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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공감 - 며느리가 묻고 시어머니가 답하다
황영자 외 지음 / 대경북스 / 2024년 1월
평점 :
"나는 정현이 아빠 똥도 아까워서 못 버려요."
결혼 전 , 어머니를 처음 뵈었을 때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푸릇푸릇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절, 솜털처첨 가벼운 바람이 부는 곳에서 처음 만났었지요.어머니, 그거 아세요? 바로 저 말씀 덕분에 제가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아버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면 똥도 아까워 못 버린다는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걸까 어머니 마음에 한참 머물러 보기도 했어요.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 가끔 저 말씀이 떠올라요.
'그래, 나도 살다보면 저 인간, 똥도 아까워서 못 버릴 날 오겠지.'
생각하며 피식 웃고 풀어지곤 했어요. (-24-)
눈 많이 온 날, 또 한 번은 애들이랑 마을 산책하는데,밭이랑에 눈이 쌓였는데 꼭 운동장 레인 같았어요. '1번 레인 김정현, 2번 레인 권세연, 3번 레인 김민소, 4번 레인 김도원' 중계방송까지 하며 신나게 왕복 달리기를 하며 놀고 있었는데 어르신 한분이 나오셔서 깜짝 놀라시며 혼을 내셨지요.
"이 양반들아, 봄 농사 지으려고 씨 뿌려놨는데 뭣들 하는겨."
멋쩍어진 저희는 죄송하다고 연신 말씀드리고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서 있었어요. 애들도 놀라 저와 남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뒤로 숨어 어르신의 처분을 기다렸지요. (-80-)
엄마, 내가 아프기 전까지는 사골 곰탕 끓이고,
김치, 꽃게 무침, 부침개, 송편 이것저것 해서
애들 잘 먹이는 거 보면 참 좋았는데 이번 추석은
전이고 떡이고 다 돈 주고 샀어.
너무 힘들어 잘했지. (-84-)
사람마다 먹고 사는 방법이 다 다른데
우리 애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 안하고 사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엄마 고생하는 거 보고
내가 어렸을 때 다짐한 게 있어.
농사일에 진절머리 난다.
다시는 농사일 안 한다고 말이야.
그것도 이루어졌네. (-126-)
4녀 1남의 외아들 김재덕과 3남 1녀의 외동딸 황영자이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된다. 두 사람이 만나서, 아들을 낳고 아들은 아내와 결혼 후, 두 아이(김민소, 김도원) 를 낳았다. 시어머니 황영자와 며느리 권세연, 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연이란 우연이 모여서 , 인연이 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하며,의지하며 살아가며,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보면 행복을 얻는다는 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작은 것 하나로 토래지고, 서운하고, 섬섭할 때가 있다. 무시 당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행복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것을 보고 결혼했건만, 그 좋은 것이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될 때가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가깝고도 먼 사이, 조심스러운 관계, 두 사람간에 고부 갈등이 아닌, 고부 공간으로 이어진다면, 3대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꿈꿀 수 있다.
며느리 덕분이 시어머니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덕분에 든든한 내 편이 생겼다. 사람 사이에 행복의 기본은 존중과 배려다. 시어머니 황영자 , 며느리 권세연이 아닌, 작가 황영자, 작가 권세연이 되었다. 역할이나 호칭이 달라지면, 서로 평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존중과 존경은 자연스럽게 얻어진다.서로 마음이 안 맞다 할지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서로에게 가치를 만들어 주고, 그 안해서, 새로움을 얻게 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사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함께 공감하며,이해하며 살아간다면, 얼마든지 행복을 만들 수 있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인생의 지지대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안다고 , 우쭐 거리지 않으며, 겸손과 존중이 서로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두 사람의 인생 에세이, 인생 추억은 『고부공감』 에 인생과 추억이 담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