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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
한수정 지음 / 희유 / 2024년 1월
평점 :
"마침 우리 병원에 의료 지원 요처이 들엉와서 말이야. 뭐. 지원 요청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통 가겠다는 의사가 없어서 문제였지. 그래도 나름 수도권이야. 인구가 워낙 적어서 시 전체로는 5만 명, 자네가 갈 면 面 은 천 명도 안 돼. 솔직히 요양자들을 제외하면, 감당해야 할 환자는 500명도 안 될 거야." (-49-)
유진의 표정을 본 김 간호사는 입을 한 번 비죽였지만, 곧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런데 , 호철이가 뭐라고 하던가요?"
"약이 부족하다고 하던데요. 처방 좀 그만하라고."
"어휴.바보 같은 놈.말도 안 되느 소리나 하려고 왔나 보내요." (-142-)
유진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때가 있었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다음 해에 죽었다. 홀어머니가 하루 13시간 씩 일하며 그를 뒷바라지할 때도 유진은 마음속으로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 마침내 의사가 됐을 때 그는 드디어 안도했다. 모든 것이 잘 풀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257-)
"내 마지막을 지켜볼 사람이 적어도 안 비웃지 않기를 바랐어요. 말하고 보니까 말도 안 되네요. 고통에 몸부림 치는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님이라면 오히려 저르 비웃고도 암을 텐데 말입니다."
유진은 씁쓸히 웃었다. 이제 미경이 한 말 중 그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게 있다면 , 왜 더 치열하게 살지 못했느냐는 말이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환자를 봐왔던 미경이 보기에 자신은 얼마나 한심할까. (-301-)
해마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듣는다. 살아가면서, 내 곁에 머물러 있다가,어느 순간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때로는 그 사람의 손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이들이 그들과 갑자기 이별하는 그 순간, 그들 또한 영원한 생명과 무관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속절 없이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차이점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존재이며,그것을 자살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생명체였다. 그리고 자살이라는 단어를 내면화할 수 있는 개체이기도 하다.
소설 『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은 유쾌하지 않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 자살이라는 단어와 생에 대한 집착과 어떤 계획, 이 두 가지를 섞어 놓았으며, 주인공 남유진이 시골 벽지 상면 병원에 의사로 부인하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된다.
소설 『죽을 자리는 역시 병원이 좋겠어』의 주인공은 외과의사 남유진이다. 전도 유망한 직업의사이면서, 의사였던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의사가 된다. 서울이 아닌 인구가 적은 시골 상면 마을에 들어간 이유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서다. 병원에는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모르핀이 있다. 모르핀은 사람을 살라기도 하지만, 독이 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모르핀 관리가 엄격하지만, 시골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든지 도난 당할 수 있고, 목적에 맞지 않게 쓸 수 있다.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상면 마을이 1000명 밖에 안되는 작은 소도시라는 것이다. 유진이 의사로서 감당해야 하는 환자는 대략 500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병원 안에 보관되어 있는 모르핀이 도난당햇다.
유진은 허탈하고, 허망하다. 돈과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상면 마을에 내려온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그 단 한가지 계획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비하인드가 유쾌하지만 안았다. 투박하고,거칠고, 불친절하지만, 그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이유는 그들에겐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인간적인 면과 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정이라는 게 유진의 계획을 틀어버렸다. 도난당한 모르핀의 소재를 찾던 와중에 사소한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