어오던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자 호기심 천국 어린이답게 이다음 박정희는 누가 하는 거냐고 엄마에게 물었다. 루이 14세처럼 대통령이라는 명칭 대신 이름 석 자가 곧 절대 권력의 상징이던 시절인데 어려서 몰랐나 보다. 신기하게도 그 아버지의 후광 덕에 세계적으로 드문 여성 대통령이 되었지만, 탄핵 인용으로 임기를 다 못 채운 딸은 지금 국가시설에서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1984년 10월. 마포대로를 통과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해외 순방 행사에 일회용 태극기를 흔드는 수많은 환영인파의 한 명으로 동원되었다. 그날 오후 수업을 모두 제치고 대낮에 학교 밖으로 나가 우리처럼 동원 나온 이웃 여학교 학생들의 희멀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과중한 학업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린다.

1987년 6월. 민주화의 봄이라고 부르던 시절인데 향긋한 꽃향기 대신 알싸한 최루탄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자극적인 향기를 꽤 오랫동안 맡을 수 있었다. 다음 해 논산 훈련소에서 익숙한 향기를 맡으며 가스실을 구를 때에도 저녁 아홉 시만 되면 같은 얼굴을 반복해서 보여주니 아버지보다 더 친근감이 들었다. 춘추전국시대도 아닌 20세기에 자신의 손으로 머리에 왕관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얹은 군주가 자신은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고 했다. 가진 것에 비해 매우 풍족해 보이던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한 개인이 그의 인생에서 떠올리는 순간들을 돌아보았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들을 소재로 정하기부터 하나같이 불행한 그들의 말로를 다루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은 세간에 알려진 대통령들의 공과를 알려주기보다는,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작동방식 오류의 원인을 짚어보고 있다. 대권을 잡았다 놓은 대가치고는 썩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는 공통적인 이유를 대통령과 연관된 네 가지 분야, 즉 외교, 언론, 정치 구조, 리더십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 무려 50쪽에 이르는 서장을 통해 그러한 불행을 맞이하게 되는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검정과 노랑의 강렬한 대비 색채로 눈에 금방 들어오는 표지의 아홉 대통령 그림을 보고 이들의 불행 이야기가 골고루 다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곧 실망감을 맛보게 된다. 매우 드문 소재를 이 분야 전문가들의 객관적 시선을 통해 바라보려 한 점은 대단히 훌륭하지만 제한된 자료나 저서의 사후 평판을 의식하였는지 논의의 대상이 일부 대통령에 집중된 점은 옥에 티로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지정학적 위험이 많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외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숙제입니다. 보다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외교에 접근해야 합니다.

110쪽



이 책은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5년 단임제, 승자 독식 제도와 같은 정치 제도와 지역대결주의 혹은 지역감정으로 읽히는 정치 문화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정치의식과 정치 문화로 빚어낸 정치적 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결국은 국민 개개인의 시민 의식으로 나타나는 민주주의 성숙도에 달렸음을 강조한다.

이어 민주적 리더십의 대표자로서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는 확장된 상황 인식, 소통의 기술, 통합과 포용의 자세를 언급하고 있다. 이들을 현실화할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래 지향적으로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실천하며, 비서실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위원에게 더 많은 권한 부여하고, 대통령 자신의 신변을 잘 관리할 것과 공평한 인사 정책을 펼치고, 조직을 개편하여 행정 개혁을 이룰 필요성을 말한다.

대통령의 주변인들은 그의 의견에 감히 반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제재당할 일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대통령이 독단적인 결단과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며, 언론의 비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148쪽



이상적으로 모범적인 지도자로서 단 한 명의 대원도 잃지 않고 돌아온 남극 탐험대장 섀클턴과 그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 스테판슨의 사례를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은 사실 대단히 어려운 덕목이며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이 덕목과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퇴임 후 대통령들이 불행한 정도는 바로 이들 덕목의 유무 차이가 아니었을까.

일례를 들어보자. 도덕성에 아무 흠결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조금 도덕적이지 않아도 아무렴 어떤가, 일단 경제가 살아나고 내 배부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으로 뽑아놓으니 앞으로는 베푸는 척하면서 뒤로는 나라의 곳간을 헐어내었을 뿐 아니라 주권국가로서의 지위와 명성에 치명타를 입힌 후임 대통령 자리를 굳혀놓았다가 그나마 비리 일부가 드러나면서 법의 심판을 받아 나란히 무상급식을 받게 된 전임 대통령들의 경우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는 결코 완벽한 제도가 아니며 그 번영과 발전은 체제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철저한 관심과 감시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교훈을 마음에 되새긴다. 국가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기 마련이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지도자임을 상기하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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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 라이프
맥스 루가비어 지음, 정지현 옮김, 정가영 감수 / 니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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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이 10만 년 전 수렵 채집하며 살던 동굴에서 나온 이후, 현생 인류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극적으로 변화한 환경은 불안과 스트레스, 질병이 만연하여 10만 년 전 환경에 맞도록 설계된 우리의 뇌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를 비롯한 과학 지식은 우리의 몸과 뇌가 치유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책 제목 지니어스는 사전적 의미의 천재라기보다는 최적화된 건강을 위한 신박한안내서로 읽힌다. 다시 말해 피로, 불안, 우울증을 퇴치하고 인지 기능을 최적화시켜 최종 목표인 무병장수를 위해 뇌와 몸을 공장 출고 시 초기화 상태로 재설정하는 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세계 각지의 생물학, 심리학, 치매 예방, 인지 최적화, 운동생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식습관, 운동, 수면, 해독 등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건강한 선택을 통합하여 최적의 인지 건강과 체내 건강을 위한 건강한 기반을 조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각종 편의 시설을 비롯하여 안락한 생활 여건에 익숙해진 나머지 되도록 몸과 마음의 불편을 감수하려 들지 않으려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 그 편리함의 대가를 치르며 산다. 게다가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고 있어 이러다가 정말 100세까지는 무리 없이 살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수명의 연장이 기본 전제라면 아마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일 것이다. 평균 수명은 10년 늘어나지만, 그 가운데 5년을 병상에 누워 지내다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현대 생활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영양 상태가 불균형하고, 수면과 움직임이 부족하며, 실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디지털 환경으로 정신이 산만해지고, 무시할 수 없을 만한 양의 화학물질과 방사선에 매일 노출되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우리가 부정적인 건강의 결과를 당장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지난 후 우리의 몸과 뇌는 패배를 인정하고 심장병, , 치매의 위협에 노출된다.


 

인간의 뇌는 불규칙한 식사, 자연 상태에의 노출, 매일 변화하는 일출과 일몰의 시작점, 자급자족의 필요성, 밀착 사회, 세균에 대한 노출, 열 스트레스, 규칙적인 신체 활동 등 독특한 자연조건에 맞추어왔다. 현대에 이 모든 중요한 자극들은 행방불명 되어 우리의 뇌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제대로 된 정보로 안내받기만 한다면 뇌 신경을 재생하여 치유할 수 있으며, 예컨대 음식, 운동, 수면, 자연과의 접촉, 온열 스트레스, 건강한 노동, 스트레스 해소, 환경 독소 제거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건강한 선택을 통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최적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음식에 관한 장을 할애하여 잠자기 전, 수면 중, 깨어있는 의식과 함께 최적의 수면을 얻는 음식 사용법을 설명한다. 수면과 스트레스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잠을 자기가 더 힘들다. 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코티솔 수치를 낮추며, 소셜 미디어를 멀리하고,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일상적 활동의 중요성을 분석한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런 활동 중 하나인데 저자는 자연 목욕에 관한 일본의 연구를 탐구하면서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논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과 정서적 건강을 포함한 우리 뇌의 건강은 모든 시스템 사이의 지속적인 되먹임 작용과 더불어 장, 내분비, 심장 및 신경 시스템의 상태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이 책은 식이요법, 금식과 신체의 내부 시계 동기화, 태양 노출과 비타민D, 고온/저온 노출의 이점, 운동, 환경 정화, 수면 등을 언급하며 장기적으로는 신체와 정신 건강을 최적화하는 손쉬운 방법을 알려준다. 이 모든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부록처럼 제공되는 4주간의 생활개선 계획은 그 절정을 이룬다. 이로써 저자는 현대적인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여건에 맞서 더 튼튼하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설교적 말투가 다분하지만 질병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양과 환경 독소 효과에 대한 최신 정보를 훌륭하게 엮었다. 동시에 우리가 환경 독소에 대해 혼자서는 찾기가 매우 어려운 많은 질문에 대해 충실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의 독서를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영양, 운동, 환경 독소가 예방 가능한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깨우치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질적으로 우수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로장생이 아니라, 건강한 오늘이기 때문에.

 


#건강에세이 #지니어스라이프 #지니어스푸드후속 #실천이늘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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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의학·과학 편 - 팬데믹 시대에 현대인을 위한 생존법은 무엇인가 차이나는 클라스 5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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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3대 기능은 오락, 교양, 보도라고 합니다. 다른 두 분야에 치어 교양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쉽지 않은데 불구하고, 속칭 종편으로 알려진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교양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단순히 재미 삼아 혹은 시간 때울 요량으로 읽어 넘기기에는 출연진들의 수준이 상당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한 차클시리즈가 이미 출간되었고, 이번에는 의학과 과학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주요 내용을 간략히 추려 봅니다.

 



바이러스

- 팬데믹(pandemic) 용어를 유행시켜 요즘 최고의 화두가 된 코로나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사실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 반복되어왔으며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추세.

- 적절한 위생 대처법으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함.

 

-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DNA 복제도 함께 일어나는데 이때 오류를 일으킨 돌연변이 세포가 무한 증식하면서 암이 생성됨.

암 유발 요인은 방사선, 세균과 바이러스, 화학물질(가장 강력함)

DNA 돌연변이 예방은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것으로 시작.

항암제 개발 순서에 따라 1세대(세포 독성 항암제), 2세대(표적 치료제), 3세대(면역 항암제)로 구분.

 

나노물질

독성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모든 물질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제시하는 학문.

샴푸, 주방세제, 세탁세제, 세정제, 화장품의 보존제 등을 잘못 사용하면 독성물질로 작용.

2천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생산된 극소물질로 체외배출이 안 되어 매우 위협적임.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는 썬크림, 립스틱 등의 화장품 사용부터 유의해야 함.

 

환경 호르몬

난임, 비만, 대사질환(당뇨), 성조숙증 등 인체에 비정상적인 영향을 끼침.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비스페놀A가 포함된 플라스틱 제품 사용으로 호르몬 교란.

문구용품, 어린이용품, 비닐 포장 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의 위해성.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으로 바디 버든(body burden) 감소.



 

기억의 뇌과학

뇌에 저장한 정보를 나중에 필요할 때 적절히 꺼낼 수 있는 과정이 기억.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으로 구성된 신피질 영역이 대뇌 피질의 90%를 차지.

뇌 신경세포인 뉴런은 1,000억 개로 수상돌기-축삭돌기-시냅스 말단의 구조로 기억의 핵심 요소는 시냅스의 틈과 전기 신호에 있음.

기억이 잘 된다는 것은 두 뉴런 사이의 신호가 시냅스를 통해 더 많이 전달된다는 의미.

근육 운동을 많이 할수록 근육이 강화되는 것처럼 뇌도 인지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많은 학습과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 운동을 많이 하면 신경 회로가 강화됨.

 

미생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동물과 식물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미생물.

유해균은 몸속 염증을 유발. 유익균은 식이섬유 분해, 에너지 보충, 필수 비타민 생성, 장내 벽 강화, 면역계 조절.

-뇌 축 가설 : 면역을 조절하는 장내 생태계에 변화가 생겨 면역에 이상이 생기면 뇌로 신호가 가서 뇌에도 이상을 일으킴.

골고루 먹는 식습관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음.

장내 미생물을 위한 비가공 곡류, 견과류, 껍질째 먹는 과일, 채소류, 해조류, 엽채류, 유산균 섭취가 권장됨.

 

의료사고

무엇보다도 해를 입히지 마라’(히포크라테스)는 말처럼 의료사고의 역사는 매우 오래됨.

의료진의 감염 통로 역할을 깨닫고 예방하게 된 것은 불과 140년 전의 일.

수혈사고 예방으로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수술을 제외한 무수혈 수술법에 주목하는 추세.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 개선, 정확한 의무 기록으로 의료사고 예방.

타임아웃 제도 도입 : 수술 전 환자, 수술 부위, 수술 준비를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

 

과학수사(forensic)

양귀비, 아편, 코카인, 대마 등의 천연 마약과 합성 마약으로 구분. 규제대상 390.

2001년 유엔 마약통제본부가 국과수를 국제 마약 기준 실험실로 지정할 만큼 세계적 수준의 마약 검사 기법을 갖춤.

굵직한 사고의 원인과 범인을 찾아내는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처럼 이 책은 의학과 과학 분야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을 만한 소재를 네 가지씩 선별하고 각각 네 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의 교수급 패널이 해당 분야의 정통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알고 가야 할 알토란 같은 내용과 풍부한 시각 자료로 가득합니다. 각 분야의 궁금해할 만한 질문으로 소제목을 삼고, 본문의 내용을 인용하여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하여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책 크기와 비교해 활자의 크기가 조금 작아 보이는 점만 제외하면 매우 가성비 좋은 교양서입니다. Generalist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인문교양 #차이나는클라스의학과학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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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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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4, 전 지구인이 열광할만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구에서 48억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뉴호라이즌스라는 작은 그랜드 피아노만 한 NASA 우주선이 시속 5만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명왕성을 지나치면서 신비로운 얼음 세계를 집중적으로 촬영한 이후, 같은 속도로 그 너머의 세계로 날아가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딛는 전 지구인의 염원을 담은 이 여행은 20214월 위성이 지구에서 보내는 전원차단 명령을 받아 끝날 예정이다. 명왕성 탐사라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우주 임무에 박차를 가한 과학, 정치, 대중의 기대로 가득한 뒷이야기의 세계로 저명한 두 행성학자가 우리를 안내한다.

 

이런 일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일어난 적이 없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에서의 보이저호 탐사 임무 이후 비교 불가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원초적인 탐험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뉴 호라이즌스가 지구로 보내온 사진들은 7개 대륙의 신문 1면을 장식했고 NASA의 임무용 웹사이트는 근접 비행이 진행되는 며칠 동안 20억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가장 역사적인 업적을 과거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지금까지의 시도 가운데 가장 먼 행성 탐사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전 지구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인류가 드디어 태양계 아홉 행성을 모두 탐사하다니~!



 

1989년에 명왕성 탐사를 위한 시도가 처음 시도된 뒤로 무려 14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명왕성 탐사선의 제작에 승인이 떨어지고, 비로소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수많은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투쟁, 정치적 싸움으로 점철된 한없는 세월이 이제야 과거지사가 되었다. (226)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 임무를 성공시킨 사람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수십 년간 그들이 기울인 헌신, NASA 내외부의 정치적 암투, 위원회 승인 요청-자금지원 투쟁-상급자와의 관계 관리로 이어지는 물밑작업, 이 임무를 설계-건설-비행하는데 필요한 인간의 순수한 독창성, 그리고 명왕성을 지나 10억 마일 떨어진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만남에 대한 계획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알란 스턴 박사가 내부자의 관점에서 과학적 발견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인류가 놀라운 목표를 향해 서로 돕고 집중하여 일했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명왕성 탐사계획이 자금지원과 승인을 얻어내려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국제관계와 외교까지 끼어들었으니 사실 이것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를 새로 고려해야 하는 대담한 도박이었다. (137)


 

사실 인류는 대자연 앞에 말도 안 되는 기준의 바보짓으로 한 행성의 지위를 격하시켰다. 그러나 곧 커다란 심장처럼 보이는 놀라운 사진들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명왕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준 우주 탐사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책 중간에 제공된 제법 많은 분량의 컬러판 기록 사진은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한다. 탐사 과정에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실제 위성이 보내온 명왕성의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인류의 현존 최고 기술의 성과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명왕성 탐사로 얻은 10가지 과학적 성취물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 잠시나마 탐사 노력에 못지않은 기록의 위력을 실감한다.



 

명왕성은 사진판 위의 작은 반점이 9번째 행성으로 밝혀지면서 처음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다. 미국 캔자스 출신 클라이드 톰보라는 이름의 한 시골 소년이 며칠 간격으로 찍힌 어느 별의 사진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는 아주 지루한 과정을 통해 이를 발견한 것이다. 수십 년 후 젊고 야심 찬 행성 과학자 앨런 스턴이 NASA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태양계에서 가장 춥고 가장 먼 행성에 탐사를 제안한 첫 번째 인물이 되었을 때 이 반점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이 책은 뉴호라이즌스 우주선이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10일 전 갑자기 스스로 정지하여 통신이 끊기는 시점에서 시작되며, 이때부터 독자들은 명왕성 탐사의 시대적 배경과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근접 비행(flyby)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독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복잡하고 기술적인 전문용어의 미로에 빠지지 않도록 이야기는 시종 활기차고 신나는 산문으로 전해진다.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 가운데 하나는 독자가 몇 가지 기술적 요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이 탐사 임무에 따르는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운과 고뇌가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오히려 견고한 낙관주의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명왕성 탐사 제안서가 여러 차례 취소되었으나 결국은 승인을 받아내는 과정, 뉴호라이즌스 위성이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로켓을 구하지 못하자 러시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한 접근 방안을 검토한 배경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뉴호라이즌스 팀에게 전해졌을 가장 잔인한 충격은 영혼 없는 정부 관료의 무심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겨우 7개월 만인 20068월 국제천문연맹이 프라하에서 회의를 열어 투표로 명왕성을 왜성으로 재분류한 만행(!?)일 것이다. 이는 명왕성 탐사대를 비롯하여 우주 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둔 수많은 사람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한 조치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러한 장애는 이 위대한 탐사 일대기의 분위기를 흐리기는커녕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작용함으로써 꿈을 실현하고픈 인류의 눈물겨운 노력에 더욱더 깊은 감동을 준다.



 

역경이 기쁨과 낙천주의를 만나면 반대자들과 사소한 장애물을 넘어 경이로움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으로 우리를 투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즐거운 집념의 고백이다. 동시에 인류의 위대한 발견을 항상 이끌어온 목적과 지성의 결합이며, 한가지 목적에 골몰하는 장면을 절묘하게 포착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한 편의 잘 만든 스릴러 영화 같은 우주 탐사 연대기, 함께 감상하시죠.


 

#천문학 #뉴호라이즌스새로운지평을향한여정 #명왕성탐사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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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10만 부 기념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 - 사람의 마음과 인생의 기회를 사로잡는 대화법
장차오 지음, 하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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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잘하는 사람은 건강해 보인다. 옷 잘 입는 사람은 세련되어 보인다. 잘 웃는 사람은 왠지 호감이 간다. 그리고 말 잘하는 사람은 똑똑하고 유능해 보인다. 누구나 주변에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이가 한둘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아니면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많은 사람을 상대로 떠들어 밥벌이하면서도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만 해 봤을 뿐 스스로 말 잘한다고는 거의 생각해본 적 없는 것 같다. 대체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하는 것이람?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말의 위력은 대단하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도 학교에서조차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거나 배운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의 차이가 전체 의미를 좌우하게 되고, 위의 격언처럼 사뭇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라 여겨진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대한민국 대화는 일방통행, 한 번 막히면 평생고생’이라는 노랫말처럼 자칫 단방향으로 흐르기 쉬운 우리네 대화 문화도 이런 결과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국적이다. 우리와 문화적 배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이든 한국이든 근본적으로 사람 사는 세상 형편은 오십 보 백 보이다.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의 언행을 보면 대인 기술의 교과서로 삼을 만한 내용이 많은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책은 말하기 분야의 핵심 기술만 추려놓은 것 같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는 좋은 인상을 남기는 말투는 따로 있으니 대화의 물꼬를 잘 틀어야 하고(1부), 말하기가 달라지면 관계가 편안한 법이니 생각지도 못한 각도에서 이야기하며(2부), 똑똑하게 할 말 다 하면서 원하는 바를 얻는 비밀은 공감과 반대 의견을 절묘하게 활용하는데 있다고 한다.(3부)



나쁜 말투로 대응하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은 상대가 불만을 가진 걸 알지만 현재의 상황을 바꿔보려는 생각은 없다. 끌리는 말투로 대처하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다. 입에 발린 말로 허황되게 미래를 꾸며내지 않으면서 상대를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 말 속에는 이 관계를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담겨있다. (31쪽)

말을 잘하는 사람은 곧 생활력이 강하고 삶을 지혜롭게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말로써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이익을 얻어낸다. 또 실의에 빠져있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말로써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자신과 타인에게 힘을 준다. (42쪽)

화나고 속상할 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세 가지 원칙 (71쪽)

- 가감 없이 사실만을 이야기하라.

- 다른 사람은 평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하라.

- 도리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하라.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똑똑하게 행동해서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88쪽)

부모나 상사, 배우자나 동료, 친구 등을 포함해 앞으로 살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오직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떤 말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느냐다. (185쪽)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이 당신을 자기의 감정을 쏟아붓는 대상으로 삼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떤지 관심을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상대가 사건을 설명할 때는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말하도록 요구한다. 그래야 그도 평정심을 갖고 이성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 (232쪽)



결국, 말을 잘한다는 것은 듣는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잘 살펴 대화를 잘 주도함으로써 상대의 마음을 얻고 우호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이룬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매력적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어찌 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 여자와 함께 사는 성 소수자(?!)로서 말투가 이상하니 고치라는 신랄하게 지적질을 받던 필자는 수년간 말투 고치기 신공을 펼친 덕분에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누구한테 말투가 끌린다는 소리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눈물겹게 마음고생 한 얘기는 후일의 술안주로 남겨두기로 한다.

타인의 마음을 얻고 보다 나은 인생의 기회를 붙잡는다면 이만한 인생의 행복이 있을까? 먼저 자신의 말투부터 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인정한 다음 이 책을 일독한다면 지금부터 조금이나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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