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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평점 :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적인 소설인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입니다.
작가가 살아왔던 삶과 책속의 주인공의 삶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작가의 삶을 빗대어서 글을 쓴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책은 세장의 사진을 접하게 되는 작가의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꼬마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음침함이 느껴집니다. 두번째 사진은 학생의 모습이긴 하지만 고등학교인지 대학생시절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웃고 있는 모습이지만 인간의 미소와는 다르고 인생의 쓴맛을 느끼고 인간에게서 받은 충실감은 없는데 이 사진또한 음침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마지막 사진은 기괴합니다. 머리는 희끗희끗 센듯하고 자연스럽게 죽어있는 듯한 불길한 냄세를 풍기는 사진입니다.

첫 번째 수기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고백같은 문장을 시작으로 주인공 요조는 인간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어릴적부터 몸이 약해서 가족의 돌봄을 받고 자라지만 열명정도 되는 식구들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합니다. 하루에 세번동안 밥을 먹을 때마다 정해진 시간에 어둠침침한 방에 모여 나이 순서대로 밥그릇을 놓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밥을 먹고 모두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협박이 듣기 싫어서 억지로 그 생활을 반복하면서 참아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주변 사람들이 무엇때문에 고통을 받는 건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알수가 없어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요조에게는 이런 모든것이 알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서 사람들과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스운 행동'을 하면서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의 행동을 합니다.
'우스운 행동'을 수단으로 인간과 가느다란 연결 고리를 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조의 아버지는 도쿄에 볼일이 많은 분이라서 한달의 대부분을 별장에서 지내고 집에 옵니다. 돌아올떄는 식구들과 친척들의 선물을 푸짐하게 가져옵니다.
도쿄에 가지 전날 밤에 형제들을 모두 거실로 불러 무슨 선물을 받고 싶내고 묻고는 수첩에 받아 적습니다.
요조의 차례가 되었지만 요조는 뭘 받고 싶냐고 물으면 아무것도 받고 싶지 않은 기분이 되어버립니다.
책 속 요조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좋아, 어짜피 이 세상엔 날 즐겁게 해주는 것 따윈 없어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발동합니다. 그리고 난 남이 주는 물건은 아무리 내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거절하지 못합니다. 싫은 것을 싫다고 말도 못하고, 또 좋은 것도 쭈뼛쭈뼛 도둑질하는 것처럼, 아주 달갑지 않게, 그리고 어찌 표현할 길 없는 공포감에 괴로워하며 받았습니다. 말하자면 내겐 양차택일의 능력조차 없었던 겁니다. 이런 성향은 , 훗날까지 이어져 앞서 밝힌 '부끄러운 생애'를 보낸 중대한 원인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수기
중학생이 된 요조는 가까운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성실하지 못합니다.
요조의 대인공포증은 갈수록 심해졌고 타향에서 학교를 다니지만 고향보다 편안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어릴적 '우스운 행동'도 중학교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해졌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다 웃고 넘어가지만 다케이치 만은 요조의 모습을 알아차립니다.
'일부러 그런 거야, 일부러'
다케이치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켜버린 마음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서 그런 다케이치를 감기하고픈 심정에 친한 친구가 돼버리자고 마음먹습니다.
요조는 다케이치에게 정성을 다해 친구로 대하지만 다케이치는 요조에게 여자를 흘릴사람이라고 예언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다케이치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무서운 예언으로 되살아 돌아온것은 수년 뒤의 일이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요조에게 여자의 존재는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린시절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하고 공감을 얻지 못한 요조에게 자라면서 만나게 되는 여자들은 알수 없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마치 지렁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살피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골치 아프고 섬뜩하다는 표현을 합니다.
어느 날 다케이치는 도깨비 그림이라고 부르면서 고흐의 원색그림을 요조에게 보여줍니다.
인간에게 공포심이 심한 사람들은 인간의 협박에 몰린 끝에 환영을 믿게 되어 요괴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림을 요조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쳐 아무말도 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이 다른 사람의 요구와 바램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되는 요조에게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저 껍대기만 있을뿐입니다. 어릴적부터 우스운 행동을 하며 사람들을 웃기면 자신도 그들과 같은 무리로 인정받고 어울릴것이란 생각에 어떤 불이익과 부조리를 겪고도 아무말 하지 못하고 참고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상대방의 분위기와 대화를 맞춰주는 서비스를 해가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오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그들의 삶속에서 같이 부딪치며 살아가고 싶은 요조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살기도를 하고 각혈을 한 요조에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광인이라고 정신병원에 보내게 됩니다.
과연 병원에 수감된 자들은 정상이 아니고 병원 밖의 사람들은 모두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그렇게 요조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는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고 말합니다.
어릴적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과 부딪치며 겪게되며 느끼는 섬세한 감정과 불편한 생각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항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요조의 모습이 죄인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든 관계가 고통이고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요조에게 살아있는 자체가 힘든 나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속에서 요조는 웃고 있지만 누가 봐도 웃는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매 순간 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요조의 모습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