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2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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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는 남기고 싶었다. 그 사람이 남겨놓은 업적(?)을 말이다. 이외수는 자신이 가진 글필을 문학의 힘을 활용해 후대에 남기고 싶었다. 현실은 여전히 어두운 진실 투성이지만, 바뀔 수 없는 현실의 암울함을 후대사람들이 기억하게끔 수단과 도구를 사용했다. 그가 가진 수단과 도구는 연필이지만, 정치인과 기업인의 사회적 도구는 돈이다. 자본이 이 세상에 먼저 있었던 것처럼 그들은 오만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식물과 나무가 언젠가는 인간이 가지는 오만함에 경종을 울릴 거라는 걸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환경보다 경제를 우선하는 인간의 오만한 작태가 소설 속에 등장하고 있다. 


화천국 다목리 캡틴 정두언은 그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식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활용해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우연히 뉴스를 통해 봤던 유익현을 모습을 보면서 정두언은 씁쓸함을 느꼈다. 생명 경시의 끝을 보여주는 유익현의 행위에 대해 정두언은 빙의목을 활용해 죗값을 치루었다. 유익현은 개과천선하였으며, 길에 다니는 고양이과 개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햇다. 자신이 느꼈던 죄책감은 동물들에게 절을 하는 이유가 되었고, 그것이 방송전파를 타고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따가운 시선을 보여줬던 대중들은 이제 온화한 대중으로 바뀌었으며, 유익현을 용서하게 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한세은은 독특한 아가씨였다. 합기도 태권도 격투기 등등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도합 15단이 넘는다. 보복대행 주식회사의 행동대장이면서 조폭들의 낭심을 시원하게 발차기 하고 말았다. 남성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느꼈던 억압을 한세은의 발차기 하나로 종결 시켜 버리게 된다. 그런 한세은을 좋아하는 정두언은 유일한 친구이자 정의로운 검사 박태빈과 함께 보복대행 주식회사를 이끌고 있다.


국회의원 조평달. 그의 주변에 있는 조찬길 교수와 조정갑 이사. 그들은 자칭 대한민국의 엘리트였으며,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의 악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 지식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으며,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는 그들의 작태에 정동언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사대강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그 당위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으며, 사대강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다. 진실을 거짓으로 덮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정동언이 먼저 향한 곳은 조찬길 교수였으며, 조찬길 교수가 제자들에게 행한 성폭행(성주혜), 성추행(김경은),성희롱(강하연)에 대한 죄값을 톡톡하게 치루도록 만들었다. 행동 대장 한세은의 활약, 한세은은 레옹에 등장하는 마틸다였으며, 조찬길 교수는 그 영화에서 스탠스 필드(게리올드만)였다. 조찬길 교수는 결국 자신의 말과 행동이 진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녹초라떼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정두언은 진실이 가려지고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 하나의 빛이 되고자 했다. 4대강 사업의 시작점이 되었던 그를 향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ms 라 나오고 있으며, 그가 사대강 사업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 한 행위에 대해서 녹조라떼로 응징하게 된다., 그것은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사회의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며,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과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 대한 고발이다.


나는 잠시 숙고해 보았다. 사람은 가지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일까, 베풀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일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체도 가지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명체가 베풀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 같았다. 나는 숙연해지고 있었다. 개다래나무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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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1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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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님의 욕망이 투영된 소설 한편을 만나게 되었다. 정의를 외치면서, 정의롭지 않은 사회,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이 잘 살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날 수 있는지,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한 소설 한편이 출간되었다.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의 주인공은 말더듬이에다가 은둔형 외톨이 정동언이다. '선비처럼 살아라'는 이름과 달리 그는 이름과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할아버지는 일본 앞잡이 친일파였다.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되어 있을정도로 독립운동에 앞장 선 이들에게 벌을 내렸으며, 그들을 고통으로 내몰았다.정두언에게는 유일한 친구가 있으니, 그는 정의로운 검사 박태빈이다. 자신의 직업의 특성상 무게를 잡아야 하지만 정두언 앞에서는 검사가 아닌 친구놈(?)에 불과하다.유치한 아재개그를 남발하고 있으며, 영구 시리즈, 맹구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를 이용한 그의 남다른 개그는 정두언이 우연히 만나게 된 2H FLOWER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박세은에게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여기서 박태빈 또한 정두언과 같은 친일파 자손이다.


정두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건 식물과 나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가 그 능력을 가지게 된것은 우연한 상황 때문이다. 2H FLOWER 에서 백량금과 대화를 시작하게 된 정두언은 그렇게 전국에 있는 꽃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백량금은 메신저 역활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박세은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런 연유였다. 정두언의 특별한 능력이 신기했으며, 생일날 전국의 나무들이 생일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독특함으로 이어지게 된다.또한 박세은이 정두언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를 만든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몰라도 하늘은 안다고 했던가, 이 소설은 세상 사람들이 몰라도 풀과 나무은 알고 잇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들이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억울한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울부짖으면서, 정작 동물보다 못한 행동을 자행하고 았으며, 그런 행위를 하는 이들을 정두언은 처단하려고 한다. 여기서 친구이자 검사인 박태빈은 정두언에게 있어서 든든함 백이었으며, 박태빈이 가지고 있는 남다른 능력을 활용해 나쁜 사람들을 응징하게 된다.


정두언이 처음 향한 곳은 길고양를 학대하는 이를 향하고 있다. 이유없이 고양이에게 잔인한 행동을 일삼는 유익현에게 정두언은 코앞에서 경고를 하였던만 유익현은 콧방귀를 끼고 말았다. 말더듬이에다가 씨알도 먹히지 않은 멘트를 날리는 정두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유익현의 귀에 들릴 턱이 없다. 정두언이 그에게 단죄를 내리게 되는 방법은 바로 빙의목을 만들어서 그의 몸에 못을 날리는 것이다. 예전에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응징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을 정두언이 시도하고 있었다. 그런 행위를 유익현이 알리가 없다. 유익현 집안 곳곳에 있는 나무들이 정두언에게 유익현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려주고 있었으며, 유익현은 그렇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죗값을 치루게 된다. 이제 정두언이 향한 곳은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에 있는 조팔용 국회의원이며, 그가 4대강 사업에 찬성표를 던지고 보수단체를 활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응징하게 된다. 소설은 그렇게 일반 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짚어나가고 있으며, 정의로운 사회는 이렇게 구현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보여지지 않는 곳에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럼으로서 정의구현은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하지만 이 소설은 사이다와 같은 스토리를 소설가 이의수의 독특한 상상력에 자신이 사는 화천군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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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2 - 제1부 그 별들의 내력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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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문제이겠지요.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가게 되고,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찾게 되는 데에 작용하는 건, 결국 욕망이며 의지 아니겠습니까? 사람살이는 그에 따른 결과의 연속이고요, 이미 만난 사람을 피하는 방법은 다시 그를 만나지 않게 상황을 만들고, 아예 그를 잊는 것이겠지요. 그로 하여 화가 나거나 그로 하여 마음이 아프거나, 여하간에, 그와 연결하여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불가근불가원할 일이 아니라 아예 싹을 자르십시오, 소인의 예시를 듣고자 오시었고 만만찮은 복채를 내시었으니 소인이 드린 말씀을 유념하시리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게 제가 손님들께 받는 닷 냥분의 이야기입니다. 나리께오서 닷 냥이나 더 내주신 그 마음을 감사히 받겠사옵고, 그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더 하문하실 사항이 있으시면 말씀드리겠나이다. "(p270) 


소설 <반야>는 책 제목과 주인공 이름은 같다. 조선 후기 한반도를 둘러싼 외침과 청나라의 간섭 속에 놓여진 시대적인 한계,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기를 가진 무녀의 힘이 필요했다. 고을 원님이었던 이학주가 무녀 반야를 가까이 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우환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고, 이학주에겐 무녀 반야가 무속인이면서 여자였다.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내것이 될 수 없었던 반야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임금이 사라진 세상, 그 세상이 찾아오면 자신이 꿈꾸던 자유와 평등이 도래할 거라 생각하였고, 다른 사람이 못하면 스스로 해내고 싶었다. 무녀로서 자신이 가진 신기를 이용해, 남들의 고통을 돈의 자양분으로 삼았던 반야는 그렇게 자신의 힘을 키워 나가게 된다.


반야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가마골 소경 무녀였던 반야는 갑진년 칠석에 태어났으며, 함채정(유을해)의 여식이기도 했다. 71번째 칠요가 되었던 반야는 사신계, 사신총, 사신경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반야의 역할은  새로운 세상의 하나의 구심점이었고, 자신을 호위하는 호위대장 동마로가 있다. 동마로는 반야를 지켜주는 동시에 사내였으며, 반야가 자신의 몸을 허락한 남자였다, 반야에게 밉보이면 죽임을 면하기 힘들었던 조선 시대의 자화상, 그 대상은 바로 노론과 소론의 시대에 권력의 힘을 얻으려 했던 김학주였다. 천것이었던 반야를 희롱하였던 김학주는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반야에게 내밑기고 말았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무녀가 세상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 속에서 반야의 이름은 '반야심경'에서 따온 작가의 상상력이 기인한 이름이다. 불교 경정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경은 조신시대에 금지된 종교였으며, 예치와 유교에 이념을 가진 조선과 배치되는 요소였다. 작가는 그런 서로다른 모순적 가치를 이 소설속에 드러내고 있으며,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단군 신화를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왕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권력의 실체에 가장 가까운 곳에 무녀 반야의 삶이 있으며,누군가의 고통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반야의 운명이 대하소설 <반야>에 펼쳐지고 있다.


반야는 안긴 채 까치발을 딛듯 고개를 들고 잠결의 동마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댄다. 거스러미가 느껴진다. 혀끝으로 그의 입술의 거스러미를 가만히 매만진다.입술을 떼어 내곤 눈을 뜨지 않았던 듯, 꿈속인 양 다시 동마로의 품을 파고든다. 잠결의 그가 반야를 당겨 안는다. 눈을 감은 채 반야의 머리를 당겨 입술을 포개온다. 어차피 꿈이다. 꿈에서야 무슨 짓인들 못하랴. 반야는 그의 입술이 원하고 자신의 입술이 원하는 대로 가만가만 혀를 움직여본다. 어느 결에 동마로가 깬 걸 느끼지만 스스로는 잠결인 양 그의 움직임을 모른 체한다. 두어해 전 그가 사신총령을 받아 떠나던 날처럼, 마침내 동마로의 하초가 반야의 음문을 파고들어와 온몸을 채운다. 고요한 합일이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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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1 - 제1부 그 별들의 내력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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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두개의 단어가 이상하게 거슬린다. 자유와 평등, 이 두 단어에 예민하게 굴었던 건 소설 <반야>는 영 정조 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녀 반야를 소재로 하면서 자유와 평등은 언급한다는 건 뭔가 모순점이 있었다.개념이 시대를 앞서 나간다는 것, 그건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에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을진데 책에는 자유와 평등은 언급하고 있으며, 그건 모순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무녀인 반야를 내세워, 그 시대를 살았던 천민의 은밀한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 무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아웃사이더로서의 무녀가 아닌 소설의 메인에 등장하는 무녀의 모습은 현실적인 요소와 자신이 처해진 상황이 절묘하게 교차되고 있다.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할머니 동매, 어머니 유을해 ,대를 이어서 무녀의 삶은 반야로 이어지게 된다. 신기를 얻어서 무녀로 되물림 되어 살아야 하는 반야의 삶은 여느 무녀의 삶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반에게 굽신거렸어야 하는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무녀가 아닌 진취적이면서 자신을 올곳이 내세우는 무녀 반야의 모습이다. 소설 속 또다른 인물,대과에 급제한 김학주와 이한신 사이에서 반야의 엇갈린 운명이 펼쳐지고 있다. 무녀의 삶은 그 시대의 삶을 대변하면서도, 그들의 애환이 드러나고 있다. 귀신과 대척점에 있어야 하는 무녀에게, 반야가 얻을 수 있는 복채는 유용한 생존의 도구였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에게 자신의 몸을 내보이면서도 복채를 얻으려 하는 반야의 당당한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이 소설은 세상을 흔들려 하는 무녀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았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무녀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야는 의금부에 끌려가야 하는 살인귀를 잡아들이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세상에 일리게 된다. 스스로 사신계에 들어가는 반야의 모습과 사신계 계원들이 바라보는 꽃각시 보살에 대한 소문들, 반야는 온양의 꽃각시 보살이었다.그리고 그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또다른 힘이다. 소설 <반야>는 1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1권이 마무리 되었다. 앞으로 반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권력의 중심이 될지, 권력의 도구가 될지 사뭇 궁금하다. 천민으로서 양반과 맞서야 하는 반야의 모습, 반야가 꿈꾸는 세상은 도래할 것인가 도래하지 않을것인가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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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1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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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소운은 그대로 서영을 보고 있었다. 눈에도, 입술에도,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입술이 조금씩 움직였고, 거기에 천천히 미소가 깃들었다. 소운은 조금 더 기다렸다.서영이 대답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방금 일어난 일이 확실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납득시키는 것처럼, 그리고 서영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소운이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어 서영을 끌어당겼다. 우정의 징표처럼, 평온하고 고요한 호의의 표현처럼 내내 맞잡고 있던 손이 풀리고, 다른 두 손이 서영의 두 빰을 감쌌다. 소운의 입술이 서영의 입술을 찾았고, 발견했고, 놀랍게도 그 앞 허공에서 잠시 멎었다. 서영 씨,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속삭였다. 내가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는지, 알아요? 어젯밤에, 그리고 그전부터.. 처음 본 순간부터 이러고 싶었어요. 이렇게 될 줄, 나는 알고 있었어요, 처음 본 날부터. (p169)


퀴어 소설. 그렇다. 이 소설의 장르는 퀴어이다. 여성과 여성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과정으로 흘러가는지 심리적 묘사가 곳곳에 감춰져 있다. 소설 속 주인공 한서영은 자신에게 팬이라 자처하는 소운이 보낸 편지 하나에 이끌리게 된다.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스테디 셀러로 꾸준히 팔리는 책 <스틸라이프> 시리즈를 쓰는 한서영은 소설 지망생 소운을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영은 들키고 말았다. 소운이 보낸 편지에는 서영이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내면에 대해 채워 나가고 있다. 서영은 나체가 되어버린 자신의 내면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열등감을 그만 소운에게 들켜버렸다. 흔들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러면서도 궁금하기도 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은 서영도 알고 있었고, 소운은 그걸 서영의 은밀한 실체를 알고 있었기에 서영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다.


소설을 쓰는 소운이 가지고 있는 내공은 서영이 가지고 싶었던 내공이었고, 떠다른 우월감이다. 스스로 소운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소운의 용기를 거부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그것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서영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자신조차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 유혹에 이끌릴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그것이 이성간의 사랑이던지, 동성간의 사랑이던지 말이다. 소운이 내미는 손길이 또다른 사랑의 형태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넘어서는 안되는 금지된 경계를 서영은 넘어 버렸고, 두 사람은 작가로서 서로에 대해서 은밀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안에 감춰진 인간의 불안과 걱정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스스로 설정해 놓은 한계, 감추고 싶었던 것, 설랑으로서 자신의 존재감, 소운이 설정해 놓은 소설 속 스토리의 또다른 주인공은 사랑하는 존재 서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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