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필터를 설치하시겠습니까? 탐 청소년 문학 31
범유진 지음 / 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틴트를 바른 후, 서연은 침대 위에 팽개쳐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리저리 구도를 바꾸어 가며 셀카를 찍었고, 갤러리에는 수십 장의 사진이 저장되었다. 서연은 사진을 한 장씩 살펴보다가 제일 잘 나온 한 장만을 남기고 전부 삭제했다. 그러고는 화장 솜에 클렌징 워터를 묻혀 눈가를 문질렀다. 마스카라가 번져 눈가가 판다처럼 변한 얼굴이 거울 속에 비쳤다.

"역시 못생겼잖아.거짓말쟁이."

서연은 화장솜으로 얼굴 전체를 벅벅 문질렀다. (-10-)

1 년 전이었다.채린이 연습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때 채린은 꽤 유명한 아이돌 기획사의 연습생이었다. 연말 평가에서 늘 좋은 점수를 받았고 곧 데뷔조에 들 거란 소문이 떠도는 기대주.무엇이든 잘하는 박채린. 그런 채린이 왜 자살 시도를 한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가면 늑대'가 채린의 얼평 방송을 했고,채린이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퍼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28-)

서연이 I 필터를 삭제하지 못하는 이유,I필터가 없으면, 누구도 '언니보다 더' 예쁘다고 하트를 눌러 주지 않을 테니까. 그 짧은 수식어가 서연에게는 너무 큰 유혹이었다. (-67-)

'거기에 그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뭐 그런 내용이 쓰여 있었어. 내가 그거, 그 앱을 써서 사진을 찍었거든."

"헛소리 그만하고 나가! 다시는 내 폰에 손대지 마!"

승형은 책상 위에 놓인 거울을 집어 문을 향해 던졌다. 문에 부딪친 거울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졌다. 튕겨나간 유리 파편이 엄마의 종아리를 할퀴었다. 승형은 엄마의 다리에서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135-)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서연은 '사진 찾기' 칸에 날짜를 입력하고 검색을 눌렀다. 클라우드에 가득했던 몇 천장의 사진이 단숨에 몇 십장으로 줄어들었다. 그 사진들 중 가장 위쪽에 채린이 말한 그 사진이 있었다. 채린과 유경, 두 사람이 찍힌 그 사진이. 휴대폰을 든 서연의 손이 덜덜 떨렸다.

"진자 어이없어. 누가 내 이름을 대고 10만원 넘게 배달을 시켰대. 아무도 안 사는 집으로. 그 집 현관에'카페에 있는 서유경'이라고 적힌 쪽지만 있었다는 거야.내 사진하고 같이. 누가 그런 짓을 했지?" (-200-)

청소년 소설 『I필터를 설치하시겠습니까? 』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옮겨간다.내 폰에는 어떤 앱이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특히 사진앱은 필수 앱이며, 단순히 카메라 기능만 있ㄴ는 기본 앱 뿐만 아니라,사진 편접과 보정 기능이 있는 뷰티 사진앱도 분명이 있을 것 같다. 포토샵, 일러스트로 대체할 수 없는 사진 보정앱이 나타난 이유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틱톡이 우리 일상에 파고 들어간 이유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여기서 앱이라는 것이 무료 앱도 있지만,유료 앱도 존재하게 되는데,어느 정도 무료로 기능을 쓰고 난 뒤 사용하고 싶다면,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다. 소설 『I필터를 설치하시겠습니까? 』에서 I 필터가 바로 그러한 앱이었다.

주인공 서연은 I 필터 기능을 포기할 수 없었다. 50번 사용하면, 이후부터는 유로 혹은 I필터 앱 정책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원을 들어주어야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I 필터 앱이 서연에게 요구하는 기본 룰이었다. 박채린과 서연, 서유경,이 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는 I필터 앱에 있었다. 언니 하연보다 더 이뻐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서연은 I필터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박채린은 유망 아이돌 연습생이기에, 자신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이것은 유경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채린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I필터의 저주라고 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I 필터는 결코 부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서연이 원하는 소원에 있었다. 자신의 소원이 I필터에 고스란히 하나의 기능으로 내장되어 있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듯 하지만, 매순간순간 감정적일 때가 있다. 승형이 폭력적인 행동,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도 그러하다.단순히 청소년기를 지나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기엔 매우 억지스럽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는 비슷한 문화코드가 존재하는데,누구는 하고 있고,나는 하고 있지 않다면, 혼자 왕따를 당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서연이 언니 하연보다 더 이뻐졌다는 소라,말을 듣고 싶었던 이유도 그러하다.오로지 서연이 원한 것은 자신이 올린 사진 하나에 ,좋아요과 서연이 원하는 긍정 댓글 뿐이다. 이 세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걸 알 수 잇다.자신의 본 모습이 소중하다는 것을 전혀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단 I필터에 의해서,가공된 나 자신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공된 이미지는 언젠가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박채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고,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충족하지 못할 때,어떤 것에 대해 기대햇던 것이 무너지게 되고,나의 소중한 자아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 이 소설에서 ,I 필터는 제2의 자아에 해당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