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蝕 (新潮文庫) (文庫)
平野 啓一郞 / 新潮社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저,저기, 태양!"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비로소 이변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아무 일 없이 빛나고 있었던 태양이 천천히 검은 그림자에 침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구름이 아니었다. 태양과 완전히 똑같은 형태를 가진 검은 그림자, 또하나의 검은 태양, 일식(一蝕)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돌연 공포의 빛이 비쳤다. 이것이 재앙으로 비쳤던 것이다. 지상에서는 불길이 연이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타올라 안드로규노스의 온몸을 삼켜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연기와 불티가 자욱이 날아오르고,불꽃이 선명하게 빛을 뿜으며 춤추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감쌌다. (p161~p162)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이다. 소설의 배경은 1482년 프랑스 리옹이다. 유럽의 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그 당시 프랑스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으며, 파리대학에 머물고 있는 수도사 니콜라의 1인칭 서술구조로 되어있다. 


파리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니콜라에게 한권의 낡은 책이 들려 있다. 그 책은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헤르메스 선집> 사본이다. 자칭 토마스주의자라고 하는 니콜라는 <헤르메스 선집>의 원본을 구하고자 하였으며, 자신의 거처를 리옹으로 향하게 된다. 이 소설의 전체 배경은 리옹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 당시 돌을 황금으로 바꿔주는 연금술과 이단, 마녀 사냥의 실체에 대해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관심사와 상상력, 그의 사유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니콜라가 리옹에서 만난 이는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였다. 소설 속에서 그의 아우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구체적인 서술 구조에 기인해 황홀스러운 묘사체를 드러내고 있다. 니콜라에게 피에르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여질 수 있게 된다. 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리옹에서 도미니크회 수도사에 거쳐를 두고 있으며, 니콜라는 그들의 모습을 면밀히 기록해 나가고 있다. 


세상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은, 이해시키고자 하는 정(情)을 쾌불쾌(快不快)의 정에 간단히 연결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 줌의 쾌(快)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무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나의 희망을 근원부터 끊고 만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심정 탓이었다. 그러나 감히 반박하자면, 이러한 교만은 별스럽게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보다도 훨씬 학식이 뛰어난 이에게는,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또한 내 경우와 똑같이 허무한 것일리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61)


니콜라는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피에르 뒤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황금을 만드는 것, 그의 주변에 있는 책들, 피에르 뒤페가 마술을 부린다는 생각은 그들의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들은 모두 피에르 뒤페를 향하고 있으며, 그 언어는 리옹의 주변인물들과 피에르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하며, 안드로규노스는 플라톤의 향연이 등장하는 인물로서 , 피에르 뒤페가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또다른 장치였다. 남성과 여성이 섞여있는 안드로규노스,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히라노 게이치로는 피에르 뒤페를 통해 깊이 투영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피에르 뒤페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이 조만간 나타날 거라는 걸, 마녀사냥이 시작되면 피에르만 무사하지 못하며, 그의 주변 인물들도 같이 화형식에 놓여질 거라는 걸, 그레서 피에르 뒤페는 니콜라에게 넌지지 자신의 운명이 마지막이 되는 그 순간, 태양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니콜라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시하게 된다. 그것인 니콜라가 리옹에 온 궁극적인 이유였으며, 니콜라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그는 결국 그것을 얻었으며, 이후 마녀사냥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중세 유럽을 가리키고 있지만 결국은 바로 우리들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이단과 배척이 현실이 되어버렸으며, 그들은 교회의 권위를 버리고 또다른 무언가의 권위에 기대며 살아간다. 그 권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피에르 뒤페가 니콜라에게 원했던 것들,지시했해던 것들의 궁극적인 본질은 바로 회피였으며, 사라지는 것이다. 니콜라 스스로 비겁해질 수 밖에 없는  순간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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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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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기, 태양!"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비로소 이변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아무 일 없이 빛나고 있었던 태양이 천천히 검은 그림자에 침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구름이 아니었다. 태양과 완전히 똑같은 형태를 가진 검은 그림자, 또하나의 검은 태양, 일식(一蝕)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돌연 공포의 빛이 비쳤다. 이것이 재앙으로 비쳤던 것이다. 지상에서는 불길이 연이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타올라 안드로규노스의 온몸을 삼켜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연기와 불티가 자욱이 날아오르고,불꽃이 선명하게 빛을 뿜으며 춤추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감쌌다. (p161~p162)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이다. 소설의 배경은 1482년 프랑스 리옹이다. 유럽의 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그 당시 프랑스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으며, 파리대학에 머물고 있는 수도사 니콜라의 1인칭 서술구조로 되어있다. 


파리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니콜라에게 한권의 낡은 책이 들려 있다. 그 책은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헤르메스 선집> 사본이다. 자칭 토마스주의자라고 하는 니콜라는 <헤르메스 선집>의 원본을 구하고자 하였으며, 자신의 거처를 리옹으로 향하게 된다. 이 소설의 전체 배경은 리옹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 당시 돌을 황금으로 바꿔주는 연금술과 이단, 마녀 사냥의 실체에 대해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관심사와 상상력, 그의 사유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니콜라가 리옹에서 만난 이는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였다. 소설 속에서 그의 아우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구체적인 서술 구조에 기인해 황홀스러운 묘사체를 드러내고 있다. 니콜라에게 피에르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여질 수 있게 된다. 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리옹에서 도미니크회 수도사에 거쳐를 두고 있으며, 니콜라는 그들의 모습을 면밀히 기록해 나가고 있다. 


세상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은, 이해시키고자 하는 정(情)을 쾌불쾌(快不快)의 정에 간단히 연결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 줌의 쾌(快)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무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나의 희망을 근원부터 끊고 만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심정 탓이었다. 그러나 감히 반박하자면, 이러한 교만은 별스럽게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보다도 훨씬 학식이 뛰어난 이에게는,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또한 내 경우와 똑같이 허무한 것일리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61)


니콜라는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피에르 뒤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황금을 만드는 것, 그의 주변에 있는 책들, 피에르 뒤페가 마술을 부린다는 생각은 그들의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들은 모두 피에르 뒤페를 향하고 있으며, 그 언어는 리옹의 주변인물들과 피에르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하며, 안드로규노스는 플라톤의 향연이 등장하는 인물로서 , 피에르 뒤페가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또다른 장치였다. 남성과 여성이 섞여있는 안드로규노스,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히라노 게이치로는 피에르 뒤페를 통해 깊이 투영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피에르 뒤페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이 조만간 나타날 거라는 걸, 마녀사냥이 시작되면 피에르만 무사하지 못하며, 그의 주변 인물들도 같이 화형식에 놓여질 거라는 걸, 그레서 피에르 뒤페는 니콜라에게 넌지지 자신의 운명이 마지막이 되는 그 순간, 태양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니콜라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시하게 된다. 그것인 니콜라가 리옹에 온 궁극적인 이유였으며, 니콜라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그는 결국 그것을 얻었으며, 이후 마녀사냥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중세 유럽을 가리키고 있지만 결국은 바로 우리들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이단과 배척이 현실이 되어버렸으며, 그들은 교회의 권위를 버리고 또다른 무언가의 권위에 기대며 살아간다. 그 권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피에르 뒤페가 니콜라에게 원했던 것들,지시했해던 것들의 궁극적인 본질은 바로 회피였으며, 사라지는 것이다. 니콜라 스스로 비겁해질 수 밖에 없는  순간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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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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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기, 태양!"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비로소 이변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 아무 일 없이 빛나고 있었던 태양이 천천히 검은 그림자에 침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구름이 아니었다. 태양과 완전히 똑같은 형태를 가진 검은 그림자, 또하나의 검은 태양, 일식(一蝕)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돌연 공포의 빛이 비쳤다. 이것이 재앙으로 비쳤던 것이다. 지상에서는 불길이 연이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타올라 안드로규노스의 온몸을 삼켜들기 시작했다. 눈앞에 연기와 불티가 자욱이 날아오르고,불꽃이 선명하게 빛을 뿜으며 춤추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감쌌다. (p161~p162)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이다. 소설의 배경은 1482년 프랑스 리옹이다. 유럽의 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그 당시 프랑스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으며, 파리대학에 머물고 있는 수도사 니콜라의 1인칭 서술구조로 되어있다. 


파리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니콜라에게 한권의 낡은 책이 들려 있다. 그 책은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헤르메스 선집> 사본이다. 자칭 토마스주의자라고 하는 니콜라는 <헤르메스 선집>의 원본을 구하고자 하였으며, 자신의 거처를 리옹으로 향하게 된다. 이 소설의 전체 배경은 리옹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 당시 돌을 황금으로 바꿔주는 연금술과 이단, 마녀 사냥의 실체에 대해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관심사와 상상력, 그의 사유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니콜라가 리옹에서 만난 이는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였다. 소설 속에서 그의 아우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구체적인 서술 구조에 기인해 황홀스러운 묘사체를 드러내고 있다. 니콜라에게 피에르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며, 자칫 위험한 상황에 놓여질 수 있게 된다. 교회의 권위가 살아있는 리옹에서 도미니크회 수도사에 거쳐를 두고 있으며, 니콜라는 그들의 모습을 면밀히 기록해 나가고 있다. 


세상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은, 이해시키고자 하는 정(情)을 쾌불쾌(快不快)의 정에 간단히 연결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 줌의 쾌(快)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 더불어 세상 사람들의 무지가,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나의 희망을 근원부터 끊고 만다.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교만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심정 탓이었다. 그러나 감히 반박하자면, 이러한 교만은 별스럽게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보다도 훨씬 학식이 뛰어난 이에게는, 나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또한 내 경우와 똑같이 허무한 것일리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61)


니콜라는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피에르 뒤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황금을 만드는 것, 그의 주변에 있는 책들, 피에르 뒤페가 마술을 부린다는 생각은 그들의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들은 모두 피에르 뒤페를 향하고 있으며, 그 언어는 리옹의 주변인물들과 피에르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차별적인 요소가 다분하며, 안드로규노스는 플라톤의 향연이 등장하는 인물로서 , 피에르 뒤페가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또다른 장치였다. 남성과 여성이 섞여있는 안드로규노스,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히라노 게이치로는 피에르 뒤페를 통해 깊이 투영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피에르 뒤페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이 조만간 나타날 거라는 걸, 마녀사냥이 시작되면 피에르만 무사하지 못하며, 그의 주변 인물들도 같이 화형식에 놓여질 거라는 걸, 그레서 피에르 뒤페는 니콜라에게 넌지지 자신의 운명이 마지막이 되는 그 순간, 태양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니콜라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시하게 된다. 그것인 니콜라가 리옹에 온 궁극적인 이유였으며, 니콜라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그는 결국 그것을 얻었으며, 이후 마녀사냥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중세 유럽을 가리키고 있지만 결국은 바로 우리들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이단과 배척이 현실이 되어버렸으며, 그들은 교회의 권위를 버리고 또다른 무언가의 권위에 기대며 살아간다. 그 권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피에르 뒤페가 니콜라에게 원했던 것들,지시했해던 것들의 궁극적인 본질은 바로 회피였으며, 사라지는 것이다. 니콜라 스스로 비겁해질 수 밖에 없는  순간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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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のない裸體たち (新潮文庫) (文庫)
平野 啓一郞 / 新潮社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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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의 사유방식이 드러난다. 그의 소설에서는 인간의 존재적 가치를 향하고 있다. 석과 악의 실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존재, 인간의 행동의 근원은 무엇이며, 왜 그런 행동을 자행하는지 바라보게 된다. 그 대상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넘나들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칙과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털적이 행동, 인간은 왜 그런 행동을 자행하고 그 결과는 어떻게 우리 앞에 놓여지는지 그걸 고스란히 거울로 투영하게 된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짜 우리 세상이 아닌, 이름이 가려진 또다른 세상 가상의 공간 인터넷을 향하고 있으며,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지금 현재 우리는 어떻게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는지 마주하게 된다. 순수함이 사라지고, 도덕관념이 흐려진 우리의 세상 속에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생각은 바로 우리의 시회 모습을 향하고 있다. 


인터넷이 생겨남으로서 우리는 나 자신을 은폐할 수 있고, 나이나 얼굴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아바타와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닉네임을 만들어내 자신을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로 서로의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낼 수 있으며, 때로는 사적인 영역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걸 원하지 않치 않는다. 매스미디어 마케팅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건 바로 인터넷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면 대 면 서로 얼굴을 보고 단골 손님, 단골 상인의 개념이 존재햇던 전통적인 마케팅은 확장되어 인터넷에 고스란히 비추게 되고, 사람들은 신뢰를 기반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분리되고 통합된다.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서로 분리되어지고 때로는 통합된다. 여기서 다양함이 존재하게 되고, 인터넷 공간에서 과거의 습관은 바꾸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거래를 할 때 신뢰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니 인터넷 공간에서 신뢰란 또다른 자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사기도 치고 인터넷을 매개체로 범죄도 저지르고 있다. 때로는 얼굴이 가려졌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얼굴 없는 나체들>을 통해 인간의 감춰진 욕망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 '미키'의 이름은 '요시다 기미코' 이다. 지방의 중학교 선생님이며, 아이들에게 사회를 가르친다. 또다른 주인공 '미치'는 '가타하라 미쓰루'이며 두 사람은 무언가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미키'가 미치를 만나게 된것은 안터넷 안의 만남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미치'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 순수한 성의 결정체였던 '미키'의 성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게 된 것은 '미치'였다. 선생으로서의 본분과 죄의식, 자신의 행위에 대한 불안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불안이란 성행위의 불안보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짐에 대한 불안이 더 커져 가게 된다. '미치'가 가지고 있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혐오감을 '미키'를 통해 해소하려고 했으며, '미키'는 '미치'의 제안에 응하게 된다. 그건 '미키'의 성에 대한 의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남자를 믿음으로서 점점 더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의 성행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분출하였고, '미치'는 '미키'에게 두 사람의 성행위에 대해 동영상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치'의 제안이 먹혀 들었던 것은 바로 '미키'의 욕망이 '미치'의 욕망과 일치하였기 때문이며, '미치'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음으로서 서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두 사람 사이의 동영상은 인터넷 공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미키 몰래 퍼져 나가기 시작한 동영상은 열굴이 가려진 동영상이며, 2만명이 넘는 이들이 그 동영상을 보게 된다. '미키' 또한 자신의 얼굴이 가려진 동영상을 보았지만 분노하지 않았고,  화나지 않았다. 싫지 않은 거래였기에 자신의 마음 속 분노조차 은밀해짐으로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한 '미치'의 행동은 결국 두 사람의 발목을 잡기에 이르렀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선과 악에 대해서 되물어 본다. 두 사람 사이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그들은 악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까였다. 두 사람의 합의된 거래는 서로의 욕망의 실체였으며, 실제 두 사람의 일상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들의 실체가 드러남으로서 대중들은 그들을 악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 가까운 이들은 그들을 나쁜 사람이 아닌 평범하고 조용한 사람이라 말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닌 욕망 덩어리로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른이 일으킨 사건도 사실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건 직후의 취재에서 범인의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무의식적인 사회적 책임회피다. 그와 같은 인간의 손을 붙들고, 공동체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빌려준다. 그런 이상적인 사회 구성원에는 그들과 같은 범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시 뒤집어 보자면, 이런 애두른 표현은 뒤에서 무슨 짓을 하든 평범함을 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했다면, 결국 그는 평범한 것이라는 인식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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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のない裸體たち (單行本)
平野 啓一郞 / 新潮社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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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의 사유방식이 드러난다. 그의 소설에서는 인간의 존재적 가치를 향하고 있다. 석과 악의 실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존재, 인간의 행동의 근원은 무엇이며, 왜 그런 행동을 자행하는지 바라보게 된다. 그 대상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넘나들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칙과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털적이 행동, 인간은 왜 그런 행동을 자행하고 그 결과는 어떻게 우리 앞에 놓여지는지 그걸 고스란히 거울로 투영하게 된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짜 우리 세상이 아닌, 이름이 가려진 또다른 세상 가상의 공간 인터넷을 향하고 있으며,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우리의 모습에서 벗어나 지금 현재 우리는 어떻게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는지 마주하게 된다. 순수함이 사라지고, 도덕관념이 흐려진 우리의 세상 속에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생각은 바로 우리의 시회 모습을 향하고 있다. 


인터넷이 생겨남으로서 우리는 나 자신을 은폐할 수 있고, 나이나 얼굴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아바타와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는 닉네임을 만들어내 자신을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것 자체로 서로의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낼 수 있으며, 때로는 사적인 영역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걸 원하지 않치 않는다. 매스미디어 마케팅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건 바로 인터넷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면 대 면 서로 얼굴을 보고 단골 손님, 단골 상인의 개념이 존재햇던 전통적인 마케팅은 확장되어 인터넷에 고스란히 비추게 되고, 사람들은 신뢰를 기반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분리되고 통합된다.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이들과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서로 분리되어지고 때로는 통합된다. 여기서 다양함이 존재하게 되고, 인터넷 공간에서 과거의 습관은 바꾸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거래를 할 때 신뢰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니 인터넷 공간에서 신뢰란 또다른 자본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사기도 치고 인터넷을 매개체로 범죄도 저지르고 있다. 때로는 얼굴이 가려졌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얼굴 없는 나체들>을 통해 인간의 감춰진 욕망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 '미키'의 이름은 '요시다 기미코' 이다. 지방의 중학교 선생님이며, 아이들에게 사회를 가르친다. 또다른 주인공 '미치'는 '가타하라 미쓰루'이며 두 사람은 무언가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미키'가 미치를 만나게 된것은 안터넷 안의 만남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미치'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다. 순수한 성의 결정체였던 '미키'의 성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게 된 것은 '미치'였다. 선생으로서의 본분과 죄의식, 자신의 행위에 대한 불안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불안이란 성행위의 불안보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사라짐에 대한 불안이 더 커져 가게 된다. '미치'가 가지고 있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혐오감을 '미키'를 통해 해소하려고 했으며, '미키'는 '미치'의 제안에 응하게 된다. 그건 '미키'의 성에 대한 의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남자를 믿음으로서 점점 더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의 성행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분출하였고, '미치'는 '미키'에게 두 사람의 성행위에 대해 동영상으로 남기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치'의 제안이 먹혀 들었던 것은 바로 '미키'의 욕망이 '미치'의 욕망과 일치하였기 때문이며, '미치'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음으로서 서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두 사람 사이의 동영상은 인터넷 공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미키 몰래 퍼져 나가기 시작한 동영상은 열굴이 가려진 동영상이며, 2만명이 넘는 이들이 그 동영상을 보게 된다. '미키' 또한 자신의 얼굴이 가려진 동영상을 보았지만 분노하지 않았고,  화나지 않았다. 싫지 않은 거래였기에 자신의 마음 속 분노조차 은밀해짐으로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점점 더 대담해지기 시작한 '미치'의 행동은 결국 두 사람의 발목을 잡기에 이르렀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선과 악에 대해서 되물어 본다. 두 사람 사이의 행위에 대해 우리는 그들은 악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까였다. 두 사람의 합의된 거래는 서로의 욕망의 실체였으며, 실제 두 사람의 일상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들의 실체가 드러남으로서 대중들은 그들을 악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 가까운 이들은 그들을 나쁜 사람이 아닌 평범하고 조용한 사람이라 말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닌 욕망 덩어리로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른이 일으킨 사건도 사실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건 직후의 취재에서 범인의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무의식적인 사회적 책임회피다. 그와 같은 인간의 손을 붙들고, 공동체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빌려준다. 그런 이상적인 사회 구성원에는 그들과 같은 범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시 뒤집어 보자면, 이런 애두른 표현은 뒤에서 무슨 짓을 하든 평범함을 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했다면, 결국 그는 평범한 것이라는 인식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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