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사 미술관 1 - 로마의 건국부터 포에니 전쟁까지 로마사 미술관 1
김규봉 지음 / 한언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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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18세기 프랑스 조각가 클롣드 오귀스탱 카이요의 <디도의 죽음>이라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 작품은 디도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 한복판에 단도를 찔러넣는 결연한 모습을 표현하고 잇습니다. 여왕이라는 지위와 명예도 사랑에 비할 바가 되지는 못했나 봅니다. (-26-)

17세기 프랑스 화가 시몽 부에는 <루크레티아와 타르퀴니우스 섹스투스> 라는 작품을 통해 이 사건을 그려냅니다. 작품을 보면 섹스투스는 정욕에 눈이 멀어 칼을 들고 난폭하게 루크레티아의 방에 들어가 그를 위협합니다. 루크레티아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방어하지만, 칼까지 들이대는 남자의 완력을 이기지 못하는 장면이 긴박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상당히 불편한 주제이지만, 강간은 유럽 예술과 문학의 주요 주제엿습니다. (-78-)

프랑스의 역사 화가 니콜라 기 브르네가 1785년에 그린 작품 『로마 여인의 경건함과 관대함』 은 카밀루스가 에트루리아 도시 베이를 정복할 당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그는 베이를 정복하며 얻은 보물의 10분의 1을 신에게 바치겠다고 맹세합니다. 하지만 카밀루스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곤경에 처합니다. 그러자 로마 여인들이 그가 신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나섭니다. 이 그림은 여인들이 카밀루스에게 앞다퉈 재물을 바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당시 카밀루스가 베이를 정복하여 얻은 많은 전리품조차도 신에게 바칠 귀중한 선물을 충족시키기에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카밀루스를 존경하던 수많은 로마 여성들은 자신들의 장신구와 장식품을 기부해, 카밀루스가 신에게 맹세한 약속을 지도록 돕습니다. (-138-)

기원전 218년 여름, 한니발은 코끼리 37마리와 보병 9만 명, 기병 1만 2000명의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향합니다. 에블 강에 도달한 한니발은 히스파니아에서 징집한 병사 중 장거리 원정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귀가하도록 하고, 이곳을 방어하기 위해 보병 1만 명과 기병 1,000명을 남겨둡니다. 그리고 남은 보병 5만 명에기병 9,000명을 데리고 해안을 따라 북동쪽에 있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갈리아(현재 프랑스)에 들어섭니다. (-203-)

강력한 라이벌 스키피오는 이미 죽었지만, 로마의 실세로 군림하던 카토는 80세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카르타고를 집요하게 견제합니다. 하지만 스키피오의 온건한 제국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원로원 의원들도 많았기에, 한동안 문제 없이 지내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 아프리카에 있던 카르타고와 누미디아는 로마의 패권을 인정한 동맹 국가라는 입장은 같았으나, 누미디아는 엄연한 승전국이었고 카르타고는 패전국이었습니다. 당시 누미디아 왕국은 마시니사 왕의 통치하에 유목 국가에서 농경 국가로 탈바꿈하며 강대국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273-)

15권 완결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를 10권까지 읽은 바 있었다. 그 때 당시 로마의 역사를 깊이 알게 되었고, 로마에 관한 미드, 영드가 쏟아진 계기였다. 영화 글레디에이터가 흥행하였던 계기도 로마의 역사를 미리 알고 있었으며, 로마의 절대 권력자였던 ,'브루투스 너마저'를 외쳤던 율리유스 카이사르의 여성 편력과 로마가 추구하였던 권력 쟁탈의 배신의 역사를 엿보게 된다. 특히 로마의 미술사는 과거 익히 알고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속 장면 장면을 묘사하고 있었으며,기원전 2세기경 제2차 포에니 전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로마사 미술관 1』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등장하지 않으며, 로마 건국의 시조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그 때 당시의 사회,문화, 전통을 아우르고 있었으며, 알제리 북부 지역에 해당되는 누미디아Numidia 에 대해 함께 다루고 있다. 조각상으로 남아있는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 측 장군이었던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Publius Cornelius Scipio Africanus, 기원전 235년 ~ 기원전 18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로마가 유럽 패권를 쥐기 전 , 알프스 산맥을 넘었던 카르타고의 정치가 겸 장군이었던 한니발 장군은 로마를 궁지로 몰아넣았으나 , 로마에는 한니발에 맞섰던, 로마를 구한 영웅 스키피오 장군이 로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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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테리블 걷는사람 시인선 83
안지은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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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와 서정

애인이 집으로 왔다.

나갈 땐 죽을 것처럼 울더니 살아서 돌아왔구나

네가 없는 빈방에서 소리가 났는데

몸살이 났다.

몸에 살이 나면 원래 아픈 건가

우리는 하나의 소파를 나눠 쓰고

나는 자꾸만 등 쪽이 서늘해진다

가 닿을 수 없는

애인의 손과

어제 없는 미래

나는 그런 꽃의 충성심이 무섭고

살이 자꾸만 난다.

살이 몸이 된다는 건

소리에 목메는 것과 같고

애인은 소리 없이 웃는다.

한쪽이 정서면 다른 한쪽은 서정이다.

둘은 한집에 살고

소파는 이 집 중심에 있다. (-19-)

장례

편지를 불태우며 달리는 기차가 있다.당신은 틀린 맏춤법을 사랑하지. 나는 글씨를 거꾸로 쓰는 연습을 한다.내가 쓴 편지가 불타지 않는다.

장마가 오고 있어. 예감은 쉽게 예언으로 바뀐다. 모든 거짓말은 진실이 될 수 있다. 편지 봉투에 가면을 쓴다.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애초에 둘로 나뉜적이 없잖아.

당신과 나는 쉽게 우리가 된다. 유언장에 내 이름을 싸줘. 당신은 유리창에 엑스를 그어 놓고 구원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유리 조각을 나눠 먹는다. 서로의 이름에 구멍을 내며 돌림노래를 부른다.

청각이 통각으로 변한다. 기차는 곧 출발할 것이다. 기관실은 오른쪽에 있으나 당신은 왼쪽으로 들어간다. 돌림노래인 적 없다는 듯 노래가 끊긴다. 문을 닫기 전 찰나의 표정.

내게 당신의 표정이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맞다.

편지가 불타기 시작한다.

가명 위에 가명을 덧쓴다.

개에게는 개의 혀가 필요하듯. (-51-)

동심원

백야의 숲이다. 우리는 서로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텐트를 쳐야 할 때는 안다. 새의 지저귐이 멎을 때, 한 사람이 텐트를 치고서 대문처럼 멀뚱히 서 있다. 다른 사람은 장작더미를 세운다. 불은 붙이지 않는다. 우리는 안으로 돌아갈수 없다. 우리는 장작 주변에 둘러앉는다. 모두 말이 없다. 텐트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손수건을 꺼내어 앉은 자들 주변을 서성거린다. 등을 보이건 한 사람이 빙그르르 몸을 돌린다. 원이 완성되고 있다. 수건은 여전히 한 사람의 손에 있다. 술래가 되는 건 이토록 쉽다. 한 사람이 재채기를 한다. 옆 사람이 눈물을 흘린다. 사바에 송홧가루를 흩날리고 있다. 모두가 훌적인다. 수건을 쥔 그는 우리 주변을 하염없이 맴돈다. 하늘은 여전히 밝으므로 시간은 희미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피한다. 눈과 코가 붉어진다.송홧가루가 우리를 타고 번진다. 적막이 흐르고 저마다 떠올리는 사람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술래의 손에 수건이 없다. 누군가의 등 뒤에 작은 그림자가 생긴다. 누군가는 낌새를 모른다. 누군가의 뒤는 깜깜하다. 누군가는 무게를 모른다.맴도는 자는 계속 맴돈다. 수건은 손에 쥐면 가볍고 땅에 내려놓으면 무겁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맨땅에 익숙해진다. 수건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수건은 오직 하나다. 원이 깨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계속 맴돌아야 하는데 흐느낌 속에서 수건이 젖지 않는다. (-99-)

잊혀진 단어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을 소환하고 있다.이 단어를 보면, 1990년대 후반 한국 K-리그를 축구를 휘날렸던 세 사람, 앙팡테리블 고종수, 테리우스 안정환, 라이언킹 이동국이 있다. 여기서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이라는 단어의 뜻은 무서운 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집을 읽으면서, 무언가 묵직함과 상처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인 안지은, 자신이 겪었던 사랑의 실체,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사랑에 대해서, 상처와 마주할 때,절망을 느낄 때, 필요한 것은 그 상황을 견디면서 현재를 응시하는 것이다. 소위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시를 읽으면서, 시인 특유의 시상과 시적 표현력이 느껴진다. 완전하지 못한 세계,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쓰는 언어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었다. 무게감이 느껴지고, 삶의 언저리에 삶 그리고 죽음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현재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 또한 내면 속 불안과 절망감, 완전하지 못한 그 무언가에 있는 건 아닌지 꼽씹어 볼 때이다. 타인을 위해 살아가면서, 내 안의 마음을 채워 나가는 것, 숲에 나무가 없으면, 그것은 숲이 될 수 없다. 소위 우리가 어떤 것을 추구하려고 할 때, 채우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이루려 하는 조급함이 어디서 기인하고 있는지 시인의 시적 표현속에서 답을 얻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 서서 동심원을 따라서 맴도는 현상은 나와 무관하지 않는 나의 또다른 모습이 관찰 되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지켜봐 주길 바라면서, 나를 지켜조는 것이 불편한 모순과 역설,이러한 모습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는 또다른 원흉이 되고 있었다. 살아가고, 견디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인은 왜 앙팡테리블, 무서운 아이라고 쓰고 있는지 꼽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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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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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멍하니 원두를 갈고 있으면 진이도 졸린 눈을 비비며 내 옆으로 와서 앉는다. 아무 말도 없이 내 등에 제 등을 맞대고 앉은 채 자신도 가망히 멍때리고 있다. 진이는 내가 원두 가는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나는 기분이 좋다고 한다. 진이와 등을 맞대고 커피를 갈다 보면 하루의 시작이 커피향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우리 주위로 퍼져 나가는 느낌이다. (-12-)

남자친구로서 처음 진이의 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였다. 허리를 바짝 세운 긴장된 자세로 아버님 어머님 말씀을 듣고 있는 자리였는데, 진이가 내 편을 들어준답시고 나 대신 부모님의 물음에 해맑게 대답하며 슴관처럼 내 귀를 만졌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이고 얼리 때 내 귀를 그렇게 만져싸터니 이제야 내가 해방된 거 같네' 하시면서 후련해하셨다. (-28-)

나는 치킨을 좋아한다. 그래서 반려묘 이름도 '통닭'이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대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치킨을 잘 안 먹는다는 진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치킨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운동회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면 케이크보다 양념치킨을 더 자주 먹었다. 좋았던 기억이 그리움으로 버무려져 나의 고정관념이 된 것일까?(-64-)

갑자기 날씨가 쌀쌀쌍해졌다.진이와 함께 겨울 동안 입을 내복을 준비했다. 집에서 실내복으로 입으려고 내복 중에서도 가장 두툼하고 따뜻한 것으로 골랐다.

나는 건강한 체질이라 감기에 잘 걸리지 않지만,진이는 일 년에 두 세번은 감기에 거릴 정도로 추위에 약하다. 인터넷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내복을 주문해 본 건 처음이다. 문득 내가 아끼는 누군가의 내복 치수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미소가 나왔다. 우리는 같은 내복을 입는 사이다. (-98-)

그림을 그리는 여자와 노래하는 남자가 서로 만나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낯설고, 익숙해 하던 그 과정에 대해서, 결혼 이후의 삶을 긍정해야 햘 때이다.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느끼고, 동거하고,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삶은 그런 것이다. 서로 따스함을 느끼며, 같은 향을 보면서, 등을 기대는 사이다. 우리 앞에 놓여진 여러가지 갈등에 대해서,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의 습관을 허용해 주는 사이다. 남녀가 만나서, 같이 산다는 것, 가만히 들어주는 것, 이 두가지에 대해서, 서로의 모습을 헤아려 주고,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에 있다.

공감, 그리고 이해, 이 두가지는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맞춰 나간다. 내복은 그래서, 서로 필요하다. 나에게 맞춰 다라고 요구하지 않고,내가 맞춰주는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 준다는 것, 책 『내가 널 살아 볼게』은 청각과 시각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후각도 즐겁게 해주었다. 한 가정을 꾸리고, 서로 평화로운 것, 조용하고,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서로의 내복을 사다준다는 것, 치수를 안다는 것, 속옷을 사다준다는 것은 서로 친밀해지는 관계 그 자체이다. 이 두가지를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동거를 넘어서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서로의 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나의 삶을 돌아보며, 타인의 삶을 인정하면서,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 나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 볼 수 있다. 삶에 있어서 색다른 활력이 어떤 것인지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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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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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으로부터의] 완전한 회복이란 매우 드물다. 조현병은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에서 영구적인 입원은 필요하지 않은 수준에서 영구적인 입원은 필요하지 않은 수준까지 광범위한 상태로 나타나는데, 그렇다 해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중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병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타인이 조현병을 앓는 이들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접근할 수 없다는 느낌을 품게 된다는 점이다. (-8-)

조현병은 무섭다. 조현병은 전형적인 광기의 병이다. 광기가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체계화하고 분별하려고 애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끝없이 이어진 알들을 연,월,일로 구분하며, 불행, 질병, 불편, 죽음을 막고 통제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결과일 뿐인데도). 하지만 그러한 예측불허와의 싸움도 고유의 내적 논리로 현실을 축소하는 조현병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14-)

DSM 은 병증을 정의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침이지만, 인간의 폭넓고 미묘한 스펙트럼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지향점이 아닐 수 있다. 만약 내가 지금도 DSM-IV 나 DSM-5 분류를 연구하는 연구원이었다면,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 신청하는 보조금 제안서에 연구도메인진단기준의 함의에 관한 내요을 포함시켰을 것이다. (-37-)

맬컴 테이트 살인 사건은 조현병이 있는 사람을 돌보는 가족이 벼랑 끝에 몰렸다고 느낄 때 , 즉 자신보다 더 큰 어떤 힘에 압도당했다고 느낄 때 일어날 수 있는 참사의 극단적인 예이다. 돌봄의 부담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부담으로 발전된다. 법정에서 로델 테이트는 그 범죄 자체를 사랑의 행위라고 표현햤다. (-65-)

결국 예일대는 나를 외면했다. 어떠한 설명조차도 없었다. 내가 '정신병자'로 판명된 이상,구태여 나를 다시 받아 주지 않았고, 수년이 지난 뒤에는 동창회 소식지에서 내가 한때 예일대생이었다는 사실마저도 지워 버렸다. 그리고 맨해튼에 있는 에일대 클럽에 나의 입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118-)

나는 정신증이 나타날 때의 느낌을 알아채지 못했다. 정신이상 상태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붕괴되는 양상에 치닫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내 정신증 삽화에 선행하는 징후를 알고 있다. 다른 경로로 가거나, 걷지 않고 날아 다니는 사람들까지 대변할수는 없지만, 내 정신이 급속도로 균열상태에 접어드는 느낌은 꽤나 익숙해졌기 때문에 잘 묘사할 수 있다. (-187-)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고통의 잔해도 많이 있는데, 급성 질환의 세상에서 살던 그때의 내가 기념이자 증표로 스냅사진을 찍어댄 덕분에 지금에서야 그것을 알아본다. 어떤 사진에는 텁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짙은 속눈썹에 고갈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C의 얼굴도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사진에 눈길이 간다. 굳이 사진을 보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절망을 읽을 수 있지만. (-245-)

2014 년 세월호 참사 때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단어가 단원고, 유병언, 소조기,중조기, 대조기, 다이빙벨이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할 때는 자가격리, 신천지, 페스트 등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그것에 대한 관련 단어가 급순간 생겨나고,그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어떤 끔찍한 사건,묻지마 범죄가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다. 끔찍한 살인, 조현병 의심, 정동장애,우울증, 정신병력 등등이다. 작가 에즈메이 웨이준 왕은 미국 중서부 2세개 대만계 미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예일대 입학 후 정신질환으로 인해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환각과 망상으로 시작된 우울증, 조현병과 우울증이 겹쳐진 상황을 조현병정동장애라고 부르는 이유다. 저자는 바로 이 병 때문에,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다. 자신의 병을 적극적으로 알기 위함이었다.

자가격리,단절, 사회적 격리라는 단어는 조현병과 익숙한 단어들이다. 내 주변에 어떤 이가 끔찍한 일을 벌일 때 항상 단골로 등장하고 있으며, 신당동 스토커 살인사건도 그러했다.바로 자신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서, 타인의 생명을 앗고,자신의 삶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으로 그러한 낙인이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당하게 되었고, 사회적 불이익을 당한 이유라고 발하고 있었다. 어떤 질병에 대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 볼 수 있으며,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쉬 또한 조현병, 조현병 정동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생전 자신의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어떤 질병에 대해서,낙인 직거나 편견,선입견 을 가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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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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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동장애의 실제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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