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바이블 -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
김정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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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문헌상의 기록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북극성 신앙은 '마고신앙'이다. 『부도지』 에 의하면 약 1만 2천 년 전 파미르 고원에는 마고대성이 있었으며,그곳에서 지상의 모든 것을 관장했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마도대성은 하늘의 별자리인 마고성으로 서양에서는 베가(Vega) 라고 부르며 동양에서는 직녀성이라고 부른다. 1만 2천 년 전 북극성은 마고성이었다. (-65-)

한자를 최초로 만들어 썼던 민족은 중국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었기 때문에 고대 투루크-몽골계의 단어에서 한자 단어가 나오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또한 'ㅎ'의 발음은 지역에 따라 'ㄱ'으로 변한다. 예를 즐어 투르크어의 '카자르' 를 몽골에서는 '하자르'라고 발음하며 한국어의 '신호(信號)'라는 발음을 일본에서는 '신고'로 발음한다. (-130-)

초기 신라시대에도 버섯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옛수도 경주에서 발견된 고분에서 버섯 모양의 청동 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까지느 종교의식 때 버섯을 사용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때까지는 신라인이 완벽한 농경민족이 아니고 유목을 생업으로 하는 인구도 있었기 때문에 북쪽에서 광대버섯을 가져와 종교의식에 썼을 것이다.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의 바탕이 되는 나무도 시베리아산 자작나무이다. (-207-)

파미르 고원에서 동쪽으로 이동하여 중원에 들어온 태호복희씨와 여와는 각각 직각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들어와 나라를 세웠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금척은 신라에 계승되어 초기 신라가 양자강 유역에 건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56-)

한반도의 역사는 한반도 땅에서, 단군신화에서 시작된다. 일연의 삼국유사,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근거한 역사적 사실로 생각한다. 즉 한반도, 대한민국의 2023년은 단기 4356년으로 보는 이유다. 여기서 이 상식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저자는 2015년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에서 한반도고대사의 흔적을 찾고자 하였으며, 우리가 한반도의 역사로 생각하지 않는 청동기 이전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한다.

저서 『샤먼 바이블』은 한반도 샤먼주의에 대해서,고대사와 연결하고 있었다. 한반도 땅에 한정되었던 기존의 한반도의 역사,단일민족으로 치부하였던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서, 중앙아시아남동쪽 파미르 고원에서 시작된다는 다민족 구각로 확장되어야 하며, 「파미르기원설 」을 언급하고 있다. 즉 한반도가 아닌 몽골 민족의 일원으로서, 유목민족이 거쳐온 광대한 땅으로 이동한 증거들, 천문과 수리에 밝았던 한반도 고대사를 실체하는 역사적 자료에 근거하고 있었으며,우리가 추구하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인간으로 치면, 인간의 생애를 서술할 때 , 아기였던 시간에 대해서 모두 부인되고 있는 가운데, 한 인간의 역사가 말을 일깨우고, 세상을 이해하는 아이였던 시적으로 출발하는 현실의 부당함을 ,샤머니즘을 한반도 고대사의 일부분으로 보아야 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근거중 하나로 한반도 땅의 고인돌이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이 현존하는 이유를 들고 있어서,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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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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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대학교수이고 글 쓰는 사람이니까 우리 집에는 두 개의 서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인과 소설가들은 창작촌 같은 데 가서 글을 쓰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된다. 강의 준비나 평론, 논문 등은 책을 많이 펼쳐 놓고 써야 하는 글이어서 밖에서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다가 이어령 선생은 전업 작가가 아니어서 날마다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있었고, 나는 아이들을 기르며 짬짬이 글을 써야 했으니까 더 집 밖에 나가 집필을 할 수 없었다. 전공이 같아서 같은 책을 공유하는 일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이 선생은 논문이나 평론을 쓸 때 방바닥에 참고문헌을 일목요연하게 세워놓고 쓰는 버릇이 있다. 그러니 서재가 작으면 안 된다. 서재는 그의 작업장이기 때문에 작업량이 증가하면 방도 커져야 하는 것이다. (-11-)

첫 아기를 낳고 두 달 쯤 지난 어느날 이어령 씨 제자들이 아기를 보겠다고 모려왔다. 경기고등학교에 부임한 해의 가을이다. 검은 교복을 입은 여드름 난 학생 네댓 명이 맨발로 들이닥치니 방이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그 중에 내가 헌책방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찾았다고 좋아하면서 들어오더라고 하는데 그 일은 기억에 없다. (-107-)

뇌물성 선물이 아니어도 김 선생은 누가 무얼 가져오면 , 더 많은 것을 들려 보내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는 손님이 없으니, 뇌물을 준 사람이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선물이 무효화된다고 해서 선생이 그분의 용건을 모른 체 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바깥 선생님께 보고하여 일단 진상을 보상하게 하며, 도울 수 있는 명분이 확실하면 돕도록 부탁을 드리는 것을 잊지 않으니 앙심을 품는 사람이 적다. (-240-)

평창동이 우리를 끌어당긴 가장 큰 매력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사 갈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 시내에서 제일 땅 값이 싼 곳이었던 데 있다. A급지가 평당 사만 이천원이었다. 도로보다 지하 일층이나 이층 정도로 낮은 곳에 있는 B급지는 삼만 칠천원이었고, 택지 조성을 안 한 땅은 구천 원밖에 하지 않았다. 삼백평을 사도 이백칠십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동네로 올라오는 초입에 있는 택지조성을 안 한 암반 지대를 아는 분이 샀는데, 양질의 화강암 지대여서 석재 장사가 돌을 사겠다고 나섰다. 땅값이 석재대 값보다 싸서 돈 한 푼 안들이고 삼백여 평의 택지를 얻게 되는 것을 본 일도 있다. (-314-)

1973년 문학사상을 인수하면서 따로 모으기 시작한 특별 통장의 금액이 이십삼 억 원쯤 되었다. 그의 원고료와 인세, 문학사상 수익금까지 모두 합한 총액이다.2001년에 영인문학관을 시작한 나는, 퇴직금과 삼 년간의 월급을 보태어 오 억원의 기금을 이미 문학관에 기증했기 때문에 여축이 많지 않았지만, 내 저축도 다 털어서 건축비에 보탰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통장을 깨려니까 불안이 엄습해왔다. 둘 다 빚을 지고는 못 사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건축비가 모자라서 빚을 졌고, 초과한 부분은 몇 해 동안 분할해서 갚아나갔다. (-375-)

스스로 나의 의지대로 누군가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치관, 신념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 때로는 욕심이 날 때가 있다. 누군가의 삶을 내 삶으로 바꿔 보고 싶어진다. 바로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와, 강인숙 부부의 학자적 삶이다. 두 사람은 1933년 생 동갑내기이며, 이십대 중반부터 신혼생활을 하여, 이어령-강인숙 부부는 4.19,5.16,6.25 한국전쟁 동란을 거쳐왔으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견디면서 살아왔다. 이어령 교수의 재표적인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있다. 하지만, 그가 쓴 저서들은 익히 1970년대부터 널리 알려졌으며, 부부가 결혼하던 날,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부부의 결혼을 축하했다.

전공이 같았고, 강의. 대학교수였기 때문에, 서재가 두개가 필요했다.하지만 결혼 후 가난한 시간강사에 불과했다. 이어령 교수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인세가 들어오면서,경제적 자율르 누릴 수 있었다. 1970년대 내 집을 가지기 전까지만 해도, 한 집에서 좁은 공간에서 같이 강의를 준비하고,자료를 모으고, 수업을 준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오면서, 지금과는 다른 정감있는 서울 평창동에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서재를 두개 둘 수 밖에 없었다. 이어령 교수는 일찌감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1970년대 재산이 이십억이 넘었다. 부유한 삶,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이어령 교수는 고독한 삶을 살게 된다. 4.19 의거를 지나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초대 문화부 장관 자리에 올랐지만, 가족은 권력과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이어령 교수의 평판에 민폐가 될까봐 문화부 장관 재임 시절,오해를 사지 않도록 철저히 거리를 두게 된다.

강인숙 교수의 『글로 지은 집』 은 집에 대한 이야기지만 , 한 가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서,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화목 (和睦)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었다. 집이 편안하면, 가정이 편안하며, 가정이 편안하면, 부부가 백년해로가 가능하다.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사랑의 본질이며, 존중과 배려, 소중함 속에 고독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부부가 둘이 되어, 하나가 되었지만, 외롭지 않고, 먼저 떠난 베필을 원망하지 않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고 있었다. 실천하기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삶이지만, 누구에게나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삶이다. 부자가 되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정착하면서, 물욕에서 벗어난 삶이 역설적으로 복과 부,행복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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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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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몇 권 안 되는 책 가운데는 옛날에 헌책방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것과 최근에 구입한 것이 반씩 섞여 있다. 헌책의 대부분은 고물장수가 가져온 헌책 더미에서 아주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었다. 그중에는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책도 있었다.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보물목록』, 1944년에 창간된 월간지 『문창』 창간호가 있고, 1944년 '조선도서출판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나온 친일문학가들의 단편 소설집 『반도작가 단편집』 도 있었다. (-9-)

"영감님, 혹시 일본제국주의 시절에 광주부 본정 1정목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뜻밖의 질문을 받은 주인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경 너머로 그의 눈이 잠깐 동안 날카롭게 빛났다. 정확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마침 손에 들었던 『조선지배층연구』 를 내밀었다. 주인은 봉투에 책을 넣어주면서 말했다.

"젊은 분이 일제 때 주소는 무엇에 필요하시오?" (-26-)

1988년 제1회 전태일분학상 중편소설 당선된 소설가 백건우 「검은고양이」 은 헌책, 고물상, 구술에 대해서, 중첩되고 있었다. 조선시대 이후 광복 이전의 일제시대에 남겨진 검은고양이 표지 책을 주인공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 낡고 허름한 책에 얽힌 과거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소설 「검은고양이」 는 허구이면서, 절판, 품절, 초판을 무지 좋아하는 이들에게 흥미롭게 느껴지는 단편 소설이다. 책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 헌책망이거나 고물상이다. 책을 좋아하느 사람이 이사를 갑자기 가야 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그 원주인의 책은 고물상으로 흘러간다. 손때가 묻어나 있으며,나이를 먹은 표지가 낡은 책, 그 고물상에서 , 헌책의 가치를 아는 이가 나타나면,그 책은 겨우내 살아남게 되고, 헌책방의 가치를 아는 이에게 다시 소장될 수 있다.

낡은 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책냄새 ,친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헌책의 주인이 사라진 가운데,그 책의 주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있었다. 이 소설에 숨겨진 하나의 키워드가 구술이다. 헌책을 소장한 주인공은 헌책방 주인에게 구술을 통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책에 숨겨진 역사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일제시대의 주소,그 주소를 찾는다는 것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사라지고, 폐허가 된 기억을 찾아내는 인고의 작업이 될 수 있다. 어떤 소중한 기억에 대해서, 기록되지 못하고, 과거에 있지만, 소멸되고 ,망각되어진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회복시키는 노력은 구술에 의존하고 있으며,주인공은 우연히 자신이 얻고자 하는 어떤 사실을 알기 위해서, 헌책방 주인을 상대고 구슬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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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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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은 윤경의 수고에 대한 인사를 그렇게 갈음한다. 오후의 햇살이 아파트 전면 통창을 통과해 깊숙이도 들어와서는 설거지하는 윤경의 등까지 도달한다. 삼십사 평이지만 구조가 넓게 빠져 누가 봐도 사십 평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거실 넓이임에도 섀시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재단된 햇살이 길쭉하고 노랗고 게으르게 주방 쪽까지 이어져 무언가를 증명하고 있다. 평균보다 약간 키가 큰 윤경은 싱크대 높이에 맞추느라 양다리를 넓게 벌리고 섰다. 살결 따라 흐르는 얇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데다 등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있어, 햇살은 윤경의 도드라진 날개뼈에 다 들러붙는다. (-10-) 「 산책 」

"탁구 잘 쳐?"

이화의 물음에 에릭의 푸른 눈이 한층 더 크고 푸르게 빛났다. 그러더니 에릭은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웃었다. 낡고 오래된 집이 울릴정도였는데 이화는 그 소리를 듣고 스스로 에릭을 이 집으로 끌어즐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약간 자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에직은 손을 활짝 펴고 기다란 팔을 들어올려 갑자기 내려치는 동작을 취했는데 흡사 탁구릐 스매싱 동작 같았다. (-53-) 「경유지에서」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응어리진 생각과 이야기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 욕망과 육구, 불만족이 숨겨져 있었다. 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그 관찰대상이 달라지고,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가난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스토리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편하면서도, 익숙하다. 갑과 을이 보편적인 사회에서, 보편적이지 않는 상황을 집어 나갈 수 있다.

소설가 김이은은 책 속에 묻어 놓은 글을 꺼내고 있었다. 첫번 째 이야기 「산책」 은 두 자매 여경과 윤경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둘은 서로 입장 차이,가난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집에 대한 기준, 두 자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언어 속에서, 집에 대한 신분 차이가 현존한다. 큰 집에 살고 있지만, 34평 여경의 신도시 집을 변두리 싸구려 집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윤경이 살고 있는 22 평 강남 집에 대해서, '강남 하꼬데 같은 데'라고 말하게 되는데, 두 자매의 갈등이 우리 사회의 가족간에 보편적인 갈등과 반목의 현주소라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집 평수가 나의 신분이라고 생각하고,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신분에 대해서 민감한 한국 사회르 묘하게 비추고 있으며, 그것이 집이 아닌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두번 째 이야기 「경유지에서」 에서는 다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주인공 이화와 외국인 에릭, 둘 사이에는 묘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진다. 원나잇 스텐드처럼 느껴지지만,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이다. 우연한 만남이 동거가 되었고, 그 안에서,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묘한 짜릿함이 이화의 경험 속에 묻어났다.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달라진 트렌드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며, 둘 사이에 개입하는 노파의 행동이 불청객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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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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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1월 20일 금요일

사랑하는 키티에게

이런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들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지금까진 유대인에 관한 소식이 우리한테 거의 전해지지 않았거든.이왕이면 유쾌한 기분으로 지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미프가 이따금 친구에게 벌어진 일을 들려줄 때마다 엄마나 판 단 부인은 울음을 터트렸어. 그래서 미프도 아예 입을 다물었지. 그런데 이번엔 우리가 나서서 뒤셀 씨에게 온갖 질문을 퍼부었어. 뒤셀 씨 이야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끔찍해서 좀처럼 잊을 수가 없어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좀 가라앚으면 다시 평소처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겠지. 마냥 우울해한다고 뭐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바깥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우리 은신처를 '우울한 곳'으로 만들어서 뭐가 좋겠니.

하지만 이젠 뭘 하든 떠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웃음이 나오다가도 불현듯 내가 이렇게 유쾌하게 지내도 되나 싶어 부끄럽기도 해. 그렇다고 온종일 울며 지내야 하는 걸까? 아니 , 그럴 수는 없어.이런 암담한 기분은 결국 사라질 거야.

안그래도심란한데 괴로운 일이 또 있어. 이건 개인적인 문제가 방금 네게 들려준 고통에 비하면 하찮은 거야. 그래도 너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자꾸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주위가 텅 빈 것처럼 공허하고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내 마음은 늘 즐거웠던 일과 친구들 생각으로 가득했어. 그런데 이젠 불행한 일이나 나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해. 이젠 알았어. 아빠가 아무리 다정하게 대해줘도 사라진 나만의 작은 세계를 대신할 순 없다는 걸. 엄마와 마르고 언니는 기본적으로 내 기분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아니야.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로 왜 자꾸 널 귀찮게 하는 걸까?나도 알아. 키티. 내가 감사할 줄 모은다는 걸. 하지만 수시로 꾸중을 듣는 데다 다른 걱정거리까지 가득하니 머리가 핑핑 돌 것 같아!

그럼 이만, 안네. (-52-)

텍스트로 이루어진 일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텍스트가 가진 한계를 그림,사진, 비디오, 스케치로 극복해 내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그림에 텍스트를 더하는 것은 글이 가진 디테일한 묘사와 그림이 가지고 있는 실제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안네프랑크는 1929년 출생하였고, 1945년 사망한 걸로 추정한다. 독일의 히틀러가 사망하기 직전이다. 10대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암울한 친 나치 SS대원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그 시대상을 엿볼 수 가 있어서다.

안네에겐 세살 위 마르고 프랑크가 있었고, 아빠 오토 프랑크, 엄마 에디트 프랑크가 있었다. 네덜란드로 안네 프랑크 가족이 피신했던 이유는 만에 하나 네덜란드에서 중립국 스위스로 가기 위함이었다. 독일에 비해 네더란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였으며,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무르게 된다. 독일 나치의 지배하에 들어갔던 유럽은 암울하였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은신처에 살고 있었던 안네 프랑크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마차도, 버스도, 전차도, 자전거도 탈 수 없었다. 겨우 배를 얻어탈 수 있는 이동의 자유조차 막히고 만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언제든 피신해야 하기 때문에,돈을 들고 조용히 조용히 은신처에 머물러야 했다. 불이익을 당해도, 말할 수 있는 구너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햇빛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나치SS 대원과 부딪친다 하여도,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 못했다. 은신처에 도둑이 들어도, 그 도둑을 잡을 수 없었고, 일용할 양식은 서서히 고갈되고 말았다.

안네 프랑크가 쓴 이기가 우리에 뭉클함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평온한 삶이 우리에게 어떠한 행복이 되는지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소음을 낼 수 없었고, 유대인이라는 것이 들켜서는 안되었다. 아두 컴컴한 지하에 살아야 하는 현실, 언제 끝날 지 알수 없었기에 암울하였고, 우울하였다. 결국 안네 프랑크는 절망 가득한 세상에서, 장티푸스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놓친채 사망하게 된다. 홀로코스트의 이야기이면서, 페터 반 단, 페트로넬라 판단, 헤르만 판단, 알베르트 뒤셀과 이웃하며 살아온, 10대 소녀가 바라본 유럽 사회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안네의 일기를 읽으면서,우리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가면서도 그 것에 대해 고마워 하지 못하고,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그것이 그 시대와 다른 우리 현실의 불행의 근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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