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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여경은 윤경의 수고에 대한 인사를 그렇게 갈음한다. 오후의 햇살이 아파트 전면 통창을 통과해 깊숙이도 들어와서는 설거지하는 윤경의 등까지 도달한다. 삼십사 평이지만 구조가 넓게 빠져 누가 봐도 사십 평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거실 넓이임에도 섀시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재단된 햇살이 길쭉하고 노랗고 게으르게 주방 쪽까지 이어져 무언가를 증명하고 있다. 평균보다 약간 키가 큰 윤경은 싱크대 높이에 맞추느라 양다리를 넓게 벌리고 섰다. 살결 따라 흐르는 얇은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데다 등을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있어, 햇살은 윤경의 도드라진 날개뼈에 다 들러붙는다. (-10-) 「 산책 」
"탁구 잘 쳐?"
이화의 물음에 에릭의 푸른 눈이 한층 더 크고 푸르게 빛났다. 그러더니 에릭은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웃었다. 낡고 오래된 집이 울릴정도였는데 이화는 그 소리를 듣고 스스로 에릭을 이 집으로 끌어즐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약간 자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에직은 손을 활짝 펴고 기다란 팔을 들어올려 갑자기 내려치는 동작을 취했는데 흡사 탁구릐 스매싱 동작 같았다. (-53-) 「경유지에서」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있다. 응어리진 생각과 이야기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 욕망과 육구, 불만족이 숨겨져 있었다. 내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서,그 관찰대상이 달라지고,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가난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스토리에 담아낸다는 것은 불편하면서도, 익숙하다. 갑과 을이 보편적인 사회에서, 보편적이지 않는 상황을 집어 나갈 수 있다.
소설가 김이은은 책 속에 묻어 놓은 글을 꺼내고 있었다. 첫번 째 이야기 「산책」 은 두 자매 여경과 윤경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둘은 서로 입장 차이,가난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 집에 대한 기준, 두 자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언어 속에서, 집에 대한 신분 차이가 현존한다. 큰 집에 살고 있지만, 34평 여경의 신도시 집을 변두리 싸구려 집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윤경이 살고 있는 22 평 강남 집에 대해서, '강남 하꼬데 같은 데'라고 말하게 되는데, 두 자매의 갈등이 우리 사회의 가족간에 보편적인 갈등과 반목의 현주소라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집 평수가 나의 신분이라고 생각하고,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신분에 대해서 민감한 한국 사회르 묘하게 비추고 있으며, 그것이 집이 아닌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두번 째 이야기 「경유지에서」 에서는 다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주인공 이화와 외국인 에릭, 둘 사이에는 묘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진다. 원나잇 스텐드처럼 느껴지지만,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이다. 우연한 만남이 동거가 되었고, 그 안에서,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묘한 짜릿함이 이화의 경험 속에 묻어났다.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달라진 트렌드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개인적인 문제로 생각하며, 둘 사이에 개입하는 노파의 행동이 불청객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