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의 우리 빛깔 그림책 <벼알 삼형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알려진 주요섭 작가님의 창작동화네요.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고 이야기꺼리가 많은 책이 이제껏 뭍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네요.
주요섭님의 다른 단편들은 많이 소개되었음에도 이 책은 엄마인 저도 처음인것 같네요.
보이시나요? 표지에서 활짝 웃고 있는 우리의 벼알 삼형제.
같은 형제이지만 모두 각각의 색을 가진 것 처럼 삼형제의 인생도
너무 다른 인생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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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논에서 태어난 벼알 삼형제
여름내 자라 가을 맞이한 벼 이삭들 서로 제 세상 만난듯 떠들고 흥겹네요.
앞으로 닥쳐올 무서울일은 짐작도 못하구요.
자신들의 보호자를 자청했던 농부들의 손에 잘려나가는 우리의 벼들은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 대네요.
다시 한 곳에 모이는가 싶더니 벼알들은 이삭에서 떨어져 나와 섬 속에 같히고 맙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짐작도 못하고 일어난 일들이라 벼알들은 정신이 없습니다.
언제나 같이 동고동락했던 형제 자매 식구 친구들과 따로 떨어져 다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헛된 바램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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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의 삼형제의 신나고 수난 많은 세상 구경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큰 형 벼알은 트럭도 타고 기차도 타면서 큰 도시에 입성합니다.
정미소로 자리를 옮긴 큰형 벼알은 심한 매질로 정신이 혼미하지만 곧 자신이 하얀 알몸으로 변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랍니다.
어찌나 하얀지 눈이 부신사이 사람들은 자신을 벼가 아닌 쌀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쌀은 다시 밥이 되어서 밥 투정하는 부잣집 아이의 밥상에 올라 음식믈 쑈레기가 된 채 겨울을 나게되고
다시 봄이 되어 온 몸이 잘게 부셔진 체 큰 강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에비해 둘째 형님 벼알 ..섬에 갖힌 체 따스한 한 겨울을 나고 있네요.
막내 벼알 큰형 벼알처럼 정미소로 가서 쌀이 되지만 곧 연자방아 속에서 갈리어 쌀가루가 되고 반죽이 되어 떡이 됩니다.
떡은 다시 농군의 뱃 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이 되어서 한 겨울을 납니다.
한 형제이지만 이리 다른 길을 가게 된 우리의 벼알 삼형제 ..그들의 운명은 영영 헤어진 체로 각가의 삶을 살아가는 걸까요?
어떻게 다시 이 벼알 삼형제가 만나는지는 이 책을 읽으실 독자의 몫으로... ㅎㅎ
벼알 삼형제의 순환을 통해서 우리는 강한 생명력과 하나됨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우리는 모두 한데 어우러져서
끈끈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너무도 따뜻한 진리를 보여주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