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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자리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내의 고백
신민아 지음 / 타래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는 침착하게, 때론 웃음을 섞으며 하나씩 대답해 나갔다.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부모님은 그의 성실함과 진중함을 높이 평가하는 듯했다. 특히 매일 먼 거리를 오가며 나를 만났다는 이야기에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31-)
그해는 우리에게 쉼 없이 밀려드는 도전과 변화를 안겨주었다. 때로는 불안하고 종종 버거웠지만, 그 모든 순간이 서로의 존재를 더욱 깊이 새기게 했다. 둘에서 시작했던 우리가 셋으로 변화하면서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 모든 순간은 단순한 기억을 넘어 우리 삶의 결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100-)
얼마 뒤 그의 생일을 맞아 장례식장에서 고생한 그의 친구들을 불러서 저녁을 대접했다. 엄마가 여러 음식을 미리 준비해 주었고, 친구들은 봉안당에 들러 그에게 인사를 한 뒤 우리 집으로 왔다. 나도 참 오랜만에 우리 집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130-)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느낀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순간 오히려 나는 더욱 고립된 기분이 든다. 은호를 그리워하며 매일 그를 기억 속에서 붙잡으려 하는데 그들은 내가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겠지만 사실 그건 그들이 나의 슬픔을 쉽게 해결하려는 방식일 뿐이다. (-164-)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인생의 고통과 어려움은 결코 누군가의 삶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누구도 함부로 남을 동정하거나 남의 삶을 평가하고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걸 말이다. (-223-)
그제야 알았다.사별은 나의 상처이고, 그리움이며, 사랑의 증거이기도 하다는 것을.그러나 그것만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도."견뎌내야 한다.""강해져야 한다","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 자신을 위로하는 듯했던 이말들은 사실 나를 더 옥죄는 감옥이었다. (-254-)
책 『당신이 없는 자리』을 통해서,인새의 고통을 마주한다. 2014년 스물여덟의 작가 신민아와 서른 두살의 남편 이은호가 결혼하였고, 부부가 되었다. 두 사람의 진실된 사랑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남편은 어린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랑햇던 이와의 사별은 상처였다. 아내였고, 딸이었으며, 엄마였고,며느리였던 작가 신민아는 하루 아침에 과부가 되었다. 서른 초반에 마주하는 인생의 막막함은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주변 사람들의 가벼운 말과 평가들은 자신이 의도한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던 것,내가 희망했던 것,내가 기대했던 것과 어긋날 때, 우리는 상처와 마주하게 되고,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책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자각 신민아와 비슷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이들은 이 책의 의도를 온전하게 이해하긴 힘들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엄마로서, 흐뭇함과 감사함을 느꼈을 것이다. 막막함과 불안함이 서로 교차되었던 그 순간, 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했고,희망과 꿈을 원했다.
나는 이 책에서, 책 속에 아이에게 마음이 갔다. 나 또한 작가 신민아의 남편과 비슷한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빠가 있다.나는 어렸고, 그 당시 아홉 살이었다. 나의 동생은 7살이었고,아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주변 사람들의 동정이 연민이 아닌 상처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살아가는데 있어서,왜곡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 작가 신민아의 마음을 읽으면서,나의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의 잘못도 아닌데, 예고되지 않은 사별로 인해,시어머니의 말한 마디에 큰 상처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을 살라고 종용한다. 남편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힘든 대한민국이기에 그런 말을 쉽게 내밷는 것이다.그 말이 진심 어린 말이라 하더라도, 작가 신민아의 마음과 일치하지 않는다.내면 속 응어리진 죄책감과 부채 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그 하나하나가 인생 숙제가 된다. 부부가 서로 나누어 가졌던 책임이 이에 온전히 혼자의 몫으로 남는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자신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막막함이 있다. 책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작가의 자신의 삶에 있어서,든든한 지원군,나를 이해하고,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딱 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단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