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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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4, 전 지구인이 열광할만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구에서 48억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뉴호라이즌스라는 작은 그랜드 피아노만 한 NASA 우주선이 시속 5만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명왕성을 지나치면서 신비로운 얼음 세계를 집중적으로 촬영한 이후, 같은 속도로 그 너머의 세계로 날아가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딛는 전 지구인의 염원을 담은 이 여행은 20214월 위성이 지구에서 보내는 전원차단 명령을 받아 끝날 예정이다. 명왕성 탐사라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우주 임무에 박차를 가한 과학, 정치, 대중의 기대로 가득한 뒷이야기의 세계로 저명한 두 행성학자가 우리를 안내한다.

 

이런 일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일어난 적이 없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에서의 보이저호 탐사 임무 이후 비교 불가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원초적인 탐험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뉴 호라이즌스가 지구로 보내온 사진들은 7개 대륙의 신문 1면을 장식했고 NASA의 임무용 웹사이트는 근접 비행이 진행되는 며칠 동안 20억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가장 역사적인 업적을 과거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지금까지의 시도 가운데 가장 먼 행성 탐사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전 지구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인류가 드디어 태양계 아홉 행성을 모두 탐사하다니~!



 

1989년에 명왕성 탐사를 위한 시도가 처음 시도된 뒤로 무려 14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명왕성 탐사선의 제작에 승인이 떨어지고, 비로소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수많은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투쟁, 정치적 싸움으로 점철된 한없는 세월이 이제야 과거지사가 되었다. (226)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 임무를 성공시킨 사람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수십 년간 그들이 기울인 헌신, NASA 내외부의 정치적 암투, 위원회 승인 요청-자금지원 투쟁-상급자와의 관계 관리로 이어지는 물밑작업, 이 임무를 설계-건설-비행하는데 필요한 인간의 순수한 독창성, 그리고 명왕성을 지나 10억 마일 떨어진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만남에 대한 계획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알란 스턴 박사가 내부자의 관점에서 과학적 발견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인류가 놀라운 목표를 향해 서로 돕고 집중하여 일했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명왕성 탐사계획이 자금지원과 승인을 얻어내려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국제관계와 외교까지 끼어들었으니 사실 이것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를 새로 고려해야 하는 대담한 도박이었다. (137)


 

사실 인류는 대자연 앞에 말도 안 되는 기준의 바보짓으로 한 행성의 지위를 격하시켰다. 그러나 곧 커다란 심장처럼 보이는 놀라운 사진들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명왕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준 우주 탐사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책 중간에 제공된 제법 많은 분량의 컬러판 기록 사진은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한다. 탐사 과정에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실제 위성이 보내온 명왕성의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인류의 현존 최고 기술의 성과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명왕성 탐사로 얻은 10가지 과학적 성취물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 잠시나마 탐사 노력에 못지않은 기록의 위력을 실감한다.



 

명왕성은 사진판 위의 작은 반점이 9번째 행성으로 밝혀지면서 처음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다. 미국 캔자스 출신 클라이드 톰보라는 이름의 한 시골 소년이 며칠 간격으로 찍힌 어느 별의 사진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는 아주 지루한 과정을 통해 이를 발견한 것이다. 수십 년 후 젊고 야심 찬 행성 과학자 앨런 스턴이 NASA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태양계에서 가장 춥고 가장 먼 행성에 탐사를 제안한 첫 번째 인물이 되었을 때 이 반점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이 책은 뉴호라이즌스 우주선이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10일 전 갑자기 스스로 정지하여 통신이 끊기는 시점에서 시작되며, 이때부터 독자들은 명왕성 탐사의 시대적 배경과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근접 비행(flyby)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독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복잡하고 기술적인 전문용어의 미로에 빠지지 않도록 이야기는 시종 활기차고 신나는 산문으로 전해진다.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 가운데 하나는 독자가 몇 가지 기술적 요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이 탐사 임무에 따르는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운과 고뇌가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오히려 견고한 낙관주의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명왕성 탐사 제안서가 여러 차례 취소되었으나 결국은 승인을 받아내는 과정, 뉴호라이즌스 위성이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로켓을 구하지 못하자 러시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한 접근 방안을 검토한 배경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뉴호라이즌스 팀에게 전해졌을 가장 잔인한 충격은 영혼 없는 정부 관료의 무심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겨우 7개월 만인 20068월 국제천문연맹이 프라하에서 회의를 열어 투표로 명왕성을 왜성으로 재분류한 만행(!?)일 것이다. 이는 명왕성 탐사대를 비롯하여 우주 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둔 수많은 사람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한 조치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러한 장애는 이 위대한 탐사 일대기의 분위기를 흐리기는커녕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작용함으로써 꿈을 실현하고픈 인류의 눈물겨운 노력에 더욱더 깊은 감동을 준다.



 

역경이 기쁨과 낙천주의를 만나면 반대자들과 사소한 장애물을 넘어 경이로움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으로 우리를 투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즐거운 집념의 고백이다. 동시에 인류의 위대한 발견을 항상 이끌어온 목적과 지성의 결합이며, 한가지 목적에 골몰하는 장면을 절묘하게 포착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한 편의 잘 만든 스릴러 영화 같은 우주 탐사 연대기, 함께 감상하시죠.


 

#천문학 #뉴호라이즌스새로운지평을향한여정 #명왕성탐사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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