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이 제법 괜찮은 평을 들은 것 같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화 원작이라는 이 소설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유괴범들에게 납치당하는 과정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자기보다 자기를 따라왔던 소녀를 돌려보내라고 말하고, 어떻게 하면 경찰에게 안 잡힐지도 알려주고, 하는 것을 보다보면
'이 할머니 왕년에 이 관련 범죄에 가담한 적이 한번정도 있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유괴범들이 몸값으로 '5천만엔'을 요구하겠다는 말에 분노하는 모습도 그렇다. '내 몸 값이 5천만엔밖에 안된다는 말이냐!' 라니, 몸값으로 전재산을 줘야 조상님을 뵐 낯이 있다는걸까.
그 말을 듣고 유괴범들이 당황하자 던지는 한말씀.
'백억엔! 그 이하로는 절대 안되! 백만엔은 되야 내가 죽어 조상님을 뵐 면목이 선다!'
...라니
...무슨 할머니... 제 아무리 존경받으시는 분이시라지만, 국가 예산의 상당량을 차지할법한 그런 금액을 자신의 몸 값으로 제시하시다니.... 그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진행도 흥미진진하다.
할머니가 유괴되었다는 소리를 듣자 그 자녀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는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또 당황스럽다.
'어머니 몸값이라면 몇천만엔가지고는 안될거야, 최소한 1~2억은 예상해야...'
'아니, 어머니 몸값이라면 3억엔 정도는...'

.........이들은 아직 자신들의 어머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뭐, 일반인들보다는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계속되는 수사 과정도 재미있다.
어느순간 유괴범에서 할머니의 지시에 따라 경찰과 대치하는 유괴범들, 할머니가 가담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할머니를 유괴한지 이틀만에 붙잡혔을 것이다.

몸값으로 백억엔이라는 거액을 제시하고, 그 백억엔을 조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보고 있다보면, 역시 대단한 할머니,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대 유괴를 읽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마지막, 할머니의 독백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많다고.

100억엔의 몸 값이 걸린 유괴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유. 그 이유는, 어찌보면 허탈하고, 어찌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는, 그런 이유였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읽으며 그저 피식 피식 웃기만 했더라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차마 웃을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텐도 신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지만, 다시 그 작가의 작품을 본다면 한번 집어들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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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자폐- 라는 말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어느정도의 편입견을 가지게밖에 할 수 없는 단어-일 수 밖에 없다.
그 강도가 약하냐, 강하냐를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정상'이 아니라는 것, 약간이라도 '다르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어찌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는지.
일단 진단서에 '자폐'라는 글자가 찍히면 사람들이 그 아이를 보는 시선은 그 '아이'를 보는 시선이 아니라 '자폐아'를 보는 시선이 된다. 그런 고정관념을 고칠 수 없는가. 라고 하면.
그건 단번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랫동안 고정되어버린 틀을 깨는 것은 분명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부터, 그들을 보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꿔주는 것.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겉으로 보기에 자신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도망가지 말고, 그들의 본질을, 영혼을 봐 주는것.
저자 대니얼 고틀립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그것도 상당히 황당한-로 전신마비가 되고 만다.
그가 절망하지 않았는가. 라고 한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물론 절망 했을 것이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다리로 어딘가 가는게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다니, 얼마나 충격이었겠는가, 하지만, 가장 큰 상처가 된 것은 그 당시, 저자가 주치의와 간호사의 대화를 듣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301호 전신마비한테 약 투여 했나요?' ...물론 듣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들은 저자의 마음이 어땠겠는가.
전신마비, 자폐, 등등... 그런 꼬리표로 인해, 그 사람의 본질이 왜곡된 시선에 의해 평가되어진다면, 그것은 과연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나는 몸에, 손자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영혼까지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겉모습보다 그들의 영혼을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섬세하고, 깊은 영혼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을 '편견'이라는 막으로 덮지 말고, 똑바로, 그들의 영혼을 바라봐주자.
그것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그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보답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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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
장카이 지음, 윤인정 옮김 / 글로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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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카이가 들려주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다른 이야기책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드는 부분은, 저자가 중국 사람이라 그런지 중국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는 점.
이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몇개 꼽아보자면

희망을 샘솟게 하는 칭찬.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소녀가 합창단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받았지만 떨어지고, 낙심한 소녀가 공원 벤치에 앉아 슬픔을 달래기 위해 작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노래를 마칠 때 갑자기 박수소리가 들리며 '얘야,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구나, 네 노래 덕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맙다.' 라고 말해준 백발의 노인,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소녀는 계속해서 노인의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세월이 흘러 소녀는 유명한 가수가 되었지만 소녀는 공원에서 자신에게 용기를 준 노인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다시 공원을 찾아간 그녀는, 한가지 소식을 듣게 된다. 이미 그 노인이 죽었다는 것과, 그 노인은, 젊었을 때 사고를 당해... 계속 귀머거리로 살았다는 말을....

칭찬만큼 다른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 중, 쉬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렇게 인색해지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그만 호의를 가지고 해 준 칭찬이, 그 칭찬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끌어올려주는 구원의 끈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청각에 조금 문제가 생긴 음악가일 뿐. 이라는 이야기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음악. 이라는 것이 귀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대부분인,
청각에 문제가 있더라도 활동한 음악가는 베토벤 밖에 없다는, 그런 생각을, 저도 해봤지만,
이블린 글레니, 음악을 사랑했지만 청각에 이상이 생긴, 그녀는,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오감 중 하나를 잃으면 다른 네가지 감각이 보다 더 예민해진다고 합니다. 그녀는, 피아노를 포기하고 타악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소리의 진동과, 피부의 떨림으로 음악을 감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날 타악기 독주 연주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많은 사건, 사고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사건, 사고로 인해 꿈을 포기하기보다는,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꿈을 향해 똑바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큰 사고가 있더라도 좌절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참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 책과 달리, 처음 보는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읽는 재미가 보다 더 강했던 책입니다.
다른 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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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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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멋졌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기록이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다시 최고기록을 깨기 위해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지금,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살아가다보면 분명 그보다 '최고의 순간'이 오는 날이 있겠지, 그런 날을 위해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야할 것이다.

워터. 이 책은 수영선수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도 그렇고, 근처 인물들도 다들 수영과 관련이 있는 아이들이다.
수영선수-언제나 물과 함께하는 생활일 것이다.

주인공 료운은 수영선수다. 료운과 수영부 아이들의 머리에서는 석회냄새가 난다. 그정도로 열심히 연습을 한다는 소리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기 위해 그토록 노력할 수 있다는게 무척이나 부럽다.

스포츠라는 것은- 수영이든, 달리기든, '초'를 다투는 경기라면 특히- 뒤쳐지기는 쉽지만 정상에 서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더 주목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이 세운 기록은 언젠가 깨진다.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있는 것-. 누가 그렇게 규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기록이 있기에 0.001초 더 빨라진 것에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것이니까.

뭔가를 시작할 때는, 내가 가장 겁쟁이이고, 또 가장 용감하다.
표지에 써져있는 글이다.
뭔가를 시작할 때,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용감해지고 싶다. 물론, 어떤 때는 겁쟁이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본은 용감한 쪽이 마음에 든다.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그것이 나쁜 일이라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고, 보다 나은 나를 위한 모험이라면, 도전할 수 있는, 그럼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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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살부터 사업을 결심했다
쓰루오카 히데코 지음, 이혁재 옮김 / 글로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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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싹수가 보인다'라는게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열살에 사업을 결심. 내가 10살때는 뭘 했더라. 하고 되돌아보면 마냥 노는데 정신없었던,

아무 생각도 없이 하루 하루를 보냈던, 그냥 친구들하고 노는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도 같다.

쓰루오카씨는 어릴때부터 부모님에게 좋은 지도를 받아왔다.

학교에 가고 싶으면 가게 해 주고 가기 싫어하면 가지 말라고 한다는 게 좋은 지도는 아니지만, '의욕이 있느냐, 없느냐'를 중요시 해 준 것은 정말 잘 가르쳐준 것이었다.

어린 쓰루오카의 취미는 가게 점수 매기기.

가게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고, 가게 인테리어를 보고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가게에 손님은 얼마나 있고 가게 음식 가격은 얼마며 손님들이 대략 얼마치의 음식을 먹고, 테이블의 회전률은 얼마고,그렇게 되면 이 가게의 하루 수익은 얼만가, 그 수익을 생각해봤을 때 이 가게에서 고용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생의 인원은 많은가 적은가, 그런 것을 생각했단다.

대부분의 어린 애들은 음식점에 가면 별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먹는 데만 신경쓴다. 그런데 이 때 쓰루오카씨는 이미 사업이라는 것에 눈을 뜨고 있었다는 소리다.

쓰루오카씨가 젊은 나이에 성공의 길을 달리게 된 데는 역시 부모의 공이 컸다.

제 아무리 어릴때부터 사업에 눈을 떴다고 해도. 부모님이 '무슨 헛소리야.' '딴 생각 말고 공부나 해!' 라는 식으로 다그쳤다면 그런 재능따위는 금새 잊혀졌을 것이다.

그러나 쓰루오카씨의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경영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줬고, 의욕의 중요성을 알려줬고. 은행의 유통 과정을 알려줬고, 매출과 이익의 차이를 알려줬으며, 빚의 관계를 알려줬고, 1등과 2등의 차이를 알려줬다. 그것은 단지 공부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첫번째로 한 사람과 두번째로 한 사람의 차이는 정말 크다.

그리고 무조건 싼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줬다.

보통 비싼것, 중간것, 싼것이 있을때는, 싼것이나 중간것을 시킨다. 하지만 그 주문에 '자신이 먹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이게 싸니까' 라는 생각이 더 많다. 소위 말하는 충동구매도 비슷한 것이다.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하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그걸 사는게 더 낫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처럼 보인다. 아니, 인생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할 장소처럼 보인다. 그러나 쓰루오카씨는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을 꼭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이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며, 목표를 설정해서 차근차근 밟아 올라갔다.

그녀가 어린시절 배웠던 교훈 중 하나,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라.

지금 내가 후회하는 일은 몇가지나 될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것. '미래'에 '현재'를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것. 이것은 모든 사람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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