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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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11월 20일 금요일

사랑하는 키티에게

이런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들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지금까진 유대인에 관한 소식이 우리한테 거의 전해지지 않았거든.이왕이면 유쾌한 기분으로 지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미프가 이따금 친구에게 벌어진 일을 들려줄 때마다 엄마나 판 단 부인은 울음을 터트렸어. 그래서 미프도 아예 입을 다물었지. 그런데 이번엔 우리가 나서서 뒤셀 씨에게 온갖 질문을 퍼부었어. 뒤셀 씨 이야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끔찍해서 좀처럼 잊을 수가 없어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좀 가라앚으면 다시 평소처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칠 수 있겠지. 마냥 우울해한다고 뭐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바깥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우리 은신처를 '우울한 곳'으로 만들어서 뭐가 좋겠니.

하지만 이젠 뭘 하든 떠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웃음이 나오다가도 불현듯 내가 이렇게 유쾌하게 지내도 되나 싶어 부끄럽기도 해. 그렇다고 온종일 울며 지내야 하는 걸까? 아니 , 그럴 수는 없어.이런 암담한 기분은 결국 사라질 거야.

안그래도심란한데 괴로운 일이 또 있어. 이건 개인적인 문제가 방금 네게 들려준 고통에 비하면 하찮은 거야. 그래도 너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자꾸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주위가 텅 빈 것처럼 공허하고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내 마음은 늘 즐거웠던 일과 친구들 생각으로 가득했어. 그런데 이젠 불행한 일이나 나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해. 이젠 알았어. 아빠가 아무리 다정하게 대해줘도 사라진 나만의 작은 세계를 대신할 순 없다는 걸. 엄마와 마르고 언니는 기본적으로 내 기분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아니야.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로 왜 자꾸 널 귀찮게 하는 걸까?나도 알아. 키티. 내가 감사할 줄 모은다는 걸. 하지만 수시로 꾸중을 듣는 데다 다른 걱정거리까지 가득하니 머리가 핑핑 돌 것 같아!

그럼 이만, 안네. (-52-)

텍스트로 이루어진 일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텍스트가 가진 한계를 그림,사진, 비디오, 스케치로 극복해 내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그림에 텍스트를 더하는 것은 글이 가진 디테일한 묘사와 그림이 가지고 있는 실제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안네프랑크는 1929년 출생하였고, 1945년 사망한 걸로 추정한다. 독일의 히틀러가 사망하기 직전이다. 10대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암울한 친 나치 SS대원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그 시대상을 엿볼 수 가 있어서다.

안네에겐 세살 위 마르고 프랑크가 있었고, 아빠 오토 프랑크, 엄마 에디트 프랑크가 있었다. 네덜란드로 안네 프랑크 가족이 피신했던 이유는 만에 하나 네덜란드에서 중립국 스위스로 가기 위함이었다. 독일에 비해 네더란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였으며,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무르게 된다. 독일 나치의 지배하에 들어갔던 유럽은 암울하였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은신처에 살고 있었던 안네 프랑크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마차도, 버스도, 전차도, 자전거도 탈 수 없었다. 겨우 배를 얻어탈 수 있는 이동의 자유조차 막히고 만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언제든 피신해야 하기 때문에,돈을 들고 조용히 조용히 은신처에 머물러야 했다. 불이익을 당해도, 말할 수 있는 구너리가 주어지지 않았다. 햇빛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나치SS 대원과 부딪친다 하여도,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 못했다. 은신처에 도둑이 들어도, 그 도둑을 잡을 수 없었고, 일용할 양식은 서서히 고갈되고 말았다.

안네 프랑크가 쓴 이기가 우리에 뭉클함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평온한 삶이 우리에게 어떠한 행복이 되는지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소음을 낼 수 없었고, 유대인이라는 것이 들켜서는 안되었다. 아두 컴컴한 지하에 살아야 하는 현실, 언제 끝날 지 알수 없었기에 암울하였고, 우울하였다. 결국 안네 프랑크는 절망 가득한 세상에서, 장티푸스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놓친채 사망하게 된다. 홀로코스트의 이야기이면서, 페터 반 단, 페트로넬라 판단, 헤르만 판단, 알베르트 뒤셀과 이웃하며 살아온, 10대 소녀가 바라본 유럽 사회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안네의 일기를 읽으면서,우리는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가면서도 그 것에 대해 고마워 하지 못하고,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그것이 그 시대와 다른 우리 현실의 불행의 근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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