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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년, 산티아고에서 길을 묻다 - 잠시 인생의 길을 잃은 나에게 나타난 산티아고
이기황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생장에서 오리손 산장까지는 거리는 8km 정도 밖에는 안 되지만 600 미터의 고도 차이가 난다. 중간에 음식물을 판매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특히 '오리손 5km 팻말이 보이는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 구간은 체력소모가 심했다.오리손 산장에 도착한 시각이 9시 20분, 생장에서 꼬박 두 시간 반이 걸렸다.쉬지 않고 온 것 치고는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37-)
그렇구나,그러하구나,너희 이십대들아,
그리하여 너희가 이 먼 땅을 누비고 있구나!
산티아고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십대와 오십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고민이 있기에 우리는 길을 나섰을 것이다.
구할 수 없는 해답이라도 찾을 양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삶이 변화되었다 하니 내 인생도 한번 변화시켜 달라고.
그렇게 우리는 한 걸음 내 디딜 때마다 기도하기 위해 이 길을 온것일게다. (-79-)
한국에서 올 때 비상약품을 챙긴다고 챙겼지만 붙이는 파스까지 준비할 생각은 못했는데 ...여성들은 참 대단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말을 붙이니 의외로 싹싹한 아가씨다.이름은 수현이라 했다.생장에서 언제 출발했냐는 나의 물음에 22일 출발했는데 걸음이 느려 원래 출발했던 일행들보다 늦어졌다고 한다. 22일이라면 내가 나폴레옹에서 조난당했던 날이다. (-114-)
이어 내가 "사실 이 길을 걷기 시작할 때는 하나임이 나에게 뭔가 메시지를 주실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당신처럼 평화를 누리지도 못하고 그저 들개처럼 들판을 걷다가 배고프면 먹다가 또 걷는다."라고 푸념 비슷하게 늘어놓으니.(-156-)
궁금했던 스페인 순대는 보티요 botilli 라고 하는데 순대에 양념을 해서 튀긴 음식이다. 음식들은 맛도 잇고 푸짐해서 맥주나 와인과 함께 하기에 좋았다. 11시간을 걸어 힘들게 입성한 부릇고스,이 도시에서 저녁을 이렇게 멋진 친구들과 함께 보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182-)
그래서 다행이다.지극히 위험한 이 순간 브라질 여성이가.그런데 이 여성 걸음이 매우 빠르다.빠른 보폭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스틱을 치고 나간다.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뭐 따라올 테면 오라는 식이다.한참을 별 말없이 자나와 보조를 맞춰 걸었다.40대 중반(?)으로 브라질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 했다.어떻게 그렇게 걸음이 빠르냐고 했더니 자깃가 빨리 걷는 거냐고 웃으며 되묻는다.그러더니 아마도 마라톤을 해서 그런가 보다고 한다. 아,그러고 보니 이 여성은 걷는 게 아니라 실상 뛰고 있었구나. (-218-)
담담히 자신의 과거 얘기하고 있는 그의 얽둘을 가만히 쳐다보았다.담담히 자신의 과거 얘기를 털어 놓으면서도 그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순간 그 어느 길에선가 함께 걸었던 피터 선생이 떠올랐다.그래 영국 화가 피터 선생,집도 절도 없이 이 자연이 다 자기 것이라며 행복해하던 괴짜 화가 선생,피터 선생도 크리스티앵과 마찬가지로 느리게 걷고 있었다. (-271-)
산티아고가 가까워져 오면서 길옆에 세요를 찍어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작은 마을 하나에서만 대여섯 개의 세요를 찍어잘 수 있을 것 같다.시리아에서부터 100km 를 걷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까? 그뿐만 아니라 마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숙박 유치활동도 눈에 띄는데, 아르수아 다음 마을인 베베데리아 마을을 지날 때 한국어로 적힌 마을 성당의 미사안내를 쪽지를 전해준다. (-333-)
호텔리어 출신인 저자는 ,10년간 몸답았던 직장에서 해촉하고 곧바로 산티아고로 자신의 걸음을 옮기게 된다. 순례의 시작점이 되는 생장 피에르포르,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순례길을 동행하게 되었고,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는 외국인과 동행하게 된다.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다.순례를 통해서 그동안 갇혀 있었던 소외된 자아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낯선 이방인으로서,그들과 함께 하면서, 사막 위에서 나침반 하나로 길을 다시 찾아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전혀 처음 보는 것득ㄹ,그 안에서 낯헌 이방인과 또다른 낯선 이방인이 마주하게 된다. 서로 족심스럽고,거리를 두게 되는 그 순간에도 , 같은 길을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길동무를 자쳐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산티아고 순례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무형의 가치를 주워담아가는 순례길이었다.사람과 동거동락 하면서, 놓치고 있었던 일상, 정서, 당연한 것들과 소중한 것들, 그러한 것들을 나에게 익숙하 곳에서 낯선 곳으로 바뀌면서,스스로 새롭게 자신을 설정하고자 하였다.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게 된 길동무,그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점검하게 되고,스스로 부족한 것들,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갸늠하게 된다.나 중심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서,스스로 행복의 조건들을 찾아가게 된다. 외로운 길 위에서 홀로 걷다가 만나게 된 사람과 친밀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그 곤간이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이었으며, 사로의 안부를 여쭙고, 같이 동행하기로 자쳐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살아가기 위해서 함께 해야 한다는 것, 하루 30여 km 의 거리를 걸으면서, 높고 낮은 땅위에서 발자국을 남기면서,추억을 담아가고. 서로 깊은 인연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