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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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몇 권 안 되는 책 가운데는 옛날에 헌책방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것과 최근에 구입한 것이 반씩 섞여 있다. 헌책의 대부분은 고물장수가 가져온 헌책 더미에서 아주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었다. 그중에는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책도 있었다.

조선총독부에서 펴낸 『조선보물목록』, 1944년에 창간된 월간지 『문창』 창간호가 있고, 1944년 '조선도서출판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나온 친일문학가들의 단편 소설집 『반도작가 단편집』 도 있었다. (-9-)

"영감님, 혹시 일본제국주의 시절에 광주부 본정 1정목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뜻밖의 질문을 받은 주인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경 너머로 그의 눈이 잠깐 동안 날카롭게 빛났다. 정확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마침 손에 들었던 『조선지배층연구』 를 내밀었다. 주인은 봉투에 책을 넣어주면서 말했다.

"젊은 분이 일제 때 주소는 무엇에 필요하시오?" (-26-)

1988년 제1회 전태일분학상 중편소설 당선된 소설가 백건우 「검은고양이」 은 헌책, 고물상, 구술에 대해서, 중첩되고 있었다. 조선시대 이후 광복 이전의 일제시대에 남겨진 검은고양이 표지 책을 주인공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으며, 그 낡고 허름한 책에 얽힌 과거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소설 「검은고양이」 는 허구이면서, 절판, 품절, 초판을 무지 좋아하는 이들에게 흥미롭게 느껴지는 단편 소설이다. 책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 헌책망이거나 고물상이다. 책을 좋아하느 사람이 이사를 갑자기 가야 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그 원주인의 책은 고물상으로 흘러간다. 손때가 묻어나 있으며,나이를 먹은 표지가 낡은 책, 그 고물상에서 , 헌책의 가치를 아는 이가 나타나면,그 책은 겨우내 살아남게 되고, 헌책방의 가치를 아는 이에게 다시 소장될 수 있다.

낡은 책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책냄새 ,친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헌책의 주인이 사라진 가운데,그 책의 주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있었다. 이 소설에 숨겨진 하나의 키워드가 구술이다. 헌책을 소장한 주인공은 헌책방 주인에게 구술을 통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책에 숨겨진 역사를 추적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일제시대의 주소,그 주소를 찾는다는 것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사라지고, 폐허가 된 기억을 찾아내는 인고의 작업이 될 수 있다. 어떤 소중한 기억에 대해서, 기록되지 못하고, 과거에 있지만, 소멸되고 ,망각되어진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회복시키는 노력은 구술에 의존하고 있으며,주인공은 우연히 자신이 얻고자 하는 어떤 사실을 알기 위해서, 헌책방 주인을 상대고 구슬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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