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밀리미터의 싸움 -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페터 바이코치 지음, 배진아 옮김, 정연구 감수 / 흐름출판 / 2024년 1월
평점 :




그때가 1991년이었다. 팸 레이놀즈는 물 위에 떠 있는 그 얇은 종이를 꽉 부여잡았고 다행이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의 케이스는 또 다른 이유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서특필되었는데, 수술을 받은 후 그녀가 죽음에 근접했던 자신의 체험을 상세하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수술 당시 상황과 수술실에서 오갔던 대화를 똑같이 재현했으며 수술에 사용된 기구들까지 상세하게 묘사했다. (-10-)
다음 단계로 나는 골 절단기가 드나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다. 이어서 절단기로 지름 약 10 센티미터 크기의 두개골을 잘라냈고 , 수술 전문 간호사가 그것을 받아 멸균 처리된 금속 쟁반에 보관했다. 이제 뇌막이,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막 (duramater) 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막은 뇌를 감싸고 있는 세 개의 층 가운데 가장 바깥쪽에 있는 층이다. 색깔이 희고 반투명인 경막은 뿌연 유리창과 비슷하며 통증에 극도로 민감한 반면 비교적 단단하고, 가죽과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 (-53-)
그날의 수술을 요약하자면 나는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또 메스 조작법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 메스를 잘못 잡앗다. 나는 주저하면서, 그리고 충분하지 않은 깊이로 피부를 절개했다.
또 드릴로 두개골을 파고들기 전에는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드릴을 공회전 시켰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슈미덱은 내게 머릿속을 냄비 내용물을 젓듯 이리저리 마구 휘저어서는 안 된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래도 구멍을 제대로 뚫는 데는 성공했다. 그다음 나는 경막을 절개했다.이어서 압력을 가하자 끈적끈적한 혈종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지막으로 절개 부위를 봉합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환자의 팔에 나타났던 마비는 사라졌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말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128-)
나는 골피판을 끼우고 작은 금속판을 덧대어 나사로 단단히 고정한 후 처음에 절개하여 피부 주름으로 감싸두었던 근육을 다시 봉합했다. 바이패스가 근육과 피부 아래를 통과하여 저 아래쪽 목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봉합을 하다가 내가 어쩌다 바이패스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한 것 같았다. 갑자기 혈액의 흐름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다행히 초음파 덕분에 신속하게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221-)
수술을 받은 후 그는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간질 발작에 시달렸다. 그의 작업실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정도로 심한 발작은 아니었다. 그는 의식을 잃지도 않았고, 대부분 오른쪽 팔과 손에만 마비가 왔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왔던 첫 번째 발작과는 달리 이제는 발작을 예고하는 증상들이 나타났다. 발작이 일어나기 약 20초 전에 그는 머릿속에서 짧게 당기는 것 같은 느낌을 감지했다. 그것은 전기 쇼크로 인해 유발되는 충격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니 느낌은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목덜미를 거쳐 오른쪽 엉덩이와 팔까지 전달되었다가 저 아래쪽 발가락 끝까지 이동했다. (-287-)
연이어 이상 증세가 발생햇다. 폐렴이 생기고, 패혈증이 발생했다. 그에게 주입된 약물들로 인해 심장에 더 큰 부담이 가해졌다. 이어서 신장 기능이 멈추었다.아주 빫은 시간 안에 그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330-)
사실 우리 눈앞의 상황은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막혀 있는 혈관이 바로 뇌기저동맥(arteria basilaris)이었기 때문이다. 이 혈관은 심장기능 및 순환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혈관이자 무엇보다도 뇌에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뇌기저동맥은 두 개의 척추동맥이 하나로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지름이 3~4밀리미터인 이 부분은 이후 두 개의 후대뇌동맥으로 나누어진다. 이 부분이 막히면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뇌기저동맥폐색은 후유증이 특별히 심각한 뇌졸중인 뇌간 경색을 유발할할 수 있다.이 때 가장 심각한 후유증의 형태는 각성혼수(coma vigil)다. 하지만 가장 고약한 후유증은 아마도 앞서서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잠금 증후군일 것이다. (-417-)
이윽고 나는 타르처럼 보이는 검은색 접착제로 가득 찬 부위 전체를 노출시킬 수 있었다.이제 척추체가 미끄러져 내려간 지점도 보엿다. 나느 미끄러져 내려간 척추체 또한 앞쪽 가장자리까지 양옆을 노출시켜야 했다. 그 사이에 검은색으로 물든 척추체 두 개가 개방된 척추관 앞에 놓여 있었다. 그 광경을 보는 즉시 어젯밤 소피아에게서 마비가 나타났던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척추관을 덮고 있는 뼈와 지방조직, 그리고 인대에 양분을 공급하는 혈관들 속으로 접착제가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척수가 바로 그 혈관들 옆에 놓여있었는데, 접착제가 혈관 속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척수를 눌렀던 것이다. (-477-)
세계적인 신경외과 전문의 페터 바이코치 Peter Vajkoczy이다. 그는 뮌헨 대학병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하이델베르크 외과대학에서 11년간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2007년 베를린 자선 병원의 신경외과 최연소 과장이라는 특이한 의학적 경륜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는 의학적 상식이 전무하였고, 서울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전문번역가다. 원저자와 번역을 하는 이의 전공이 다르다는 것은 이 책을 번역할 때 생기는 번역의 한계가 존재한다. 신경외과 전문의의 경험을 살리지 못하는 의학적 한계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외에 대한 기본 상식을 접하게 되고, 신경괴과 전문의가 어떻게 수술을 진행하는지 확인하게 된다.책 『1밀리미터의 싸움』은 의학적인 지식을 포함하고 있는 의학 에세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뇌의 어떤 부위에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뇌손상이 진행되고, 뇌출혈, 뇌종양 과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데, 1밀리미터에 불과한 미세 혈관에 집점 메스가 들어가야 한다.
결국 신경외과는 뇌에 접근하기 위해 절개를 하게 되는데, 직접 뇌의 뼈를 절개할수도 있지만 혈관이 지나가는 다른 곳을 절개하기도 한다. 40배 확대가 가능한 현미경으로, 10시간이 넘은 수술을 하게 되는데, 소우주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뇌의 미스터리한 곳을 침투하게 된다. 즉 뇌의 어떤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의식을 잃어버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주로 이런 경우다. 삶과 죽음을 마주하면서,그 경계에 서 있을 때, 어떤 문제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수술대 위에서, 의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치료하고, 수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자 페터 바이코치는 오랜 수술 경험이 있지만, 죽음 앞에서, 수술 발생하는 환자의 수술 후유증, 합병증에는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